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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휘 님의 서재입니다.

별에서 온 조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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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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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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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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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별에서 온 조선인 14장

DUMMY

14장.





증 대인은 산에 사슴과 소, 양 등을 몰아넣은 뒤에 불을 질러 가축을 산 채로 굽는 무시무시한 퍼포먼스를 보여 주었다.

미, 미친.

증 대인은 그렇게 해서 구운 가축 중에 맛이 있으면서, 가장 잘 익은 부위만을 몇 점 따로 선별하여 저녁으로 내왔다.

그, 그냥 동파육에 만두나 몇 점 줄 일이지.


양심의 가책을 좀 느끼긴 했지만, 그 정성에는 혀를 내둘렀다.

다음 날엔 임상옥의 부탁을 받기 무섭게 산동 전역에 사람을 개떼처럼 풀어 필요한 정보를 물어왔다, 아니 가져왔다.


증 대인에 따르면 그 신흥 상단은 요즘 안휘, 산동을 중심으로 점점 세력을 무섭게 떨쳐 가는 염상이 만든 조직이었다.

이름은 전에 들은 대로 염자 상단이었고.


“근데 염상이 뭐죠?”

“소금을 밀매하는 놈들이야. 아주 성질이 지랄 맞지.”


산전수전을 다 겪은 임상옥이 저럴 정도면······, 조금 쫄리는데.


임상옥 백과에 따르면.

소금은 나라에서 엄격하게 관리하는 품목이라고 한다.

나트륨이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필수 영양소여서는 아니고······, 소금에 매기는 세금이 재정의 큰 몫을 차지해서다.

청나라도 마찬가지라, 전매법으로 민간 거래를 엄격히 막았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법을 지키고 살진 않는 법.

어느 시대나 소금을 밀거래해 이익을 챙기는 무리가 있었다.

세금 없는 소금에 이문 좀 붙여 팔면 완전히 남는 장사니까.

그리고 그런 무리가 모여 결성한 조직이 바로 염상인 거다.

임상옥 백과는 섬뜩한 경고를 날리며 끝났다.


“염상은 거친 놈들 천지야. 다른 조직과 경쟁하면서 조정의 추적까지 뿌리치느라, 고문, 살인, 납치를 서슴지 않는다고.”

“제가 염상과 거래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너무 위험한 일이라 그렇지.”


그러면서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지 말고 남경이나, 소주, 항주 같은 도시에 가져가 팔지 그래? 그 새를 타고 가면 거기까지 얼마 걸리지도 않잖아?”


남경, 소주, 항주면 강남인가?

확실히 산동보단 사정이 낫긴 하겠지.

하지만 강남 상단은 내가 컨트롤할 수 없다.


이번 딜은 단순히 복수 차원에서 이뤄지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복수는 곁가지에 가깝지.


“전 산동성에서 염자 상단과 거래하겠습니다.”

“고집불통이네. 알았어. 그렇게 하지. 하지만 증 대인의 도움을 받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목이 남아나질 않는다고.”

“증 대인이요?”

“여기가 산동인 이상, 증 대인의 이름을 팔면 놈들이 제아무리 흉악무도한 염상이라도 함부로 손을 쓰기 어려울 거야.”


증 대인의 이름을 팔라고?

그냥 부자여서는 아닌 거 같은데 이유가 뭐지?


“그러면 이점이 있습니까?”

“그걸 알려면 먼저 증 대인의 조상이 누군지부터 알아야 하지.”

“조상이 누군데요? 유명한 사람입니까?”

“증 대인은 증자의 후손이야.”


아, 증자.

공자의 수제자며 동양 오성 중 한 명이었던가?


“그 증자가 바로 여기 산동성 출신이야. 그리고 증 대인은 그 증자의 적통인데 유교가 태어난 이 산동성에서는 공자, 맹자, 증자의 후손을 상대할 때, 체면을 봐주는 풍습이 있지.”


그런 어드밴티지가 있다면 머뭇거릴 이유가 없지.


“그럼, 그렇게 하죠.”

“소개받는 일은 내가 증 대인에게 부탁하지.”


증 대인은 임상옥의 부탁을 흔쾌히 수락했다.


다음 날.

