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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용사가 마왕을 기르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작뚜
작품등록일 :
2022.10.31 08:23
최근연재일 :
2022.11.1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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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276

작성
22.11.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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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DUMMY

또 오래 걸리면 내가 찾아갈 거야! 라는 셀의 협박 섞인 인사를 뒤로하고.


노아는 표면적으론 배웅을 갔다 온 레이첼과 같이 황궁에 돌아왔는데,

당연하지만 그녀가 말한 대로 투명과 인지혼란 마법이 걸린 채였다.


“조심해!”

“아, 거기 있었어?”


마법을 건 그녀조차 모를 정도로 잘 걸린 터라 소리를 죽인 경고를 날리고.

노아는 레이첼이 알려준 대로 벽면의 한 붉은 태피스트리에 다가갔다.


‘이 뒤에 비밀 문이 있다고?’


혹시 태피스트리가 펄럭이는 걸 보고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장식품에 가려 보이지 않는 각도로 태피스트리를 살짝 들추고 확인했지만.

레이첼을 마중 나온 거라며 근위기사들이 거의 연행해가듯이 그녀를 데려가는 동안에도 노아는 그 비밀 문이라는 것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적어도 사람이 지나갈 순 있는 크기일 거 아냐?’


레이첼과 근위 기사들이 나가고.

노아는 답답한 나머지 태피스트리를 조금 높이 들었는데,

그제서야 빛을 받아 아주 조금의 틈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 이제 여기에 노크를..’


한 번하고, 잠시 쉬고.

다시 한 번, 그리고 쉬었다가 세 번.

그러자.


스윽..


비밀 문이 안쪽으로 열렸다.


“기다렸습니다. ..보이진 않는 군요.”


그곳엔 피오나의 시녀, 헬렌이 서있었다.

노아는 자신이 바로 앞에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헛기침을 했는데,

그에 헬렌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을 따라오라 했다.


그렇게 그녀의 안내를 받아 비밀 통로를 나아가는데.


“이곳은 원래 황가 일족 분들이 위급상황 시 바로 텔레포트를 해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마련 된 비밀 통로입니다. 본래대로라면 당신과 같은 일반인이 들어와서도, 존재자체를 알아서도 안 되는 곳이니 비밀은 꼭 엄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하긴 했지만.

어째 헬렌의 태도를 보건데 그의 말을 믿는 것 같지는 않았다.

헬렌이 미심쩍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다가 한숨까지 내쉰 것이었다.


“하아..”

“그렇게 못 미덥습니까?”

“그럴 만도 하지 않겠어요? 당신의 임무는 ‘마왕 토벌’ 단 하나였는데 그걸 실패해서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으니..”

“마왕 토벌은 성공했습니다.”

“지금 여신님이 강림까지 하신 마당에 그런 주장을 누가 믿어주겠습니까?”


강림이 실제라면 그도 뭐라고 할 말이 없는 상황이기에.

노아도 헬렌처럼 믿기 못하겠다는 어투로 되물었다.


“성공했다니까요. 일리오스님도 인정하셨는데. 아니, 애초에 정말 강림하시긴 한 겁니까?”


일리오스는 테아를 믿는 헤리트 제국과, 국교가 따로 없는 매니스 국을 제외하면 대륙 구석구석에 퍼져서 믿고 있는 신이다.

게다가 딱히 일리오스를 믿지 않더라도 그걸 모르는 이들이 없기 때문에.

헬렌도 일리오스가 인정했다는 말에 매섭게 올라갔던 눈 꼬리가 조금 가라앉긴 했다.

그의 말을 바로 믿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당연하죠. 당신도 그분이 인정했다는 것 입증할 수만 있다면 말이 바뀌겠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않은 걸 생각하면 그건 불가능한 것 같군요.”

“불가능하다기보다는..”


원래부터도 노아는 일리오스와 대화하고 싶다고 그를 부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매번 일리오스가 시시콜콜 찾아와 귀찮게 했던 것이지.


“신전에 가면 시도라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건 지금 불가능할 것 같네요.”

“당연한 말을.”


헬렌은 코웃음을 치다가 갑자기 표정이 굳어선 팔을 뻗어 노아가 멈추게 했다.

물론 그는 보이지 않는 채 그대로였지만.


“..거의 다 왔습니다.”


지금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노아는 헬렌이 특히나 더 발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히 걷는 모습에 덩달아 소리를 죽이고 천천히 따라갔다.


