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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라도 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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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0.05.15 13:28
최근연재일 :
2020.06.08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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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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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5,533

작성
20.06.0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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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밴시 사냥꾼

DUMMY

“..밴시 사냥꾼.”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에 주변 일대가 조용해졌다.

그만큼 그 말이 그들에겐 충격적이었나 보다.

그때 다시 확성기에서 박한호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알고보니, 밴시를 잡은 대단하신 용병님이셨군요. 그렇다면 우리는 더더욱 싸우면 안됩니다!]


싸우면 안된다고?

왜?

설마 너희들, 밴시를 잡았다는 한마디에 쫄아버렸냐?


확성기에서 계속해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만약 우리가 이곳에서 장렬히 전사해버린다면, 쉘터에 남은 우리의 가족들은 대체 누가 지켜줍니까? 과연 누가 우리 가족을 외부의 적으로부터, 괴물들로부터 지켜준단 말입니까?]


듣다보니, 어째 내용이 이상하게 흘러간다.

이놈, 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거지?


[밴시 사냥꾼이여, 만약 당신이 우리 쉘터를 지켜주실거라면..]


잠시의 적막이 흘렀고, 나는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졌다.


[우리 가족들을 지켜주실거라면 우리를 다 죽여도 상관없습니다. 우리는 기꺼이 총을 내려놓고 그대에게 목숨을 내어 줄 수 있습니다. 다만! 그럴 수 없다면!! 당신이 우리의 가족과 쉘터를 책임져 줄 수 없다면, 우리와 적대하길 그치시고 우리의 제안을 받아주십시오!]


완전 말도 안되는 소리들이었지만, 왠지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목소리의 톤하며, 사용하는 말표현 등이 감정을 강하게 잡아끄는 힘이 있었다.

나는 잠자코 놈의 얘기를 마저 들었다.


[소금 10킬로그램을 드리겠습니다. 부디 대의에 따라 우리와 손을 잡고 저 미친 영감을 죽입시다.]


와, 이제는 아예 대의라는 표현을 썼다.

자신의 제안에 따르는 것이 옳은 길이라고 은연중에 못박은 것이다.

하지만, 놈의 제안은 여러모로 완전히 포인트가 빗나갔다.

일단 나는 소금이 필요 없었고, 내가 필요한 것은 오직 미친 영감의 지식뿐이었다.


나의 침묵을 약한 부정으로 생각했는지, 잠시 후에 추가 제안이 들려왔다.


[거기에다 풀옵션 6인승 차량을 드리겠소!]


“우와.”


대단한 제안이었는지 사냥꾼들 사이에서 놀라움이 섞인 탄성이 터져 나왔다.


나는 한차례 목을 가다듬은 후, 착 가라앉은 저음의 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딴 건 필요없고, 그냥 너희들이 물러나면 어떻겠나? 물러나면 없던 일로 해주겠다.”

[물러나라고? 없던 일로 해주겠다고? 허어, 그건 안될 말이오!]


크게 선심을 쓴 제안에 상대는 예상 밖의 반응을 보였다.

박한호는 확성기를 치우고 육성으로 소리쳤다.


“내 동생이 죽었소! 없던 일이라니! 우리는 반드시 피의 복수를 해야만 하오!! 저 미친 영감을 죽여야 한다고!”

“동생?”

“저자가 내 동생의 목을 물어 뜯었소! 우리 가족의 목에 단검을 꽂았고, 다른 두명도 죽게 만들었소! 이래도 내가 물러서야 하오? 원한을 참아야 하오?!”


그제야 난 이들이 이곳으로 몰려온 이유를 알았다.

아아, 그러니까 이들은 아까 죽었던 맨헌터들의 복수를 하러 온 것이구나!

그런데, 의문이 생겼다.


왜 강노인이 넷을 다 죽였다고 하는거지?

강노인이 죽인 건 한놈뿐이잖아? 나머지는 모두 은비가...!


