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글넘기 방.

좀비라도 살고 싶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글넘기
작품등록일 :
2020.05.15 13:28
최근연재일 :
2020.06.08 19:03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5,490
추천수 :
321
글자수 :
135,533

작성
20.05.15 13:45
조회
311
추천
12
글자
13쪽

쫓기는 자들

DUMMY

마음 같아서는 건물로 들어서는 사람들을 말리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었다.

마침 동쪽에서 차량 소리가 급격히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제와서 건물을 옮기기에는 늦었다!


도시를 가로지르며 차량 세 대가 질주해왔다.


부아아앙-


잠자던 좀비들이 모두 일어날 정도로 거친 소음이었다.

차량의 형태는 열흘 전에 봤던 그 차랑 흡사했다.

온통 삐죽하게 돋아난 가시들과 바퀴 옆에 달린 톱날.

좀비고 뭐고 그대로 밀어버릴 것만 같은 흉포한 디자인이었다.


앞선 무리가 큰 건물로 모두 들어가고 얼마되지 않아 차량들이 인근에 도착했다.

차들은 더 이상 질주하지 못하고 정차했다.

도로 곳곳에 난 잡초들과, 버려진 폐차들 때문에 더 이상 전진하기 어려워진 탓이엇다.


이윽고 차에서 사람들이 내렸다.

장총을 들고, 몸에 적갈색 망토를 두른 자들이 총 열 둘이었다.

그들의 복장은 예전에 봤던 사냥꾼들과 비슷했다.


그 중 가장 덩치 좋은 놈이 다짜고짜 동료 중 한 놈을 때렸다.


“이 새끼야, 네가 %&*만 안부렸어도, 응?! 벌써 다 잡았을거잖아!!”

“죄, 죄송합니다. 윽!”

“응? 이 새끼야!! 맨날 &## 터져가지고!! 응?!”

“윽, 윽..!!”


한동안 동료를 밟아대던 덩치가 분을 풀었는지 몸을 일으켰다.


“그 년놈들 죽여도 되니까, 싹 다 데려와. 특히, 그 꼬맹이. 오늘 밤엔 그 @#% 딸년으로 배 채울거니까.”

“크크, 군침 도는데요, 대장.”

“웃지마, 이 새끼야. 못 잡아오면 네놈 엉덩이&%을 구워 먹을거니까.”


그들의 말은 군데군데 알아듣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지만, 대부분 이해할 수 있었다.


*


주난은 요란한 차소리를 들었다.

도시에서는 소음을 일으키지 말아야 하는 법인데!

멍청한 건지, 일부러 그러는건지.


하지만 주난은 추적꾼의 리더인 가파를 잘 알았다.

한때 함께 사냥꾼 활동을 하기도 했으니까.

녀석이 도시에서의 행동 수칙을 모를 리가 없다.


일부러 좀비들을 깨우려는 거야.

어딘가 숨어있을 우리를 압박하려는 의도야.


“2층으로 올라가.”


주난의 나지막한 명령에 일행들은 완전히 낡아버린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위로 올라갔다.

좀비들은 대개 지하로 숨는 법이니까, 어두운 건물 내부라도 위층은 안전한 편이다.


타타탕-


그때 바깥에서 총소리가 들려왔다.

녀석들이 일제히 총을 쏴 대고 있는 것이다.

역시나, 좀비들을 활성화시킬 의도다.


주난은 그들의 행패에 분노했지만, 당장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이쪽 편의 무장은 장총 세 정, 반면에 저쪽은 완전무장한 자동차에 장총이 열두 정, 게다가 수류탄에 화염방사기까지 있을지도 모른다.

발끈해서 응사했다가는 곧바로 전멸각이었다.


“형, 저 새끼들 일부러..!”

“참아라. 놈들의 수에 넘어가선 안돼.”


정작 본인도 열받았지만, 주난은 셋째 기난을 진정시켰다.


2층으로 올라가자, 일행들이 둘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난의 아내인 고영서와 둘째 사난 부부, 셋째 기난 부부, 그리고 아내들의 친정쪽 식구들까지해서 총 열명이었다.

잠깐만, 열명이라고?


한명이 없다!?

주난은 그 한명이 누군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은비!!

딸이 사라졌다.

그제야 주난의 아내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은비야!”


깜짝 놀란 동서들이 고영서의 입을 막았다.

주난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언제부터 없었어?”

