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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고양이 님의 서재입니다.

오늘부터 이세계 학교에 다닌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우울고양이
작품등록일 :
2022.10.12 11:16
최근연재일 :
2022.11.13 18:00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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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7
추천수 :
2
글자수 :
198,894

작성
22.10.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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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3쪽

0번째 에피소드 신학기

DUMMY

“오빠. 나는 저쪽에 앉아야 하니까. 잘하고. 아이참. 오빠!”

“어! 응? 뭐라고 했지.”

“저쪽으로 간다고.”

“나는?”

“쓰여 있는 곳으로 가야지. 정신 차려.”


‘맞다. 뭐? 너 혼자 간다고. 위험해.’라고 하기에는 벌써 여동생은 눈앞에 사라진 상태였다. 나는 나누어준 종이를 바라보다가 정면을 쳐다봤다. 한쪽에 모여서 화장하는 엘프 무리. 독서 하는 오크 무리. 욕설을 난무하며 괴롭히는 천사무리. 존재만으로 빛나 보이는 우아한 용 무리까지. 이 속을 뚫고 어떻게 가란 말이냐.


“뭐야! 너. 뭘 쳐다봐.”


나는 급히 엘프 무리로부터 눈을 돌렸다.


“거기. 너!”


나?


“왜 쳐다봤냐고!”


교복인지 사복인지 모르는 복장으로 그녀는 내게 점점 다가왔다.


“모른 척하지 말란 말이야.”


이런 날도 있지 않을까하고 이 시뮬레이션도 돌렸다. 바로 손을 들고 죄송하다고 10번 열창한 다음에 먼저 머리를 계속 조아린다면 그 누구도 사과받아주지 않을 수 없다. 안된다면 내 주머니에 있는 지갑에서 어머니께서 주신 용돈을 받치면 된다.


“야. 너!”

“죄. 죄송!”

“오크!”


오크?


“하아. 참나. 아침부터 시끄럽게 무슨 일이야. 엘프.”

“오크. 아까 쳐다봤잖아. 음흉한 눈빛으로!”

“나는 네 뼈밖에 없는 몸에는 관심 없어.”

“뭐! 이 가슴을 보고 말하는 거야. 말랐다고! 오크 자식들. 그런 심한 말을 하다니.”


엘프는 미를 중시하기 때문에 외모나 몸매에 관련된 폄하하는 말을 들으면 굉장히 모욕적으로 느낀다고 한다. 근데 저거는 아무리 봐도 가슴과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가 아닌지.


“난 가슴 보고 말한 게 아니야. 네 몸에 음흉한 눈빛을 보내지 않았다는 뜻으로 말한거야.”

“그게 그 말이잖아.”


전혀 다른거 아닌가?


“하아. 이래서 멍청한 엘프들은. 너희들은 지금 대통령이 누구인지도 모르지.”

“대통령이 뭐야. 우리가 모르는 것으로 이야기하지 말란 말이야! 우리도 똑똑해.”

“상식 중의 상식이라고. 멍청아. 고등학교까지 왔으면 조금이라도 공부하는 것은 어때.”

“공부는 멍청한 애들만 하는 거야. 나는 안 해도 돼.”

“... 알았어. 이제 책 보고 싶은데. 가면 안 될까.”

“봐바. 멍청한 애들이 공부하는 거라니까.”

“...”

“어쭈. 이제 무시하겠다. 이거야. 왜 화났어? 옛날처럼 우리를 덮치려는 거야?”

“어이. 망할. 엘프년.”

“뭐? 뭐! 엘프년이라고! 어디서 년을 붙이는 거야.”


망할은 붙여도 되는 건가.


“아무리 나를 욕해도 상관없지만. 우리 선조와 같은 종족을 욕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고!”

“싸, 싸우겠다는 거야. 그래. 좋아! 우리도 받아주겠어. 애들아!”


뒤에 있던 엘프들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는 활을 잡고 조준했다. 반면에 오크들은 상의를 벗으면서 근육을 보여줬다. 전쟁이라도 일으키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잠시 선생님들이 뛰어와 말리면서 끝이 났다.

