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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자가 너무 세서 지구가 멸망함.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신강림
작품등록일 :
2023.05.10 20:47
최근연재일 :
2023.06.18 16:35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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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57
글자수 :
158,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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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6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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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이상한 마법과 이상한 전개 (1)

DUMMY

웜홀 너머로 전송을 마친 강림은 포드 안에서 휘소의 응답을 기다렸다. 지금 가장 무서운 건 웜홀 너머의 존재가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우주에서 인류 최후의 100인이 아사하기 직전인 이 순간 더 나빠질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태양이 돌아왔습니다.”


휘소의 말에 강림은 무슨 감정을 내야 할지 고민되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아주 어려운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첫 발자국으로 내디딘 한걸음이 마지막 한걸음이자 도착지로 향한 한걸음이라니.


‘나를 두둔하는 편지에 내 아내를 확실히 했다. 그런데 이게 태양이 돌아온 거랑 무슨 상관이지?’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이 일의 전말은 휘소와 강림의 실험이 거의 분명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결국 그 너머에 누군가 있다는 게 맞는 거 같네요. 나와서 한번 상황을 보시죠”


강림은 포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보안을 위해서 보조 연구원들은 거의 없었다. 예전에도 물론 메시지 내용과 같은 핵심은 비밀에 부쳐졌으나, 이번에는 무엇이 보안의 주체가 될지 몰라 극히 조심한결과였다.


적막함이 감도는 가운데, 저 멀리 난간으로 분리된 관측실에 휘소와 한샘이 보였다.


이전과 달리 사람들이 없으므로 자세한결과를 확인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일단 태양이 다시 보인다는 희망적인 이야기가 나왔으니 강림은 느긋하게 위를 향했다.


“답장이 왔나요?”


묻고 싶은 것은 많았다. 지구는 어떻게 되었는지, 그 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 그러나 모두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가장 빨리 알 수 있는 건 답장뿐이었다.


“왔습니다. 그런데 예전보다는 문장이 더 짧아졌네요.”

“뭐라고 왔는데요?”


휘소는 모니터에 가까이 다가가 자신이 읽은 게 확실한 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아무리 보아도 잘못된 건 없었다. 혹은 자기 이해가 잘못되었다거나. 그는 그 내용을 읊었다.


“옳다.”


잠시 정적이 있었다. 그럴 만 하다. 강림은 그게 답장인지 아니면 휘소의 또 다른 무언가 뜬구름 잡는 소리인지 구분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겨우 두 글자요?”

“네.”


강림은 잠시 멈춰 서 이해하기 힘든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겨우 두 글자 만에 태양을 가리던 무언가가 사라진다? 도통 연관관계를 찾을 수가 없다. 그는 천천히 과거를 되짚어 보았다.


대화라고 할 만한 첫 번째 문장은 분명 ‘여기 인류가 있다’로 시작되는 휘소의 소개글이었다. 그랬더니 태양계 절반이 블랙홀에 갖혔다.


그것에 나온 답은 꽤 장문의 글 ‘오라 강림, 나의 반려’로 시작하는 초대글이었다.


그리고 강림은 그것에 답했다. ‘나의 반려는 한샘이다.’ 라고. 그러자 이번에는 태양이 다시 돌아왔다.


“도대체 뭔 조합인지···”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 패턴에 강림은 머리를 싸맸다. 그때, 휘소가 갑자기 자기 노트를 조각조각 찢어발겼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지금까지 저 웜홀을 상대로 만든 이론식은 사람의 심리를 물리학적으로 분석하겠다고 나선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다시 수렁에 빠진 것이나 다름없으시겠네요”

“네, 방금의 발견은 저로선 별로 좋은 소식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제가 구축해 왔던 이론이며 가설이 모두 부정 당하는 일이니까요. 자연 현상에 일관성이 없다? 그런 것은 학문이라 할 수 없지요.”


한숨을 쉬며 탄식하는 휘소에게 강림은 뭐라도 힘이 나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일관성을 찾으려면 어떤 게 또 변했는지 좀 더 알아봐야지요. 워낙 거시적인 것이 변하는바람에, 우리가 놓친 작은 것들이 분명 있을 겁니다.”


휘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 한샘이 기겁하며 말했다.


