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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자가 너무 세서 지구가 멸망함.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신강림
작품등록일 :
2023.05.10 20:47
최근연재일 :
2023.06.1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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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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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글자수 :
158,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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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1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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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만경의 시간을 날아온 마법 (2)

DUMMY

‘아직은 가족이 아니라고?’


이번 프로젝트엔 강림의 생사가 달렸다. 지금껏 카드 돌려 막기 하듯 거짓말에 거짓말이 쌓여서 감당하지 못하는 순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만약 여기까지 와서 서류에 오류가 있다고 한다면? 강림은 돌아버릴 것이다.


한샘이 말했다.


“증명서류는 나중에 제출해도 되잖아요.”


등록은 문제 없이 되었다. 원정대는 3년이나 오지로 항행 하기에 시스템상에 가족 연구자를 동반한다 체크하면 소속을 보지 않고 동행 연구자를 초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슨 수로 가족임을 증빙한단 말인가?


“아니, 어쩌려는 거야?”

“가족관계 증빙자료는 생성일자가 언제든 상관 없어요. 포괄적으로···”

“지금 그 이야기가 아니잖아. 아직은 아니라면? 조작을 하자는 거야?”


없는 사실을 꾸민다는 것. 이것은 연구자로서 치명적인 윤리 기만 행위였다. 잘못되면 강림이 아니라, 조작을 한 한샘이 연구자로서 제명 당할 일이었다.


“혼인신고.”

“뭐?”

“그냥 혼인 신고 해버리면 되잖아요”


강림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일까? 하지만 한샘의 눈빛에는 그 어떠한 흔들림도 없었다. 물론 강림이야 나쁠 건 없었다. 하지만 책임감 하나 때문에 인생을 걸다니. 강림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니야”

“어째서요?”


한샘이 반문했다. 물론 강림은 한샘이 좋았고, 한샘도 그런 마음에 제안을 한 거라면 강림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하지만 어떻게 봐도 그건 연애의 차원이지 이런 법적인 문제까지 엮을 일이 아니었다.


“아니야. 차라리 신청 취소를 하고 말지. 무슨 말도 안 되는.”


강림은 재차 부정했다. 그녀는 자기가 벌인 일에 엄청난 책임감을 가지는 성격이었다. 만약 그녀가 자신을 좋아하기라도 한다면, 책임감 때문에 그것을 지우고 싶지는 않았다.


“저는 정말로 괜찮은데요?”


이제는 한샘이 애원하듯 달려드는 모양이 되었다. 하지만 강림은 단호히 거절을 하였다. 가끔 그녀가 유능해서 까먹곤 하지만, 한샘은 이제 갓 스물 네 살의 어린 애였다.


“안 돼 이런 일로 이런 책임을 지을 수는 없어”


차라리 연애를 하는 관계에서 연장된 고민이라면 쉽게 수락했을 것이다. 하지만 강림은 아직도 애매한 관계를 책임이라는 연결 고리로 망치고 싶지 않았다.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자”

“저는 이 방법밖에 없다고 봐요”


한샘은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강림의 문제 뿐만 아니라 그녀의 문제이기도 했으니 차마 뿌리칠 수도 없었다. 어색한 대립의 순간이 이뤄졌다.


그때였다.


부우우?


진동으로 된 벨소리가 울렸다. 강림의 휴대전화였다. 그는 이때다 싶어 전화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난 이거 받고 다른 방법 찾아보러 갈 거니까 그런 줄 알아.”

“네? 네···”


강림은 휴대전화를 받으며 실험실을 빠져나갔다. 한샘은 강림을 보내면서도 뭔가 끝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여보세요?”

“강림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림의 아버지다.


“어 왜?”


강림은 떨리는 목소리를 다잡으면서 대꾸했다. 여전히 사실을 고백할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말했다.


“너 이번에 졸업 한다면서. 네 엄마가 그거 때문에 무슨 쌩쑈를 하는지 모르겠다.”


이제 해야 할 일을 할 시간이었다.


“아휴 그거? 나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너 그 졸업식인가 뭔가 하는거 언제야? 정확히. 비행기 예매 해야 하니까.”

“아··· 그 2월 이십···”


강림은 재빨리 휴대폰에 담긴 일정표를 뒤적였다. 이번 프로젝트의 발표가 졸업식보다는 앞서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또 반쯤 거짓말 하는 꼴이 될 테니까.


