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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판다님의 서재입니다.

8괘 조합으로 64배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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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판다
작품등록일 :
2021.12.17 15:55
최근연재일 :
2022.03.04 18:00
연재수 :
64 회
조회수 :
80,640
추천수 :
1,450
글자수 :
353,247

작성
21.12.20 00:19
조회
5,050
추천
103
글자
13쪽

첫 번째 웨이브 (1)

DUMMY

“그래, 결심했어.”


30대 후반의 김지훈 관장이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은 꼭 죽자.”


서울 목동 주택가에 있는 허름한 건물 2층에 위치한 작은 태권도장.


김지훈 관장은 그 태권도장 구석에 있는 관장실에 앉아 있었다.


태권도 대회 상장과 트로피들, 태권도 관련 서적들과 서류들, 태권브이 피규어와 관원 선물용 프라모델, 장난감 총, 어린이용 죽도와 권투 글러브 등등···


수많은 물건으로 가득찬 좁은 관장실이 김관장의 피폐한 상태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삶의 의욕을 잃은 얼굴, 대충 깎은 수염, 푸석한 피부, 부스스한 머리··· 그리고 짙은 다크서클까지.


불규칙한 식사도 문제였지만 불면증이 더 큰 문제였다. 밤마다 잠을 자기는커녕 눈을 감을 수조차 없었다.


눈을 감으면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눈앞에서 죽어가던 아내와 아이들의 모습이.


‘딱 하루만, 아니 딱 한 시간만 안아볼 수 있다면···’


아내의 부드러운 몸을 꽉 끌어안고 샴푸 냄새를 느낄 수 있다면,


사랑하는 아들딸, 세호와 세희를 껴안고 동그란 뒤통수를 어루만질 수 있다면,


솜털이 보송한 귓가에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여줄 수만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악마에게 영혼을 팔 텐데···’


너무 많이 울어서 메말라버린 줄 알았던 두 눈이 또다시 젖어들었다.


그때였다.


똑똑.


태권도복을 입고 뿔테안경을 쓴 30대 초반의 남자가 관장실 문을 반쯤 열고 말했다.


“수업 끝났어요 관장님.”


“어··· 수고했어 정우아.”


김지훈 관장이 두 눈을 비비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관장님, 아니 형님! 또 우셨어요? 이제 그만 잊으시라고 몇 번을···” “애들 데려다주면 되지?”


김관장이 책상 위에 놓인 자동차 키를 집어들며 말을 끊었다.


“후··· 죄송해요 형님.”


“죄송하긴. 갔다 올게.”


김지훈 관장이 억지로 미소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왼쪽 다리를 절며 관장실을 나갔다.


정우라고 불린 안경 쓴 남자, 한정우 부관장이 그의 뒷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억지로라도 웃을 수 있게 되셨구나. 하지만 속은 아직도 썩어문드러져 있어.”


김지훈이 몰던 승용차가 음주운전 덤프트럭에 짓이겨졌을 때, 그래서 김지훈의 아들딸과 아내가 즉사했을 때,


김지훈의 시간은 멈추었고, 정신은 폐인이 되었으며, 육신은 알콜과 니코틴에 절여진 퇴물이 되었다.


그런 김지훈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던 사람이 바로 한정우 부관장이었다.


그는 방치된 도장을 재개관하고, 도장 운영과 관원 유치, 학부모 관리까지 도맡아 처리했다.


그리고 정신줄 놓고 있던 김지훈을 억지로 관장실에 앉혔다. 그렇지 않았다면 김지훈은 오래 전에 도복 띠에 목을 맸을 것이다.


“아 형님! 직접 가시게요? 통학차 운전기사 쓰자니까요? 요새 관장이 직접 운전하는 도장이 어딨어요?”


“됐어. 나도 밥값은 해야지.”


“밥값을 하고 싶으면 애들을 가르치세요! 용원대 태권도학과 사상 최고의 천재가 왜 이렇게 재능을 낭비하고 살아요?”


“천재 좋아하네. 지금 내 꼴을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와?”


“형이 뭐 어때서요? 설마 다리 때문에 그래요? 형 실력이면 그 정도는 얼마든지···”


“됐어 인마. 금방 갔다올게.”


***


나는 다리를 절며 1층으로 내려왔다.


“태!권! 효도하겠습니다!”

“관장님 안녕하십니까!”


지나가던 초등학생들이 두 손을 배꼽에 모으고 90도로 인사했다. 다른 타임 아이들이거나, 한때 우리 도장을 다녔던 아이들이었다.


“어 그래 상원아! 잘 지내지?”


나는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지옥과도 같은 나날이지만 아이들을 볼 때만은 웃을 수 있었다.


세상 모든 아이들이 죽은 내 아이들 같았으니까.


드르르륵!


도장 입구 옆에 세워진 노란색 봉고차 문을 열었다. 도복을 입고 떡볶이를 사먹던 아이들, 문방구에 있던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다가왔다.


그때였다.


꺄아아아아-!!


