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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으로

역사덕후, SSS급 최강영주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태월영
작품등록일 :
2019.11.13 01:25
최근연재일 :
2020.01.03 22:4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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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2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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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밭가는 미노타우로스, 이상한 돌멩이.

DUMMY

아티팩트를 가지고 영지로 돌아왔을 때까지도 미노타우로스 녀석은 여전히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상태였다. 정확히는 반쯤은 눈을 떴지만, 마법에 의한 잠기운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는지 가끔 몸을 움직일 뿐 몸부림을 치진 않고 있는 정도였다.


그래도 언제 완전히 깨어나 난동을 피울지 몰라 기사와 병사가 돌아가면서 상주를 했던 모양이었다.


코뚜레를 하려고 보니 이 녀석의 코를 뚫어야 하는 상황. 졸지에 고양이 목에 방울을 매달아야 하는 처지 비슷하게 되어버렸다.


코를 뚫는답시고 건드렸다가 잠에서 깨기라도 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그래서 결국 코 뚫는 건 포기하고 대신 목걸이처럼 코뚜레를 다른 쇠사슬에 묶은 다음 녀석의 목에 걸었다.


거기까지 완료하고 나서야 난 마법진을 지우고 녀석이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마법 내성이 있는 녀석답게 오래 지나지 않아 완전히 잠에서 깨어났다. 그런데 맨 처음 봤을 때 녀석의 눈동자 속에 있었던 흉포함이라거나 잔혹성 같은 것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있었다.


대신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일반적인 소에게서 볼 수 있는 커다랗고 맑은 눈동자였다.


일단 아티팩트효과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 같네. 다행이다.


솔직히 소에게 사용하는 것이라고 해서 소를 닮은 몬스터에게도 사용할 수 있는 아티팩트인지 어떨지 내심 걱정을 한 것이 사실이었다.


이제 확인할 것은 밭갈이를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테스트군.


현재 시각은 이른 오후인 2시 20분. 해 떨어지기 전까지만 해보면 되겠지?


녀석을 구속하고 있던 쇠사슬을 모두 제거한 다음, 소에게 쟁기를 장착시켜 밭갈이를 테스트해봤다.


이 테스트에는 마을회관에 대피해있던 영지민들을 포함해 베르아마을의 영지민들까지 모두 참관하게끔 했다.


저 몬스터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게 함과 동시에 이제는 우리의 경작을 도와줄 훌륭한 농기계(?)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함이었다.


“그,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시험운행에 발탁된 영지민 한 명이 긴장한 얼굴로 미노타우로스를 몰기 시작했다. 얼마나 긴장했으면 이 겨울에 계속 팔을 들어 이마에 있는 땀을 훔치고 있나 모르겠다.


아니. 저 녀석이 당신 잡아먹을 일 없으니까 안심 좀 하라고요.


처음에는 일반 소와 속도가 비슷했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녀석의 속도는 점점 빨라졌고 나중에는 녀석을 몰고 가던 영지민이 반쯤은 끌려가다시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니, 끌려간다기보다 안 놓치려고 죽어라 뛰고 있는 것 같기도?


“세상에 저 녀석 땅 파는 속도 좀 봐!”


“속도보다 땅 깊이를 보라고! 땅이 파진 깊이를 보라고! 말로 쟁기질을 할 때의 2~3배 깊이 수준인 것 같은데?”


“저 정도로 깊게 파는데 속도는 훨씬 빠르다니!”


“저 녀석 한 마리면 영지 내에 있는 모든 경작지를 다 갈아엎는데 2주도 안 걸릴 것 같은데?”


“2주는 무슨. 1주도 안 걸릴 것 같구먼!”


“영주님께서 저 녀석을 농사일에 쓰시겠다고 위험을 무릅쓰고 잡으셨다더군.”


“정말로 현명하신 분이셔.”


“우릴 위해서 그렇게까지···.”


영지민들은 나에 대해 존경하는 듯한 시선을 보내면서도 뭔가 숙연한 분위기까지 더하고 있었다. 아니, 숙연해질 것까진 없는데.