나는 천천히 움직이면서 맡은 자리에 앉았다. 주변에 다른 이 종족이 있지 않을까 둘러봤는데. 맙소사. 인간밖에 없었다. 학교마다 편한 생활을 위해서 각 종족끼리 묶어놓는다는 말은 들었지만. 내가 다니게 된 학교가 그런 곳인지는 몰랐다. 아차차. 미소. 미소. 가장 첫인상을 좋게 보이는 방법은 미소라고 했다. 웃자. 두 입술을 귀에 걸고 최대한 웃어보자.


“헤헤.”

“안녕.”


때마침 뒤에서 내게 인사를 걸은 친구가 있었다. 이번에 내가 피나는 노력을 한 웃음을 보여줘야겠다.


“네 옆자리에. 아니야. 가볼게.”

“...”


많이 부담스러웠나 보다. 약간 미소를 줄이고 내가 먼저 다가가보자.


“안녕.”

“죄송해요.”

“아니. 나는 아무것도.”

“죄송해요. 제가 돈이 없어서요. 드릴 것이라고는 제 양말밖에 없어요. 여기요.”

“나는 정말로 아무것도.”


주변에서는 나를 바라보면서 인간무리가 속삭였고 점점 이상해져 간다는 생각이 들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나왔다.


이거 어떡하지. 완전히 망해버렸다. 학창 시절이 이렇게 바로 끝나버리는 것인가. 아. 큰일 났다. 진짜 큰일 났다. 미소 때문에 그런가. 그렇게 이상한가.


창문을 마주 보고 다시 미소를 짓자. 건너편에 지나가던 요정이 부리나케 도망갔다.


“...”

“크흐흑. 수진.”


웃음소리를 내면서 누군가 내게 다가왔는데. 그곳에는 긴 생머리에 포니테일로 묶은 여성이 있었다. 나는 그녀를 알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


“오랜만이다.”

“누구?”

“아악! 날 기억하지 못하는 거야. 나야. 나. 너랑 매일 어렸을 때 놀고 다녔던 소꿉친구!”

“...”


어렸을 때. 어렸을 때라면 놀았던 친구가 단 두 명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는 여동생이고. 다른 하나는.


“아아!! 오랜만이다. 너. 진짜 이뻐졌다. 그때는 얼굴에 볼살이 풍선 터질 만큼 있었잖아.”

“으윽. 그건 옛날이야기고. 나는 지금 완전히 달라졌다고. 고교데뷔를 했단 말이야.”

“그래도 정말로 이뻐졌어. 맨날 콧물로 밥 말아 먹던 그때랑은 전혀 다르잖아.”

“잠깐만! 어디 가서 내 과거 이야기 말하지 마. 고교데뷔했다니까. 과거의 나는 완전히 잊으라고.”

“... 알았어.”


인간이라는 종족은 과거에 크게 연연하는 생물이라고 책에서 봤다. 그녀의 행동을 보면 확실한 것 같다.


“아. 이거 떨어졌어.”


급하게 나오다가 나눠준 종이를 떨어뜨린 모양이다.


“고마워,”

“친구 사귀고 싶으면 그 미소 안 짓는 게 좋을 거야. 꿈에 나올 것만 같다고.”

“심해?”

“엄청. 너는 옛날부터 친구 사귀는 것을 무서워했잖아. 사귀려면 자신의 마음보다 상대방의 마음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때마침 안에서 입학식을 시작했다. 그녀는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면서 내게 말했다.


“수진. 아파서 학교 못 다녔다면서 건강해져서 다행이야. 전처럼 친하게 지내자.”


어. 이건 설마 친구라는 건가. 드디어 첫 친구가 생겨 버린 건가. 잠시만. 여자잖아. 여자면 여자 친구라고 해야 하는 건가. 그건 마치 사귀는 것 같잖아. 이것을 요즘 언어로 여. 사. 친. 이라고 하는 게 맞나. 나한테 남사친보다 여사친이 먼저 생겨버리다니! 어떡하지.


“크흠. 학생.”

“아. 네. 넵!”

“입학식 시작했어요. 빨리 가세요.”


나를 부른 선생님은 안경을 끼고 있는 사자 수인이었다.

수인 중에서도 위협도 랭크가 존재하는데 사자 수인은 가장 상위 랭크 수인이다. 온몸에 살이 떨리면서 나는 뒤로 물러나 도망쳐야 했다.


“가볼게요.”

