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Pillow 님의 서재입니다.

잠든 세상의 여명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라이트노벨

Pillow
작품등록일 :
2020.05.11 20:08
최근연재일 :
2020.07.13 23:55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2,384
추천수 :
168
글자수 :
293,093

작성
20.06.05 23:50
조회
36
추천
3
글자
8쪽

Chapter 6. 데이트(2)

DUMMY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고민혁과 함께 운동장에 있는 농구 코트로 나갔다. 평소에 같이 농구를 즐기는 놈들한테 가볍게 손을 흔들어 준 다음 자리에 앉아 아침에 민혁이와 하던 대화를 이어나갔다.


“걔가 나한테 분명히 그랬어. 앞으로 나와 함께 있어야 한다고.”

“프로포즈냐? 뭐가 그리 거창해?”

“내 말이. 근데 그놈의 거래니, 계약이니 하는 것도 그렇고. 약간 정신이 오락가락한 느낌도 들었고. 암튼, 이상했어.”

“내가 말했지. 포가튼 사가에서 개인 툴 사용하는 인간이 정상일 리가 있겠냐고.”

“아, 그래서 네 생각은 뭔데? 걔 정체가 뭔 거 같아?”

“······확실하지는 않지만, 내 예상이 맞다면 평범한 프로그래머는 아냐.”


민혁이는 목이 타는지 캔커피를 따 쭈욱 들이켰다. 절로 긴장이 된 나 또한, 민혁이의 캔커피를 뺏어 한 모금 마시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뭔데? 평범한 프로그래머가 아니면.”

“······넬 프로스트 사라는 대기업에 침입하고, 개인 툴을 사용해서 프로그램을 조작하고, 거기다 로컬리티 안에서 타인에게 데이터를 전송까지 할 수 있는 종류의 인간은 딱 하나밖에 없어.”


나는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키고 이어질 민혁이의 말을 기다렸다. 민혁이 또한 잠시 뜸을 들인 뒤, 바로 입을 열었다.


“해커(Hacker).”


그 단어에 나도 모르게 움찔하고 말았다.


“해커라니? 영화에서 나오는 그 해커를 말하는 거 맞아?”

“그래. 타인의 개인 정보를 제멋대로 주무르고 보안이 철저한 로컬리티를 뚫고 들어가 그 시스템을 이용하는 인간말종들 말야.”


해커라······. 솔직히 난 해커라는 건 컴퓨터와 프로그램을 이용해 불법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밖에 없지만.

만에 하나라도 민혁이의 말이 맞다면 이거 진짜 장난 아니다.


“에, 에이. 야아. 아니겠지. 설마 진짜 그런 위험한 사람이겠어? 걔, 나이도 별로 안 많아 보였어. 우리 또래로 보이는데 그 나이에 어떻게 그런 일을 해.”

“솔직히 그 정도 실력의 프로그래머라면 자기 퍼스널 데이터를 수정해서 보디 프로필 스캔 데이터를 조정하는 건 일도 아닐 거야.”


내 목소리가 떨리는 건 결코 착각이 아닐 거다. 이거 진짜 위험한데. 큰일 났다. 이제야 내가 미친 짓을 했다는 실감이 온다.


“그 계약이니 거래니 하는 건 일종의 보험이었을 거야. 아마, 네가 직접 해커랑 거래를 했다는 증거를 녹음이나 녹화해서 후에 너가 딴 맘을 품고 공공기관에 알리려고 한다면 협박할 재료로 쓸 생각이었겠지.”

“그, 그럼 나한테 넘겨준 데이터들은······?”

“십중팔구 위치 추적 프로그램이랑 네 회선을 감시하기 위한 모니터링 프로그램일 거다. 너가 수상한 짓을 하면 바로 보복해버리게.”

“마, 말도 안 돼!”


미쳤다. 진짜 돌았다. 너무 가볍게 생각했나? 내 머릿속의 어제 그녀가 나한테 한 말이 맴돈다.


[잘 생각하고 말해. 이건 거래야. 의도했든 아니든, 넌 이곳을 들어왔고, 나와 만나고 말았어. 니가 그 의미를 알 거라 생각하지 않아. 나중에 니가 모든 사실을 알았을 때, 지금의 선택을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을 거야. 하지만, 나에겐 남은 시간이 없고, 다른 방법이 없어. 그러니, 확실히 신중하게 고민하고 대답해.]