나도 좋고 영지민들도 좋자고 한 일이니 너무 저러진 않았으면 좋겠다. 어차피 고생한 만큼, 많이 얻은 만큼 많이 뜯어갈 거거든.


녀석은 테스트해본 내가 무안할 정도로 일을 잘했다. 란스마을에 있는 스트립 3개를 갈아엎는데 1시간 조금 넘게 걸린 수준이었으니까.


그래놓고도 힘 하나 안 드는지 지친 기색 하나 없었다.


세상에. 기계가 따로 없네. 아니, 현대에 있는 밭 가는 농기계도 이것보다는 느릴 거 같은데?


이건 추정이지만 좀 전에 보여준 속도가 전력은 아닐 거다. 만약 전력을 다하게 한 다음 내가 마법까지 걸어주면 얼마나 빠른 속도가 나올까?


그걸 생각하니 벌써 웃음이 난다. 이러면 경작지 형태를 바꿀 필요도 없어졌으니 위험을 감수하며 투자를 한 보람이 있는 거지.


이제 관개수로 정비랑 지력 높이는 방법을 고심해야겠어.


***


『자신의 공부는 스스로 하자.』


“······.”


집무실에 돌아와 책상 앞에 앉자마자 보게 된 문구였다. 양피지 두루마리를 통한 필담은 늘 업무로 바쁜 내게 작은 활력소처럼 다가오고 있었다.


무슨 랜선친구도 아니고 이거 원.


이건 판타지 버전의 랜선친구라고 보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영지 내에서 나름 스스럼없이 대화를 하는 상대가 얼굴이고 성별이고 아무것도 모르는 누군가라는 사실이 딱 그짝이다.


‘그래. 자기 공부는 자기가 하는 게 맞지. 말이야 맞기는 하는데.’


실제로 그럴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나 서하건의 기억이 있는 나는 더더욱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게 되면 과외니 학원이니 그런 게 성행했을 리가 없지.


“넌 이 방에서 계속 지냈으니 여기다가 누가 글을 쓰고 가는지 봤겠구나.”


책상 한쪽에 있는 나무상자 안에서 어떤 식물의 씨앗을 열심히 까먹고 있는 유사 하늘다람쥐가 내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모습을 보였다.


에이. 다람쥐에게 뭘 기대하고 말을 건 거냐? 나도 참.


난 손가락으로 다람쥐 녀석이랑 놀면서 휴식시간을 보냈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지하 감옥에 가서 잠이나 자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내일 후폭풍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이미 며칠 자리를 비운 사이에 서류가 또 쌓였거든.


현재 시각 저녁 8시 10분. 아, 인제 그만 놀고 일해야겠다.


그전에 메시지는 남겨놓고.


깃펜을 오른손에 쥐고 난 양피지 두루마리에 끄적였다.


『그쪽이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정말 다 혼자 공부해서 깨우친 거면 인정함.』


메시지를 남긴 양피지 두루마리를 잠시 옆에 치워놓고 난 왼손을 뻗어 두루마리형 공문서를 집어왔다.


이건 징수관 세베아가 저수지 사용료를 결정했다며 의견을 물어온 내용이군.


저수지를 축조할 당시에 난 세베아에게 란텔과 상의해서 사용료를 정하라고 말했었다. 그것에 대한 결과물이 지금 이렇게 나한테 와있는 거다.


사용료책정 기간 단위는 최소 1달이며 가구당 은화 5개, 마을 단위일 경우는 약간 감면하여 가구당 은화 4개.


흠, 이런 식으로 책정한 건 꽤 괜찮은 생각이야. 통과.


난 직인을 찍은 다음 다시 두루마리를 돌돌 말아 책상 옆에 내려놨다.


사실 저수지는 개인 단위로 사용료를 내고 사용하기 힘든 공공재다. 액수가 일반 영지민에겐 만만찮게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농사를 지어야 하기에 쓸 수밖에 없다.


그걸 세베아나 란텔도 고려를 한 건지 좀 더 싸게 사용할 수 있게끔 마을 단위로 책정한 사용료를 함께 내놨다.


