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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검향 님의 서재입니다.

강한 놈(나쁜 놈 되기)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매검향
작품등록일 :
2017.12.31 23:28
최근연재일 :
2018.01.11 07:0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32,086
추천수 :
659
글자수 :
64,198

작성
18.01.01 00:04
조회
3,222
추천
55
글자
9쪽

만년 과장

DUMMY

1


“여보, 여보! 얼른 일어나요.”

“으응.......?”

“출근 늦겠어요. 어서 일어나 씻고 식사하세요.”

“몇 시인데 그래?”


“안 그러더니 왜 그러세요?”

“몇 시인데 그래?”

짜증 섞인 강태준의 물음에 조하영이 답했다.

“5분 전 8시에요.”


“별로 늦지도 않았고 만 그래.”

“근래 이런 일이 없었잖아요?”

“피곤해서 그런가봐.”

“그래서 그런지, 밤일도 시원찮고......”


“뭐?”

남편 강태준의 버럭에 아내 조하영이 침대에서 멀어지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듯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빨리 씻고 출근이나 하세요.”


“알았어!”

마지못해 침대에서 일어난 태준이 얼굴을 매만지며 비척비척 욕실로 향했다. 곧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태준은 자신의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았다. 거기에는 삼십대 후반의 제법 준수한 얼굴이 비춰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얼굴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피부는 탄력이 없었고 조금은 부은 얼굴이었다. 그런 얼굴을 매만지며 더욱 거울로 가까이 들이밀던 태준의 입에서 갑자기 비명성이 터져 나왔다.


“아니! 이 얼굴은 또 뭐야, 내가 왜 여기 있지? 나 죽은 것 아니었어?”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는 듯 황당한 얼굴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던 태준이 진정하라는 듯 자신에게 속삭였다.


“가만, 가만.......!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분명 나는 교통사고로 육십이 넘어 죽었고, 지금의 아내는 또 뭐야? 왜 이렇게 젊어? 내가 환생을 한 것인가, 아니면 내 죽음이 꿈인가?”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장자지몽(莊子之夢)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러나 그걸 깊이 생각할 게재가 아니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적으로 자신의 몸은 분명 삼십대 후반이고 아내와는 아직 이혼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당장 출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곧 빠르게 면도와 세면을 마친 태준은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식탁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태준이 식탁 의자에 앉자마자 돌아서서 국을 푸고 있던 아내가 물었다.


“올해도 승진은 못하는 건가요?”

“뭐?”

“귀 안 먹었어요! 웬 버럭질이야!”

“이 여편네가!”


“흥!”

여편네라는 한마디에 코가 빠질 정도로 콧방귀를 세게 뀐 아내가 콩나물국 그릇을 식탁위에 팽개치듯 놓으며 말했다.

“들라면 들고 말라면 말아요. 해마다 진급도 누락되는 주제에 제 마누라 알기는 거지발싸개 같이 알고, 흥이다!”


점점 멀어지며 퍼붓는 아내의 악다구니에 한동안 멍한 표정이던 태준이 급히 물었다.

“지금이 몇 년도지?”

“하다, 하다 이젠 벌써 치매에요? 93년도잖아요. 그것도 1월. 곧 승진인사도 있을 거고요.”


고개를 갸웃하며 숟가락을 들어 콩나물국을 한 술 떠 입으로 가져가던 태준이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멀리서 이 거동을 지켜보던 하영이 물었다.

“정말 밥 안 먹을 거예요?”


“치워!”

“후회하지 마세요?”

태준은 대꾸도 없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이미 준비된 와이셔츠로 갈아입고 신속히 넥타이도 메었다. 그리고 빠르게 양복까지 갖춰 입은 그가 막 문을 벗어나는데 아내가 말했다.


“양말은요?”

‘아 차차! 그러고 보니 맨발이네.’

자각한 태준은 곧장 다시 방안으로 들어와 양말을 찾아 신었다. 곧 다시 방을 나온 태준은 서류가방까지 챙겨들고 서둘러 집안을 빠져나왔다.


머지않아 지하주차장에 도착한 태준은 자신의 차를 찾아 한참 헤매다 이윽고 소형승용차에 올라 회사로 향했다.


* * *


회사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싸했다. 그가 자신의 자리에 앉자마자 과원들이 하나 둘 자리를 이탈했다. 그리고 멀리서 자신을 지켜보는 시선들은 마치 징그러운 벌레 보듯 했고, 더한 녀석은 입에 조소마저 매달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묵묵히 서류를 챙기던 태준이 무슨 생각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부원들이 간 곳인 커피자판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가 휴게실로 들어서자마자 모두 얼굴 돌려 외면하는데 그래도 심성 고운 정 대리가 물었다.


“커피 한 잔 빼드릴까요?”

이때 태준이 답을 하기도 전에 끼어드는 놈이 있었다. 자신의 과원이었다가 자신보다 빨리 차장으로 진급한 이효재라는 놈이었다.

“언제 스스로 한 잔 빼먹는 것 봤어? 짠돌이, 구두쇠!”


‘짠돌이, 구두쇠’라는 말이 아프게 가슴을 두드렸다. 태준이 주머니를 뒤적이며 말했다.

“나 동전 있어.”

“너무 늦으신 것 아닙니까?”

“뭐?”


태준이 눈을 부릅뜨자 말한 이효재가 등을 돌렸다. 내심의 분노를 심호흡으로 삭인 태준이 정 대리가 내미는 뜨거운 커피를 받았다. 이 때 아리따운 한 여성이 공간 안으로 들어섰다. 공무 이사실의 비서로 근무하고 있는 오 양이었다. 그녀가 새침한 표정으로 태준에게 말했다.


