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중요한 서재입니다.

각성자가 너무 세서 지구가 멸망함.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신강림
작품등록일 :
2023.05.10 20:47
최근연재일 :
2023.06.18 16:3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1,233
추천수 :
57
글자수 :
158,844

작성
23.06.14 23:22
조회
19
추천
1
글자
10쪽

이상한 나라의 사람들 (4)

DUMMY

아르펭이 떠난 이후로 날이 밝자 대장군 미하일이 경비대장들을 집결시켰다. 새로운 임무목표가 하달된다거나, 유고가 생길 경우 통상적으로 있는 일이었다.


"르네, 다음 임무가 정해졌다"

"아쉽네요 시중 드는 게 하도 익숙해져서 사직서 쓰고 집사일이라도 알아보려 했는데"

"그만 비꽈라. 다음 임무는 카샬다스의 현자들을 모시는 거다"


르네는 아르펭과 마찬가지로 브라주 귀족들의 술 시중이나 드는 게 여간 불만이 아니었다. 이제서야 임무가 바뀌면서 바깥으로 산책이나 하러 가나 싶었지만 이게 왜인걸, 욕지거리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런 썅! 그런 건 하인이라도 고용해서 시켜야지 언제까지 우리를 부려먹을 셈이에요?"

"그만, 단순히 모시기만 하라는 게 아니야."

"아 예, 브라주 귀족 모시라고 했을 때도 정보수집 하라고 했었죠. 결국 놈팽이들 오락거리만 수백개는 알아냈지만요! 갑니다 조사하러!"

"저저... 참나 나라고 시키고 싶어서 그런 줄 아나"


르네는 아직 조회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방문을 쾅 닫고는 사라졌다. 붙잡아서 경비대 기강에 대해서 한 마디 하고 싶었지만, 그간의 피로를 생각해서 차마 그러지는 못했다.


"내 둬요, 르네는 시킨 일을 열심히 하기는 할 테니까."

"그건 나도 안다. 그나저나 미르켈, 칼립소 너희 둘은 순환배치야. 귀환하는 인원에 맞춰서 나갈 정찰대를 꾸려주게나."


한편 밖으로 빠져나온 르네는 투덜투덜거리면서도 지체 없이 카샬다스의 현자들의 거처로 향했다. 그들이 어디 사라질 것도 아니니 천천히 가도 되는데 말이다.


"여기 대장 누구요?"


숙소에 도착한 르네는 시퉁하게 조사할 사람을 불렀다.


"[뭐라는거냐?]"

"[누구 부르는거 같은데?]"


우왕좌왕하는 사이, 재민이 앞으로 나섰다. 굳이 나서긴 싫었지만 소장과 헤어진 뒤부터 사람들을 통솔하고 원주민들과 대화를 나눈 게 대부분 그였기 때문에 무언의 압박을 느낀 것이었다.


그들은 차를 마시기 위해 고안된 작은 테이블을 두고 마주 앉았다. 그리고는 말없이 한동안 서로를 노려보기만 했다.


르네는 아르펭의 보고를 떠올렸다. 북쪽 회색 지대에서 홀연이 나타난 집단. 그들의 행색과 언어가 카샬다스의 백의의 현자들을 닮았기에, 아르펭은 아무 의심 없이 카샬다스라고 보고했지만, 르네는 닮았다는 배경 지식 따위는 신경쓰지 않았다. 대신 그들의 특징, 생김새, 입고 있는 옷 등을 유심히 훑어보고 카샬다스에 그 소속을 물어볼 생각이었다.


"[우리 뭐 조사받는 건가요? 분위기 살벌한데...]"


멀찍이 이 상황을 지켜보던 수아가 걱정스레 말했다.


"[그럴만도 하지, 이곳이 지구가 아니라면 외계인을 만난 셈일 텐데 말이야]"


어색한 상황이 이어지던 때, 먼저 입을 연 것은 재민이었다. 그가 악수를 요청하기 위해 손을 내밀며 말했다.


"재민이다."


하지만 내민 손이 무색하게도 악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녀는 대신 눈을 찡그리며 고게를 까딱일 뿐이었다. 어색한 침묵이 이어지는 가운데, 재민이 마른 침을 한 번 삼키니 답변이 돌아왔다.


"르네"

"반갑다. 말이 서툰 것은 용서하라. 아직 배우는 중이다."


르네는 그 말에 내심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분명 보고서에는 자신들의 말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르펭의 보고가 틀렸던 걸까? 그의 성격을 생각해 보면 그럴 리가 없었다.


르네의 그런 괴상한 표정을 본 재민이 다급히 지혜를 향해 말했다.


"[번역 품질 수준 지금 몇퍼센트야?]"

