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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자가 너무 세서 지구가 멸망함.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신강림
작품등록일 :
2023.05.10 20:47
최근연재일 :
2023.06.1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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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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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8,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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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6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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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사람들 (6)

DUMMY

"가만 있어봐 마나로 밧줄을 던질 방법이 있을 거야"


강림은 마나 역장을 응용하여 밧줄을 발사하는 마력 회로를 그려보았다. 한샘은 마력파에 구역질을 느끼고는 저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이얍!"


강림이 손을 휘적이자 밧줄 더미가 폭발이라도 한 것처럼 하늘로 날아갔다. 회로가 상상했던 대로 잘 작동해 준 것이다. 그러나 이내 천장에 보이지 않는 역장에 의해 곤두박질 치고 말았다.


"젠장, 막아 놨어"

"일단 쉬어... 물어볼 것도 많고."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보았지만 딱히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지는 못했다. 하는 수 없이 강림은 지친 몸을 이끌고 한샘을 따라 높은 언덕 위의 누각에 몸을 뉘였다.


"마나 파드에 들어가자마자 이곳에 떨어졌어. 무슨 일이 있던 거야?"

"...하나도 모르겠구나."


강림은 한샘의 탈을 쓴 또다른 과거의 한샘에 대한 이야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말해 주었다.


"나를 사칭하다니, 기분 나빠."

"무턱대고 사칭하는 건 아닌 거 같아. 그 아이도 과거의 다른 우주의 미래 시점에서 한샘이었을 수도 있지."

"다른 우주라니?"


강림은 미래의 한샘이 했던 것을 말해주었다. 괴물들을 피해 달아나기 위해 이곳 우주로 도망친 것, 특히 마나 폭풍에 의해 사라졌던 사람들이 이곳에 살아 있을 지도 모른다는 것 까지.


"뭐? 여기가 다른 우주라고?"


한샘은 기가 찼다. 우주에 있다가 난데없이 지구의 동굴에서 눈을 뜨게 된 줄 알았건만, 다른 우주라는 이야기가 나오다니. 뭐에 휩쓸린 것인지 감이 잡히지를 않았다.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데? 평행 우주 같은 건 근거 없는 이론이잖아"

"너, 가족들이 여기 살아 있을 수 있다는 거, 들은 거 맞지?"


강림은 한샘이 그토록 염원하던 진실에 대해 데면데면 하자 되려 무안한 기분이 들었다. 한샘에게 이 사실을 다시 전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그녀가 얼마나 기뻐할지, 혹은 얼마나 슬퍼할지 몰라 엄청나게 조심스럽게 단어를 선택해 왔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괜히 혼자 유난 떤 것처럼 되어 버렸다.


한샘은 평상에 걸터앉은 강림 옆에 머리를 푹 기대며 말했다.


"그게 뭐가 중요해. 난 오빠만 있으면 충분해. 그 이상은..."

'지쳤구나'


잘못하면 지금 가진 것조차 잃어버릴 수 있다는 불안감, 아직은 그래도 손에 쥐고 있다는 안도감이 그녀에게 보였다. 강림은 그런 그녀에게 감히 무어라 할 수가 없었다.


한샘은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문득 궁금하던 것을 질문했다.


"아참, 여기가 아까 평행 우주라고 했나? 그걸 어떻게 증명해?"


웜홀은 멀리 떨어진 우주의 두 지점을 이을 수 있었다. 그러니 웜홀을 통과했다는 것만으로 다른 우주라는 거창한 단어를 사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달리 말해, 이곳이 지구와 비슷한 다른 항성이나 은하의 우주일 가능성도 있는 것이었다. 강림이 텅 빈 천장을 응시하며 말했다.


"일단, 우주는 디렉 상수로 디지털화 되어 있기 때문에 무한하지 않아. 때문에 정보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아주 먼 곳까지 가면 비슷한 우주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었지."

"그게 평행우주? 서로 동일하면 그냥 같은 우주 아니야?"

"그래, 하지만 웜홀이 등장해서 그런 대칭성이 깨졌어. 1번 우주에서 2번 우주로 웜홀을 만든 순간 정보의 흐름이 일어났고, 2번 우주가 동일하게 3번 우주로 웜홀을 만든 순간 그 정보는 1번에서 3번 우주로 계속 이어진 거지. 더 이상 완벽히 동일한 우주가 아니야. 그러니 여기 사람처럼 생겼으면서 사람이 아닌, 그런 외계인이 있을 수 있는 거고. 미래의 이전 우주에서 넘어온 그 애처럼."