“이사님이 보잡니다.”

“알았어. 곧 간다고 전해!”

그녀 또한 무시하듯 한마디 대꾸 없이 냉정하게 등을 돌려 사라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급히 커피를 마시던 태준이 그 뜨거움에 켁켁거리자 모두 고소하다는 얼굴로 휴게실을 빠져나갔다.


그런 그들을 보며 태준은 내심 절규하고 있었다.

‘모두 나한테 왜 이래? 내가 잘못한 게 도대체 뭔데? 성실하고 고지식하게 살아온 죄밖에 더 있어? 한 가지 더 있다면 아끼고 아낀 것이지.’


분노로 뜨거운 커피마저 단숨에 입안에 부어버린 태준은 목을 태울 듯한 뜨거움에 가슴을 두드리며 이사실로 향했다. 곧 이사실 밖에 도착한 태준은 노크와 함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곧 비서 오 양이 턱짓으로 안으로 들어가 보라는 시늉을 했다.


이에 태준은 이사실 방 가까이 다가가 다시 한 번 노크를 하려다 주춤했다. 자신도 모르게 긴장이 되었다.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한 태준이 용기를 내어 문을 두드렸다.

똑 똑!


“들어와요.”

저음의 굵직한 목소리가 태준의 몸을 더욱 긴장시켰다. 조심스럽게 문을 연 태준이 방안으로 들어서자 만면에 웃음을 지은 공무이사 방상태가 자리를 권했다.


“그 쪽으로 앉아요.”

“감사합니다.”

답한 태준은 주춤주춤 소파로 다가가 엉덩이 끝만 걸쳤다. 그런 그에게 여전히 만면에 미소를 띤 방 이사가 다가오며 부드러운 음색으로 물었다.


“아직 인가?”

“네?”

어안이 벙벙한 얼굴의 태준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린 방 이사가 보다 굳은 음성으로 물었다.


“아직 울산공장으로 내려갈 결심이 서지 않았는지 물었네.”

“하면 최소 차장 진급은 되는 겁니까?”

“이 사람이 지금 내 말을 귓등으로 들은 거야 뭐야? 가기 싫으면 당장 사표 써.”


방 이사의 노여움에 화들짝 놀란 태준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3일간만 여유를 주십시오.”

말을 해놓고 태준은 또 한 번 내심 화들짝 놀랐다.


‘전생에서도 이런 답변을 했지. 그러고 보면 이게 환생인지, 여전히 전생인지? 환생을 했다면 최악의 상황에 환생을 했구나! 더 이상 어떻게 손 써 볼 수도 없는 최악의 상황에.’


말을 해놓고 생각에 잠겨 있는 부하직원을 잠시 딱하다는 눈길로 바라보던 방 이사가 조금은 풀린 음성으로 말했다.

“나는 그래도 최소한 자네를 배려해 밥줄은 끊지 않았네. 그런데 자꾸 시일을 끌면 어떻게 해?”


“정 그러시면 단 하루, 하루 동안만이라도 여유를 주십시오.”

“좋아! 그 정도는 내 배려해주지.”

“감사합니다!”


급히 일어나 머리를 조아리는 강태준을 바라보며 방 이사가 다시 웃음을 매달고 부드러운 음색으로 물었다.

“어느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성실한 자네가 왜 이 지경까지 몰렸는지 그 이유를 아나?”


“글쎄요?”

미처 답하지 못하는 부하직원을 방 이사가 한동안 안타깝다는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러던 50대 중반의 중후한 풍채의 방 이사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쯧쯧.......! 자네는 다 좋은데 한마디로 너무 고지식해! 사람이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때로 윗선에 손을 비빌 줄도 알아야 되고, 부하직원이나 협력업체까지도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곤란하거든.”


‘아.......!’

“그리고 또 하나. 너무 소심한 것도 문제야.”

“컥.......!”


내심 가슴을 꽉 죄어오는 듯한 답답함에 구토를 하듯 괴상한 신음성을 내지른 태준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그 길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사실을 빠져나갔다.


--------


작가의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소원 성취하세요!

칭찬은 고래뿐이 아니라 작가도 춤추게 합니다.

괜찮으시다면 꾹~!

선작도 부탁드립니다.

새해부터는 16mm 박강판을 얼굴에 깔까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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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99 borislee
    작성일
    18.01.01 00:39
    No. 1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대박 나세요,
    신년 초하루 시작 하자마자 읽은 글입니다.
    고지식하고, 청렴결백해도 나이먹어 보니 모두가 헛되고 헛된 것 같으니 나도 한번 그 시절로 되돌아가서 다시한번 산다면 하는 명제를 주는 글이네요. 잘 보고 가며 열심히 성원하겠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매검향
    작성일
    18.01.01 00:41
    No. 2

    borislee님!
    첫 댓글 진심으로 반갑고 고맙습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원하시는 모은 것 이루시는 한해가 되시길 기원, 기원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Nuan
    작성일
    18.01.01 17:32
    No. 3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작성자
    Lv.99 매검향
    작성일
    18.01.01 21:05
    No. 4

    Nuan님!
    반갑고 고맙습니다!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7 자연사람
    작성일
    18.01.02 20:58
    No. 5

    아이쿠 반갑습니다! 작가님 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매검향
    작성일
    18.01.03 01:54
    No. 6

    자연사람님!
    너무 즐겁고 소중한 인연입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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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독립 18.01.02 1,957 38 8쪽
7 독립 18.01.02 1,978 39 9쪽
6 독립 +3 18.01.01 2,280 43 8쪽
5 만년 과장 +7 18.01.01 2,299 43 10쪽
4 만년 과장 +4 18.01.01 2,421 4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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