말하자면 개인 단위 액수는 그냥 더미의 느낌이고 실제로 노린 것은 마을 단위 쪽의 액수를 내게끔 유도한 것이다.


묶어서 파는 일종의 패키지상품 비슷한 거라고 해야 할까?


대부분은 마을 단위로 십시일반 해서 사용료를 내려고 할 거다. 개인 단위는 쓸 놈은 쓰고 안 쓸 놈은 안 쓰겠지.


‘이번 것은 마구간지기에게서 올라온 거군.’


내용은 간단했다. 말 한 마리가 너무 노쇠해서 갈 때가 된 것 같으니 한 마리를 새로 사들여달라는 요청이었다. 이건 내가 승인만 하면 마구간지기가 알아서 란텔과 제이크와 얘기해 해결할 거다.


다음 것은 삼림지기가 보내온 공문이었다. 내용은 열매를 얻을 수 있는 나무 자체가 적은 상황인데 그 얼마 안 되는 것들마저 새나 짐승이 다 털어가는 형국이니 해결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었다.


내 영지 남쪽에는 그리 크지 않은 삼림이 있다. 크지 않기만 한 거면 다행인데 삼림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게 너무나 많았다.


보통 삼림이라고 하면 기대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자원이 있는 법이다. 열매를 얻을 수 있는 나무라거나 땔감이나 건설용 목재로 쓰기에 훌륭한 나무라거나 그런 거 말이다. 그런데 내가 가지고 있는 삼림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 많이 부족했다.


삼림이라기보다 조경에 사용하기 위해 심어놓은 나무들이 군데군데 모여 있는 군락이라고 보는 게 더 맞을지도.


조만간 한번 사냥대회를 열든 뭘 하든 교통정리 좀 해야겠네.


그 이후로는 창고지기와 통행세 징수관의 공문이 차례대로 책상에 펼쳐졌다. 창고지기는 저번에 요청했던 창고공사가 끝났음을 알림과 동시에 어떤 자원들을 얼마나 소모했는지에 대한 기록이 담겨있었다.


그나저나 통행세 징수관이 공문을 다 올리고, 별일이네?


다른 영지는 통행세 징수관이 상당히 바쁜 관리 중 하나에 속한다. 영지를 가로지르며 왔다 갔다 하는 자들(특히 상인들)에게서 받는 통행세를 관리하고 1달에 한 번씩 정산하여 영주관에 보고해야 했기 때문이다.


영주의 땅에서 뭔가를 채취하거나 혹은 공공재를 이용할 때마다 내는 세금 정도를 제외하면 주로 세금을 거둬들이는 시기는 1년에 한 번 수확이 끝난 이후다. 징수관도 그때 바짝 움직일 뿐이고.


그것에 비하면 1달마다 움직이는 통행세 징수관은 바쁜 게 맞다. 단, 내 영지는 예외다.


내 영지에는 상인들이 오는 것도 아니고 여행자가 오는 것도 아니니까.


한마디로 통행세를 받을 일 자체가 그다지 없다는 거다. 솔직히 말하면 현 상황에선 존재 이유가 그다지 없는 월급루팡에 불과한 관리다.


그런데도 해고하지 않는 이유는 앞으로 여태까지 논 것 다 뱉고도 남을 만큼 일할 일이 생길 거라는 내 믿음 때문이지.


그런 사람이 공문을 올렸으니 내가 놀란 반응을 보일 수밖에.


‘이상한 돌멩이를 주웠는데 그냥 봐도 예사롭지가 않은 것 같아서 확인을 해주셨으면 한다라.’


그것과 더불어 직접 가지고 나한테 가려고만 하면 돌멩이가 희미하게 빛을 냈다고 한다. 그런 걸 보면 누구라도 불안한 마음이 들겠지.


혹시나 별거 아닌 거면 핑계 삼아 무급휴가나 줘버려야겠다. 일이 없는데 월급만 줄 순 없잖아.


***


“아이고 영주님! 어서 오십시오!”