우린 봉래 교외에 자리한 멋진 누각에 올라가서 칼날처럼 날카로운 절벽에서 떨어지는 백룡 폭포의 장관을 구경했다.

우오오, 진짜 화이트 드래곤을 닮았네.


그때, 염상 수십 명이 불량한 기운을 뿜어내며 도착했다.

와우, 인상들이 하나같이 쥑이네.


인상만 죽이진 않았다.

너나 할 거 없이 허리나, 등 뒤에 도끼 같은 흉기를 차고 있어 거래하려고 온 게 아니라, 구역을 접수하러 온 거 같았다.

하, 조직폭력배가 따로 없네.


난 걱정되어 옷 안을 다시 체크했다.

치렁치렁한 청나라 옷 밑에 전투용 우주복이 숨겨져 있었다.

그나마 이게 있어 좀 안심이 되네.


물론, 공격 무기인 글레이도 잘 감춰 두었다.

이 두 가지 장비라면 오늘 여기서 무슨 사달이 일어나든, 임상옥을 끝까지 보호하며 조선으로 달아날 자신이 있었다.

포위당해도 궁니르를 시켜 힐디를 부르면 되니까.

그러면 제깟놈들이 뭘 할 수 있겠어.

고작 침이나 뱉고 욕이나 하겠지.


위협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누각으로 올라오던 염상 무리 앞을 역시 한 인상하는 증 대인 수하들이 당당하게 막아섰다.

올라가고 싶으면 무기를 풀어 놓고 가라는 건가?

염상 무리는 당연히 화를 내며 난동을 피웠다.

거래 전에 벌써 피를 보나 싶어 약간 떨렸다.


하지만 그때, 염상 두목으로 보이는 중년 사내가 껄껄 웃으며 무기를 먼저 풀어 증 대인 수하에게 두 손으로 바쳤다.

두목이 시범을 보인 마당에 졸개들이 반항하긴 쉽진 않았다.

그건 두목의 권위에 도전하는 행동이니까.


덕분에 소동은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가라앉았다.

임상옥은 그 모습에 꽤 깊은 인상을 받은 듯했다.


“염상 두목이란 자의 담이 꽤 크구나. 앞으로 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촌구석에서 썩다가 죽을 놈은 아닌 거 같아.”

“같은 생각입니다.”


오늘 거래의 호스트를 맡은 증 대인이 염상 두목을 맞이한 뒤에 그를 이쪽으로 데려와 우리와 통성명을 시켜 주었다.

두목의 이름은 장락행으로 안휘성 박주가 고향이었다.


난 임상옥 뒤에 숨어 장락행이란 자를 살펴보았다.

역시 상인 타입은 절대 아니었다.

그보단 수호지에 나오는 호걸에 가까우려나.

뭐 말이 좋아 호걸이지, 깡패라고 봐도 무방하겠지만.

곧 협상 자리를 마련해 준 증 대인이 겸양하며 빠졌다.


잠시 후.

임상옥이 장락행과 마주 앉아 거래에 들어갔다.

장락행이 중국에서 인기 많은 홍삼이 아니라, 수삼인 점을 태클 걸자 임상옥은 조목조목 반박하며 계속 주도권을 잡았다.

뭐 임상옥이야 평생 인삼만 만져 온 장인이니까, 애초에 이 싸움은 장락행이 이기기 힘들어 순식간에 기세가 넘어왔다.


“에이, 그런 헐값으론 거래 못 하지!”


심지어 엄청난 연기력으로 블러핑을 적소에 쳐대는 바람에 멀찍이서 듣던 증 대인까지 나서서 뜯어말려야 할 정도였다.

와우, 저 영감님이랑 절대 카드하면 안 되겠네.

이미 속 사정을 다 아는 나마저도 움찔할 정도니.

장락행은 당장이라도 판을 접고 떠날 거처럼 기세등등하게 구는 임상옥을 보고 기겁해 얼른 주먹을 맞잡고 사과했다.


그때, 대화를 경청하던 청년 하나가 고개를 스르륵 떨구었다.

오, 염자 상단 쪽 사람 같은데 블러핑을 알아챈 건가?

그러고 보니 확실히 눈에 띄는구나.

