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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라도 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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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0.05.15 13:28
최근연재일 :
2020.06.08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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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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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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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5,533

작성
20.05.31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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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밴시 사냥꾼

DUMMY

1시간 전.


공교롭게도 박세호와 같은 크루의 사냥꾼 무리가 죽어있는 네 사냥꾼의 시체를 발견했다.

크루의 지휘부에서 일처리를 대충하다가 실수로 두 팀의 동선을 겹치게 짜버렸던 것이 원인이었다.

박세호의 사망 소식은 곧 크루장, 박한호의 귀에 들어갔다.


“뭐? 세호가 죽어?! 이런 개 같은..!! 어떻게 죽었어? 아니야!! 내가 바로 가겠다. 그때까지 현장보존 해둬!!”


박세호는 크루장인 박한호의 셋째 동생이었다.

그닥 형제간의 우애같은 건 없었지만, 그래도 살해당했다는 소리에 눈알이 뒤집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즉시 박한호는 쉘터에서 쉬고 있던 모든 사냥꾼 파티를 불러 모았다.

그 수만 30명, 총 일곱 개의 사냥꾼 팀이 박한호의 분노에 동원되었다.


박한호가 속한 쉘터에서 도시까지의 거리는 대략 40분 거리.

하지만 이들은 미칠 듯이 가속 페달을 밟아, 결국 30여 분만에 A구역에 도착했다.


박세호는 미친 듯이 가속패달을 밟았을 땐 또 언제고, 가만히 동생의 유해를 지켜만 보았다.

그 모습에 현장을 처음 발견한 사냥꾼 파티의 리더, 정구악이 조심스레 말을 붙여왔다.


“크루장님, 이게 좀 이상한 부분이 있습니다.”

“..뭐가?”

“사망자 중 둘은 장기 파열, 그리고 한 명은 목을 물어뜯겨 죽었습니다.”


장기를 파열시킬 정도의 타격력, 그리고 사람의 목을 물어뜯는 엽기적인 공격.

이것이 가리키는 것은 딱 한 가지였다.


“...구울의 소행이다? 이 대낮에?”


하지만 구울은 낮에 나다니지 않는다.

간혹 길잃은 변종 좀비들이 대낮에 거리를 활보할 뿐.

생존본능이 비상하게 발달한 구울들은 결코 대낮에 다니는 법이 없다.

그런데, 대낮에 구울의 습격을 받아?

누구라도 무언가 이상하다고 여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박한호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마지막 녀석은 칼을 맞았습니다. 목을 정통으로 찔려서 단숨에 사망한 것이지요.”


보고를 듣던 박한호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이것도 무척이나 이상한 소리였다.

역시나 정구악이 계속해서 말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어떻게 구울의 흔적과 사람의 흔적이 동시에 남을 수 있단 말입니까? 둘이서 협공을 한 것도 아닐테고요?”

“...그 놈이군.”


박한호는 이질적인 두가지 사인이 한자리에 나타날 가능성은 딱 하나라고 생각했다.


“미친 영감이야. 무기를 쓰는 괴물, 그 영감이 마침내 돌아버린거야!”


타락한 사냥꾼이라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몰랐다.

아니, 인간을 상회한 힘과 체력, 거기에 무기술까지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타락자들이야 말로 지금같이 공존할 수 없는 두가지 사인을 공존하게 할 유일한 존재였다.


“그 빌어먹을 미친 영감이 범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범인을 밝힌 순간, 박한호는 고민에 빠졌다.


미친 영감, 그러니까 강병만은 뛰어난 저격수였고, 덫과 함정의 스페셜리스트였다.

과거 그가 같은 쉘터에서 활동할 때는, 크루 차원에서 그의 도움을 많이 받기도 했었다.

그가 만든 수제 덫으로 많은 좀비를 잡았고, 때때로 희귀한 보조약품도 제공받았었다.


그런데, 어느날 그가 타락자가 되었다.

항간에서는 그가 일부러 좀비의 피를 마셨다는 소문도 있었다.

어쨌든,

도시에서 추방당한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무척 건드리기 껄끄러운 존재가 되어 나타났다.