통행세 징수관은 내가 온다는 전갈을 미리 받고 관저에서 꽤 떨어진 곳까지 날 마중 나와 있었다.


세상에. 얼마나 일이 없어서 편하면 저렇게 풍채가 좋지?


이자가 특별히 잘 먹어서 풍채가 좋은 것은 아닐 거다. 지금 영지 내에 있는 사람 중에 특출나게 잘 먹는 사람은 날 포함해서 아무도 없거든.


영지민들이 요즈음 물고기를 섭취해서 혈색은 그나마 좋아졌다고 하지만 살이 붙는다거나 체격이 커진다거나 할 정도는 아니었다. 징수관은 그냥 어느 정도 타고난 체질이라고 봐야 하겠지.


통행세 징수관이 머무르고 있는 곳은 영지의 제일 서쪽. 그러니까 내 영지에서 다른 영지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유일하게 길 같은 길’ 근처에 있는 한 가옥이었다.


관저라고 말은 했지만, 솔직히 관저라기보다 그냥 영지민이 사는 가옥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했다. 영지민들이 아닌 외부 사람들이 본다면 절대로 관저라는 생각을 못할 만큼 외부모습에선 위화감이 없었으니까.


“누추한 곳에 오시게끔 해서 죄송스럽습니다.”


“아니오. 그런 걸 보면 누구라도 불안할 수밖에 없지. 이해하니 신경 쓸 거 없소.”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관저 내부는 생각보다 깨끗했다. 솔직히 할 일이 없다 보니 딴 소일거리나 한답시고 뭔가를 막 벌려놓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사용하지 않은 양피지 두루마리 몇 개와 거의 쓰지 않아서 새것처럼 느껴지는 깃펜 그리고 잉크와 책 한 권이 탁자 위에 올려져 있을 뿐 선반과 옷장으로 추정되는 가구를 비롯해 다른 곳은 깨끗했다.


“공문서를 읽고 와서 대략적인 사정은 알고 있소. 이상한 돌멩이를 주웠다고 쓰여 있던데.”


“예. 바로 이겁니다.”


달칵.


작은 나무상자의 뚜껑이 열리며 돌멩이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작가의말

아티팩트 코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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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사냥과 퇴비만들기의 상관관계. +1 19.12.27 1,326 43 12쪽
» 밭가는 미노타우로스, 이상한 돌멩이. +4 19.12.26 1,361 42 12쪽
45 아티팩트를 구하다. +1 19.12.25 1,352 42 13쪽
44 확실한 소잡이를 위해 백작령으로 떠나다. +1 19.12.24 1,436 48 12쪽
43 소가 나타나다. +4 19.12.23 1,441 44 13쪽
42 차기계획을 세워보자. +3 19.12.22 1,486 43 12쪽
41 저수지 공사 재개. +1 19.12.21 1,540 46 13쪽
40 네가 왜 거기서 나와?(feat:하늘을 향해 쏴라.) +5 19.12.20 1,542 52 12쪽
39 더듬이 잘린 개미가 되다. +4 19.12.19 1,511 43 13쪽
38 쉐르슐크 산 등정. +2 19.12.18 1,612 45 13쪽
37 식량을 찾아서. +2 19.12.17 1,602 43 12쪽
36 거래를 끝내고 영지로 돌아오다. +2 19.12.16 1,632 44 13쪽
35 골드플라워상단과의 거래. +2 19.12.15 1,717 46 12쪽
34 백작령에 도착하다. +1 19.12.14 1,729 50 13쪽
33 용병대장 파이로와의 만남. +2 19.12.13 1,807 44 12쪽
32 사연의 미궁(2) +1 19.12.12 1,805 42 12쪽
31 사연의 미궁(1) +3 19.12.11 1,926 50 13쪽
30 인챈트를 하자. +2 19.12.10 1,954 50 11쪽
29 갑옷털이 +3 19.12.09 2,063 52 13쪽
28 작업지시와 금화25개 확보를 위한 고심. +7 19.12.08 2,183 47 12쪽
27 저수지 축조작업 시작. +2 19.12.07 2,303 5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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