“아. 잠시만요. 학생. 이쪽이 아니네.”

“네?”

“이 종이를 보고 착각하는 종족이 많아요. 종족 연합반이네.”

“종족 연합반?”

“이쪽으로 가세요.”


선생님이 밀면서 앞으로 보내자, 본능적으로 살기 위해 발이 움직이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종족 연합반이란. 각 종족 중에서 성적이 가장 우수한 대표자를 뽑아서 만든 반을 말한다.


내가 한 것이라곤 매일 책만 읽으면서 친해질 방법만 찾은 건데. 어떻게. 대표자가 되어버린 것이냐!


처음 보는 이종족들이 모인 곳에서 중간에 껴 입학식에 참여해버렸다. 나는 긴장한 나머지 머리가 따라가지 못하고 토할 것만 같았다.


“학생회장은 올라와서 선서해주시기 바랍니다.”

“네!”


우렁찬 목소리로 손을 들면서 일어난 학생회장은 무대 위로 올라섰다. 그는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랬다. 그는 아침에 우리를 도와줬던 그 오크였다.


“선서!”


그때 한쪽에서 엘프 무리는 야유를 보내면서 소리쳤다. 회장은 꿋꿋하게 선서 내용을 외쳤고 차마 눈여겨보지 못한 오크 무리가 화를 내면서 입학식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다들 각자 반으로 가주시기 바랍니다. 입학식은 이것으로 끝내겠습니다.”


주변 종족이 일어서자 나도 그들을 따라갔다. 근데 오크와 늑대 수인이 널찍한 몸으로 걸어가자 뒤에 있는 나는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좀 옆으로 이동해서 길을 터줬으면 좋겠는데. 말을 할까 했지만, 그들도 위협도 상위 랭크이기에 군말 없이 따라갔다.


“어이. 망할 녀석들아. 앞이 안 보이잖아.”


내 옆에는 한 키 작고 뚱뚱한 엘프가 안경을 낀 채로 항의했다. 큰일났다. 앞에 있던 두 덩치는 옆에 있는 나까지 내려다보면서 째려봤다. 이번 입학식에 종족 살인이 일어난다! 라고 생각했던 것에 반해. 그들은 고개를 떨구면서 미안하다고 했다. 흉측한 얼굴과는 다르게 착한 마음씨가 느껴졌다.


“뭐야. 인간이잖아. 왜 이렇게 얼굴이 안 좋아.”

“엘, 엘, 엘프.”

“보면 몰라. 엘프잖아. 엘프가 모두가 이쁘고 가슴 크고 S라인일 것이라는 생각은 다 집어치워.”


그냥 엘프라고밖에 말 안 했는데.


“그리고 그거 차별이거든. 외모차별! 공부 좀 했으면 우리 엘프가 얼마나 미를 중하게 여기는지 알잖아. 참나. 이러니까. 인간들은 오만함에 절여 산다니까.”


엘프라는 말밖에 안 했다니까.


“흥! 흥!”


그녀는 이유 모를 화를 내면서 종족 연합반이라고 쓰여 있는 반에 들어갔다.

생각해보니. 학교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리가 아닌가. 어차피 인간과 같은 반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여기서 친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아야 한다. 옆에 엘프는 안되고. 오크도 무섭고. 최대한 수인이랑 어울리면서 친목을 다지는 것이다. 수인처럼 조직력이 좋은 종족은 없으니까.


암. 다시 시작하자! 내 학교생활.


칠판에는 자리가 정해진 상태였다. 내 고민은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가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비는 수밖에 없다.


누군지 모르는 존재들이여. 이번에는 제발. 내 옆자리에는 평범한 수인이 와줘라! 제발! 내 학교생활을 위해서 제발 그렇게 해줘라! 오늘 많은 배신 당했는데. 이번만큼 도와주면 안 되겠니.


내 앞자리에는 골렘족이 앉아서 칠판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옆에는 아까 그 엘프녀가 앉아 있었다. 이건 꽝을 뽑아도 단단히 잘못된 것을 뽑아버린 것 같았다. 우리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


“칫.”


방금 혀 찬 같은데. 잘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이야. 벌써 왔네. 입학식 끝나려면 멀었을 텐데. 하하.”