그의 사격술은 훨씬 정교해졌고, 곳곳에 설치된 함정과 덫은 도저히 그를 잡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렇게 쉘터와 미친 영감이 대치해온 세월이 무려 5년이었다.


물론 5년 내도록 싸운 것은 아니었다.

1년이 지난 시점부터 쉘터는 미친 영감을 내버려 두기로 합의했다.


그렇게 합의한 결정적인 이유는, 미친 영감이 스스로 정한 영역에서만 활동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구역에만 들어가지 않으면 괜찮다.

오히려, 그가 자신의 구역을 확실히 관리하게되면서 사냥꾼 한 파티만큼 운영에 여유가 생겼다.

항상 인원이 부족한 쉘터로서는 구태여 큰 피해를 감수해가며 미친 영감을 토벌해야 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그랬는데,

이제 이 기묘한 공존도 끝을 맺을 때가 되었다.

감히 크루장의 셋째 동생을 죽여?

그것도 제 구역도 아닌 곳에서?

이 미친 영감이 드디어 완전히 돌아버린 모양이었다.


이제 박찬호의 크루와 미친 영감 사이의 기묘한 공존은 완전히 끝이 났다.

피의 원한은 오직 피로만 씻을 수 있는 법.

감히 크루장의 셋째 동생을 죽였으니, 이 핏값은 미친 영감의 목숨으로 갚아야만 한다.


*


나는 밧줄 네트워크를 이용해, 아파트 뒤쪽의 사각지대로 내려왔다.

그리고 잡초 사이를 가로 질러 빠르게 놈들의 뒤쪽으로 다가갔다.


그 와중에도 사냥꾼 무리의 대장은 계속 확성기로 소리치고 있었다.


[미친 영감! 너는 이미 도를 지나쳤다. 감히 내 동생을 죽여?! 아주 네놈의 목줄기를 한웅큼 뜯어다가 질겅질겅 씹어주마!!]


확성기의 메시지를 듣다보니 문득 의문점이 생긴다.

왜 계속 말만하고 정작 공격은 안하는거지?

혹시 협상이라도 하려는 건가?


그러고보니 놈들이 서있는 곳도 상당히 절묘했다.

내가 저격 당했던 곳에서 딱 10미터 가량 떨어진 곳.

왠지 저 거리가 저격 사거리가 아닐까 하는 강한 심증이 들었다.


놈들은 모두 전방의 아파트 건물을 쳐다보고 있느라, 후방에서 내가 다가가는 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은밀하고 신속하게 가장 가까운 차량으로 다가갔다.

차량을 사이에 두고 네 사람이 좌우에 서있었는데, 자기들끼리 한창 얘기중이었다.


“그냥 기습하면 될 걸, 왜 저러시지?”

“하루이틀도 아니고, 대장님 스타일 모르냐? 원래 졸라 갈군 다음에 처벌하시잖아.”

“그나저나 미친 영감도 이제 끝이군. 명년 오늘부터 제사상 받겠구만.”

“모르냐, 저 영감 제사상 챙길 가족도 없어.”


남의 제사상을 걱정할 때가 아닐텐데?

이놈들은 정작 제 등뒤에 사신이 왔는지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잡초더미에서 불쑥 튀어나가 가까운 놈의 등짝에 강하게 단검을 박아넣었다.


“..끄..어..!!”


단번에 폐를 관통당한 놈은 소리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부르르 떨었다.

이어서 단검을 거칠게 뽑아내며 옆으로 반바퀴 돌아 바로 옆에 있는 놈의 목을 찔렀다.


“크...윽!!”


두 놈의 답답한 신음에 그제야 뒤를 돌아보는 맞은 편의 두 녀석.


“어엇!!”


두놈이 신음인지 고함인지 모를 소리를 내며 급히 장총을 들었지만, 그때 나는 벌써 장총 두 자루를 동시에 뽑아 들어 두 놈을 쏴버렸다.


타탕-


한손에 장총 하나씩.

일반인이라면 반발력 때문에 명중률이 떨어지겠지만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머리를 관통당한 두 놈이 쓰러지자, 그제야 주변에서 이곳의 이변을 알아차렸다.


“뭐냐!!”

“적이다!! 뒤쪽에 적이 있어!!”


