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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판다님의 서재입니다.

8괘 조합으로 64배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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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판다
작품등록일 :
2021.12.17 15:55
최근연재일 :
2022.03.04 18:00
연재수 :
64 회
조회수 :
80,641
추천수 :
1,450
글자수 :
353,247

작성
21.12.22 00:01
조회
2,657
추천
45
글자
11쪽

아포칼립스

DUMMY

크아아아!!


고블린 로드가 포효하며 거대한 도끼를 휘둘렀다. 나는 자세를 낮추면서 왼팔을 사선으로 들어올렸다. 태극1장의 <얼굴막기> 자세였다.


촤아아아-


도끼자루가 내 왼팔을 긁으며 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내 앞차기가 고블린 로드의 오른쪽 옆구리에 작렬했다. 그러자 다시 한 번 폭발이 발생했다.


콰앙!


꿰에엑!


고블린 로드가 비명을 지르며 옆구리와 명치를 감싸안았다. 거대한 도끼가 쿵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떨어졌다.


‘좋아! 예상대로야!’


내 두 눈이 빛을 발했다.


- 태극1장에 있는 동작으로 순서대로 공격하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깨달은 폭발의 조건이었다.


***


콰쾅! 쾅! 쾅쾅쾅!


김관장이 온 힘을 다해 주먹질과 발길질을 시작했다. 아래막기와 주먹으로 몸통지르기, 몸통막기와 몸통지르기, 얼굴막기와 앞차기를 연속으로 명중시켰다. 그러자 어김없이 폭발이 터져나왔다. 20번에 가까운 폭발이 빠르게 이어졌다.


쾅! 콰콰쾅! 콰쾅! 콰콰콰쾅!


2층 태권도장에 숨어서 내려다보던 아이들이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우와··· 관장님 엄청 쎄!”

“근데 저거 태극1장 아니야?”

“어? 진짜네? 태극1장이야!”


겁에 질려 있던 아이들의 얼굴이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함께 내려다보던 한정우 부관장과 유세라 사범도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나도 태극1장 할래!”


아이들이 수련실에서 태극1장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시무룩해진 아이들이 다시 창가에 달라붙었다.


바로 그 순간,


쿠웅-!


온몸이 걸레가 된 고블린 로드가 쓰러졌다.


거대한 녹색 덩치가 검푸른 색으로 변했다.


띠링.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퀘스트 보상이 지급되었습니다.]


건조한 목소리가 김관장의 머릿속을 울렸다. 그와 동시에 사거리에서 회전하던 검은 소용돌이가 작아지기 시작했다.


슈우우우~


검은 소용돌이가 빠르게 줄어들다가 사라졌다.


‘저건 뭐지?’


검은 소용돌이가 있던 곳에 주먹만한 까만 보석이 둥둥 떠 있었다.


김관장이 천천히 걸어가서 손으로 잡았다.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투명한 보석 안에 검은 기운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E등급 게이트스톤입니다. 획득하시겠습니까?]


‘그래.’


슈웃!


손 위에 있던 검은 보석이 사라졌다.


‘잠깐! 그러고 보니 고블린 로드도···’


고블린 로드의 명치가 폭발했을 때, 가슴뼈 안쪽에서 희미하게 뿜어져 나오던 녹색 빛이 생각났다.


김관장이 고블린 로드의 시체 옆에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는 잠시 망설이다가, 큰대자로 뻗은 고블린 로드의 가슴 구멍에 손을 푹 집어넣었다.


“우욱···!”

“관장님 지금 무슨···?”


동네 주민들이 경악했다. 하지만 김관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가슴 속을 헤집었다.


‘찾았다!’


김관장이 커다란 녹색 보석을 끄집어냈다.


[고블린 로드의 마정석입니다. 획득하시겠습니까?]


‘응.’


슈웃!


마정석이 사라졌다. 그러나 김관장은 느낄 수 있었다. 사라진 게 아니라 자신의 것이 되었다는 것을.


와아아아아!!!


숨죽이며 지켜보던 사람들이 일제히 환호했다.


“관장니임-!”


2층에 있던 아이들도 달려내려왔다.


한정우와 유세라, 박영감, 김진수, 송영화 원장도 김관장을 둘러싸고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김지훈 관장이 오랜만에 밝게 웃었다.


***


몇 시간 뒤, 저녁.


아이들이 전부 집으로 돌아갔다. 한정우와 유세라도 퇴근했다. 그들에게는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관장실에 앉아서 인터넷 뉴스를 검색했다. 포털사이트는 물론이고 인터넷 커뮤니티들도 돌아다녔다.


