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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라도 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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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넘기
작품등록일 :
2020.05.15 13:28
최근연재일 :
2020.06.08 19:03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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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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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
글자수 :
135,533

작성
20.05.15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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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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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쫓기는 자들

DUMMY

여자애의 비명을 듣는 순간, 바삐 몸을 움직였다.

초인적인 근력과 민첩성 덕에 다행히도 제 때 도착할 수 있었다.

두 부녀가 해를 입기 직전에 도착했고, 곧바로 좀비 떼를 뒤로 밀어냈다.


하지만, 그 순간 기분 나쁜 일이 벌어졌다.

남자가 던진 주머니에서 하얀가루가 쏟아져 나오는 순간, 온 몸에서 짜증이 솟구쳤다.

뭐랄까,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혐오감이라고나 할까.

이주 전에 사냥꾼들이 날 향해 뿌렸던 바로 그 가루였다.


그냥 죽게 내버려 둘걸 그랬나?

하지만 부녀는 그런 내 분위기를 읽지 못한 모양이었다.


“아마 5분도 못 #$% 겁니다.”


이번에도 일부는 알아듣지 못했다.

이들의 말은 어딘가 나와 달랐다.


“이주난이오. 당신은?”

“..올라가시오.”


하얀가루 때문에 자꾸만 치솟는 살심을 가까스로 가라앉히며 대답 대신 위를 가리켰다.

이곳에는 잠시도 더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주난이라는 남자는 잠시 나를 응시하더니 딸을 껴안고 앞장서 계단을 올라갔다.

나는 치솟는 살심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그 뒤를 따랐다.


그러면서 방금 벌어졌던 상황들을 떠올렸다.


다행이야. 하마터면 들킬뻔 했어!

혹시나 했는데 내 추측이 맞았어.

이 놈들, 날 두려워 해!!


내가 나타나자 좀비들이 일제히 물러선 게 그 증거였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긴 했었다.

지난 이주간, 숱하게 봐온 광경 중 하나가 그거였으니까.

흉포하던 좀비들이 구울만 나타나면 벌벌 기었던 모습들.

어쩌면 나에게도 그런 모습을 보일지 모르겠다고 추측하긴 했었건만.


그런데 진짜로 그럴 줄이야!


놀란 나머지 급하게 방아쇠를 당기고, 발차기를 날렸다.

하마터면 이 부녀에게 이상한 장면을 보여줄 뻔 했다.

좀비들을 벌벌 기게하는 사람이라니.

백번 양보해도 의심을 살 수밖에 없을 모습이었겠지.


난 앞서서 절뚝이며 계단을 오르는 남자를 보았다.

그에게 물어보고 싶은 한가지가 있었지만 꾹 참았다.

대체 저 하얀 가루가 뭐냐고?

뭐길래 좀비들이 꼼짝을 못하냐고?

왜 이렇게 내 기분을 더럽게 만드는 거냐고?


하지만, 물으면 안된다고 판단했다.

지금껏 만난 사람들마다 품 속에 하나씩은 갖고 다니는 가루.

그걸 모른다고 하면, 기본 상식도 모른다고 의심받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잠시 딴 생각을 한 것이 실수였다.

뒤늦게 다른 사람의 기척을 느꼈을 땐, 이미 부녀가 비상통로 바깥으로 나간 후였다.

바깥으로 나가던 두 부녀가 멈칫했고, 뒤이어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야, 이것 봐라? 주난 씨랑 우리 맛있게 생긴 은비 아닌가?”


걸걸한 목소리로 부녀를 맞이한 것은 추적꾼 무리의 리더인 덩치였다.

그 외에도 추적꾼 다섯의 기척이 더 읽혔다.

좀전에 내지른 아이의 비명이 나뿐만 아니라, 이들까지 불러와 버린 거였다.


덩치의 걸걸한 목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주난 선배, 고작 여기#@& 오려고 그 난리를 %&거야? 엉?”

“...”

“딴 년놈들은 %$*? 네 동생들은? 여자들은?”

“...”

“크크크, 말하기 싫어? 괜찮아. 말 안해도. 사실 난 이 일이 %$#거든.”


덩치의 이어지는 말에 결국 남자가 입을 열었다.


“..사람을 쫓고 괴롭히고 잡아먹는 일이 ..%$#다고?”

“흐음, 셋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만큼 %$#지.”

“가파, 네 놈이 이상한 놈이라는건 진즉에 알았지만, 이제보니 완전 돌았구나!”


덩치의 이름이 가파인 모양이군.

그런 생각을 하며 이들을 처리할 전술을 짜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일단 오늘 저녁은 네 놈의 딸년으로 시작해볼까? 아, 슬퍼하진 마. 제일 맛있는 부위는 선배 드릴게.”

응? 기껏 살려 놨더니 뭐라고?

잡아먹겠다고? 사람이 사람을?

놈의 말에 나도 모르게 통로 밖으로 나섰다.