나는 재빨리 잡초더미 속으로 물러섰다.

그리고 은폐한 채로 빠르게 건물 뒤로 돌았다.


탕, 탕-


총성이 두 발 들렸지만, 전혀 근처에도 닿지 않았다.


“시발, 다 죽었어요!”

“야, 쫓아가지마!! 자리 지켜, 이 새끼들아!!”


놈들의 어수선한 소리를 뒤로 하고 나는 빠르게 건물을 돌아 반대쪽으로 접근했다.

이쪽에도 차량이 두 대 있고, 무장한 여덞 명이 보였는데 모두 좀전에 내가 설쳤던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설마하니,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쪽으로 돌아왔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모습.


하지만, 놈들의 경각심만큼은 최고조였나보다.

잡초더미를 뚫고 불쑥 뛰쳐나가자마자, 놈들이 알아차렸다.

경악한 얼굴로 날 향해 총구를 돌리는 적들.

하지만 나는 이미 양손의 방아쇠를 당긴 후였다.


탕탕-


차량 옆에 서있던 두 놈의 몸이 허물어지고, 나는 미끄러지듯 슬라이딩하며 차량 옆에 붙었다.


탕탕-


차량 너머에 있던 놈들이 뒤늦게 사격했지만, 놈들의 총탄은 이미 내가 지나온 길 뒤를 맞췄을 뿐이었다.

이어서 내 총에 사망한 두 놈의 장총을 챙겨 드는데, 거친 숨소리가 빠르게 차 옆을 돌아 다가왔다.

그리고 놈이 옆으로 고개를 내민 순간.


탕-


머리에 구멍이 뚫린 놈은 그대로 풀썩 쓰러졌다.

놈 딴에는 몰래 돌아 기습하려고 한 것이겠지만, 숨소리가 그렇게 거칠어서야 몰라주기도 어렵다.

그때 뒤쪽에서 달려드는 또 다른 숨소리.

너도 숨소리가 참 크구나?

얼른 총을 고쳐 들어 몽둥이처럼 휘둘렀다.


퍼억-


개머리판이 적의 머리를 부수고 들어갔다.

이어서 죽어가는 놈의 멱살을 잡아당긴 다음, 놈의 장총과 단검을 뺏었다.


이때쯤, 전방의 적들 사이에서는 큰 소요가 일어났다.


“우왁, 시발!! 뭐야!!”

“미친 영감이야, 영감이 내려온거야!!”

“순식간에 몇 명이 당한거야?!”

“여덟이야, 여덟 명이 죽었다고!”


우르르 물러서는 놈들의 목소리에서 짙은 공포감이 묻어나왔다.

놈들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 셈.

이런 심각한 피해를 입을 줄은 상상도 못한 모양이었다.


다만 여기서 놈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놈들이 나를 강노인으로 잘못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때, 위쪽에서 무거운 총성이 들려왔다.


타앙-


한놈이 풀썩 쓰러지고, 다시 소요가 일어났다.


“어엇? 위쪽에도 적이 있어!”

“미친 영감이야!! 영감이 저격한거야!!”

“그럼 여기 있는 놈은 누구야?”

“적이 하나가 아니었어?”


놈들은 이제야, 내가 강노인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놈들의 긴장한 숨소리와 거친 박동소리가 신나는 락음악처럼 귓가로 들려왔다.


갑자기, 삐익- 소리와 함께 확성기 소리가 들려왔다.


[잠깐!! 말로 합시다!!]


막, 옆 차량쪽으로 달려들려다가 멈칫, 걸음을 멈췄다.

확성기의 소리가 날 향하고 있었다.


[그쪽 분은 뉘시오? 누구길래 우리를 공격하는거요?]


대답하지 않자, 확성기 소리가 다시 울렸다.


[혹시 용병이라면 이럴 필요없소. 모르셨나본데 강병만씨는 타락한 사냥꾼이오. 약속따윈 지키지 않는 괴물이지. 저놈이 뭘 약속했는지 모르지만, 우리가 두배를 주겠소.]


*


박한호는 어이가 없었다.

미친 영감을 죽이러 왔더니, 왠 이상한 놈이 부하 여덟을 죽여버렸다.

원샷 원킬.

