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매검향 님의 서재입니다.

강한 놈(나쁜 놈 되기)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매검향
작품등록일 :
2017.12.31 23:28
최근연재일 :
2018.01.11 07:0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32,088
추천수 :
659
글자수 :
64,198

작성
18.01.01 00:09
조회
2,421
추천
43
글자
9쪽

만년 과장

DUMMY

4


“등심에 소주 어때?”

“소주 괜찮으시겠습니까?”

“이런 곳에서는 소주가 제일 잘 어울려.”

“아, 네. 들었지?”


“몇 인 분.......?”

어렵게 입을 뗀 여종업원의 질문에 방 이사가 먼저 답했다.

“우선 5인 분에 소주 세 병만 가져와.”

“네, 이사님!”


단정히 인사를 한 여종원이 사라지자 비로소 따뜻한 물수건이 든 봉지를 찢어 방 이사는 손이며 심지어 얼굴까지 간단하게 닦았다. 그를 따라하던 태준이 물었다.

“천하 엔지니어링은 월 매출이 얼마나 됩니까?”


공무실 협력업체 치고는 상위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업체에 대해 태준이 묻자 잠시 생각하던 방 이사가 답변했다.

“한 5~6억쯤 되지 아마?”

깜짝 놀란 태준이 급히 물었다.


“연 매출이 아니고요?”

“이 사람아, 연 매출 같으면 어떻게 그 많은 종업원을 먹여 살리나?”

“그도 그렇겠네요.”

“그 모든 것이 자네하기 나름이니, 내 단단히 지켜봄세.”


“명심하겠습니다.”

새삼 각오를 다지고 있는 태준에게 말없이 불판용 가스 불을 켠 방 이사가 물었다.

“자네 술 실력은 얼마나 되나?”


한 부서에서 그와 장장 12년을 같이 지냈으나 태준과는 불과 몇 번 회식자리에 어울린 것이 전부인 방 이사인지라 그의 주량을 잘 몰랐던 것이다.

“한 두 병쯤 마십니다. 소주로.”


“그럼, 최소 세 병은 마신다는 소리군.”

“네.”

태준이 머리를 긁적이고 있는데 노크 소리와 함께 종전의 그 여종업원이 커다란 쟁반 하나를 들고 나타났다. 이 모습에 만족한 표정을 지은 방 이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준비는 제대로 되어 있었나 보군. 예상보다 빨라.”

“우리 가든은 언제나 손님 모실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사님!”

“쓸데없는 소리 말고, 빨리 굽기나 해.”

“네, 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의 기분에 얼굴이 붉게 상기된 나이어린 여종업원이 급히 등심 한 점을 집어 불판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그동안 어느 정도 덥혀졌는지 지칙 소리와 함께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에 태준은 급히 불판 위에 매달려 있던 닥트를 잡아당겨 연기를 포집하도록 만들었다.


* * *


저녁 7시 30분.

겨울이라 오후 다섯 시가 조금 넘으면 떨어지는 해 때문에 삼라만상은 이미 어둠에 잠겨있었다. 그러나 불야성을 이룬 곳도 있었다. 작금의 신도시라 할 수 있는 봉명동4거리 주변이었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반짝이는 한 건물 안으로 지금 두 사람이 들어서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어머, 이사님!”


무심코 인사를 하던 삼십대 중반의 예쁘장하게 생긴 마담이 마치 죽은 조상이 살아 돌아오기라도 한 듯, 급히 계산대에서 뛰쳐나와 방 이사의 목에 두 손을 두르고 매달렸다.


“잘 지냈지?”

둔부를 두드리며 묻는 방 이사의 인사에 마담이 샐쭉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아니요. 이사님 때문에 잘 못 지냈어요.”


“무슨 말이 그래? 내가 안 들른 지 며칠 됐다고?”

“그래도요. 매일 매일 보고 싶다고요.”

“하하하.......! 요 예쁜 것! 너 내 첩 할래?”

볼을 꼬집으며 묻는 말에 마담이 천연덕스럽게 답변했다.


