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c가이 -16화- 동료
그렇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한참을 걷다 보니 다행히, 눈에 익은 숲길이 나왔다.
어떤 여행자가 대충 일러준 방향을, 우직한 이 녀석이 곧이 곧 대로 믿고 무작정 온거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용케도 그런 것은 아니었나 보다.
"이쪽으로 와 여기서부터는 내가 알아"
로키에게 그렇게 말을 하고 얼마를 더 걷자 현자의 탑에 도착했다.
"형!"
나를 발견한 테리가 반갑게 부르며 손을 흔들었다.
"응, 이제 몸은 괜찮아 진거냐?"
"네,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요.. 어디 갔었어요. 걱정했단 말이예요"
"그냥 속이 좀 답답해서 바람 좀 쐬고 왔다"
"네.. 그런데.. 이분은..."
그제서야 로키를 발견한 테리가 관심을 보였다.
"형 친구야"
"안녕하세요.. 로키 형?"
어쭈, 이제 형이란 말이 입에 뱄네 뱄어.
"반갑다. 꼬마"
"오크가 현자의 탑을 다 찾아 오다니 신기하네요 헤헤"
"현자님 좀 뵙고 내려올게. 있다 보자"
습관처럼 테리의 머리를 한번 헝클어트려주고 입구로 향했다.
"네 올라갔다 오세요"
가만.
"야 꼬마! 이 녀석은 왜 고트맨 잡아오라고 안 해"
"뭐, 어차피 마법을 배울 것도 아니잖아요?"
"나는 마법 배우러 와서 잡았냐 그럼?"
"뭐, 정 그러면 잡던지..."
그때, 로키가 나를 밀치고 입구로 들어섰다.
"야! 너 고트맨 잡아야 된다고! 얌마!"
대꾸도 없이 어느새 탑 안으로 들어가 버린 로키였다.
"큭큭"
웃어?
"이것들이 정말! 너 내려와서 다시 보자"
"그러시던지. 킥킥"
내가 잠시 잊고 있었다.
'사악한 놈'
벌써 2층까지 도착한 로키가 책으로 가득한 홀을 놀라운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가자"
녀석의 어깨를 한대 툭 치고 앞장을 섰다.
그렇게 데이미르가 있는 마지막 층까지 도착을 했고, 역시나 의자에 앉아 책을 보고 있던 데이미르가 우리를 발견하고는 보고 있던 책을 덮었다.
"응? 혼자가.. 아니구나"
"잘 지내셨어요 현자님? 친구예요. 인사 드려"
한참 데이미르를 바라보던 로키가 입을 열었다.
"당신이 현자인가"
"마! 어른한테 어디 버르장머리 없이..."
"괜찮다, 언제부터 우리가 그런 것 신경 썼다고 그러느냐 허허"
그랬나?
"나는 원래 이렇게 말한다"
'아까는 원래 그런건 아니라며!'
이 자식 진짜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거 아냐?
"오크라.. 나도 직접 보는 것은 처음 이구나.. 헌데..?"
"맞아요. 저랑 같아요"
"흠.. 그래, 무슨 재미난 일이 있어, 이 늙은이를 찾아온게냐? 뭐, 저 녀석 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흥미롭기는 하다만은.."
데이미르 특유의 편안한 웃음을 지으며 나와 로키를 번갈아 바라봤다.
"별건아니구요, 제가 며칠 있다가 수도엘 좀 다녀와야 돼서요. 떠나기 전에 현자님 얼굴이나 한 번 뵙고 인사라도 드릴려고요"
"글로렌스에는 무슨 일로?"
"전직이라는걸 해야 되는데 그럴려면 수도까지 가야한다네요"
"전직이라.. 나도 그것이 무엇인지 들은 바는 있다만.. 아카디아인인 네가 과연, 그것이 가능 하겠느냐?"
"그거야 저도 잘 모르죠. 다행이 아는 여행자들이 전직을 하는 곳까지 동행을 해 준다니 일단은 가 보려구요"
"오호, 벌써 여행자 친구들까지 사귄게냐?"
"저번에, 같이 파티를 했었다고 말씀 드렸던 광란과 연화라는 여행자예요"
"그래 잘됐구나, 잘됐어 허허"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 건지 마치 자신의 일이라도 되는 듯 웃으며 잘됐다는 말을 반복했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로키가 팔꿈치로 어깨를 툭 치면 물었다.
"전직은 뭐고, 파티는 뭐냐"
"음.. 전직이라는 건, 레벨이 60이 되면 상위 직업으로 변경을 할 수 있는 거야.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훨씬 강해질 수 있대"
"'벌목꾼'의 상위 직업이라는 건 뭐냐"
"그걸 내가 어찌 알겠어. 내 직업인 '성문지기'가 뭐로 전직을 할 수 있는지도 모르는데"
광란과 연화에게 들었던 전직에 대한 것들을 조금 더 자세하게 말해 주었다.
"그럼 나도 너를 따라 가서 전직을 하면 되나"
"아닐걸, 넌 오크니까 티그리칸의 수도로 가야 할 것 같은데?"
"그렇군..."
대답을 마친 로키가 의기소침해져 어깨를 늘어트린 채 고개를 떨궜다.
"걱정하지마, 글로렌스에 갔다가 너희 수도까지 내가 함께 가줄께"
언제 의기소침 했었냐는 듯, 고개를 들고 또 다시 울 듯한 얼굴이 되어 내게 말했다.
"크흑, 정말이냐"
"그럼, 너랑 나는 이제부터 '동료'잖냐"
왠지 붉어진 볼을 씰룩씰룩 대더니 로키가 말을 뱉었다.
"나, 너 좋다"
'고, 고백이냐!'