"하지만 관점에 따라 다른 걸, 어쨌든 한 공간으로 이어져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일반 우주선으로도 그 평행이라는 우주에 도달할 수 있는 거잖아."

"적어도 칼리스토에서 있었던 일을 들어보면 평행 새계라고 생각하고 싶어질 걸?"

"무슨 일이 있었는데?"


강림은 성격이 뒤바뀌는 지혜와 재민, 점점 여자처럼 행동하는 태정을 그 예로 들었다.


"웜홀 때문에 이미 자잘하게 우주를 이동한 샘이었구나. 그런데 태정...태정아? 정아 원래 여자 아니었어?"

"이거 봐. 정아가 아니라 태정이. 아니, 여기는 그 싸가지 없는 녀석이 여자인 세계였던 거야?"


한편 태양이 뜬 곳으로 수천 킬로미터를 향하다 보면 내륙형 사막에 덩그러니 남겨진 두 사람을 찾을 수가 있었다. 해가 져 어둑어둑 해진 지 이미 오래, 휘소가 그랬던 것처럼 날씨는 영하로 떨어졌고, 설상가상 칼바람이 불고 있었다.


"아취!"


정아는 재채기를 참지 못하고 연달아 두 세 번을 더 콧물을 쏟아냈다.


"감기냐?! 저리가 옮는다."

"뭐래! 이씨, 아~ 누가 내 이야기 하나"


휘소의 말대로 코트가 없었다면 이미 동사하고 말았을 지경이었다. 정아는 머리가 얼어붙을거 같아 겉치마처럼 온 몸을 감싸 걸었다. 하지만 그러고도 충분하지는 못했는지 온 몸을 덜덜 떨기에 이르렀다.


이미 수 시간을 걸었기에 체력적으로 한계가 보이는 지점. 휘소는 그것을 보다 못하고 정아를 멈춰 세웠다.


"그만, 여기서 야영해야겠다."

"야...영?"

"하룻밤 자고 간다는 뜻이야"

"...미쳤어? 뭐가 있다고"


그녀의 말대로 이곳은 오직 모래밖에 없는 황야. 당장 얼어붙을 것만 같은 이곳을 빨리 벗어나지는 못할 망정 하룻밤 잔다는 건 미친 소리 같았다.


"땅을 파서 구덩이를 만들고 보온을 할 자리를 만들어야지. 지금 중요한 건 체력이 아니라 생존이야. 기절하거나 쓰러질 때 피난처를 만들지 못하면 그대로 죽을 수도 있으니까"

"...응"

"그럼 구덩이를 만들게 땅 좀 파자"


휘소는 귀를 의심했다.


'방금 응이라고 했나? 응이라고? 천하의 개 상놈 호로 말 안 듣는 새끼 입에서 응이라는 단어가 나올 수 있다고?'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싶어서 작업을 하면서도 정아를 힐끔 힐끔 쳐다보았다. 믿을 수 없게도 그녀는 꽤나 열심히 땅을 파고 있었다.


"다음은 뭔데?"


사람 두 명 정도 나오는 구덩이가 나오자 정아가 물었다. 휘소는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여서 대뜸 그 말에 대답을 해주지는 못했다.


"응? 음, 그래. 보호복으로 천장을 만들자. 돌 같은 건 없으니까 모래로 적당히 덮어서 날아가지 않게 하고."


그들은 보호복 두 벌을 벗어서 천장으로 삼았다. 모래가 너무 건조하고 고와서 참호 같이 깊은 구덩이를 만들 수는 없었다. 그러다 보니 천장 이라고는 하지만 이불에 가까웠다.


"다음은?"

"오... 어, 그래. 이제 열원이 필요한 데..."


휘소는 문득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노트북이나 비상용 히터 같은 게 있으면 완벽했지만, 지금 이 순간 막상 여기까지 작업을 하고 보니 마땅한 게 없던 것이었다. 다행히 사람의 체온만으로도 죽지 않을 만큼 온도는 유지되는 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조금 쌀쌀한 감이 있었다.


"열원이 뭔데?"

"따듯한 아무거나. 라는 뜻인데... 낭패다. 마땅한 게 없어"


그들은 하는 수 없이 잔뜩 웅크린 자세로 잠을 청하기로 했다. 몸을 쓰다 보니 아직까지는 열기가 있었지만, 깊은 잠을 자면 분명 후회할 게 예상되었다.


"자라, 일단 죽지는 않을 테니..."


