퀵바

강백약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의 정석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강U백약
그림/삽화
강백약
작품등록일 :
2021.03.26 16:00
최근연재일 :
2022.07.15 10: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6,617
추천수 :
254
글자수 :
261,898

작성
21.03.26 16:11
조회
2,530
추천
12
글자
7쪽

삼국지의 정석_1. 난세의 시작(비선실세 국정농단)

DUMMY

짙은 어둠이 드리워진 하늘에 커다란 보름달이 떠 있는 어느 날 밤이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하늘에 떠 있는 달은 보름달은 아니었다. 오른쪽은 꽉 찼지만 왼쪽은 살짝 이지러진 것이, 보름달에 살짝 못 미친 달이었다.


이러한 모양의 달이야 한달에 한번은 볼 수 있는 것이었지만, 달이 내뿜는 빛깔은 평범한 것이 아니었다. 이날의 달은 유난히도 누런 빛을 띄었는 데, 마치 달이 누런 흙먼지를 뒤집어쓴 것 같았다.


이처럼 음울한 달빛이 비추는 어느 초가집 안에, 촛불을 사이에 두고 세 명의 사내가 앉아 있었다. 사내들은 모두 이마에 누런 두건을 두르고 삿자리(갈대를 엮어 만든 돗자리)에 가부좌(跏趺坐)를 틀고 앉아 있었는데, 무거운 분위기가 방 안을 감돌고 있었다. 마침내 침묵을 깨고, 아랫쪽에 앉은 한 사내가 입을 열었다.


“형님, 이미 한 나라는 그 수명을 다하였습니다. 무엇을 망설이십니까?!”


사내는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지만, 흥분한 기색만은 감추지 못하였다. 그러자 상석에 앉은 사내가 혼잣말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래, 한은 이미 두 번이나 죽다 살아났다··· 이번에는 과연 어떨것인가?...”


사내는 중얼거림을 멈추고, 조용히 눈을 감고 한나라의 역사를 머릿속으로 되새기기 시작했다.



한(漢)나라는 기원전 206년에 고조(高祖) 유방(劉邦)에 의해 건국된 이래 두 차례의 큰 위기를 겪었는데, 첫 번째 위기는 잘 극복을 했지만 두 번째 위기는 현재 진행 중이었다.

영제 유굉(劉宏)이 12살의 어린 나이로 황제의 자리에 오르자, 환관들은 아첨을 일삼아 유굉을 구워삶았다. 이에 유굉이 환관들을 어찌나 총애했는지, 우두머리인 장양과 조충을 다음과 같이 말할 정도였다.


“장양(張讓)은 내 아버지와 마찬가지고, 조충(趙忠)은 내 어머니와 다를 바 없다.”


당시 장양, 조충과 더불어 나라를 어지럽히는 환관이 12명이었는데, 사람들은 이들은 ‘십상시(十常侍)’라 부르며 몹시 미워했다. 이후 십상시는 영제에게 하진(何進)이라는 자의 여동생을 후궁(後宮)으로 바치고, 영제가 주색(酒色: 술과 여자)에 빠져 나라일에 관심이 없게 만들어 버렸다. 황제가 정치에 무관심해지자, 십상시는 마음 놓고 사리사욕을 챙겼고, 나라는 혼란스러워졌다. 그러자 곳곳에서 도적들이 벌 떼처럼 일어났고, 백성들의 삶은 도탄(塗炭: 몹시 곤궁하고 고통스러운 지경)에 빠졌다.



이때 기주 거록군에 장각(張角)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장각은 특별히 내세울 것 없는 집안 출신이었지만, 고통받는 백성들을 구하려는 큰 뜻을 품고 있었다.


‘지금 주류 학문인 유학은 출신 성분에 따라 사람들을 차별하고, 힘없는 백성들의 삶을 더욱 고단하게 할 뿐이다. 이대로는 백성들의 삶이 나아질 수가 없다. 백성들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새로운 학문을 찾아야 한다!’


고민하던 장각은 다양한 학문을 탐구하다가, 우연히 도교에 빠져들게 되었다. 장각은 도교의 경전(經傳: 종교의 교리를 담은 책)인 태평청령서(太平淸領書)를 공부하여 깨달음을 얻었는데, 태평청령서의 요지는 ‘하늘은 사람들의 선행과 악행에 따라 그 수명을 결정하고, 죄를 지은 자에게는 질병을 내린다’ 는 것이었다.


이후 장각은 깨달은 바를 정리하여 ‘태평도(太平道)’라고 이름 붙이고, 주변에 태평도의 가르침을 전하기 시작했다. 그는 병든 사람이 찾아오면 부적을 태운 물을 마시게 하고 잘못을 뉘우치도록 하였는데, 심리적 효과 때문인지 병이 낫는 사람이 제법 생기게 되었다. 그러자 장각을 따르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졌고, 장각은 이에 자신감을 얻어 스스로를 대현량사(大賢良師 : 매우 어질고 훌륭한 스승)라고 칭하였다.


오래지 않아 장각의 명성은 중국 북부지역에 널리 퍼졌고, 영제와 십상시의 폭정에 실망한 수많은 백성들이 그를 따르게 되었다. 이에 태평도의 신도수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 수십만명에 이르게 되었고, 장각은 각지에 36방을 세워 이를 관리하였다. 이때 태평도의 인기가 어찌나 높았던지, 한나라의 13개 주 가운데 8개 주가 태평도의 세력하에 있게 되었다.



이처럼 태평도는 거대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고, 눈을 감고 한나라의 역사를 되새기던 사내가 바로 태평도의 주인인 장각이었다. 장각은 문득 자신이 역사의 한 가운데 서있음을 깨달으며 눈을 떴다. 그러자 동생인 장보가 다시 목에 핏대를 세우며 말했다.