때마침 문을 열고 들어온 남성은 초롱초롱한 눈빛에 볼에는 상처 자국과 근육 질적인 몸을 가지고 있었다. 뒤에는 왠지 모를 검이 걸려 있었다.


“다들 반가워. 나는 고등학교 동안 너희들의 담임을 맡은 류드라고 한다. 질문 있는 사람. 손!”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너. 질문.”


가장 가까이에 있는 녀석을 짚고서 질문권을 강제로 줬다. 나도 질문권을 받을 것 같아. 눈을 피하고 창문 밖을 바라봤다. 밖에는 나무 요정이 광합성 중이었다.

악마의 날개를 가지고 있는 그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 그게. 뒤에 차고 계시는 검은 무엇인가요.”

“이거? 엑스칼리버. 선조가 사용했던 검인데. 내가 물려받아서 계속 들고 있어.”


엑스칼리버를 다룰 수 있는 것은 용사밖에 없잖아! 네가 용사라는 거잖아!


“이 검으로 네 선조를 학살하고 다녔데. 하하.”

“...”

“농담이야. 농담. 웃자고 한 말이야. 원래 이게 용사 드립 모음 책에 가장 첫 장에 나와 있는 거야. 어때. 재밌지? 재밌지!”

“...”


반의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았고 여기서 즐거워하는 자는 류드 선생님밖에 없었다. 모든 게 엉망인 반, 주변, 선생님. 이것은 절대로 안 된다. 최후의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입학식과 자기소개를 마치자 점심시간 종이 울렸다. 나는 곧바로 일어나서 교장실로 향했다.


“들어오세요.”

“교장 선생님.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 왔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안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아. 여기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유령이 아니랍니다. 하하.”


책상 뒤에 빈 의자가 반 바퀴 돌아가더니 누군가가 앉았다. 다시 돌아오더니 늙은 고블린이 앉아 있었다.


“오. 김수진 학생이 아닌가.”

“저를 아세요?”

“우리 학교 학생이라면 다 알고 있지 않겠어요. 하하. 그래서 여기에는 무슨 일이에요.”

“저. 반을 옮겨주셨으면 합니다.”

“반. 반이라. 종족 연합반을 말하는 건가요. 왜 갑자기 바꾸려 하죠.”

“그. 저랑 안 맞는 것 같아서요. 저는 남들처럼 인간들이 모여있는 반이 더 맞는 것 같아요.”

“흐음. 아직 다닌 지 2시간밖에 안 됐잖아요. 아직 판단하기에는 이른 것 같은데요.”

“아뇨. 저는 분명 안 맞습니다. 인간들과 어울리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요.”

“학교를 처음 다니시는 거죠. 뭐. 부담감을 느끼는 것에 충분히 이해해요. 사실 저희가 종족 연합반을 만든 이유도 학생들이 좀 더 자유롭게 다른 종족과 어울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거든요. 그게 안 맞으신다고 하면 어쩔 수 없죠. 류드 용사한테 말해놓을게요.”

“아! 감사합니다. 교장 선생님.”

“그래요. 식사 시간이니까. 밥 먹도록 해요. 내일부터는 인간 반으로 가게 될 거예요.”


고블린은 의자에 내려오자 더욱 작아졌다. 내게 고블린용 사탕을 손에 쥐여주고 밖으로 내보냈다.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하고 원래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제 내일부터 다시 행복한 학교생활이 시작될 거야. 인간 친구들과 떠들고 놀고 밥 먹고. 잠깐만, 나 누구랑 밥 먹지.


반에는 벌써 상당수의 종족이 보이지 않았고 시간도 별로 남지 않았다.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혼자 식사하는 사태를 막아야만 했다.

여사친. 소꿉 친구랑 같이 식사를 권유한다면 들어줄지도 모른다. 오히려 이렇게 서로 어색해하는 순간에 내가 먼저 가서 식사하자고 권유한다면 좋아할 것이다.

반에서 나와 그녀가 있을 만한 곳에 향하려 할 때 모퉁이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수진이라는 애 정말 역겹지 않냐?”

“아. 그 애 내 소꿉친구인데. 정말 변하게 없더라.”

“소꿉친구? 아는 애야?”