아아, 그랬구나. 이들은 은비에게 복수하러 온 거였구나!

비록 지금은 강노인이 오해를 사고 있지만, 결국 이들의 원한은 은비를 향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더더욱 협상을 할 수가 없다.

솔직히 강노인도 내놓을 수 없는 판국에, 만약 진실을 알아버린 놈들이 은비를 내놓으라고 한다면 그땐 도저히 들어줄 수 없다.

차라리, 오해가 풀리지 않은 가운데 이대로 일이 마무리되는 것이 가장 좋다.


슬쩍 고개를 들어 사냥꾼들이 반응을 살폈다.

다들 내쪽을 바라보고 있지만, 투기는 이미 한풀 꺾인 상태다.

만약 여기서 압도적인 전투력을 보여준다면, 그들의 기세는 더욱 꺾이리라.

어쩌면 생각보다 쉽게 상황이 정리 될지도 모른다.


잠깐의 고민 끝에 결심이 섰다.


“저 미친 영감만 내 앞에 데려다 주시오! 그리하면..!!”


박한호가 격앙된 목소리로 막 부르짖고 있을 때였다.

벌떡 일어서며 차량 위로 풀썩 뛰어오른 나는 그 기세대로 차의 지붕을 강하게 박차고 앞으로 튀어 나갔다.


“어, 어?!”


깜짝 놀란 박한호의 부하들이 부랴부랴 총을 들어올렸을 때는 이미 내가 차량 두 대를 뛰어넘어 허공을 가로 지른 후였다.

갑작스런 나의 접근에 깜짝 놀란 박한호와 그의 호위대원들이 총을 치켜들려 했지만 그땐 이미 늦었다.


탕탕, 탕탕-


허공에 몸을 띄운 채로 양손으로 각각 장총을 발사하고, 다시 등 뒤에 달린 새 장총 두 자루를 뽑아 들어 재사격했다.

불과 1,2초의 간격을 두고 총 네 발을 쏜 것.

엄청난 속도로 쏘고, 던지고, 뽑고, 다시 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발의 실수도 없없다.


퍽퍽퍽퍽


박한호의 주위를 지키던 호위대원 넷이 모두 머리에 구멍이 뚫린 채로 제자리에서 허물어졌다.

그리고 시체 네구가 쓰러질 무렵 허리춤의 단검을 뽑아들고서 박한호의 코앞에 내려섰다.


푸욱-


착지와 동시에 박한호의 가슴 깊숙한 곳에 단검을 때려박았다.

마지막 순간 놈은 두 손을 들어 저항하려 했지만, 나의 초인적인 괴력 앞에서는 방어가 무의미했다.


“..으...으어어..”


무척이나 달변이었던 박한호는 정작 죽음의 순간에서는 제대로된 신음도 내뱉지 못했다.

생기 잃은 눈으로 날 올려다보던 놈은 몇 번인가 입을 달싹이더니 곧 숨을 거두고 말았다.


나는 곧바로 죽은 박한호의 시체를 들어 사냥꾼 무리의 한가운데로 던졌다.

무려 10미터 거리를 던져 버린 셈.

이어서 죽은 호위 네 놈의 시체도 사냥꾼들이 모여있는 여기저기로 집어던졌다.


쿵, 쿠당, 쿵, 쿠웅


한손으로 거구들을 휙휙 던지는 내 모습에 남은 사냥꾼들의 얼굴에 하얗게 질렸다.


눈깜짝할 사이에 크루장과 호위대원 넷이 목숨을 잃었다.

그들에게 나는 항거할 수 없는 죽음의 사신이었다.


그들을 둘러보며 천천히 말했다.


“이제 싸움은 끝났다. 기억할 원한도 없고, 갚아야 할 복수도 없다.”


놈들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몇몇은 슬며시 미간을 찌푸리기도 했다.

하지만.


“아니면, 여기서 모두 죽을거냐?”


낮게 깐 한마디에 놈들은 일제히 미간을 폈다.