시야에 두 부녀를 중심으로 2미터 정도 거리를 두고 추적꾼 여섯이 반원형으로 포위하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모두 장총으로 주난 부녀를 겨누고 있다가, 나의 등장에 흠칫 놀라는 모습이었다.

몇 놈이 재빠르게 날 향해 총구를 돌렸다.


“어? 누구야? 사난? 기난? 아무튼 잘 나왔구만, 그래.”


덩치가 나를 향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주난의 일행으로 착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이 새끼. 미소가 왜 이따위야?

아구창을 다 부숴 버리고 싶은 면상이잖아.


놈의 시선이 내 양손에 각각 하나씩 들린 장총에 닿았다.


“총 버려.”


부탁인지 명령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무시했다.

덩치가 웃는 낯짝 그대로 이 악문 소리를 냈다.


“죽여.”


그 순간이었다.

가까이 있던 두 놈이 방아쇠를 당기려고 호흡을 멈추는 순간, 내 손에 들린 두 장총이 먼저 불을 뿜었다.

계단을 오르며 미리 장전시켜둔 총들이었다.


타앙-


방아쇠를 당기려던 두 추적꾼의 머리가 동시에 터졌다.

단발식에 꽤 조잡한 장총이지만, 파괴력 하나만큼은 발군이었다.

일행의 죽음에 깜짝 놀란 다른 네 명이 날 향해 총구를 돌렸지만 난 이미 두자루의 장총을 다른 두사람에게 던지며 자리를 피하고 있었다.


빠각-


허공을 가르며 날아간 장총의 개머리판에 추적꾼의 머리가 깨지는 소리가 끔찍하면서도 청량했다.

순식간에 덩치를 포함해 여섯 추적꾼 중 넷이 목숨을 잃었다.


뒤늦게 덩치와 남은 한 녀석이 날 향해 총을 쐈지만, 나는 이미 그 자리를 벗어났다.


“이런, 개같은!!”


바닥을 한바퀴 구르고 일어선 날 보며 덩치가 욕설을 내뱉었다.

그러면서도 놈의 두 손은 빠르게 재장전을 하고 있다.

역시 이 세상의 총기는 조잡하다.


훌쩍 뛰어 올라 놈에게 다가가려 할 때였다.


타앙-


주난이 먼저 가파를 쏴버렸다.

좀전에 계단을 오르며 재장전 해놓은 총이었다.

하지만, 주난의 기습적인 총격은 가파가 재빠르게 반응한 탓에 실패했다.

놈이 재빠르게 부하를 잡아다가 방패로 삼은 탓이었다.


총소리와 함께 부하의 가슴에 피가 튀었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재빠른 반사신경이었다.

아니, 그전에 비상한 눈치가 주효했다.

놈이 히죽 웃으며 부하의 시체를 던졌다.


하지만, 놈은 그 순간 나의 접근을 잠시 망각했다.

그리고 그 대가는 치명적이었다.


“선배는 여전히 쥐새끼 같... 어?”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말이 많군.

일단 한 대 맞고 시작하자.

날아들 듯 3미터를 단숨에 좁히며 내뻗은 나의 발길질에 놈의 눈이 화등잔만해졌다.


푸악-


놈이 황급히 양팔을 들어 막으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나의 힘은 인간을 벗어난 초인적인 괴력!

내 발길질에 놈은 붕 떠서 5미터 가량을 날아가 땅에 나뒹굴었다.


“..끄..어..어억..!!”


답답한 신음과 함께 나뒹군 녀석은 엎어진 채로 배를 움켜잡고서 꺽꺽거리기만 할 뿐 일어서질 못했다.


그런 놈에게 몇 걸음 다가가는 순간이었다.

전투의 가벼운 흥분 덕에 감각이 활성화된 탓이었을까, 문득 어떤 숨소리가 느껴졌다.


10시 방향, 20미터 떨어진 곳이었다.

그리고 그 직후, 숨소리가 살짝 멈췄다.


“웃!!”


나는 몸을 날려 주난과 그의 딸을 밀쳤다.

그와 함께 거의 동시에 총성이 울렸다.


타앙-


방금 주난이 있었던 돌바닥에 불꽃과 함께 선명한 탄환 자국이 남았다.

급히 밀쳐내지 않았더라면 방금 사격에 주난은 십중팔구 목숨을 잃었을 거다.

숨소리에 뒤이은 잠시간의 숨멎음.

그것은 모든 총잡이들의 사격 습관이었다.


내가 그 숨소리를 캐치해냈기 망정이지, 하마터면 주난의 목숨이 위험할 뻔했다.


곧바로 총알이 날아온 곳을 향해 허리춤의 장총을 꺼내들었다.

마치 16배줌을 한 것처럼 맞은편 건물 2층에서 한창 재장전 중인 추적꾼의 모습이 뚜렷이 보였다.

그리고,


탕-


놈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나의 사격은 그야말로 백발백중이었다.

초인적인 시각과 집중력, 완벽하게 제어되는 근육이 빚어낸 결과였다.