“알고야 말고. 아주 어렸을 때 살짝 놀았었어. 무슨 병에 걸렸었는데. 그것 때문에 동생이랑 같이 초등학교도 안 나오는 게 되었거든. 잘됐어. 솔직히 역겨운 것은 다르지 않아서 그냥 죽어버렸어야 했는데.”

“꺄하하. 그러니까. 아까 웃는 거 보고 너무 역하더라고.”


인간은 감성적이고 이성적이기에 다른 종족과는 다르게 따돌림이 항상 존재한다. 왕따를 통해서 인간들은 조직력을 강화하고 자존감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제거한다. 책으로 봐서 알고 있었지만. 정작 그 대상이 내가 되니까. 무엇을 해야 할지. 화내야 할지. 도망쳐야 할지 모르겠다.


“앗.”

“...”

“수진아.”

“...”


그들은 나의 눈치 보고는 지나쳐 식당으로 향했다. 나는 가만히 있다가 배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 때문에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반으로 가기는 싫었고 아무도 없는 곳에 조용히 있고 싶었다.


“오빠!”


멀리서 5명의 여성이 짝을 지어 다가오고 있었다. 내가 아무것도 못 하고 좌절하고 있는 사이에 여동생은 벌써 자신만의 그룹을 만든 상태였다.


“오빠! 내 친구들이다.”


그들은 서로 수줍어하면서 손을 흔들었다. 나도 그들의 인사에 맞춰서 흔들었다.


“오빠. 밥 먹었어?”

“아. 응. 먹었어.”

“정말로?”

“으응. 친구들이 기다린다. 빨리 가봐. 나는 지금 산책하면서 돌아보는 중이거든.”

“오. 오빠!”


그녀를 뒤로하고 잽싸게 도망쳤다. 아무도 따라오진 않았지만, 도저히 도망치는 발을 멈출 수 없었다. 정신없이 움직이다가 계단 뒤에 있는 창고를 발견했다. 한쪽으로 들어가서 자리에 앉았다.


내일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학교를 그만둘까. 다신 나오지 않는 거다. 사실 학교도 여동생이 가고 싶어 해서 온 것일 뿐이지. 원래는 관심도 없다. 걱정했던 여동생도 나보다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는데. 내가 꼭 다닐 필요도 없다.


“하아.”

“왜 남의 지정석에 와서 한숨이야.”

“누구야!”

“누구긴 누구야. 여기 내 자리니까. 다른 곳에 가.”


쌓여있는 소품 건너편에서 소리가 들렸다. 나는 살짝 보니까. 내 옆자리에 앉아 있던 엘프녀가 이어폰을 낀 채로 한 손에 스마트폰을 다른 손에는 빵을 들고 있었다.


“뭐야. 너. 그 녀석이잖아.”

“하아.”

“내 얼굴 보고 한숨 쉰 이유가 뭐야!”

“... 하아.”

“어이! 장난치는 거야.”


나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서 앉았다.


“아니. 가라니까. 내 지정석이라고.”

“하아.”

“한숨 그만 쉬라고!”

“...”

“침묵도 하지마!”

“하아.”

“아으!!! 알았어. 무슨 일인데.”


그녀는 이어폰을 빼고서 내 옆자리로 왔다.


“무슨 일인지 빨리 말해. 내가 들어줄 테니까.”

“고민을 털어놓으라고?”

“네가 그러니까. 계속 한숨 쉰 것 아니야.”

“나는. 그게. 그럴지도 모르겠네.”

“나 진심으로 화나려 하고 있어.”


나는 아까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그녀는 잠시 숨 쉬는 것도 잊은 것처럼 조용히 고민했다.


“나는 왜 이렇게 못났을까.”

“어이.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마. 솔직히 말해서 나도 친구가 없어.”


알고 있는데.


“방금 매우 무례한 생각을 한 것 같은데. 어쨌든 왕따가 되는 것은 네가 못나서 그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다를 뿐이지. 나처럼 다른 엘프들과 생김새가 다른 것처럼 너의 행동이 그들한테 다르게 느껴진 거야. 단지 그뿐이라고. 너무 자책하지 마.”

“내 미래는 어떡하지. 학교생활은.”

“방법이야 많겠지. 그건 네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거야.”

“...”

“너도 친구 없어서 혼자 밥 먹고 있는데. 마음가짐 문제를 말하니까. 웃기다라고 생각하고 있지.”

“... 아니야.”