혹시라도 내가 불쾌해할까봐 염려하는 모습들.

전의를 상실한 놈들은 하나둘 총기를 내려놓았고, 결국 모두가 무기를 내려놓았다.

그 중에서 최후까지 총기를 들고 있던 자가 마지막으로 총기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우리는 당신과 적이 될 생각이 없습니다.”

“원한을 잊겠다는 말이냐?”

“원한요? 애초에 우리의 원한도 아니었습니다.”


그의 말에 옆에 선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료들의 동조에 용기를 얻은 그가 다시 말했다.


“이번 일은 모두 박한호의 독단으로 벌어진 일입니다. 동생의 복수에 아무 상관도 없는 우리를 끌어들인 것이죠.”

“흐음..”


이토록 빠른 태세 전환이라니. 조금 당황스럽다.

일단 대장을 잡으면 어떻게든 상황이 정리될거라는 생각에 박한호를 죽이긴 했는데, 이건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반응이었다.


뭐랄까, 왠지 예전부터 이런 날이 오길 기대한것만 같은 그런 느낌?

어쩌면 내가 아니었더라도 머지 않은 미래에 박한호는 결국 좋지않은 끝을 맞이했을지도 모르겠다.


“허락하신다면, 우리는 이만 돌아가보겠습니다.”

“허락같은 소리 하네.”


부우우욱-


가죽마찰소리와 함께 강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강노인과 뒤이어 도착한 은비가 보였다.

은비는 줄을 타고 내려오는게 무척 재미있었는지 무척 신나는 얼굴이었다.


내 곁으로 걸어온 강노인은 박한호의 차량을 탕탕 두드리더니 사냥꾼들에게 이리저리 손짓을 해댔다.


“네놈들, 차량에 실린 탄약통, 전부 이 차에 실어라. 그리고 죽은 놈들 무기들도 전부 여기에 싣고, 트랩키트도 다 가져와! 얼른, 빨리 빨리 움직이라고, 이것들아!!”


이어서 차의 시동을 걸어보더니, 다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기름이 왜 이거밖에 없어?! 야, 니들 차에 들어있는 기름 다 빼 가지고 여기 넣어!”

“네? 그럼 우리는 어떻게..”

“시발, 기껏 안 죽이고 살려줬더니? 뭐? 우리는 어떡하냐고? 걸어가, 이 새끼들아!”


그 말에 사냥꾼들의 얼굴이 잔뜩 굳었지만, 그래도 순순히 기름을 모아다가 박한호의 차량에 몰아주었다.


차량에 든든히 기름을 채운 후, 강노인이 운전석에 앉았고, 나와 은비는 뒷좌석에 탔다.

차 시트는 알수 없는 재질이었는데 무척 딱딱하고 불편했다.


강노인이 주변에 둘러선 사냥꾼들에게 소리쳤다.


“여, 걸어갈 수 있지? 지금부터 부지런히 걸어가면 해지기 전에는 도착할 수 있을거다. 쉘터를 잘 지키고 싶으면 부지런히 걸어, 알겠냐?!”


그렇게 한바탕 빈정거린 강노인은 곧 엑셀을 밟아 차를 출발 시켰다.


부르릉.


멍청하게 선 사냥꾼들을 뒤로 하고, 우리는 그곳을 벗어났다.


*


우리는 도시 바깥으로 나가기로 결정했다.

시내는 형편없는 도로 환경하며, 길을 시도 때도 없이 막고 선 폐차들 때문에 도저히 달리기가 어려웠다.

천천히 도시를 빠져나오는 중에 갑자기 은비가 물었다.


“아참, 하양이는 어디갔어요?”

“하양이?”

“내 동생말이에요. 하얀 강아지.”

“아아. 그 녀석..”


그리고 난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떠났다.”

“네? 떠나요? 그게 무슨 말이예요?”

“말그대로 떠났단 말이지.”

“왜요? 어디로요?”