뒤에서 주난이 급히 재장전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직 다섯 놈이 남았소.”

“놈들은 떠나고 있다.”

“..뭐라고? 그걸 어떻게 압니까?”


어떻게 알긴, 대화를 하고 있는 지금도 거친 심장소리 다섯 개가 다급히 멀어져가고 있다.

그렇게 잠시 뜸을 들이는데, 곧 저편에서 자동차의 요란한 배기음이 들려왔다.


“어, 놈들이 도망간다?”


나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짓던 주난이 갑자기 밖으로 뛰쳐나갔다.


잠시 후 돌아온 주난이 죽은 추적꾼들의 시체를 뒤졌다.


“다행히 두 대는 남았어. 아마 이놈들이 가지고 있겠지.”


추적꾼의 시체들을 뒤지던 주난은 곧 차 키 두 개를 찾아냈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내게 다가와 키를 내밀었다.


“사실 당신이 잡았으니, 이 키들은 당신 꺼요.”

“..어디로 가나?”


키를 받는 대신 질문을 던지자, 그의 얼굴에 슬며시 화색이 돌았다.

그가 키를 제 품속에 집어넣고는 주먹을 내밀었다.


“그러고 보니 제대로 인사할 틈이 없었군요. 난 이주난이라 합니다.”


그가 내민 주먹을 보고 있노라니, 뒤에 있던 여자애가 앞으로 나와 제 아빠의 주먹에 앙증맞게 조막손을 갖다 댔다.


“이렇게 하는거예요.”


아아, 여긴 주먹을 맞부딪히는 게 인사인가 보군.

난 어색한 대로 주먹을 내밀어 주난의 주먹에 마주 쳤다.

그러면서 방금 한 질문을 되풀이했다.


“어디로 가나?”

“서쪽으로 가오.”

“서쪽에 뭐가 있나?”

“글쎄.. 가다보면 사람 살만한 곳 하나 없겠소?”


딱히 뭔가를 숨기는 것 같진 않다.

그의 차분한 심장소리가 그 증거다.

그러니까, 이들은 동쪽 어딘가에서 서쪽 어딘가로 피난 혹은 도주를 하고 있는 셈이다.


“왜 쫓기는 거지?”

“당신은 혼자요?”


우리는 동시에 질문을 던졌다가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혼자다.”

“..그럼 우리와 함께 가시겠소?”


그의 심장소리가 살짝 거칠어진다.

긍정적인 대답을 기대하고 있는걸까?


“보시다시피 우리는 쫓기고 있고, 당신처럼 싸움을 잘하는 사람은 처음이오. 만약 우리와 함께 한다면..”

“용병으로 써준다면, 생각해보지.”


그의 말을 잘랐다.

사실 나도 고독에 한창 지친 상태였다.

오죽했으면, 좀비 무리에 뛰어들어볼 생각까지 했을까.

내 대답에 그의 심장이 좀 더 빠르게 뛰었다.


“좋소, 그럼 수당으로 일주일에 한 주머니 어떻소?”

“한 주머니?”“소금 말이오.”


소금?

갑자기 소금 얘기가 왜 나오지?

혹시 소금을 화폐처럼 사용하나?


사실 보수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용병 얘기는 아무 조건없이 이들의 무리에 불숙 끼어들었다가는 불필요한 의심을 살 수도 있고, 그 외에 여러모로 불편한 일이 생길 수도 있기에, 그냥 내건 조건에 불과했다.

나는 그저 사람들의 무리에 끼어드는 걸로 족했다.

다만 그 바램을 대 놓고 드러낼 생각은 없다.


“좋다.”


소금 한주머니의 가치가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승낙을 하고 봤다.


작가의말

다음편은 다음주 월요일에 개재할게요^^


주말 잘보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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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밴시 사냥꾼 +8 20.05.31 164 16 13쪽
16 맨헌터 +3 20.05.29 200 13 11쪽
15 맨헌터 +3 20.05.28 179 9 12쪽
14 타락한 사냥꾼 +6 20.05.27 215 13 11쪽
13 좀비라도 살고 싶어2 +1 20.05.26 201 7 12쪽
12 좀비라도 살고 싶어2 +3 20.05.25 247 9 13쪽
11 좀비라도 살고 싶어2 +3 20.05.23 226 11 13쪽
10 표적 +1 20.05.22 218 10 12쪽
9 표적 +3 20.05.21 218 8 13쪽
8 표적 +2 20.05.20 238 8 12쪽
7 표적 +4 20.05.19 247 10 13쪽
6 쫓기는 자들 +1 20.05.18 255 8 14쪽
» 쫓기는 자들 +4 20.05.15 311 14 11쪽
4 쫓기는 자들 20.05.15 311 12 13쪽
3 좀비라도 고독해. +2 20.05.15 320 18 13쪽
2 좀비라도 살고 싶어! +3 20.05.15 346 23 12쪽
1 나는 좀비였다. +11 20.05.15 508 4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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