“생각하고 있었잖아!”


나는 눈물이 흘러나왔다. 나도 나 자신이 이렇게 속상해하고 있었는지 몰랐다. 사실 모든 것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반대로 흘러갔다. 그녀는 나의 이런 추잡한 모습을 바라보며 손을 내 어깨에 얹을 뿐이었다.

종소리가 울리자, 우리는 연합반으로 향했다. 학생들은 얼추 차 있었다. 다들 어색하게 멀뚱멀뚱 앞만 쳐다보고 있었다. 나도 그들 사이로 들어가서 앞만 쳐다봤다.


골렘의 등은 정말로 딱딱해 보인다. 이것이 마지막으로 보는 광경인가. 내일이면 매일 지냈던 곳에서 다시 똑같은 무료한 일상을 지내게 되겠지. 하아. 그녀의 말이 맞아. 나는 다른 인간들과 다르다. 그들은 어렸을 때부터 학교 다니면서 사회성을 키웠지만, 반면에 나는 혼자서 책만 봤다. 여자랑 이야기해 본 것도 여동생과 엄마밖에 없다. 어쩌면 내가 적응 못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엄마한테 학교 그만둔다고 말해야겠다.


“어이. 골렘.”


골렘은 뒤를 돌아봐서 나를 쳐다봤다. 눈이 동글동글한 것이 의외의 귀여운 포인트였다.


“네가 덩치가 커다래서 뒤에 있는 종족이 칠판을 못 보잖아.”


옆에 있는 엘프는 나를 위해서인지. 아니면 자신이 칠판을 보기 위해서 그런지. 내게도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


“자리 좀 바꾸는 게 어때.”

“... 미안. 긴장해서 그런 생각 못했어.”


여자였냐! 아니. 분명히 남자일 거로 생각했는데. 복장도 바지가 아니구나! 치마를 입고 있었구나. 미안하다. 골렘 종족은 성별 구별하기 가장 어려운 종족으로 뽑히고 성별을 착각하면 가장 상처 많이 받는 순위에도 올라가 있는데. 실수하지 않기를 잘했다.


“아. 그, 그, 그래. 어떻게 할까. 나도 뒤에 다른 종족이 있어서.”


너도 몰랐구나. 엘프야!


우리는 서로 완전히 뒷자리가 아니어서 바꾸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때 내 뒤에서 등을 토닥였다. 계속 우리 대화를 듣고 있던 모양이었다.


“내가 바꿔줄게.”


그는 늑대 수인이었다. 정확히는 늑대인간이라고 칭하는 것이 더욱 좋겠다. 늑대인간은 인간과 늑대 수인과의 혼혈이어서 인간 상태로 있다가 어떤 계기를 통해서 늑대가 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책상을 들고 일어나서 골렘과 바꾸기 시작했다.


“아. 너 여자였구나. 몸만 보고 남자라고 생각했네. 헤헤.”

“... 그런 이야기 많이 들어. 훌쩍.”


아무리 늑대의 외형을 가진다고 해서 모두가 생각하는 차가운 성격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세계적인 심리학자가 쓴 책에서는 외형에 따라 보는 시선이 달라지면서 성격이 비슷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같은 무리끼리 살게 되면 좀 더 풍부한 성격을 가진 종족이 생길 수 있다는 내용이 생각났다.


“안녕!”

“어. 안녕.”

“안녕!”

“...”


그는 옆에 있는 엘프와 나한테 한 번씩 번갈아 가면서 인사했다.


“나는 아돌프라고 해. 이번에 시골에서 상경했거든. 다른 이종족의 친구는 사귄 적이 없는데. 친하게 지내자.”


그 말은 친구? 방금 나를 친구라고 한 것이지 않나. 우리 친구가 되어버린 건가.


“친구?”

“인사를 나눴으니까. 우린 친구지!”

“...”


엄마. 아빠. 저 친구가 생겼어요. 그것도 늑대인간이요.


“참나.”


옆에 있던 엘프는 나의 모습을 보고 한심한지 혀를 찼다.


“너는 이름이 뭐니.”

“몰라도 돼.”

“그럼 계속 엘프라고 불러도 되니.”

“... 아니. 앨리쉬라고 불러.”

“앨리쉬. 오늘부터 너도 우리 친구다.”