놈이 움직일때마다 부하들의 목숨이 우두두 떨어졌다.

무섭도록 소름끼치는 실력이었다.


대체 어떤 놈이길래?

어떤 대단한 용병이길래 이토록 무시무시한거지?


박한호의 머릿속에 최근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용병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하나같이 무시무시한 위명을 떨치는 자들이었다.


일단 성남의 질풍.

성남의 한 주점에서 사냥꾼 열일곱과 시비가 붙었는데, 터럭 하나 다치지 않고 상대를 모조리 제압했다는 말 그대로 십칠 대 일의 주인공이었다.

워낙 움직임이 질풍처럼 빨라서 별호도 질풍이었다.


아니면, 수원의 이주영?

홀로 100여구에 이르는 좀비 무리와 구울 세 마리를 사냥해서 무수한 수원 쉘터민들의 목숨을 구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각종 화기를 마스터한 강자라고 했다.


박한호는 확성기를 켜고 물었다.


[혹시 질풍이시오? 아님 이주영?]


하지만 상대에게서는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도리어 대답이 들려온 것은 아파트 위쪽, 미친 영감 쪽이었다.


“크크크, 질풍? 이주영? 그런 애송이들따위를 견주다니.”


강노인의 우렁우렁한 목소리에 박한호의 부하들은 서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따위? 그들보다 더 대단한 용병이 있었어?”

“질풍이나 이주영이라면 진짜 유명한 용병들인데, 그들보다 더 대단하다고? 그럴 리가!”

“그런 무시무시한 용병이라면 분명 대단한 명성을 가지고 있을거야.”


부하들 사이에 퍼지는 불신의 목소리를 들으며 박한호도 그럴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나 뛰어난 용병이 타락한 사냥꾼 따위와 거래할 리 없으니까.


하지만 이어진 강노인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그는 밴시를 잡은 사냥꾼이다!”


밴시!!

그 한 마디에 박한호를 비롯한 모든 사냥꾼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그 순간 모두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한가지였다.


밴시? 그건 원래 잡을 수 없는 괴물인데?

그것은 처음부터 만나서는 안될 존잰데?


그걸 죽였다고?

일개 사냥꾼이?


밴시는 그 자체로도 항거할 수 없는 괴물이지만, 거의 천마리에 가까운 좀비를 이끌고 다니기 때문에 공략 자체가 불가능하다는게 정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거대한 쉘터라도 밴시 근처에는 얼쩡거리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강노인이 말했다.

‘밴시를 잡은 사냥꾼’이라고.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박한호 패거리들의 사기는 급속도로 사그러들었다.


작가의말

토요일 일요일 열심히 써보려했는데, 결국 겨우 한편 쓰네요.


이거 비축하고 있다가는 내일 게을러질거 같아서 바로 풀어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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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골렘 +8 20.06.04 136 11 11쪽
21 쉘터 +10 20.06.03 132 13 11쪽
20 I dreamed a dream. +9 20.06.02 138 10 11쪽
19 I'm fine, thank you. +4 20.06.02 153 5 10쪽
18 밴시 사냥꾼 +5 20.06.01 145 11 12쪽
» 밴시 사냥꾼 +8 20.05.31 165 16 13쪽
16 맨헌터 +3 20.05.29 201 13 11쪽
15 맨헌터 +3 20.05.28 179 9 12쪽
14 타락한 사냥꾼 +6 20.05.27 215 13 11쪽
13 좀비라도 살고 싶어2 +1 20.05.26 201 7 12쪽
12 좀비라도 살고 싶어2 +3 20.05.25 248 9 13쪽
11 좀비라도 살고 싶어2 +3 20.05.23 226 11 13쪽
10 표적 +1 20.05.22 218 10 12쪽
9 표적 +3 20.05.21 218 8 13쪽
8 표적 +2 20.05.20 238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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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쫓기는 자들 +4 20.05.15 311 14 11쪽
4 쫓기는 자들 20.05.15 312 12 13쪽
3 좀비라도 고독해. +2 20.05.15 320 18 13쪽
2 좀비라도 살고 싶어! +3 20.05.15 346 23 12쪽
1 나는 좀비였다. +11 20.05.15 508 4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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