아!.. 또 얼마 만에 들어보는 사내의 박력 넘치는 고백이란 말인가... 는 개뿔!
"닥쳐!!"
데이미르와 인사를 하고 계단을 내려오며 로키가 물었다.
"파티는 뭐냐"
"음.. 잠깐만"
광란과 연화에게 많은 것을 묻고 배우며 이 정도는 이미 터득을 해놨다.
'후후'
파티창.
그리고.. 생성.
[파티의 이름을 정해 주세요]
음...
[나, 너 좋다]
'크흑'
왜 그런 말은 해 가지고 자꾸 머리에서 맴돌게 하느냐 말이다!
완료.
[npc가이님의 파티. [나, 너 좋다]가 생성 되었습니다]
[초대 할 파티원을 입력 하세요]
[npc로키]
"수락 하면 돼"
"알았다"
[npc로키님이 npc가이님의 파티 [나, 너 좋다]의 초대를 수락하셨습니다]
'얼굴은 왜 붉어지는 건데!'
"크흠, 큼, 그러니까 이렇게 되면 함께 사냥해서 몬스터의 경험치를 서로 나눠 가지게 되는 거야. 해 보면 알게 돼"
"알겠다"
"너 지금 레벨은 몇이야?"
"29"
"음.. 사냥은 별로 안 했었나 보구나?"
"아니.. 사냥 정말 많이 했었다. 사냥 하다가 몇 번 토하기도 했었다.
'그게 진짜 되는 거였냐!'
"근데, 레벨이 왜 이렇게 낮아?"
"레벨이 높은 몬스터를 잡다가 몇 번이나 죽을 뻔 했다. 그래서 약한 몬스터만 잡았다"
"음.. 너 만피가 몇인데"
"만피?"
'초짜 녀석.. 후후'
"max hp 말이야"
"아.. 580이다"
"엥? 5800이 아니고?"
"580이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하고 생각을 해봤는데 이유는 하나였다.
"너 레벨업 하면 스텟이 어떻게 올라?"
"힘8 체력2"
'역시'
모든 스텟이 체력만 오르는 데다, '피의 축복'이나 '체력은 국력' 스킬로 인해서 만피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내가 이상한 거였다.
광란과 연화도 말하지않았던가. 지금의 내 레벨에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만피라고.
"그럼 너 공격력이 되게 높겠구나?"
"글쎄, 비교를 해 본적이 없어서"
"뭐, 함께 사냥을 해 보면 알겠지. 내려가서 앞에 있는 고트맨이라도 잡아보자"
"알겠다"
함께 계단을 내려와 입구를 나서자 테리가 볼멘 소리를 했다.
"왜 이제 내려와요..."
"왜? 그새, 형이 보고싶기라도 했던 거야? 후후"
"피이"
"부끄러워 하기는.."
"누, 누가 부끄러워했다고 그러는 거예요!"
당황해 하는 녀석이 귀여워서 볼을 한 번 꼬집어주고는 녀석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눈을 맞췄다.
"테리야"
"네..."
"형이 일이 있어서 며칠 수도에 좀 다녀와야 하거든.. 그래서 당분간은 너와 현자님을 뵈러 못 올거야"
"네..."
나를 보고 있던 테리가 힘 빠진 소리로 대답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 동안 혹시라도 널 다시 괴롭히는 여행자가 있으면, 이름 기억해 놨다가 이 형한테 얘기해. 내가 다 혼내 줄테니까. 알았지?"
그제야 고개를 들어올린 테리가 기쁜 것도 같고, 슬픈 것도 같은 눈으로 이야기 했다.
"꼭.. 돌아올거죠?"
"그럼, 그래야 우리 테리 괴롭히는 놈들, 형이 혼꾸녁을 내주지!"
"헤헤- 알았어요. 조심히 다녀와요 형"
하며 손을 내밀었다.
그 여리고 조그마한 손을 마주 잡자, 왠지 모르게 눈물이라도 나올 것처럼 눈 주위가 시큰 거렸다.
"또 보자?"
"네.."
"꼬마, 잘 지내라"
옆에서 가만히 보고 있던 로키도, 테리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방법은 아주 간단해"
테리와 인사를 하고 바로 앞의 고트맨이 출몰하는 곳으로 로키와 이동을 했다.
"내가 선공을 하면 고트맨은 나를 공격하게 돼 있어. 그러면 그 다음에 네가 고트맨을 공격하면 되는 거야"
"간단하군.. 한데, 왜 네가 먼저 공격을 당하려고 하지?"
'하여튼, 초짜들이란.. 후후'
"그거야! 내가 너보다 강하기 때문이지!"
터억.
녀석이 내 머리위로, 내 머리통보다도 큰 손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네가? 인정하기 어려운데?"
"손 안 치우냐? 나 42레벨이야! 이씨! 어디 29짜리가 눈을 부라려 부라리길.. 눈 깔아 이씨!"
"대단하군"
하며 눈을 깔았다....
'납득 한 거냐!'
"짜식, 너도 조금만 노력하고 정진하다 보면 나처럼 '고렙'이 될 수 있을거야. 힘내!"
"정말 그럴 수 있을까..."
하며 경외의 눈빛이 되어 나를 바라 보았다.
그때, 조금 뒤에서 우리를 바라 보고 있던 테리가 들릴 듯 말 듯 한 소리로 말했다.
"잘들 노네..."
아, 저게 또.
"어쨌든, 무슨 말인지 알겠지?"
"알겠다"
로키가 대답하며 등 뒤의 무식한 '그것'을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나도 방패와 펄션을 빼어 들고서, 뻣뻣해진 목을 좌우로 한 번 움직여 주고 고트맨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럼, 시작 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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