뾰족한 수는 없었다. 내일 아침 벌벌 떨 게 뻔했지만, 이제 와서 쏟아지는 잠을 물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조금 버틸 수 있겠다던 휘소와 달리, 상대적으로 체적이 작은 정아는 추위를 몇 배로 느끼고 있었다. 몸의 부피가 작을수록 단면적 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열을 빨리 잃어버리는 탓이었다.


'으 추워...!'


그녀는 정신을 놓아버릴 것만 같았다. 그런데 어디에 선가 열기가 느껴졌다. 그녀는 잠결에 따듯한 열원을 온몸으로 껴안았다.


'따듯해... 살 것 같아...'


그렇게 밤은 깊어진다.


한편, 추위가 더욱 더 기승을 부리던 자르칼리움에서는 한바탕의 소동이 일단락되어 가는 중이었다. 카샬다스의 현자들이 사실은 드래곤의 화신이라 기에 당장에 북녘에 사는 용들의 호구조사를 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르네는 부하들의 문헌 조사를 다그쳤다.


"오로스는? 둥지에 있다냐?"

"네, 둥지에서 한발짝도 벗어난 적 없다고 합니다"

"햐타드는?"

"햐타드는 마지막 임무가 부세파 수도 정찰이었습니다."

"솔롱고스 아닙니까? 솔롱고스가 둥지를 비운 지는 한참 되었지 않았습니까?"

"낭설이겠지, 거기는 어제 용언 마법이 감지되었다고 했어."

"다르한비도 장벽 건설 중이라 아닐 겁니다."


오로스는 집에서 놀고 있으니까 제외, 햐타드는 알려진 임무 중이므로 제외, 솔롱고스가 유력해 보이지만 집에 인기척이 있다니까 도 제외. 다르한비는 워낙 바쁘신 몸이라 제외. 그러다보니 어느 하나 감이 잡히는 게 없었다.


"오로스! 오로스입니다. 최신자 소식으론 오로스가 둥지에서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때, 헐레벌떡 화이트케슬에서 용들의 동향에 대한 답변을 가져온 대원이 외쳤다.


"망나니 오로스라니!"


최악이었다. 가는 곳마다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좋아하는 장난꾸러기 용이 자르칼리움에 있다니. 그렇다면 세상에 큰 일이 생겼다 느니 호들갑을 떤 것은 죄다 장난을 친 것에 불과하다는 말이었다.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하긴, 모두 전투 준비! 위험 요소는 배제한다. 화신체를 프로파의 품에 안기고 기억은 오로스에게 돌려보내 우리 의지를 보여 주자. 이곳은 네 장난 따위 받아줄 곳이 아니라는 것을."


서슬 퍼런 날이 재민이 네를 향해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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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이상한 나라의 사람들 (4) 23.06.14 19 1 10쪽
26 이상한 나라의 사람들 (3) 23.06.13 19 1 11쪽
25 이상한 나라의 사람들 (2) +1 23.06.12 21 1 10쪽
24 이상한 나라의 사람들 (1) 23.06.09 19 1 11쪽
23 이상한 전개의 끝 (9) +1 23.06.08 20 1 16쪽
22 이상한 전개의 끝 (8) 23.06.08 15 1 12쪽
21 점점 더 이상한 전개 (7) 23.06.05 20 1 10쪽
20 점점 더 이상한 전개 (6) 23.06.03 18 1 13쪽
19 점점 더 이상한 전개 (5) +2 23.06.01 28 1 11쪽
18 점점 더 이상한 전개 (4) 23.05.31 21 2 12쪽
17 이상한 마법과 이상한 전개 (3) 23.05.30 21 1 11쪽
16 이상한 마법과 이상한 전개 (2) 23.05.26 27 1 10쪽
15 이상한 마법과 이상한 전개 (1) 23.05.26 24 1 9쪽
14 마법의 종착지 (5) 23.05.24 29 2 13쪽
13 마법의 종착지 (4) 23.05.23 30 2 10쪽
12 마법의 종착지 (3) 23.05.22 31 2 15쪽
11 마법의 종착지 (2) 23.05.20 39 2 16쪽
10 마법의 종착지 (1) 23.05.18 41 2 12쪽
9 검은 백조 (2) 23.05.17 51 2 11쪽
8 검은 백조 (1) 23.05.16 46 2 14쪽
7 만경의 시간을 날아온 마법 (5) 23.05.15 52 3 12쪽
6 만경의 시간을 날아온 마법 (4) +1 23.05.12 57 3 11쪽
5 만경의 시간을 날아온 마법 (3) 23.05.12 57 2 11쪽
4 만경의 시간을 날아온 마법 (2) 23.05.11 63 3 11쪽
3 만경의 시간을 날아온 마법 (1) 23.05.11 82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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