“여기 들어올 때만 해도 있었어요.”“2층 올라와서는 본적이 없는거 같아요.”


여자들의 말에 주난은 장총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가슴에 둘러진 탄띠에서 탄환 수를 확인하고, 안주머니 속의 소금 주머니를 확인한 다음, 둘째인 사난에게 당부했다.


“찾아올 동안 네가 인솔해라.”

“알겠어.”

“여보, 이것도 가져가세요”


둘째가 고개를 끄덕일 때, 고영서가 남편, 주난에게 자신의 소금주머니를 건넸다.


주난은 곧바로 계단을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빠르면서도 은밀한 움직임이었다.


그때 또다시 총성이 들려왔다.

조금 전보다 한층 가까워진 총성이었다.


저 새끼들!! 좀비들을 다 깨울 생각이야.

어차피 대낮이라 좀비들은 건물 밖으로 나갈 수 없고, 그저 건물 안에 몸을 숨긴 주난 일행만 불리할 뿐이었다.


주난은 일층을 빠르게 훑으며 나지막하게 딸을 불렀다.


“은비, 은비야.”


하지만 딸의 대답은 어디에서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주난은 딸의 것으로 추정되는 발자국을 발견했다.

바닥에 깔린 먼지 덕분이었다.

하지만, 먼지들 탓에 주변에 어지러이 찍힌 무수한 맨발자국 역시 볼 수 있었다.


맨발이라면, 좀비나 구울이다.

역시 이 건물에는 괴물들이 있는 모양이다.


주난은 장총을 겨드랑이에 끼우고 손전등을 꺼내 손잡이 옆에 달린 손잡이를 돌렸다.

자체 발전기가 달린 손전등이라 이렇게 1분을 돌리면 1분 정도 불을 밝힐 수 있다.


드르륵 드르륵


걸어가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발전기를 돌렸다.

이윽고 딸의 발자국이 사라졌다.

지하로 내려가는 컴컴한 비상통로였다.


대체 딸은 여기로 왜 간 걸까?

딸의 발자국에 슬쩍슬쩍 지워진 개의 발자국이 있었다.

머릿속으로 그림이 그려졌다.


개가 먼저 달려나갔고, 딸이 뒤를 쫓았구나.

그 개새끼..

진즉에 잡아먹었어야 하는데..

딸에게 또래 친구가 없어서 키우는 걸 허락해줬더니 결국 이 사단을 일으켰다.


분노를 억지로 가라앉히며 주난은 조심스레 비상통로로 들어섰다.

이제부터는 정말로 조심해야 한다.


“은비야.”


가까이 있어야만 겨우 들릴만한 목소리였지만, 주난에게는 이게 최선이었다.

그가 겪어 봤던 좀비들은 무척 예민한 청각을 지녔었고, 특히 구울들은 주변에 사람의 심장소리마저 잡아낼 정도로 청력이 무시무시했다.


“은비야.”


주난은 딸의 이름을 계속 불렀지만, 아무 응답이 없었다.

이제 들어오는 광량이 급속히 줄어들어 칠흑처럼 어두워졌다.

조명 없이는 한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딸칵-


손전등 스위치에 기름칠을 해놨지만, 미세한 소음마저 없애지는 못했다.

주난은 손전등에서 빛이 나오자 마자 다시 껐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주변의 지형지물은 대략적으로 파악해냈다.


그리고 조금 전진하고서 다시 재빠르게 손전등을 켰다 껐다.

이번에도 극히 짧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주변 지형지물을 확인하는데는 충분한 순간이었다.


대체 이놈은 어디에 있는걸까?

데리고 나가기만 한다면 아주 볼기짝을 매섭게 때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니까... 어쨌든 살아만 있어라.


딸깍-


잠깐 비춘 복도에 열린 문이 보였다.

천천히 그곳으로 다가간 주난은 크게 숨을 몰아쉰 다음, 문 안쪽 바닥을 향해 손전등을 켰다가 껐다.


헉!!!


그 순간 주난은 최대한 기척을 줄인 채로 뒤로 물러섰다.


좀비들이었다.

인간과 비슷한 형태지만, 완전한 알몸에 신체 이곳저곳이 훼손된 끔찍한 존재들.

그들이 등을 돌린 채 방 한쪽에 모여 있었다.

해가 뜨면 잠들어야 할 좀비들이 누워있지 않고 서있었다.

이건, 추적꾼들이 만든 소음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천만다행이었다.