나이는 이제 막 콧수염이 나기 시작한 정도였다.

하지만 풍기는 분위기나, 눈빛에서 벌써 자연스럽게 주변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어 닭장에 갇힌 학의 느낌을 주었다.


그사이, 임상옥의 언변에 농락당한 장락행이 먼저 항복했다.

뭐든 팔아 주겠단 말을 지키시는구나.

임상옥이 조수에게 지시하듯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이든아, 가져온 표본을 이들에게 보여 줘라.”

“예, 대방 나리.”


난 나무 상자를 꺼내 누각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사람들이 웅성대며 상자 주위로 모여들었다.

난 일부러 시간을 좀 끌다가 상자를 개봉했다.


그 순간.

수삼의 강렬하면서도 독특한 향기가 누각에 진동했다.


“와아아!”


사람들은 체면도 잊고 너나 할 거 없이 코를 계속 킁킁거렸다.


내가 가져온 수삼은 향기만 뛰어난 제품이 아니었다.

뿌리에 달린 줄기와 잎은 좀 전에 캔 거처럼 여전히 싱싱했다.

거기다 크기는 평범한 수삼보다 두 배는 컸다.

프레이야 프로그램을 이용해 최고급 인삼을 재배한 덕이었다.


가장 먼저 반응한 사람은 의외로 증 대인이었다.

그는 수삼 한 뿌리를 조심스레 꺼내 살펴보았다.

그러고는 연달아 ‘하오, 전더하오’라며 크게 소리쳤다.

증 대인도 인삼 전문가라 단번에 수삼의 가치를 알아본 거다.


이제 오히려 급해진 쪽은 증 대인이었다.

그는 도망 못 가게 임상옥의 소맷자락부터 틀어쥐었다.


“임 대방, 우리가 나눈 정을 생각해서 수삼 100뿌리는 나에게 팔아 주게. 값은 극상품 홍삼의 세 배로 쳐 줌세. 어떤가?”


하지만 임상옥은 대답할 정신이 아니었다.

그는 내가 이렇게 큰 수삼을 갖고 있을 거라 생각 못 한 듯 한동안 입만 떡 벌리고 서서 나와 표본을 번갈아 보았다.


“이런 물건을 가지고 있다고 왜 말 안 했어?”


난 어깨를 으쓱했다.


“물어보지 않으셨잖아요.”

“아이고, 이 화상아.”


증 대인에게 양해를 구한 임상옥이 날 한쪽으로 데려가 물었다.


“저런 무지막지한 놈을 네가 키웠다고?”

“이상해요?”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기이해서 그렇지. 아무튼 저런 놈이 있었으면 진작 말을 할 것이지. 그랬으면 굳이 두목과 흥정할 필요 없이 표본만으로 반 이상 먹고 들어갔을 텐데.”


임상옥은 헛심을 썼다며 투덜거리다가 결국 받아들였다.


“하긴 날아다니는 새까지 가진 놈인데 아주 이상한 건 아니지.”

“근데요. 상대가 흥정을 포기하고 일어서면 어쩌려고 계속 압박하신 거예요? 설마 진짜로 판을 접을 생각은 아니셨죠?”

“내가 허풍 떠는 건 줄 알았냐?”

“그럼 아니었어요?”

“녀석아, 원래 허풍은 거짓 1분에 진실 9분을 섞어 줘야 통하는 법이야. 적당히 5, 6분 섞어서는 상대도 다 눈치챈다고.”


경험에서 우러나온 듯한 조언에 난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임상옥과 거래 장소로 돌아갔을 때.

그 군계일학 청년이 장락행에게 뭔가를 소곤거리고 있었다.

무슨 얘기를 하는 거지?

거래에 관한 조언인가?


조언받고 온 장락행이 샘플을 검사해 보자고 제안했다.

어려운 일은 아니어서 장락행에게 수삼 다섯 뿌리를 주었다.

장락행은 다시 그 수삼을 데려온 자기네 쪽 의원에게 건넸고.

수삼을 씻어 뿌리 일부분을 복용한 의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실 협상은 거기서 끝난 거나 마찬가지였다.

의원은 당황한 표정으로 장락행에게 달려가 뭔가를 속삭였다.