“자, 자자 잠깐. 그 일이 있었는데 여기서 뭘 또 찔러 보려고? 태양도 돌아왔겠다. 그냥 웜홀에 대한 건 그냥 덮어 두자. 너무 위험하잖아?”


한샘이 고개를 빼꼼 내밀어 강림을 바라보며 동의를 구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강림은 어째서인지 그 표정을 읽기가 힘들었다.


그건 이상한 일이었다.


한샘의 표정이 평소와 다르게 굳어 있었다. 마치 동물의 표정을 읽으려고 하는 것처럼, 강림은 한샘이 어떤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읽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문득 강림은 한샘의 피부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어? 한샘아, 너 원래 피부가 파랬나?”

“···갑자기? 오빠 너무 한 거 아니야? 지금, 이렇게 중요한 이야기할 때에 제 피부색 이야기가 왜 나와?”

“···근데 한샘아 너 원래 나한테 반말 했던가?”


이야기는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무슨 말을 하시려는 건가요?”


휘소도 그 대화에서 이상함을 느꼈다. 하지만 강림 조차 무엇이 바뀌었는지 확실치가 않았다. 강림은 자신이 이상하다 생각하는바를 말했다.


“아니요, 제가 보기에는 전혀 변함이 없습니다. 한샘 연구원은 원래 피부가 파랬습니다.”

“그래, 뭐가 변했다는 거야?”


휘소는 단언했다. 한샘도 그리했다. 뭔가 기시감은 드는데 이것을 검증해 줄 두 사람은 아니라고 하니 강림은 미칠 지경이었다.


“그래요, 사람이 뭐 피부가 파란색이라고 칩시다. 하지만··· 그래요, 아까 뭔가 놓친 게 있을 수도 있다고 한 거 동의 하셨잖아요.”

“그치만 미시적인 것은 물리학적인 의미에서 생각한 거지, 이렇게 감각적인 문제에 관한 건 아닙니다. 애초에 감각이라는 건 기준이 자신에게 있어서 언제든 변하지 않았다고 착각 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어? 제 말이요, 그게 제가 하고 싶었던 거에요.”


둘은 미간을 찌푸러트리며 서로를 바라보았다가, 다시 강림을 바라보았다. 언뜻 이해되지 않는 것 같았다. 강림은 자세한 설명을 이어 나갔다.


“그러니까 웜홀이 무엇을 어디까지 바꾸는지 모르잖아요. 일단 과학적으로, 일단 상식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막상 포문을 열었지만 곧장 떠오르는 건 없었다. 손마디로 콩콩 머리를 치면서까지 생각한 결과 다행히 한 가지 예시를 찾을 수 있었다.


“멜라닌 색소요. 인간이나 모든 동물들이 태양 자외선을 막기 위해 생성한 단백질, 같은 조상에서 진화한 포유류인 이상 누구나 이 갈색 색소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파란색 멜라닌은 처음 들어봐요.”

“그거야 뭐, 한샘 연구원이 특이 체질일 수 있지.”

“하지만 처음 보셨을 때 분명히 무슨 생각이 드셨을 거 아니에요. 이상하다거나 신기하다거나. 왜 이제서야 그런 생각이 드실까요?”


휘소는 강림의 말에 따라 논리적으로 사고실험해 보았다. 과연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뭔가 이상한 점이 있었다.


“흠··· 뭐야 강림 연구원 독심술도 쓸 줄 아셨나?”

“왠지 그렇게 생각하실 것 같았거든요! 보세요, 저게 어떻게 인간에서 나오겠어요?”

“뭐?”

“사람으로서 피부에 비늘이라니? 그러고 보니 이상했구만!”

“아니 소장님.”

“게다가 이거 뭐야, 뿔? 사람이 왜 뿔이 있어?”

“그래 이거 이상하구만···”

“그래요 이거 이상하다니까요!”


드디어 자기 생각을 알아준다는 것에 강림은 환호했다. 미처 한샘의 눈물샘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모르고 말이다.


“오빠 어떻게 말을··· 말을 그렇게 해?”

“앗”


강림은 그제야 한샘의 얼굴을 보고는 아차 싶었다. 표정이 읽히진 않았지만, 눈물은 확실히 보였으니까.