그때 헬렌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말소리가 노아에게 들렸는데,

아무래도 바로 옆 벽의 너머에서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었습니다. ..실패라니.. ..믿ㅈ..”


무언가 말하는 남자의 목소리는 띄엄띄엄 들렸지만.

그 말에 기분이 상한 듯 소리치는 목소리는 똑똑히 들렸다.


“제가 거짓을 말했다는 겁니까? 분명 그때 마왕은 완전한 빈사상태였고, 노아와 일리오스님의 말에 따르면 그 이후 마왕이 토벌되었다했습니다.”


아무래도 레이첼이 말싸움을 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이젠 상대의 목소리도 격양된 탓에 잘 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당신도 눈으로 직접 확인한 건 아니라는 소리 아닙니까! 그럼 답은 하나겠지요. 용사가 거짓말을 했다는 겁니다! 아니, 이젠 용사라고 부를 수도 없겠지만 말입니다.”

“그럼 1년 반의 공백기는 어떻게 설명할겁니까! 이건 마왕의 부활로 봐야지, 토벌 실패로 볼 것이 아닙니다!”

“마왕이 빈사상태라고 했으니 그동안 힘이라도 기르고 있던 거겠지요! 당신의 말에 얼마나 허점이 많은지 객관적으로 살펴보란 말입니다!”

“페일님이야말로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것 아닙니까? 노아가 용사로 선택되지 않았다면 콘코드의 그 어린 묘족이 용사가 되었을 거라면서 몇 달을 절 괴롭힐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분명 토벌을 실패하기만을 바란다고 다른 집정관분들에게도 말한 걸 제가 똑똑히 기억하는데..”

“그건 이것과 별개입니다!”


그 이후는 레이첼과 페일의 비밀폭로전이 이어졌기 때문에.


노아는 더 이상 듣지 않고 재빨리 헬렌을 따라잡았다.



잠시 후.


스윽..


비밀 문답게 열려도 전혀 소리가 나지 않는 문을 열고나오니.

그곳은 한 눈에 응접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지금까지 황궁의 모든 곳이 으리으리하고 화려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수수한 응접실이었다.


“황녀님이 개인적으로 사용하시는 곳입니다.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고 기다리고 있으면..”

“저 나왔으니 문 닫아도 됩니다.”

“...”


문을 안쪽으로 연 채 계속 비밀 통로 쪽을 보면서 말하길래 알려줬더니.

헬렌은 맘에 안 든다는 듯 콧잔등을 구기고는 문을 닫고 그 위를 덮고 있던 장식용 천을 잘 갈무리했다.


“..어쨌든 아무것도 만지지 마세요.”


그 말을 끝으로 헬렌은 방문을 열고 나가버렸는데,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다시 방문이 열리고 이번엔 피오나와 레이첼이 들어왔다.


“준비는 되어있습니다. 그럼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불러주세요.”


준비라는 게 노아의 도착을 의미하는 것이었는지.

헬렌이 문을 닫고 나가자 피오나가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주변을 살폈는데,

대신 노아는 자신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 여기 있다고 말하며, 기대고 있던 벽도 손등으로 가볍게 두 번 쳤다.


“아.”


피오나가 놀란 듯 눈을 조금 크게 뜬 것과 달리.

레이첼은 눈을 감고 뭘 중얼거리고 있었는데,

그가 말하기도 전에 위치를 대강 알고 있었던 듯.

중얼거리던 게 끝나자 노아에게 걸렸던 마법이 둘 다 풀렸다.


‘해제하고 있었나 보네.’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마법이 풀린 것을 확인하고.

노아는 피오나에게 정중하게 인사했다.

그건 분명 황녀에게 기본적으로 하는 인사치레이긴 했지만.

조금은 진심이 담긴 것이기도 했다.


그가 비밀 통로를 통해 이곳에 올 수 있었다는 의미를 생각하면,

적어도 피오나는 그를 믿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감사합니다. 덕분에 의심 사는 일 없이 본궁에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비밀 통로를 통하지 않았다면 레이첼이 거의 연행되다시피 여기 올 때까지 온갖 눈치를 다 살피면서 쫓아와야 했을 테니,

그리 빈 소리도 아니었다.