젠장! 어제 그 말은 진짜 경고를 하려고 했던 말이었나! 완전 협박이나 마찬가지잖아!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

연속으로 버그를 일으켜 예상치 못한 상황에 처하고 뭔가 비현실적인 일이 연달아 일어나다 보니 실제 위험이 일어나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 같다.

진짜 큰일 났다.


“미, 민혁아. 나 어떡해? 진짜, 어쩌지? 걔가 분명히 그랬어. 내가 로그인할 때까지 기다린다고. 그냥 당분간 접속하지 말까?”

“······에휴, 병신아. 그게 되겠냐? 아마, 어제 너가 받은 프로그램 중에 일정 시간 동안 접속을 안 하면 자동적으로 너한테 해가 되는 것도 깔렸을 텐데.”

“아아······. 레알 X 됬다. 망했어. 야, 야. 나 진짜 무서워······. 나 진짜 어떻게 해야 돼?”

“나라고 뾰족한 수가 있겠냐.”


아아아. 그나마 믿었던 민혁이조차 딱히 좋은 해결방안이 없는 거 같다. 이때만큼 민혁이의 도움이 간절한 적도 없던 거 같은데, 이놈조차 해결하지 못한다면 나 진짜 좟 된 거다.


“차, 차라리 그냥 바로 경찰서 가서 자수할까? 나 어쨌든, 미성년자니까, 나중에 일 터지는 것보다는 그게 낫지 않아?”

“모르겠다. 사실 지금 딱 이 시점에서 보면 그게 나쁘진 않을 거 같은데. 문제는 너가 접촉한 순간 그 인간이 이미 네 컴퓨터며 핸드폰, 유니티 안에 있는 정보를 몽땅 털었을 거란 말이지. 너, 어제 일 말고 경찰서에 가서 자수해도 아무 탈 없을 자신 있어?”

“······아니. 없어. 나 불법 개조한 거부터 어마어마하게 위험하지 않아?”

“그치. 그뿐만이 아냐. 개인 정보라고 말했잖아. 그 말은 여태까지 네가 통화한 내역, 문자 메시지, 인터넷 검색 내력, 다운로드 내력까지 다 털렸다는 얘기야. ······내가 뭔 말 하려는지 알지?”

“크아아아아아아악!!! 시, 싫어~!!!”


내가 다운로드 한 야동들! 시, 심지어 난 방 청소는 몰라도 동영상 분류는 깔끔하게 해놓는지라 인종 별로 장르 별로 다 정리해놓았단 말이야!

그게 털릴 수도 있다는 소리에 내 멘탈이 아작 나기 시작했다.


“나 좀 제발 살려주라, 민혁아, 응? 나, 그거 다 공개되면 진짜 자살해야 돼! 이렇게 사회적으로 매장되기 싫어~!!!”

“휴우, 몇 번이나 말하냐. 나라고 딱히 좋은 수가 있겠냐고. 그러게 그냥 게임만 하면 되지 왜 쓸데없이 버그까지 일으키면서 플레이 해.”

“야, 야! 알았으니까, 그만 갈구고. 응? 나 좀 살려줘, 민혁아! 어떡해?! 어떡해?! 응?! 응?!”


난 미친 듯이 민혁이한테 매달리며 애원했지만, 민혁이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고개만 좌우로 흔들었다.


“지금으로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쪽이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고, 목적도 모르니 그냥 까라는 대로 까야지. 네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딱 하나야.”

“뭐, 뭔데?!”

“이렇게 된 이상, 그 여자애가 하는 말을 최대한 따라. 어차피 주도권을 그쪽에서 가지고 있으니, 조만간 자기를 지켜달라는 소리가 뭔지, 너한테 정확히 뭘 원하는 건지 알 수 있을 거야.”

“그, 그럼 오늘 로그인해서 내 발로 걜 찾으러 가라고?”

“어차피, 그쪽에서 알아서 찾아올 테니, 넌 로그인만 하면 돼. 어려울 거 없잖아.”

“이 쉑히가! 말 쉽게 할래?! 나보고 그 위험한 여자애를 자진해서 또 만나라고?!”