“아냐 샘아, 그런 의도로 말한 거 아니야. 그냥 예시를 들어서···”

“사람 몸이 파랄 수도 있지 왜 그래애애애···!”


강림은 안절부절못하며 한샘을 다독이는데 진땀을 뺐다. 조금이라도 잘못 툭 건드리면 터져 버릴 것 같은 한샘이었다. 그런 모습을 본 휘소는 슬쩍 빠져야겠다고 생각하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 한번 생각해 볼 테니까, 잘 좀 정리하고 오늘은 쉬세요. 저는 다른 비대위 분들이랑 회의를 해 봐야 할 것 같네요.”

“어어 잠까···”

“흐어어어어어어!”


결국 한샘은 하늘이 무너지듯 통곡했다. 너무 서럽게 울어대는 바람에 강림은 미안하다는 말밖에는 더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한샘을 토닥이다 못해 아예 끌어안아 버렸다. 마치 애를 다루는 것 같았다.


‘이상하다 얘가 원래 이렇게 울음이 많았나?’


위화감, 기시감이 동시에 들었다. 눈 앞에 있는 한샘이 한샘이 아닌 것 같았다. 그치만 이 생각을 또 읊었다간 사태가 어디까지 갈 지 모른다. 강림은 그저 애를 다루듯 울음을 그칠 때까지 등을 토닥일 수밖에 없었다.


“킷···키치···”


한샘은 하도 서럽게 우는 바람에 기침이 나려고 했다. 그녀의 화낭에서 탄화수소가 압축되며 점점 압력이 올라갔다. 옅게 내는 기침이 극에 달했을 때, 화낭에 뭉쳐 있던 액화 부탄이 뿜어져 나가며 마력에 의해 점화되어 나갔다.


“에 취이이이이!”


강렬한 화염이 실험실을 휩쓸며 나아갔다. 그녀를 토닥이던 강림의 뒤통수가 뜨겁게 달궈졌다. 화상을 입진 않았지만 하마터면 브레스에 휩쓸릴 뻔했다.


'사람이 불을 뿜어?'


강림은 소름이 좌아악 돋았다.


“아니 이상한 거 맞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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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이상한 나라의 사람들 (4) 23.06.14 20 1 10쪽
26 이상한 나라의 사람들 (3) 23.06.13 19 1 11쪽
25 이상한 나라의 사람들 (2) +1 23.06.12 21 1 10쪽
24 이상한 나라의 사람들 (1) 23.06.09 19 1 11쪽
23 이상한 전개의 끝 (9) +1 23.06.08 20 1 16쪽
22 이상한 전개의 끝 (8) 23.06.08 15 1 12쪽
21 점점 더 이상한 전개 (7) 23.06.05 21 1 10쪽
20 점점 더 이상한 전개 (6) 23.06.03 18 1 13쪽
19 점점 더 이상한 전개 (5) +2 23.06.01 28 1 11쪽
18 점점 더 이상한 전개 (4) 23.05.31 21 2 12쪽
17 이상한 마법과 이상한 전개 (3) 23.05.30 21 1 11쪽
16 이상한 마법과 이상한 전개 (2) 23.05.26 27 1 10쪽
» 이상한 마법과 이상한 전개 (1) 23.05.26 25 1 9쪽
14 마법의 종착지 (5) 23.05.24 30 2 13쪽
13 마법의 종착지 (4) 23.05.23 30 2 10쪽
12 마법의 종착지 (3) 23.05.22 31 2 15쪽
11 마법의 종착지 (2) 23.05.20 39 2 16쪽
10 마법의 종착지 (1) 23.05.18 41 2 12쪽
9 검은 백조 (2) 23.05.17 51 2 11쪽
8 검은 백조 (1) 23.05.16 46 2 14쪽
7 만경의 시간을 날아온 마법 (5) 23.05.15 52 3 12쪽
6 만경의 시간을 날아온 마법 (4) +1 23.05.12 57 3 11쪽
5 만경의 시간을 날아온 마법 (3) 23.05.12 57 2 11쪽
4 만경의 시간을 날아온 마법 (2) 23.05.11 64 3 11쪽
3 만경의 시간을 날아온 마법 (1) 23.05.11 82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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