“형님, 십상시의 꼭두각시 노릇이나 하고 있는 유씨 황제에게서는 아무 것도 기대할 것이 없습니다. 이대로 가면 얼마나 더 많은 백성들이 질병과 굶주림으로 죽을지 알 수 없습니다.”


“이미 천하의 대세는 우리에게 넘어 왔습니다. 형님께서 명령만 내리시면 태평도 수십만 신도들이 들불처럼 일어날 것입니다!”


막내인 장량도 거들었지만, 장각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우리가 태평도를 창시한 것은 백성들을 돕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우리가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그들을 피비린내 나는 전장으로 내몰자는 말이냐?!”


하지만 장보와 장량은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형님, 제가 우리의 사리사욕을 채우고자 거병을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형님께서 이렇게 머뭇거리시면, 죄없는 우리의 수십만 신도들이 반란의 무리로 몰려 처형을 당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이미 황궁 안에도 연줄을 대놓았습니다. 환관 봉서와 서봉 등이 안에서 지원해주기로 약조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자 장각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 문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자꾸나.”


장각은 동생들의 뜻을 애써 외면했지만, 사실 장보와 장량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이미 한나라는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었고, 태평도 역시 단순한 종교 단체를 넘어서 거대한 권력 집단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이에 양사, 유도 등 조정 대신들이 태평도를 심상치 않게 여기고, ‘장각을 조사하고 그를 따르는 유민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라’고 상소를 올렸지만, 다행히 영제가 무시해 버린 상황이었다. 하지만 언제 영제가 마음이 바뀌어서, 태평도를 반역의 무리로 처단할 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밤새 고민하던 장각은 태평도가 이미 순수한 종교 집단으로 돌아가기엔 늦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다음날 날이 밝자, 장각은 두 동생과 심복들을 소집해 비밀 회의를 하였다. 서기184년 2월, 황건적 난의 서막이 오르고 있었다.

1. 삼국전도.jpg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삼국지의 정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8 삼국지의 정석_44. 원수에게 구걸하는 원담(부처님 손바닥) +2 21.08.27 39 2 7쪽
27 삼국지의 정석_43. 적을 눈앞에 두고 다투는 원 씨 형제(유비 의문의 1승) +4 21.08.25 51 2 9쪽
26 삼국지의 정석_42. 원소, 화병으로 세상을 떠나다(형제의 난)(下) +2 21.08.23 41 1 8쪽
25 삼국지의 정석_42. 원소, 화병으로 세상을 떠나다(형제의 난)(上) +2 21.08.20 77 1 10쪽
24 삼국지의 정석_27. 장수, 조조를 잡다(역린) +2 21.06.18 84 2 12쪽
23 삼국지의 정석_26. 가짜 황제 원술(신궁 여포)(下) +2 21.06.16 53 2 13쪽
22 삼국지의 정석_26. 가짜 황제 원술(신궁 여포)(上) +2 21.06.14 56 1 10쪽
21 삼국지의 정석_25. 여포에게 서주를 빼앗기는 유비(기생충)(下) +2 21.06.11 71 1 9쪽
20 삼국지의 정석_25. 여포에게 서주를 빼앗기는 유비(기생충)(上) +2 21.06.09 69 1 8쪽
19 삼국지의 정석_24. 조조, 둔전제를 도입하다(도시농부) +2 21.06.07 76 1 9쪽
18 삼국지의 정석_23. 조조, 황제를 모시다(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下) +2 21.06.04 67 1 7쪽
17 삼국지의 정석_23. 조조, 황제를 모시다(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上) +2 21.06.02 69 1 10쪽
16 삼국지의 정석_22. 목숨을 걸고 장안을 탈출하는 황제(산전수전)(下) +2 21.05.31 54 1 11쪽
15 삼국지의 정석_22. 목숨을 걸고 장안을 탈출하는 황제(산전수전)(中) +2 21.05.28 66 1 9쪽
14 삼국지의 정석_22. 목숨을 걸고 장안을 탈출하는 황제(산전수전)(上) +4 21.05.26 81 1 9쪽
13 삼국지의 정석_21. 소패왕 손책(추격자) +4 21.05.24 79 1 6쪽
12 삼국지의 정석_7. 동탁 추격전(황제 탄핵)(下) +2 21.04.05 171 1 14쪽
11 삼국지의 정석_7. 동탁 추격전(황제 탄핵)(上) +2 21.04.05 209 2 12쪽
10 삼국지의 정석_6. 반동탁 연합(공공의 적)(下) 21.04.05 230 3 12쪽
9 삼국지의 정석_6. 반동탁 연합(공공의 적)(上) 21.04.05 258 3 14쪽
8 삼국지의 정석_5. 동탁의 등장(어부지리) +2 21.04.02 285 3 10쪽
7 삼국지의 정석_4. 십상시의 최후(마녀 사냥)(下) 21.03.31 357 4 11쪽
6 삼국지의 정석_4. 십상시의 최후(마녀 사냥)(上) +2 21.03.29 371 5 11쪽
5 삼국지의 정석_3. 논공행상(공무원 갑질) 21.03.26 499 4 15쪽
4 삼국지의 정석_2. 난세에 출현하는 영웅(황건 개미운동)(下) +2 21.03.26 765 5 14쪽
3 삼국지의 정석_2. 난세에 출현하는 영웅(황건 개미운동)(上) 21.03.26 1,531 10 15쪽
» 삼국지의 정석_1. 난세의 시작(비선실세 국정농단) 21.03.26 2,531 12 7쪽
1 [공지] 삼국지의 정석_소설 집필배경 +9 21.03.26 2,659 18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