“다른 방법이 없다니까.”


나와 민혁이는 그렇게 다시 옥신각신 다투기 시작했고, 어느새 점심시간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야, 제발. 진짜 다른 방법 없어?”

“없어. 솔직히, 나도 일이 심각해서 최대한 도와주고 싶긴 한데. 다른 방법이 없다. 일단, 최대한 공손히 그쪽 요구조건 맞추면서 평소대로 하는 게 좋을 거야. 그리고 최대한 정보를 많이 알아내 와. 저쪽은 너에 대한 걸, 하나부터 열까지, 심지어 페티시까지 다 아는데, 넌 걔 이름밖에 모르잖아. 무슨 일이든 정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너도 잘 알지?”

“그래. 잘 안다, 개새야. 아, 진짜 싫어. 무섭단 말야. 민혁아~.”

“난 할 말 다 했다. 오늘은 나도 일이 있어서 너 못 따라가는데, 이번 주말에 너희 집 가서 캡슐 한 번 확인은 해볼게.”


그렇게 매정하게 나를 뿌리치고 일어난 민혁이는 먼저 교실로 향했다.

난 여전히 홀로 코트장에 남아 좌절하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농구를 하던 애들도 소란을 피우며 제각각 교실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리고, 난 홀로 절망감에 빠져 미친놈처럼 땅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진짜, 나 어떻게 하면 좋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잠든 세상의 여명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6 Chapter 6. 데이트(14) +1 20.07.13 69 1 5쪽
55 Chapter 6. 데이트(13) +3 20.06.19 29 3 11쪽
54 Chapter 6. 데이트(12) +2 20.06.18 26 2 11쪽
53 Chapter 6. 데이트(11) +2 20.06.17 30 2 8쪽
52 Chapter 6. 데이트(10) +2 20.06.16 26 2 9쪽
51 Chapter 6. 데이트(9) +2 20.06.15 33 3 9쪽
50 Chapter 6. 데이트(8) +2 20.06.13 31 2 9쪽
49 Chapter 6. 데이트(7) +2 20.06.12 29 1 10쪽
48 Chapter 6. 데이트(6) +2 20.06.11 42 2 12쪽
47 Chapter 6. 데이트(5) +3 20.06.10 33 3 14쪽
46 Chapter 6. 데이트(4) +1 20.06.09 32 3 11쪽
45 Chapter 6. 데이트(3) +1 20.06.08 28 2 8쪽
» Chapter 6. 데이트(2) +3 20.06.05 37 3 8쪽
43 Chapter 6. 데이트 +2 20.06.04 42 3 12쪽
42 Chapter 5. 소년은 소녀를 만나다(10) +3 20.06.03 32 3 8쪽
41 Chapter 5. 소년은 소녀를 만나다(9) +3 20.06.02 61 4 8쪽
40 Chapter 5. 소년은 소녀를 만나다(8) +4 20.06.01 33 4 9쪽
39 Chapter 5. 소년은 소녀를 만나다(7) +9 20.05.31 38 6 12쪽
38 Chapter 5. 소년은 소녀를 만나다(6) 20.05.31 38 1 13쪽
37 Chapter 5. 소년은 소녀를 만나다(5) 20.05.30 36 1 13쪽
36 Chapter 5. 소년은 소녀를 만나다(4) 20.05.30 50 1 14쪽
35 Chapter 5. 소년은 소녀를 만나다(3) +2 20.05.29 33 2 12쪽
34 Chapter 5. 소년은 소녀를 만나다(2) 20.05.29 39 2 15쪽
33 Chapter 5. 소년은 소녀를 만나다 +11 20.05.28 36 1 9쪽
32 Chapter 4. 보스 몬스터 공략(11) +1 20.05.28 62 1 14쪽
31 Chapter 4. 보스 몬스터 공략(10) 20.05.26 31 1 10쪽
30 Chapter 4. 보스 몬스터 공략(9) +2 20.05.26 36 2 11쪽
29 Chapter 4. 보스 몬스터 공략(8) +1 20.05.23 40 1 12쪽
28 Chapter 4. 보스 몬스터 공략(7) 20.05.22 34 1 9쪽
27 Chapter 4. 보스 몬스터 공략(6) +1 20.05.22 31 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