한참을 주의 깊게 듣던 장락행은 크게 기뻐했다.

아마 최고급 인삼이란 말을 들은 걸 테지.

22세기 첨단 기술을 집대성해 재배한 인삼인데 당연하지.


잠시 후.

증 대인을 증인으로 삼아 거래가 이루어졌다.

거래를 마친 다음에는 물건과 대금을 교환했다.

물론, 양측 다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워낙 거금이 걸린 일이라 다들 긴장의 날이 바짝 서 있었다.


곧 증 대인이 보는 앞에서 우리가 가져온 수삼과 염자 상단이 가져온 은을 확인해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교환했다.

이번 거래에 크게 만족한 장락행이 신신당부했다.

임상옥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계속 거래하자는데 어떻게 할 거야?”

“그렇게 하자고 하세요. 단, 조건을 몇 가지 걸고요.”


그렇게 무리한 조건은 아니어서 장락행도 승낙했다.


그날 밤.

증 대인이 주최한 연회에서 우린 장락행을 포함한 염자 상단과 성공적인 거래를 축하하며 친목을 도모하는 자리를 가졌다.

덕분에 염자 상단에 대해 꽤 많은 정보를 얻었다.


그들은 안휘성과 산동성 염상을 중심으로 몇 달 전에 결성한 조직이었는데 염상보다는 염자라고 불리길 더 좋아했다.

그래서 염상 상단이 아니라, 염자 상단인 거구나.

염자도 무슨 뜻이 있다고 했는데 복잡해서 바로 잊었다.


그들이 갑자기 인삼 밀무역에 뛰어든 이유도 밝혀졌다.

아편 전쟁에서 굴욕을 겪은 청나라 조정이 배상금을 내기 위해 소금 밀매를 전보다 훨씬 강력하게 단속하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그들도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려야 했다는 거다.

그게 마침 고소득을 보장하는 인삼 밀거래였던 거고.


난 임상옥을 통해서 송상에 거래를 제안한 일을 물어보았다.

거나하게 취한 장락행은 자랑하듯 털어놓았다.


송상이 청나라 황실을 뒷배로 둔 왕주 상단을 배신할 수 없다며 그들의 제안을 뿌리치는 바람에 화가 난 그들은 개성에 있던 인삼밭에 쳐들어가 인삼 수십 근을 훔쳤다고 한다.

남태호 아저씨가 가져온 정보와 정확히 일치하네.

보부상을 아예 정보 조직으로 만들어도 괜찮겠어.


아 참, 그걸 알아본다는 걸 깜빡했네.

난 슬쩍 임상옥의 허리춤을 잡아당겼다.

임상옥이 갑자기 역정 냈다.


“애처럼 옷은 왜 잡아당기는 거냐? 왜? 뒷간에 같이 가 주랴?”

“아니, 그게 아니고 그거요.”

“아아, 그거. 그냥 말로 할 것이지.”


임상옥은 그제야 군계일학을 가리키며 누군지 물었다.

술이 정수리까지 차오른 장락행이 바로 털어놓았다.


“주정뱅이 말에 따르면 저 젊은이는 염자 상단 소속이 아니야.”

“그러면요?”

“광서성에 있는 배상제회란 종교 단체 소속이라는데.”


배상제회가 뭐지?

뭐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광서성이면 여기서 엄청 먼데 뭐 하러 왔대요?”

“요즘 아편으로 청나라가 망하기 직전인 건 알고 있지?”

“당연히 알죠.”

“배상제회에도 아편에 중독된 신도가 많은 모양인데······, 광서성 어떤 고명한 의원이 고려 인삼으로 아편 중독을 낫게 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해서 여기까지 사람을 보낸 모양이야.”

“아, 고객이었군요. 근데 인삼에 그런 효능이 있어요?”

“나야 모르지. 뭐 몸은 덜 상할 수도 있겠네.”


그 순간, 사탄도 울고 갈 계획 하나가 머리를 스쳤다.

아편, 아니 아편에서 뽑아낸 모르핀을 헤로인으로 정제해서 저 거대한 시장에 팔면······, 돈을 갈퀴로 쓸어 담지 않을까?