지이잉~

지이이잉~


책상 위에 놓인 스마트폰도 쉴새없이 진동했다. 학부모들과 지역 태권도 관장 모임, 선후배들과 지인들이 보낸 문자, 단톡방, 밴드 알람이었다.


전 세계에 등장한 검은 소용돌이와 끔찍한 괴물들!


갑자기 괴물처럼 강해진 일부 사람들!


서로가 서로의 안부를 묻고 정보를 얻느라 난리법석인 게 당연했다. 폭동이 일어나거나 무정부상태가 된 국가들도 많았다. 그에 비하면 한국인들은 그나마(?) 침착한 편이었다.


‘통신과 인터넷이 정상이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어쨌든 언론기사와 지인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았다.


<현대식 무기가 통하지 않는 괴물들이 대량으로 등장했지만, 각성자들도 많이 생겼기 때문에 어찌어찌 막을 수 있었다.>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거야.’


호랑이 꼬마 태랑이가 말했었지.


- 세상은 이미 지옥이 되었으니까요.

- 지구 전체가 수라마경에 들어갔어요.


나는 머릿속의 <목소리>에게 말을 걸었다.


‘물어보기 두렵지만··· 오늘 일은 시작에 불과한 거지?’


[그렇습니다. 게이트는 앞으로 계속 생성됩니다. 그러나 오늘처럼 게이트가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는 일은, 적어도 한동안은 없을 겁니다.]


‘한동안은 없다? 그럼 다음은 언제야?’


[두 번째 웨이브의 발생 시점은 양자확률적 문제이므로 확률로 답변드리겠습니다. 1년 이내로 일어날 확률은 96.28%, 6개월 이내 89.47%, 3개월 이내 81.56%입니다. 1개월 이내는···]


‘조만간 다시 발생한다는 말이군.’


나는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이게 정말 현실일까?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닐까?’


고블린을 닮은 괴물들이 출몰한 것도, 인간을 초월한 능력을 갖게 된 것도, 태극1장 품새로 폭발을 일으킨 것도, 무엇 하나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제일 믿기 힘든 건···’


나는 허공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상태창.”


빛나는 글자들이 허공에 떠올랐다.


‘나한테 게임 캐릭터 같은 스탯창이 생겼다는 것!’


[태권도인(LV.2)]


체력 11

기력 15

근력 12

민첩 13

감각 10

남은 포인트(5)


[팔괘의 주인(1/8)]

<일건천(一乾天)> (LV.1)


[하늘에 순응하는 자(0/64)]

<중천건(重天乾)> (LV.0)


[하늘을 거스르는 자]

<사상> (0/4)

<음양> (0/2)

<태극>


‘이게 나, 아니 나의 상태(스테이터스)인가?’


느낌이 묘했다.


‘이건 마치··· 게임 캐릭터가 된 기분이군.’


<목소리>는 이것이 나와 이 세계에 커스터마이징된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혹시···’


“인벤토리.”


게임과 비슷한 형태의 인벤토리창이 나왔다. 검은색 게이트스톤과 초록색 마정석(마나스톤)이 사각형 칸에 들어가 있었다.


[남은 포인트를 스탯에 분배하십시오.]


나는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잠시 후,


‘체력, 근력에 1씩, 민첩에 2, 감각에 1포인트.’


띠링.


체력 12

기력 15

근력 13

민첩 15

감각 11


‘민첩해야 공격을 피할 수 있으니까. 감각은 뭔지 모르겠지만 너무 낮으니 1 올리고.’


나는 책상에 앉은 채로 앞지르기를 해보았다.


‘빨라졌어!’


미묘하지만 확실히 빨라졌다. 이번에는 관장실 구석에 놓인 아령을 들어보았다.


‘힘도 약간 세졌어. 큰 차이는 아니지만.’


[분배된 포인트가 너무 적었기 때문입니다. 퀘스트를 통해 더 많은 포인트를 획득하고, 아이템을 습득하며, 레벨을 올리시기 바랍니다.]


‘그래. 앞으로 잘 부탁한다. 그래서, 이제부터 뭘 하면 돼?’


[앞으로 김지훈 님의 전용 퀘스트가 생성될 것입니다. 그걸 클리어하시면 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에 몸을 묻었다.


‘이제야 생겼구나. 삶의 의미가.’


시간을 되돌려 가족들을 구할 수 있다!


그것이 내가 살아갈 이유이자 의미였다.