그런 꼴은 한번으로 족했다.


‘언제지? 학위수여식이 2월 25일이고··· 칼리스토 원정대 발표일이··· 3월 4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만약 ‘칼리스토 원정대 때문에 2월 25일 졸업을 못 할 것 같다’고 말해놓고, 정작 3월 4일날 불합격 된다면? 더 끔찍한 상황을 피하려면 지금 당장 사실을 털어놓아야 했다.


“아 그 사실. 나 이번에 졸업 못 할 것 같아”

“··· 뭐야”


그러자 분위기가 급속도록 차가워졌다. 금방이라도 베여버릴 것 같은 아버지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너 이번에도 또, 너 도대체 몇번째야?”


아버지의 목소리에서 노기가 느껴졌다. 강림은 식은땀을 훔치며 차근차근 설명하고자 했다.


“아냐 이번에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들어와서···”

“너 작년에도 그런 말 했어. 제작년에도, 지금 몇년째인 줄 알아?”

“그런거 아니야, 이번에는···”

“너 이새끼야! 이번에는 그렇게 호언 장담을 하더니, 그 지랄 발광을 하게 해 쳐놓고 거짓말을 해?”


대부분은 사실이었기에 강림은 죄를 지은 기분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래도 또 한번의 거짓말을 만들지 않으려면 욕은 달게 받아야 했다.


“이 XXXX 새끼, 너 키운다고 부모 등골빠지게 일하는데 어따 갖다 대고 거짓말이야? 너 따위 놈 키운다고 허공에 갖다 버린 XX 돈이 얼만 줄 알아! 이 XXX의 새끼!!”

“아 아냐! 그런 게 아니야!”


강림은 다급하게 외쳤다. 아버지의 분노는 한번 시작하면 쉽사리 멈출 수 없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해서는 안 될 말을 해버렸다.


“노벨상 받으러 가는 거야! 내가 노벨상 받게 되어서 그렇다고!”


물론 칼리스토가 노벨상급 프로젝트인 건 맞지만, 확정된 사실은 결코 아니었다.


“뭐? 노벨상? 그게 무슨 소리야 똑바로 말해.”


다행이 그게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한 듯 보였다. 아버지가 윽박지르듯 추궁했다. 당연히 믿지는 않는 눈치다.

이를 어찌 수습해야 할지, 강림의 머릿속에서 위기관리 회로가 불탈 듯이 돌아갔다. 10년 넘은 학회 발표 짬밥이 빛을 발했다.


“국마연에서 칼리스토 웜홀을 연구하는데, 게이트 현상을 발견했데. 그런데 마침 아카이브에 올려놓은 내 논문이, 그걸 설명하고 있어서 노벨상을 받을 거 같데”


강림은 말하면서도 느꼈지만 참 말을 조리있게 했다고 생각했다. 물론 모든 단어를 아는 자에겐 이게 무슨 개소리냐 할 법했지만. 아무튼 먹혔으면 되었다.


“···사실이야? 그런데 그게 졸업이랑 무슨 상관인데?”


그 덕분인지 강림의 그의 언성이 조금 누그러졌다. 게다가 물론 그 말에는 한치의 거짓은 없었다. 단지 칼리스토 탐사대에 발탁 되는 걸 전제로 할 뿐이었다.


“그게, 아카이브는 미투고된 논문 올리는 커뮤니티잖아. 내 졸업논문과는 다른 거고. 그래서 그쪽 논문을 완성해서 실제로 게재 해야 받을 근거가 되지.”

“그럼 해.”


하지만 그는 강림의 말이 영 못미더웠다. 졸업을 유보한다는 선택지 자체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다. 어떻든 이 일을 빠져나가려는 강림의 속셈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게 말이지, 논문 완성하려면 실제 실험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칼리스토까지 가야 한단 말이야.”

“아니 졸업도 하고, 가서 논문도 쓰고. 왜 이걸 동시에 못하느냐 이 말이야”


아버지의 추궁이 이어졌다. 그는 아버지를 납득시켜야만 했다.


“또 그게 말이지, 칼리스토는 지구가 아니라 목성의 위성이야. 왕복만 해도 1년, 2년동안 실험하고 결과를 내야 노벨상을 받을 수 있거든”

“흠···”


계속해서 큰 성과를 강조한다. 그러면서 해야만 할 일을 일목요연하게 나열한다. 이보다 더 완벽한 보고서, 논문이 있을까? 물론 지도 교수가 강림의 생각을 보았더라면 뒷목을 잡았을 것이다.