멀지 않은 곳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끼이익- 쾅! 하는 자동차 충돌음, 다급한 고함 소리, 유리창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의아한 표정으로 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사방에서 소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같은 건물에 있던 세탁소 아저씨, 문방구 아저씨, 분식집 아줌마가 가게 밖으로 나왔다.


“뭐여? 전쟁났어?”

“왜 이렇게 시끄러워?”


모두가 나를 향해 물었다. 하지만 나도 해줄 말이 없었다. 그저 어깨를 으쓱할 수밖에.


그때였다.


키우우웅-!


태권도장이 접해 있던 사거리 한복판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불길한 소리였다.


자세히 보니 주먹만한 검은 보석이 둥실 떠 있었다. 나는 미간을 접으며 그 보석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후우웅-!하는 소리와 함께 보석이 확 커졌다.


웅웅웅웅웅~


검은 구체가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지름이 2미터나 되는 검은 원반이 주택가 한복판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즈기 머꼬?”


슈퍼마켓 박씨 할아버지가 침침한 눈을 비비며 말했다.


그 순간, 검은 소용돌이에서 무언가가 걸어나왔다.


“어머머 저게 뭐야? 뭐야 저거?”


미용실 아줌마와 분식집 아줌마가 동시에 외쳤다.


“끄르르르~”


1미터 정도 되는 키에 노란 눈, 칙칙한 녹색 피부에 조잡한 가죽옷을 입은 괴물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험상궂은 인상에 커다란 매부리코, 툭 튀어나온 배에 가느다란 팔다리를 가진 괴물이었다.


“어? 고블린이다!”


노란 봉고차에 타고 있던 아이가 소리쳤다.


“진짜다! 고블린이랑 똑같아! 나 게임에서 봤어!”

“와 개신기하다! 고블린이 진짜 있었구나!”

“바보야! 저거 코스프레야! 보면 몰라?”


아이들이 와글와글 떠들어댔다. 나는 황당한 얼굴로 괴물을 바라보았다.


‘고블린이라고? 그건 게임이나 만화에 나오는 거 아니었어?’


나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괴물들을 바라보았다. 고블린이라고 생각하고 보니까 고블린 같기도 했다.


‘고블린이 맞든 아니든 좋은 느낌은 아니야. 예감이 안 좋아.’


나는 극도의 긴장 속에서 괴물을 노려보았다. 바로 그 순간,


“저, 저거!!”


문방구 아저씨가 검은 원반을 가리키며 외쳤다.


“저기, 저거! 계속 나온다, 계속 나와!!”


그의 말대로 수십 마리의 ‘고블린’들이 걸어나오고 있었다. 놈들은 환한 햇살에 눈을 찌푸리더니, 노란 눈동자를 희번득거리며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퍼억!


왜소한 할머니가 털썩 쓰러졌다. 하얗게 센 머리에서 새빨간 피가 뿜어져 나왔다. 새까만 아스팔트가 검붉게 물들었다.


고블린 중 한 놈이 지나가던 할머니를 몽둥이로 후려친 것이다.


“꺄아아아아!!!”

“시발! 저게 뭐여! 뭐여 저게!”


여기저기서 고함이 터져나왔다.


키에에에엑!!


수십 마리로 불어난 고블린들이 주변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멍하니 서 있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퍽! 퍼퍽! 퍼어억!


“컥!”

“끄아악!”

“꺄아아악!!”


교복 입은 청소년들, 젊은 여자들과 노인들이 피를 내뿜으며 쓰러졌다. 건장한 남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키키킥! 크키키킥!!


고블린들이 희생자들의 소지품을 빼앗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빼앗는 놈, 옷을 벗겨내는 놈, 사람의 피를 맛보는 놈···


그것은 온라인 게임에서나 보던 ‘사냥’과 똑같았다. 인간과 몬스터의 입장이 정반대였지만.


“으아아 사람살려-!!”


평화롭던 주택가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태권도장 1층에 있던 문방구 아저씨와 분식점 아줌마, 세탁소 아저씨 등이 재빨리 가게 문을 잠갔다. 동네 슈퍼 할아버지도 부들부들 떨며 유리문을 잠갔다.


“떡볶이 버려! 차 안에 들어가! 빨리!”


봉고차 밖에 있던 아이들을 차 안에 밀어넣고 차문을 잠갔다.


‘2층 태권도장으로 올려보내는 게 낫지 않나?’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꼬꼬마들이야. 침착하게 지시에 따를 리 없지. 내 다리도 문제고···’


“걱정 마, 얘들아! 관장님이 지켜줄게!”


나는 봉고차 옆에 서서 아이들에게 외쳤다.


“관장님이 그랬지? 관장님이 세상에서 제일 쎄다고!”


내 미소를 본 아이들이 히끅거리며 울음을 멈추었다.


“울다가 웃으면 똥꼬에 털 난다 그랬지?”


“히히!” “키킥!”


아이들이 눈물 젖은 눈으로 웃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고블린들을 바라보았다.