“글쎄, 말을 해주지 않으니..”


당연했다. 개는 원래 말을 할 수 없으니까.

그러니 나로서도 하양이의 행선지를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하양이는 은비가 구울이 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져버렸다.

솔직히 언제, 어떻게 사라졌는지도 잘 모른다.


“너를 보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다. 개새끼 따위, 어디로 사라져도 신경쓸 여력이 없었어.”


내 말에 은비는 무릎을 부둥켜 안고 고개를 숙였다.

눈물이라도 흘리는 모양인데, 그 모습이 무척이나 처량해보였다.

그런데, 잠시후 은비가 고개를 들고 이상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아저씨, 이상해요.”

“뭐가?”

“..눈물이 안나요.”

“별로 안 슬픈가보지.”


강노인이 운전을 하는 중에 대화에 끼어들었다.

은비가 억울하다는 듯 항변했다.


“아닌데, 나 진짜 엄청 슬픈데?”

“은비야, 사람은 원래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거란다. 어른이 될수록 눈물이 줄어들거든.”


강노인의 말에 나는 이상하게 그를 쳐다봤다.

미친 영감이 이런 말을 한다고?

때마침, 강노인의 손목 시계에서 삐빅 하고 알림음이 울렸다.


“어이쿠, 약 먹을 시간이네.”


그러더니 품에서 노란 액체가 든 작은 약통을 꺼내 그대로 목에 탁 꽂는 강노인.

곧 으음, 하며 가벼운 신음을 흘렸다.

약통에 숨겨진 바늘이 노출되면서 약물이 전달되는 구조였다.


“후우, 이렇게 하루에 한번씩 꼭 억제제를 맞아줘야 하거든.”


강노인은 자신이 만든 억제제로 타락자로서의 폭력적인 광기를 잠재운다고 했다.


타락자라면서 전혀 타락자처럼 보이지 않는 강노인에게 물었다.


“다른 타락자들도 억제제를 가지고 있나?”

“아니, 나뿐일세. 운이 좋았지.”


운이 좋았다는 건, 강노인이 헤븐의 기술자 출신이었다는 걸 뜻했다.

좀비의 체액을 활용한 여러 가지 약품을 만들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광기 억제제도 만들 수 있었다는 것.


나는 그말을 들으며 문득 한가지 가정을 세웠다.


혹시, 강노인은 처음부터 억제제를 염두에 두고, 일부러 타락자가 되었던 게 아닐까?


작가의말

혹시, 작가는 처음부터 심해를 못벗어날 것을 염두에 두고, 일부러 좀비물을 쓴 게 아닐까?



그럴리가 있나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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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쉘터 +10 20.06.03 132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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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I'm fine, thank you. +4 20.06.02 153 5 10쪽
» 밴시 사냥꾼 +5 20.06.01 145 11 12쪽
17 밴시 사냥꾼 +8 20.05.31 164 16 13쪽
16 맨헌터 +3 20.05.29 200 13 11쪽
15 맨헌터 +3 20.05.28 179 9 12쪽
14 타락한 사냥꾼 +6 20.05.27 215 13 11쪽
13 좀비라도 살고 싶어2 +1 20.05.26 201 7 12쪽
12 좀비라도 살고 싶어2 +3 20.05.25 247 9 13쪽
11 좀비라도 살고 싶어2 +3 20.05.23 226 11 13쪽
10 표적 +1 20.05.22 218 10 12쪽
9 표적 +3 20.05.21 218 8 13쪽
8 표적 +2 20.05.20 238 8 12쪽
7 표적 +4 20.05.19 247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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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쫓기는 자들 +4 20.05.15 310 14 11쪽
4 쫓기는 자들 20.05.15 311 12 13쪽
3 좀비라도 고독해. +2 20.05.15 320 18 13쪽
2 좀비라도 살고 싶어! +3 20.05.15 346 23 12쪽
1 나는 좀비였다. +11 20.05.15 508 4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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