놈들은 빛에 민감했다.

애초에 대낮에 이 어둠속으로 숨어든 것도 워낙 빛에 민감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놈들이 주난을 등지고 서있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손전등의 불빛을 보았더라면 주난은 딸을 찾을 새도 없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주난은 조용히 품 속의 소금을 꺼내 좀비가 있는 방 입구에 절반쯤 뿌렸다.

딸애의 낡은 신발을 새걸로 바꿔 줄 수 있을 정도의 가치를 지닌 양이었지만 크게 아깝지는 않았다.

일단은 살고 봐야 하니까.

이제 방 입구에 소금을 뿌려 놓은 이상, 좀비들은 당분간 드나들 수 없다.

좀비가 소금을 끔찍하게 싫어한다는 것은 이 시대의 생존자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


조용히 뒷걸음질을 친 주난은 복도를 향해 다시 짧게 손전등을 켰다.


옆에 다른 방이 하나 더 있었다.

그리고 방 안 구석의 낡은 책상 아래.

그곳에 그가 그토록 찾았던 딸이 있었다.

하얀 강아지를 안고 있는 딸의 눈동자가 손전등에 반짝였다.


“아빠.”

“...!”


입에 손가락을 갖다대며 주난이 딸에게 은밀하게 다가갔다.

손전등으로 비추자, 거기엔 사랑스런 딸이 잔뜩 겁에 질린 표정을 하고 있었다.

주난이 딸을 향해 소리없이 ‘괜찮아.’라고 입모양을 한 순간이었다.


“꺄~~~아악!!”


딸의 갑작스런 비명에 주난은 급히 뒤를 향해 총구를 겨눴다.

자연히 손전등도 함께 돌아갔다.


화악-


바로 코 앞에서 흉측한 얼굴이 달려들고 있었다.


타앙-


엉겁결에 쏜 총알에 큰 기대를 하긴 어려운 법.

머리를 맞춰야 하는데, 어깨를 맞추고 말았다.

좀비의 어깨가 뒤로 확 젖혀지며 나자빠졌다.


주난은 딸의 허리를 낚아채며 급히 방에서 빠져나왔다.

옆 방의 좀비들이 괴성을 지르며 주난을 쳐다봤다.

마구 손을 휘저으며 이빨을 드러냈지만, 방에서 나오지는 못했다.

입구 바닥에 깔아놓은 소금 때문이었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일렀다.

복도 저편에서 괴성이 들려오고 온갖 요란한 소음이 다가오고 있었다.


크르륵, 크르르롸


아드레날린이 미친 듯이 솟구쳤다.

위급한 상황에서, 한 손으로 딸을 껴안고 있기까지하니 재장전할 상황도 아니었다.

주난은 죽을 힘을 다해 달려나갔다.

급한대로 두손으로 장총과 딸을 동시에 붙잡고, 손전등은 입에 물었다.


타다다닥


흔들리는 고갯짓에 손전등의 불빛도 마구 아래 위로 흔들렸다.

불빛이 무척이나 위태로웠다.


크르, 크르륵.


좀비들의 괴성이 바로 뒤에서 들려왔다.

원래 좀비들은 사람보다 빠르다.

게다가 이렇게 좁고 어두운 곳이라면, 시야에 제한이 많은 사람보다 월등히 빠를 수 밖에 없다.


“꺄아아악~!!”


품 속의 딸이 뒤를 보고는 다시금 비명을 질렀다.

좀비가 바로 뒤까지 따라붙은 것이 틀림없다!


시발, 시발!! 좀비 따위에게 당하려고 쉘터에서 탈출한게 아니었는데!!

젠장!! 제기랄!!


콱!


“크아악!!”


그때, 툭 튀어나온 철난간에 무릎이 부딪혔다.

흔들리는 조명 탓에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었다.

주난은 고통에 찬 신음을 지르며 앞으로 엎어졌다.

그 와중에도 양손으로 딸을 꼭 껴안아 보호했다.


넘어지고서 보니 계단의 철 난간이었다.

계단을 따라 위쪽으로 희미한 빛이 보였다.


젠장, 탈출구가 코 앞이었는데!!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후회, 붙잡을 수 없는 기회였다.

당장, 바로 뒤쪽에서 그를 향해 달려드는 좀비만도 내댓마리는 되어 보였고, 그 뒤로도 언뜻 수십에 가까운 좀비들이 보였다.