영국만 꿀 빨게 해 줄 순 없으니까.


하지만 곧 씁쓸하게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비프로스트에 분노하면서, 정작 그 못지않게 사악한 짓을 저지르려는 데서 오는 이율배반적인 태도 때문은 아니었다.


그보단 현실 문제가 컸다.

영국이야 아시아에서 철수한 후에, 뭐 홍콩은 20세기 후반이나 가서야 반환하긴 해도, 어쨌든 중국과 얽힐 일이 그다지 많지 않지만 우리는 한반도를 들어서 유럽으로 옮기지 않는 이상, 저들과 코를 맞대고 같이 살아야 할 운명이었다.

속 좁은 성격을 생각했을 때 두고두고 원한을 갚으려 들겠지.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자기가 꽂아 둔 빨대에서 꿀이 더는 올라오지 않으면 분명 혐성국으로 이름 높은 저 영국이 지랄발광하며 쳐들어오겠지.

우리가 근대화를 이루어 대영 제국 함대를 찍어 누를 정도의 해군력을 갖췄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철갑선으로 작열탄 한 방만 쏴도 무너질 터라, 위험한 도박은 피하고 싶었다.


가만!

이거 잘하면 돈 벌 기회가 있을 거 같기도 한데?

거기다 점수도 따는 그런 기똥찬 거 말이야.

좋아, 돌아가는 대로 각 잡고 연구해 봐야겠어.


우린 장락행의 배려로 군계일학과 대화를 나누었다.

군계일학은 조선에서 온 상인을 무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정중하게 대했다.


“석 씨에 이름은 달개라고 하는군. 배상제회에 몸담은 진 얼마 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좋은 거래를 이어 나갔으면 한다네.”

“석달개, 석달개······.”


분명 어디서 들어 본 이름 같은데 생각이 나질 않네.

내가 천재긴 해도 다 기억하진 못하니까.


“왜 그래?”

“배상제회도 그렇고 석달개도 이름이 좀 낯익어서요.”

“중국통인 나도 처음 듣는 이름을 자네가 안다고?”

“아무튼 나도 만나서 반가웠고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또 만나자고 전해 주세요. 여유가 있으면 강화도로 찾아와도 좋고.”

“그러지.”


임상옥의 통역이 끝나고 나서.


“다음에 또 만납시다.”


난 어색한 중국 말과 함께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살짝 미소 지은 석달개도 피하지 않고 내가 내민 손을 잡았다.

때론 말이 필요 없을 때가 있는데 지금이 그러했다.

우린 악수를 통해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다.


다음 날.

임상옥은 빼놓은 수삼 100뿌리를 포장해 증 대인에게 건넸다.

그것도 공짜로.


수삼 100뿌리를 비싼 값에 사겠다고 제안한 증 대인으로서는 친구의 호의에 당연히 감격해 말을 잊지 못할 정도였다.

자꾸 배웅을 나오겠다는 증 대인을 극구 말려 돌려보낸 임상옥이 내 옆구리를 툭 치며 뼈에 새길 만한 조언을 하였다.


“수삼 100뿌리가 지금은 아깝게 보일지 모르지만 앞으로 증 대인은 자네 일이라면 언제든 발 벗고 나서 도와줄 거야.”

“그게 대방님의 장사 비결인 모양이군요.”

“그렇지. 장사란 이문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거니까.”

“명심하겠습니다.”


우리는 은 궤짝을 힐디에 싣고 바다로 이동했다.


“의주로 먼저 갈게요.”


그때, 임상옥이 고개를 저었다.


“의주가 아니라, 강화도로 먼저 가지.”

“집에 안 가실 거예요?”

“집이야 가고 싶을 때 가면 되지. 어디 도망가는 것도 아닌데. 그보다 갈 거야? 말 거야? 싫으면 날 여기서 내려 주고.”


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았다.

서해의 거친 파도가 파리지옥처럼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영감님이 뛰어들면 용궁도 못 보고 꼬르륵하겠네.


“그러죠, 뭐. 객식구 하나 는다고 망하는 것도 아닌데.”


힐디는 곧 강화도를 향해 질주했다.

의주보단 훨씬 가까워 정말 금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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