“33평 이상의 아파트 한 채 사주시고, 월 3백 이상만 주시면 한 번 생각해 볼게요.”

“그래? 너 농담 아니다?”

“아, 그런 진지한 얘기는 단둘이 만나 이야기 하고, 어서 안으로 드세요. 얘들아, 어서 이사님 모셔라!”


“네, 언니!”

곧 방문 하나가 열리며 그 안에서 근 열 명에 가까운 아가씨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그 중 한 아가씨가 급히 방 이사의 목에 손을 두르더니 대롱대롱 매달리며 물었다.


“오늘도 절 택하실 거죠? 이사님!”

“싫다!”

“네?”

“너는 가슴이 너무 작아!”


“그 대신 밑도 작잖아요.”

“작으면 뭘 해? 물이 안 나오는 걸.”

“처음 모셔서 긴장해서 그래요.”

“됐다. 너!”


“아이 좋아라!”

선택받은 아가씨가 되지도 않는 춤을 덩실덩실 추며 좋아하는 순간 방 이사가 태준을 보고 말했다.

“자네도 한 사람 골라봐.”


“네.”

방 이사의 말에 빠르게 아가씨를 훑던 태준이 한 아가씨를 지목해 물었다.

“제 파트너 해주시겠습니까?”


“하하하.......!”

“호호호.......!”

마치 무도회에 참석한 사람처럼 너무 정중한 태준의 청에 장내에 왁자한 웃음이 번져도 지목당한 아가씨는 전혀 웃지 않고 답했다.


“좋아요!”

그러나 모두 의외라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는 장내의 인물들이었다. 태준이 고른 아가씨가 그 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였고, 더구나 통통한 아니 살이 제법 쪘다고 할 수 있는 체형의 아가씨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아가씨를 고른 태준을 방 이사는 그냥 놓아두지 않았다.“자네 취향이 좀 별나군.”

“우리 마누라 뵌 적 있으시죠?”

“보다마다. 아주 야리야리한 체형의 미인이던데?”


“아무리 맛있는 반찬도 오래 먹으면 질리는 법입니다.”

“하하하.......! 그럴 수도 있겠군. 자 어쨌거나 들어가 우리 오늘 신나게 한 번 즐겨보세.”

“모시겠습니다. 이사님!”


지금까지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마담이 별로 풍만하지도 않은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앞장섰다. 이내 복도 제일 안 쪽 1번이라 적힌 방에 멈추어선 마담이 문을 활짝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곧 네 사람이 뒤를 따랐다. 아니 웨이터 한 명도 작은 쟁반을 들고 같이 따라 들어왔다.


곧 길쭉한 장방형의 테이블의 안쪽에 방 이사가 자리를 잡고 태준은 그의 맞은편에 마주 앉았다. 그러자마자 같이 따라 들어온 남자 웨이터가 쟁반 위의 물수건을 탁자 위에 놓으며 말했다.

“룸서비스입니다.”


“이 사람아, 숨 좀 돌리거든.”

“아, 네!”

웨이터가 멋쩍은 표정을 짓는데 태준은 그보다는 방 이사가 탁자 위에 올려놓은 마치 벽돌크기만한 휴대전화에 꽂혀 있었다.


이를 눈치 챈 방 이사가 물었다.

“왜 부럽나? 그러면 한 대 사시게.”

“너무 고가라 서요.”

“고가는 고가지. 근 300만 원에 육박하니 웬만한 월급쟁이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지.”


방 이사의 말 그대로였다. 그 대신 태준은 작년부터 전국적으로 광역화되어 보급되기 시작한 소위 ‘삐삐’라는 무선호출기를 허리춤에 차고 있었다.


“하실 얘기 있으세요?”

마담의 물음에 방 이사가 곧장 답했다.

“벌써 얘기 다 끝났으니 술이나 들여와.”