이제 그와 딸은 죽은 목숨이었다.


‘아, 영서가 준 게 하나 더 있었는데!!’


뒤늦게 아내가 준 소금주머니를 떠올리고 후회하려는 그 때였다.


펄럭-


계단 위에서 누군가가 망토를 펄럭이며 뛰어내렸다.

망토? 추적꾼 놈들이 기어코 찾아왔구나!!

그런데, 희미한 빛 때문일까? 망토 색깔이 좀 다른데?


그 순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망토를 펄럭이며 한 남자가 내려선 순간, 좀비들이 일제히 한 걸음씩 물러섰다.

뭐? 좀비들이 물러서?

잘못 본 것이 확실했다.

일단 어두웠고, 무엇보다 좀비가 그렇게 물러서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남자는 양손에 들고 있던 장총을 일제히 쐈다.


타탕-


가장 앞서 있던 좀비 둘의 머리가 그대로 터져나갔다.

그 광경에 주난은 어리둥절했다.


장총을 양손에 하나씩 들고 쏜다고?

어깨에 견착도 안하고? 그냥?

실제로 그렇게 쏘면 명중률이 형편없다.

아무리 가까이서 쏜다 한들, 이렇게 머리 둘을 동시에 날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그리고 뻥!

남자의 발길질에 다른 좀비 한 마리가 왔던 곳으로 날아갔다.

다시 한번 더, 뻥!

남자의 두 번째 발길질에 당장 달려들던 좀비들이 정리되었다.

그리고 막 튀어나오려는 놈한테 허리춤에서 다른 총을 꺼내들었다.


타앙


좀비들이 모두 입구 뒤로 밀려나는 걸 보며, 주난은 즉시 소금주머니를 꺼내 복도 입구 바닥으로 던졌다.

퍽, 소리와 함께 바닥에 주머니가 떨어졌고, 주머니가 펼쳐지며 소금이 뿌려졌다.


크르르르-


괴성을 지르며 일제히 물러서는 좀비들.


이것으로 일단 좀비들의 공세는 막았다.

괴성을 지르면서도 좀비들은 감히 입구에 깔린 소금을 뛰어넘지 못했다.

과거 사냥꾼 시절에 배웠던 대로였다.


주난은 절뚝거리며 일어섰다.


“고맙소.”

“..올라가시오.”


주난은 낯선 남자의 낮고 거친 목소리에 짜증이 어려 있다는 걸 느꼈다.

혹시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걸까?

경계심을 끌어올린 주난은 딸을 품에 안고 조심스럽게 계단을 올라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좀비라도 살고 싶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주기 안내. 20.05.18 188 0 -
25 골렘 +7 20.06.08 124 11 13쪽
24 골렘 +8 20.06.06 124 15 12쪽
23 골렘 +8 20.06.05 127 12 11쪽
22 골렘 +8 20.06.04 136 11 11쪽
21 쉘터 +10 20.06.03 132 13 11쪽
20 I dreamed a dream. +9 20.06.02 138 10 11쪽
19 I'm fine, thank you. +4 20.06.02 153 5 10쪽
18 밴시 사냥꾼 +5 20.06.01 145 11 12쪽
17 밴시 사냥꾼 +8 20.05.31 164 16 13쪽
16 맨헌터 +3 20.05.29 200 13 11쪽
15 맨헌터 +3 20.05.28 179 9 12쪽
14 타락한 사냥꾼 +6 20.05.27 215 13 11쪽
13 좀비라도 살고 싶어2 +1 20.05.26 201 7 12쪽
12 좀비라도 살고 싶어2 +3 20.05.25 248 9 13쪽
11 좀비라도 살고 싶어2 +3 20.05.23 226 11 13쪽
10 표적 +1 20.05.22 218 10 12쪽
9 표적 +3 20.05.21 218 8 13쪽
8 표적 +2 20.05.20 238 8 12쪽
7 표적 +4 20.05.19 247 10 13쪽
6 쫓기는 자들 +1 20.05.18 255 8 14쪽
5 쫓기는 자들 +4 20.05.15 311 14 11쪽
» 쫓기는 자들 20.05.15 312 12 13쪽
3 좀비라도 고독해. +2 20.05.15 320 18 13쪽
2 좀비라도 살고 싶어! +3 20.05.15 346 23 12쪽
1 나는 좀비였다. +11 20.05.15 508 4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