"[28%]"


탐사대의 유능한 인재가 인공지능 번역모델을 훈련하자는 아이디어를 냈을 때는 하루 정도면 50% 정도의 번역 품질이 보장된다고 말했었다. 어차피 인간이 말하는 매커니즘은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녹음된 음성 대화에서 패턴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기 때문이었다.


"[28%? 너무 낮은거 아냐? 못알아 먹는 거 같은데?]"


그러나 생각보다 너무 낮은 수치였다. 재민은 단순히 번역 품질을 우려하는 게 아니었다. 잘못된 번역은 잘못된 의사를 표현할 수 있었기에 조심해야 했다. 예를 들어 번역이 잘못되서 단순한 인삿말이 선전포고처럼 바뀔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야, 패턴 학습하는데 하루가 충분하겠냐? 거기에 수아가 녹음한다고 돌아다니다가 큰일 날 뻔해서 조기 복귀 했잖아]"


그러나 지혜는 재민의 우려가 무색하게도 어제의 일 때문에 수집 시간이 단축되었다고 반박했다. 그 말을 듣자 하니 재민은 어쩔 수 없이 매우 조심히 번역기의 단어를 선택해야 할 수밖에 없었다. 때마침 르네가 질문했다.


"우리 말을 할 줄 아네요. 그런데 왜 어제는 아니었나요?"


르네는 조사관이 된 것처럼 싸늘한 시선으로 정보가 부정확한 이유를 캐묻고 있었다. 이들이 누군가의 첩자일 수도 있었으니 숨기고 있었다면 왜 숨기고 있었는지 알아내는 게 중요했다.


"어제 왔다. 시간이 없다. 이유가 없다. 말할"


이들의 말은 띄엄 띄엄, 파편화가 되어 있었다. 마치 언어를 처음 배우는 어른들 같았다. 어른이지만 언어를 처음 배운다? 이상한 조합이다. 하지만 르네는 이런 종류의 사람들을 알고 있었다.


"혹시 용의 화신입니까?"


드래곤은 지성체이지만 매우 드물고 흩어져 살기 때문에 종종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인간들 사이에 섞이고 싶어한다. 하지만 거대한 덩치 때문에 어께를 나란히 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그들은 자신을 대신할 화신체를 만든다.


그런 화신체들은 용언 마법에 의해 어디든지 태어날 수 있었고, 얼마든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용이 부르다... 우리를? 번역 이거 맞아?]"


한편 그 질문을 받은 재민이네는 대략 난감한 상황이었다. 번역 품질이 너무 좋지 못해 뭐라고 하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수아가 의견을 냈다.


"[한샘 이야기 하는거 아닐까요? 도마뱀 같아 보였지만, 생각해 보면 이들이 말하는 용이니 드래곤이니 뭔가일 수도 있잖아요]"


일리 있는 말이었다. 그녀가 자신들을 불러서 여기로 왔다. 라고 대충 해석하면 이해 되는 문장이었다. 재민이가 르네에게 말했다.


"그렇다."

"과연!"


르네는 곧장 예를 갖추었다. 귀족들에게 보일 수 있는 예법, 자리에서 일어나 손으로 치마 끝을 집은 것처럼 손을 양쪽으로 펼치며 오른 다리를 왼 다리로 꼬아 무릎을 살짝 굽혔다.


"[뭐지? 오해가 있는 거 아냐?]"

"[몰라 일단 맞춰봐. 번역 맞는거 같으니까]"


재민이네는 그들 대로 혼란에 빠졌지만 진짜 혼란에 빠진 것은 르네였다.


'용의 화신이 이렇게나 많이? 심상치 않은 일이야.'


용들은 제국의 자유민이자 귀족이었지만, 동시에 무법자이기도 했다. 사람이 기침을 하면 조금 지저분하고 말지만 용의 기침은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법이다. 신경이 곤두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곳에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너희를 구원하기 위해서 왔노라."


르네가 떠나고 나서 숙소는 한동안 난장판이 되었다.


"[야 이거 맞냐? 우리 죽이러 간 거 같은데?]"

"[아니 번역기는 맞다는데? 봐바, '사람들을'이] 너희 [라고 번역될 확률이 56프로잖아. '구하러 왔다'고 하는게] 구원하기 위해서 왔노라 [라고 번역될 확률 99프로야. 애매한 말도 아니었거든?]"

"[56프로면 틀릴 확률이 너무 높은데? 그게 이상한 거 아니야?]"


하지만 번역 인공지능한테 알려준 음성 파일 소스가 브라주 귀족들 뿐이라 귀족들이 말하는 것처럼 번역되고 있었다는걸 아는 사람은 없었다.