나는 서랍 깊숙한 곳에 있던 작은 액자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몇 년 동안이나 차마 꺼내지 못하고 고이 간직했던 사진 액자였다.


파란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남해안의 어느 해수욕장.30대의 수연이와 초등학생 세호, 유치원생 세희가 밝게 웃고 있었다.


나는 액자를 가만히 쓰다듬으며 다짐했다.


‘수연아, 세호야, 세희야. 조금만 기다려! 아빠가 갈게! 꼭 다시 만나서 행복하게 살자. 알겠지?’


까르르 웃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듯했다.


***


‘일단 저녁부터 먹어야겠어.’


하루 종일 정신이 없어서 배고픈 줄도 몰랐다.


‘몸도 풀고 체력도 끌어올리자. 몇 년 동안 운동을 전혀 안했으니까.’


관장실에서 나와서 운동화를 신은 뒤, 도장 문을 잠그고 원룸으로 향했다.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살았던 아파트는 진작에 처분했다. 그리고 10분 거리에 있는 원룸에서 전세로 살고 있었다.


텅 빈 원룸에 들어가는 게 죽기보다 싫었었다. 그래서 며칠에 한 번씩, 마지못해 들어가서 잠만 자고 나왔었다.


이번에도 샤워만 하고 도장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어차피 원룸에 있어봤자 혼자였으니까.


부우우웅- 끼이익!

빵! 빵빵-!


자동차들이 좁은 골목을 질주했다. 그 옆을 사람들이 빠르게 걷고 있었다.


다들 뭔가에 쫓기는 듯 다급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양손에 쇼핑백들을 가득 들고 있었다.


‘식량과 생필품을 사재기하는 건가?’


모두가 불안하고 초조한 표정이었다.


‘가족들이 살아 있었다면 나도 저들처럼 사재기를 하고 있었겠지.’


나는 부모님도 일찍 돌아가셨고 가까운 친척도 없었다. 몇 년 동안 무기력하게 살아온 습관이 몸에 배어 있기도 했고.


그래서 아무 대비도 안 하고 있었다.


‘정신 똑바로 차려 김지훈!’


나는 마른세수를 하며 원룸에 들어갔다. 그리고 간단한 청소와 샤워를 하고 세탁기를 돌린 뒤, 벽에 붙은 찬장에서 컵라면과 햇반을 꺼냈다.


“다음 소식입니다. UN은 현대 무기에 강한 저항력을 가진 괴물들뿐만 아니라, 초월적인 신체 능력을 가진 소위 ‘각성자’들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UN 안보리는···”


벽에 붙은 LCD TV에서 뉴스가 흘러나왔다. 나는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


“전 세계의 감옥에서 탈주한 ‘각성자’들이 경찰력을 비웃으며 범법행위를 일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들이 속수무책인 가운데···”


“세계 각국이 치안 유지를 위해 군대를 투입하고 있습니다. 경찰력만으로는 치안 유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인데요, 군대 내에서도 각성자들이 속출하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결국 대부분의 나라들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인터넷 기사로 본 내용들이었다. 그러나 생생한 영상과 함께 보니 느낌이 또 달랐다.


‘넷플릭스나 영화관이 아니라 TV 뉴스에서 괴물들과 초능력자들을 보게 되다니···’


몬스터만 문제가 아니었다. 악의를 가진 채로 각성한 인간들이 더 문제였다.


‘각성자는 영웅이 될 수도 있지만, 빌런이 될 수도 있으니까.’


몬스터와 빌런과 히어로가 일상이 되는 세계.


그게 어떤 세계일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하지만 엄연한 현실이야.’


나무젓가락으로 라면을 먹으며 생각했다.


‘명확한 목표와 <목소리>가 없었다면 나도 혼란에 빠져 있었겠지.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그때였다.


딩동! 딩동!


누군가가 원룸 벨을 눌렀다.


작가의말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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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김포공항 게이트 (1) +5 21.12.25 2,253 40 12쪽
7 무한루프던전 (2) +4 21.12.24 2,276 40 12쪽
6 무한루프던전 (1) 21.12.23 2,370 40 12쪽
» 아포칼립스 21.12.22 2,658 45 11쪽
4 팔괘의 주인 +2 21.12.21 2,913 49 12쪽
3 백마고지의 불사신 +7 21.12.20 3,297 62 14쪽
2 첫 번째 웨이브 (2) +8 21.12.20 3,972 70 14쪽
1 첫 번째 웨이브 (1) +22 21.12.20 5,051 10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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