“괜찮습니다. 저야말로 신세를 지게 되었으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미 피오나는 헬렌을 통해 레이첼에게 비밀통로의 위치를 알려주며 힐린을 돕고 싶다고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당연하지만 노아도 그 내용은 알고 있었다.

다만.


“구체적인 방법은 다른 제 동료가 오면 같이 강구하죠.”

“다른 동료요?”


마침 노크소리가 들리고.

이제는 익숙한 노파의 목소리가 들렸다.


“죄송합니다. 급한 전갈이 있습니다.”

“지금은 중요한 손님을 응대 중이니..”

“괜찮습니다.”


그때 레이첼이 피오나를 보고 말했고.

의아한 표정이긴 했지만, 피오나가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자.

레이첼이 대신 들어오라고 말했다.


때문에 노파는 들어오자마자 문을 닫고는 피오나를 보고 허리를 굽혀 인사했는데,

당연하게도 이미 궁내에서 중요인사의 안내 등 여러 직책을 맡고 있는 시녀가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를 하니.

피오나의 표정이 더 아리송하게 변했다.


“저희 동료, 하인즈입니다.”

“어, 예..?”

“죄송합니다. 사정이 있어 잠시 얼굴을 빌리고 있었습니다.”


노파의 얼굴에서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나오니.

피오나는 식겁한 나머지 반사적으로 조금 뒷걸음질을 쳤는데,

하인즈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예 본모습으로 돌아와 버렸다.


“어어..! 그럼 원래 밀리아나는..”


하인즈가 얼굴을 빌리고 있던 노파의 이름이 밀리아나였는지.

피오나는 연신 밀리아나를 찾으며 대체 언제부터 이랬던 거냐며 어버버거렸는데,


“황궁에 머물 때 얼굴이 필요하던 차에 요양을 위해 시골로 내려간다고 해서 제가 조금 손을 쓴 것뿐입니다. 밀리아나는 잘 있으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금쯤이면 해변가에서 선탠이라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농담까지 했지만.

피오나는 쉽게 충격이 가시지 않는 건지 여전히 벙찐 표정으로 하인즈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으음.. 많이 놀라셨나.”

“누군들 안 그러겠어.”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 레이첼이 대신 대답하고는,

진정하라며 피오나를 의자에 앉혔다.


“자, 황녀님. 충격 받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빨리 힐린을 꺼낼 방도를 찾아야하지 않습니까.”

“아, 맞아요. 그렇죠.”


피오나는 하인즈를 흘깃거리면서도, 레이첼의 말에 정신을 가다듬었는지 조금 침착해졌다.


“일단 상황 정리부터 하자면.. 제가 알기론 언니는 일주일 뒤 수도의 광장에서 처형될 거예요. 반역의 주요인물이니만큼, 공작가 출신이어도 선처는 없다는 걸 보여주려는 거겠죠.”

“일정만 늦어졌을 뿐 결국은 똑같이 처형하겠다는 거네. 반역 주모자 에스몬드 백작일가도 거기서 5년 전에 처형됐거든.”


하인즈가 노아와 레이첼을 위해 설명을 덧붙였지만.

워낙 유명한 일이었기에 둘도 이미 알고 있는 사항이었다.

그 시점엔 그들과 같이 여행하고 있던 힐린이 매번 혼이라도 빠진 것처럼 움직이기도 했으니.


“그러니 아무리 늦어도 6일 뒤엔 탈옥시켜야 합니다. 지금도 경비가 삼엄하지만, 처형식이 있는 날엔 아예 손쓸 수도 없을 거예요.”


극단적으로 셋이 정면으로 싸울 수도 있긴 하겠지만.

그건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레이첼의 지위는 둘째 치고.

힐린이 황제의 손아귀에 있는 이상 까딱 잘못하면 그녀를 구하기도 전에 목이 잘릴 텐데,

그녀의 목숨을 담보로 싸울 순 없는 일이니 말이다.


“저희가 세운 계획은 아까처럼 노아한테 투명과 인지혼란 마법을 걸고, 노아가 힐린을 탈옥시키는 동안 저는 알리바이를 세우려는 거였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탈옥까지는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문제는 그 이후라서요.”


그래서 트랜스폼 아티팩트를 이용해 탈옥시킨 힐린을 숨기려는 생각이기도 했고.

그리고 지금은 그 아티팩트도 있지 않은가.

그러니.


“황녀님께서 저희 알리바이를 만드는 데 일조 해주셨으면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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