자르칼리움에서의 소동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 어느 외딴 숲에서 사람 둘이 거지꼴로 걸어나오고 있었다.


"아싸! 드디어 밖이다!"

"조용! 여긴 시야가 트인 곳이라 무슨 위협이 발생해도 숨기가 힘들다니까!"

"치, 지가 더 시끄러우면서"

"이 새끼 으른한테..."


휘소는 속으로 울화를 삼킬 수밖에 없었다. 하늘에서 공격을 받고 낙오되어도 모가지 붙어 있는 것에 감사하려 했는데, 어쩌다 이깟 놈이랑 같이 떨어지게 된 것일까.


"에베베, 난 시끄럽게 떠들 거지롱, 조용한걸 원하면 부탁을 해보시던지~~"

"이 미친 놈아 떨어지면서 괴물들 못 봤냐? 발견되면 너나 나나 다 죽는다고 이새끼야"

"엥~ 한샘 언니 하는거 보니까 각성자들은 멀쩡할 거 같던데~"

"크으윽... 부탁...한... 합니다. 제발 좀 조용히 해 주세요"

"큭큭 아~ 이게 얼마 만이야. 안비서~"


휘소는 운명의 신을 욕했다. 떨어져도 같이 떨어질 사람이 있지. 어쩧다 태정아 같은 또라이랑 같이 떨어진 걸까 하고.


'상노무새끼, 기회 되면 꼭 죽이고 만다'


평탄치 못한 숲길을 지나와서 그런가, 정아는 온 몸이 땀에 절어 있어 여간 답답한 게 아니었다. 문득 좋은 생각이 든 그녀는 아까부터 답답하게 축축해진 속옷을 셔츠 안에서 풀고는 휘소에게 던졌다.


"마를 때 까지 좀 들고 있어 내 불화자~"

"아 씨 더럽게 이 무슨..."

"어어 소리낸다?"

"크으윽... 언젠가 꼭 죽인다 네 놈...아니 년... 음..?"


휘소는 문득 그녀를 어떤 식으로 욕하는지 까먹은 듯 욕지거리가 입에 착 감기질 않았다.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이상하다. 뭔가 이상한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각성자가 너무 세서 지구가 멸망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부상으로 인한 휴재 23.06.19 13 0 -
31 이상한 나라의 사람들 (8) 23.06.18 11 1 10쪽
30 이상한 나라의 사람들 (7) 23.06.18 13 1 11쪽
29 이상한 나라의 사람들 (6) +2 23.06.16 18 1 10쪽
28 이상한 나라의 사람들 (5) +1 23.06.15 24 1 9쪽
» 이상한 나라의 사람들 (4) 23.06.14 20 1 10쪽
26 이상한 나라의 사람들 (3) 23.06.13 19 1 11쪽
25 이상한 나라의 사람들 (2) +1 23.06.12 21 1 10쪽
24 이상한 나라의 사람들 (1) 23.06.09 19 1 11쪽
23 이상한 전개의 끝 (9) +1 23.06.08 20 1 16쪽
22 이상한 전개의 끝 (8) 23.06.08 15 1 12쪽
21 점점 더 이상한 전개 (7) 23.06.05 21 1 10쪽
20 점점 더 이상한 전개 (6) 23.06.03 18 1 13쪽
19 점점 더 이상한 전개 (5) +2 23.06.01 28 1 11쪽
18 점점 더 이상한 전개 (4) 23.05.31 21 2 12쪽
17 이상한 마법과 이상한 전개 (3) 23.05.30 21 1 11쪽
16 이상한 마법과 이상한 전개 (2) 23.05.26 27 1 10쪽
15 이상한 마법과 이상한 전개 (1) 23.05.26 24 1 9쪽
14 마법의 종착지 (5) 23.05.24 30 2 13쪽
13 마법의 종착지 (4) 23.05.23 30 2 10쪽
12 마법의 종착지 (3) 23.05.22 31 2 15쪽
11 마법의 종착지 (2) 23.05.20 39 2 16쪽
10 마법의 종착지 (1) 23.05.18 41 2 12쪽
9 검은 백조 (2) 23.05.17 51 2 11쪽
8 검은 백조 (1) 23.05.16 46 2 14쪽
7 만경의 시간을 날아온 마법 (5) 23.05.15 52 3 12쪽
6 만경의 시간을 날아온 마법 (4) +1 23.05.12 57 3 11쪽
5 만경의 시간을 날아온 마법 (3) 23.05.12 57 2 11쪽
4 만경의 시간을 날아온 마법 (2) 23.05.11 64 3 11쪽
3 만경의 시간을 날아온 마법 (1) 23.05.11 82 3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