방 이사의 말 그대로였다. 태준은 가든에서 낮에 준비한 백만 원 권 수표 두 장을 미리 뇌물로 건네준 것이다. 나중에 오리발을 내밀까봐 주기 전에 수표번호까지 기록해 놓았다 하지만 자신의 월급 한 달 치도 넘는 금액을 주려니, 가슴에 피눈물이 흐르는 것을 꾹 참고 준 것이다.


그런 그의 심정도 전혀 모르고 방 이사는 즐거운 신색으로 마담에게 추가로 물었다.

“내가 즐겨 마시는 술 알지?”

“그럼요. 차군아! 어서 준비 해와.”


“네.”

너무 일찍 물수건을 가져오는 바람에 팁 한 장 받지 못한 차 씨 성의 웨이터가 곧 떫은 얼굴로 방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얼마 후 차군의 손에 의해 리버스리갈 한 병과 과일 안주 그리고 실론티 네 캔이 일시에 들어왔다. 그러자 병을 딴 마담이 말했다.


“한 잔 따라드리고 이 노계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자네가 노계면 나는 뭐야?”

“여기 있는 아가씨들에 비하면 노계라는 말이죠.”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고, 내가 볼 때는 자네도 영계야. 하니 아까 내가 한 말 진지하게 한 번 생각해보라고.”

“알겠습니다. 이사님!”


말을 하는 동안에도 마담은 기술 좋게 방 이사의 잔에다 알맞게 술을 따라주었다. 그러자 방 이사가 급히 잔을 들이키더니 그녀의 술병을 빼앗아들고 말했다.


“내잔 한 잔 받아!”

“영광이옵니다.”

경극을 하듯 황송한 표정을 지은 마담은 잔이 차자 곧 그 자리에서 단숨에 잔을 비우고는 말했다.


“이 노계 퇴청하옵니다. 즐겁게 노다 가십시오.”

“필요하면 부를게.”

“네.”


둘이 수작질하는 동안 태준도 자신의 파트너로부터 술 한 잔을 받았고, 그녀의 잔에도 한 잔을 따라주었다.

“인사들 해야지.”

“네.”


방 이사의 말에 두 아가씨가 자리에서 발딱 일어서더니 차례로 자신을 소개했다. 계급이 강패라고 방 이사 파트너가 먼저 자신의 예명을 말했다.


“장미희라 하옵니다. 예쁘게 봐주세요.”

“백금녀라고 해요. 뚱뚱하다고 놀리지나 말아주세요.”

“하하하........!”


자신 파트너의 말에 태준이 대소를 터트리는데 전혀 웃지 않은, 웃음기 하나 없는 방 이사가 두 아가씨를 향해 버럭 소리 질렀다.

“내가 너희들 이름 따위나 듣자고 소개하라 했겠어? 그러지 말고 가슴과 아랫도리나 보여줘. 잘 알면서 오늘따라 왜 이러실까?”


방 이사의 말에 서로를 바라보며 두 아가씨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


작가의말

감사드리고요!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한 놈(나쁜 놈 되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6 노래방 및 기계사업 18.01.11 1,365 47 9쪽
15 시작은 미약했으나 +4 18.01.10 1,346 35 9쪽
14 시작은 미약했으나 +2 18.01.08 1,470 29 10쪽
13 시작은 미약했으나 +2 18.01.07 1,658 39 10쪽
12 시작은 미약했으나 18.01.06 1,578 38 8쪽
11 시작은 미약했으나 +2 18.01.05 1,712 37 9쪽
10 독립 +2 18.01.04 1,838 39 10쪽
9 독립 +6 18.01.03 1,868 39 9쪽
8 독립 18.01.02 1,957 38 8쪽
7 독립 18.01.02 1,978 39 9쪽
6 독립 +3 18.01.01 2,280 43 8쪽
5 만년 과장 +7 18.01.01 2,299 43 10쪽
» 만년 과장 +4 18.01.01 2,422 43 9쪽
3 만년 과장 +3 18.01.01 2,491 42 8쪽
2 만년 과장 +2 18.01.01 2,591 53 9쪽
1 만년 과장 +6 18.01.01 3,223 55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