“무,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친구라니. 쉽게 친구가 될 수 있는지 알아!”

“친구가 뭐 어려운 거야. 그냥 서로 이름 알면. 그게 친구지. 뭐겠어. 헤헤.”

“...”


그녀는 낯간지러운지 시선을 돌렸다.


“아, 그리고 나와 친구가 되면 주의할 게 있는데. 나는 동전의 동그란 것을 보면.”


그는 갑자기 말을 멈추고 고개를 숙였다. 시선을 옮기자 그곳에는 동그란 동전 하나가 떨어졌다.


“앗. 동전을 떨어뜨렸네.”


골렘은 숙이고 동전을 주웠는데. 한 발짝 늦었다. 아돌프는 발작 증상처럼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아우~~~~”


교복이 찢어지더니 점점 그의 몸은 짐승처럼 변해갔다.


“헥. 헥. 아우~~”


그는 완전 늑대가 되어서 우리를 습격할 줄 알았지만. 그 반대였다. 우리의 이곳저곳을 혀로 핥기 시작했다.


“꺄아~”

“으악!”


늑대는 친구를 표시하기 위해서 자신의 채취를 남한테 남긴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이상하게도 우리한테 채취 남기기가 끝나자 반 안에 있는 모두를 핥기 시작했다.

이 사태는 류드 선생님이 오시고 난 후 끝을 맺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작은 우주입니다. 제 작품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되신다면 댓글과 추천 부탁 드립니다. 아주 큰 힘이 됩니다^^(부족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번 작품은 코미디에 대해 생각하면서 썼습니다. 옴니버스 형식이기에 각 에피소드마다 이야기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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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이세계 학교에 다닌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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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21번째 에피소드 : (完)암흑지대2 22.11.13 22 0 20쪽
32 21번째 에피소드 : 암흑지대1 22.11.12 18 0 10쪽
31 20번째 에피소드 : 가출 22.11.11 18 0 16쪽
30 19번째 에피소드 : 사랑 싸움 22.11.10 22 0 15쪽
29 18번째 에피소드 : 생일파티2 22.11.09 20 0 20쪽
28 18번째 에피소드 : 생일파티1 22.11.08 19 0 10쪽
27 17번째 에피소드 : 기말고사 22.11.07 20 0 10쪽
26 16번째 에피소드 : 인터뷰 22.11.06 22 0 13쪽
25 15번째 에피소드 : 딩톡 22.11.05 21 0 10쪽
24 14번째 에피소드 : 도플갱어(난해함 주의) 22.11.04 23 0 10쪽
23 13번째 에피소드 : 인형2 22.11.03 19 0 14쪽
22 13번째 에피소드 : 인형1 22.11.02 21 0 12쪽
21 12번째 에피소드 : 공주2 22.11.01 21 0 11쪽
20 12번째 에피소드 : 공주1 22.10.31 21 0 16쪽
19 11번째 에피소드 : 영혼 교환 2 22.10.30 20 0 10쪽
18 11번째 에피소드 : 영혼 교환 1 22.10.29 22 0 13쪽
17 10번째 에피소드 : 앨리쉬 22.10.28 19 0 18쪽
16 9번째 에피소드 : 전생자 22.10.27 19 0 11쪽
15 8번째 에피소드 : 마녀 22.10.26 22 0 14쪽
14 7번째 에피소드 : 초월신 22.10.25 22 0 12쪽
13 6번째 에피소드 : 용과 서큐버스 22.10.24 22 0 16쪽
12 5번째 에피소드 : 중간고사 22.10.23 22 0 10쪽
11 4번째 에피소드 : 직업체험2 22.10.22 21 0 10쪽
10 4번째 에피소드 : 직업체험1 22.10.21 21 0 16쪽
9 3번째 에피소드 : 천사와 악마3 22.10.20 20 0 13쪽
8 3번째 에피소드 : 천사와 악마2 22.10.19 27 0 10쪽
7 3번째 에피소드 : 천사와 악마1 22.10.18 25 0 19쪽
6 2번째 에피소드 : 흡혈귀2 22.10.17 24 0 11쪽
5 2번째 에피소드 : 흡혈귀1 22.10.16 25 0 15쪽
4 1번째 에피소드 : 돼지수인 22.10.15 3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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