“지금 아니면 누가 노벨상을 채갈 지 모르잖아?”


수화기 너머에는 한동안 아무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수긍한 듯 보였다.


“일단 네 엄마랑 이야기 해 본다”


뚜루두.


“후···”


강림은 목이 죄여졌다. 또 거짓을 덮기 위해 반만 사실인 것을 포장했다. 늘어진 도미노 앞에 더 작은 블록 하나를 세워뒀다. 하나씩 세울 수록 점점 위태해지는 도미노였다. 이제는 바람만 불어도 무너질 지경이다.


칼리스토 탐사대의 서류 심사. 그리고 한샘과의 가족관계. 반드시 두 문제가 해결되어야 했다.


강림은 실험실에 나오지 않고 칩거를 시작했다. 한샘과의 관계도 껄끄러웠고, 별다른 성과 없이 교수님을 마주치는 것도 두려웠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한샘이 저지른 일을 우회하기 위해 방법을 찾아 나서야 했다.


각종 법률 서적, 무료 법률 상담 등 찔러보지 않은 게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절망감은 깊어져만 갔다. 도저히 방법이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강림은 점차 피폐해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강림의 집은 이제 더이상 사람 사는 집이라 불리기 어려운 수준이 되었다. 하루하루 피폐해진 삶에서 청소라는 것은 사치일 뿐이었다. 처음에는 저 쓰래기 하나 줍는 시간에 법령정보 하나라도 더 읽지 라는 심정으로 놓아 두었던 것이 어느새 산처럼 되어 있었다.


“띵동”


초인종이 울렸다. 아니, 다시 들으니 사람의 목소리다.


‘뭐지? 잘못 들었나?’


하지만 분명히 세 번의 소리가 들렸다.


강림은 신경을 곤두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세상에 마나물질이 발견된 이후로, 진짜 유령을 보았다는 사람들의 증언이 많았다.


예전과 달리 강림을 포함한 전문가들은 그런 괴담을 마냥 흘려듣지 않았다. 마나는 갑자기 발생한 웜홀과 함께 전 지구적 이변이었고, 일종의 외계 물질 이었다.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오죽했으면 실화를 바탕으로 <복제인간>이라는 영화도 나왔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사람이 자꾸만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 환각, 환청과 마주하며, 광인이 되어 가는 과정이었다.


“띵동”


또 그 소리다. 다시 들으니 명백히 사람 목소리로 낸 게 맞았다. 게다가 그것은 강림 자신의 목소리와 너무나도 비슷했다.


끼이이익···


문이 열리고, 강림은 밖으로 나섰다. 하지만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저 멀리 깜빡이는 LED 등이 신경 쓰였다. 강림은 인상을 쓰며 도대체 어디서 들려온 목소리인가 살폈다.


그때였다.


“띵동”


방금 열었던 문 뒤 쪽에서 사람 입으로 낸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혹시나 컴퓨터 쪽에서 뭘 잘못 켜 놓은 것일까? 강림은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갔다.


‘뭐야?’


그러나 컴퓨터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혹시나 해서 전원을 꺼보았다. 휴대전화도 꺼보았다.


“띵동”


그럼에도 문 쪽에서 나는 “띵동”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강림은 소름이 돋았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그 ‘환청’이라는 걸까? 자신도 미치광이가 되어 가는 걸까?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 한번 띵동 소리가 난 문으로 향했다. 밖에서는 안쪽에서, 안에서는 밖에서 소리가 들린다. 괴상한 일이었다.


“띵동”


다시 밖으로 나가니 뒤에서 들리는 소리. 확실히 소리는 문에서 났다.


‘문에서 소리가 났다고?’


불가능한 일이었다. 보안 때문에 문에는 그 어떠한 IOT도 장착하지 않았다. 정말 무슨 마법이라도 일어난 것일까?


강림이 문 뒤를 확인하려는 순간. 그때였다.


“쿠와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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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만경의 시간을 날아온 마법 (3) 23.05.12 57 2 11쪽
» 만경의 시간을 날아온 마법 (2) 23.05.11 64 3 11쪽
3 만경의 시간을 날아온 마법 (1) 23.05.11 82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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