‘10분 전만 해도 죽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지금은 아이들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끄르륵~ 끄르르륵~


10여 마리의 고블린들이 피 묻은 무기를 들고 다가왔다. 나는 주먹을 쥐어 가드를 올리고, 움직이지 못하는 왼발을 지면에 단단히 고정시킨 후, 오른쪽 다리를 뒤로 빼서 앞차기 자세를 잡았다.


콰직!


맨 앞에 있던 고블린이 도끼를 휘둘렀다. 옆으로 살짝 피하자 봉고차 옆면에 박혔다.


“꺄아아아-!”


아이들이 비명을 질렀다.


“이야아아-!”


기합을 내지르며 고블린의 머리통을 걷어찼다. 기합을 지르는 것도, 온 힘을 다해 발차기를 하는 것도 몇 년 만에 처음이었다.


퍼걱!


고블린의 목이 뒤로 꺾였다.


‘들어갔···?”


키킥!


고블린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스으윽.


뒤로 꺾였던 고블린의 머리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피가 나기는커녕 생채기 하나 없었다.


‘말도 안 돼···!’


분명히 제대로 들어갔는데··· 아무렇지도 않다고?!


퍼억!


다른 고블린이 휘두른 몽둥이가 왼쪽 허벅지를 때렸다.


“크흑!”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냥 휙 휘둘렀는데도 이상할 정도로 아팠다. 뼛속까지 울리는 느낌이었다.


퍽! 퍼퍽! 퍽!


고블린들이 나를 패기 시작했다. 나는 최대한 요령껏 피하고 막으면서 발차기를 날렸다. 말 그대로 죽기 살기로, 혼신의 힘을 다해 싸웠다.


하지만 고블린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른발 전체에 피멍이 들 정도로 차고, 주먹에 감각이 없을 정도로 때렸는데도 웃기만 했다.


‘이럴 수가···! 설마 고통을 못 느끼는 건가?’


그에 비해 고블린들의 공격은 너무나도 강력했다. 낄낄거리며 대충 휘두르는 한 방 한 방이 뼈에 사무쳤다.


나는 이를 악물고 계속 싸웠다. 그러나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왜 내 공격은 효과가 없고, 상대방의 공격은 몇 배나 강하게 느껴지는 걸까?


“크흑!”


털썩!


나는 마침내 두 무릎을 꿇었다. 고블린들이 몽둥이와 칼을 치켜들고 나를 둘러쌌다. 아이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지만 일어설 수가 없었다.


키키킥!


고블린 중 한놈이 녹슨 칼을 치켜들었다.


그때였다.


퍼억!


키엑?!


정우가 이단옆차기로 고블린을 날려버렸다. 고블린이 땅바닥 위를 뒹굴었다.


“형님 괜찮으세요?”


“왜 나왔어, 인마! 빨리 올라가!”


“형님이나 애들 데리고 올라가요! 여긴 내가 맡···”


퍼억!


정우의 뒤통수에서 피가 튀었다. 호리호리한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큭!”


“정우아!”


키에에에엑!


분노한 고블린들이 정우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정우는 온 힘을 다해 싸웠지만 역부족이었다.


털썩!


정우가 땅바닥에 엎어졌다. 뜨거운 피가 아스팔트를 적셨다.


“정우야! 정신 차려 정우야!”


“형님··· 애들 데리고··· 빨리··· 도망···”


“말하지 마! 조금만 참아!”


나는 허리에 매고 있던 검은 띠와 도복, 그리고 티셔츠를 벗어서 정우를 지혈하기 시작했다.


끼키키키~ 키키킥!


고블린들이 나를 둘러싸고는 무기를 치켜들었다. 낡고 조잡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강력한 무기들!


나는 멍한 눈으로 그것들을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오늘 날씨 참 좋네.’


고블린들 사이로 보이는 태양이 눈부셨다. 30년 넘게 살면서 보았던 수많은 햇살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다.


‘오늘 죽으려고 한 건 맞지만···’


나는 복잡한 감정 속에서 눈을 감았다.


‘이런 식으로 죽을 줄은 몰랐는데···’


그때였다.


왜애애애앵~!


푸른색 순찰차 한 대가 사이렌을 울리며 골목길에서 튀어나왔다.


끼이익-!


다급하게 달려가던 순찰차가 급정거했다. 그와 동시에 유리창이 내려가며 총소리가 울려퍼졌다.


탕! 타탕! 탕! 탕!


순찰차에 탄 두 명의 경찰이 총을 쏘고 있었다. 한 명은 20대, 다른 한 명은 40대였다.


퍽! 퍼퍽! 퍽!

킥! 키엑! 키에엑!


총에 맞은 고블린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녹색 피가 아스팔트를 물들였다. 수십 마리의 고블린들이 주춤거렸다. 처음으로 공포의 감정이 떠올라 있었다.


‘지금이다! 지금 도망쳐야 돼!’


나는 엉망이 된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갈등에 빠졌다. 차를 몰고 이곳을 벗어날지, 아니면 애들을 도장으로 올려보낼지 판단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왼쪽 다리도 문제였고 쓰러져 있는 정우도 문제였다.


그때였다.


끄르륵~ 끄르르륵~!


총에 맞아 쓰러졌던 고블린들이 일어서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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