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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llow 님의 서재입니다.

잠든 세상의 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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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llow
작품등록일 :
2020.05.11 20:08
최근연재일 :
2020.07.13 23:55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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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2
추천수 :
168
글자수 :
293,093

작성
20.06.03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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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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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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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Chapter 5. 소년은 소녀를 만나다(10)

DUMMY

“나왔드아아아!”


난 바깥 공기를 힘껏 들이마시며 목청이 터져라, 환호를 질렀다. 어차피 똑같은 가상 세계인데 공기가 뭐가 다르냐고 할 수 있는데, 다르다.

포가튼 사가의 대기 조성 시스템은 산림욕을 좋아하는 사람들마저 인정할 정도다. 밤하늘이 환히 보이는 초원 위에 고인돌처럼 조성되어있는 바위 위에 올라가 기지개를 쭉 편다.


“······결국, 나와 버렸네.”


텐션이 급격하게 오른 나와는 달리, 그녀, 아니, 신시아는 허탈한 음성으로 나지막하게 속삭이듯 감상을 내뱉었다.

그녀는 거래, 아니, 계약이라고 했나? 그 계약이라는 명목 아래, 내 아바타에 이것저것 무언가를 설치하자마자 바로 뭔가를 조작해 갇혀있던 던전의 출구를 열어주었다.


G.M.들이 공간 이동할 때 쓰는 방법과 비슷한 거 같다.


미란이도 그렇고, 가끔 G.M.들이 포가튼 사가에서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사용해 이 세계의 변화를 일으키는 걸 볼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이 세계에서의 클래스 마법사보다 더 ‘진짜’ 마법사 같다니까.

여전히 정체를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무사히 이렇게 밖으로 나가게 해주었으니, 우선 고맙다고 해야 할까?

이미, 로그아웃 버튼이 다시 활성화된 건 확인한 상태다.

역시, 그 던전만이 버그를 일으켰던 거 같다.

정확히 말하면 신시아가 무슨 프로그램을 써서 일부로 오도 가도 못하게 만들어놓았던 거 같지만.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어느새 바깥은 해가 져서 깜깜한 별들이 가득한 밤이 되어있었다.

이 세계의 낮과 밤은 현실 세계의 24시간과는 달리 대충 하루에 12시간씩 2번으로 나누어지기에 던전을 공략하고 나왔더니 밤이 되는 일이 드문 편은 아니다.

별이 가득한 하늘은 현실 세계에서는 본 적도 없는데, 이곳에서라면 늘 이렇게 볼 수가 있다.

포가튼 사가 내에서는 나름 별자리 같은 걸 만들어 일화를 생성해놓고 관련 퀘스트도 있는지라 종종 별자리만 보러 로그인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포가튼 사가를 오래 한 나도 매번 볼 때마다 감탄을 하는데, 신시아도 이런 멋진 그래픽은 상상을 못 했는지 멍하니 밤하늘의 별들만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녀를 보고 있자니, 진부한 표현이지만,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 아래에서 신비로운 달빛을 받고 있는 아름다운 공주님의 느낌이 난다.


······휴우. 그나저나, 감탄하기보다는 앞으로의 일, 걱정이 되긴 하네. 한숨이 절로 나온다. 과연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다.

그래도 이미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돌아갈 수도 없겠지.

어쨌든, 나는 더 이렇게 여유 부리고 있을 시간이 없다. 서둘러 앞으로의 얘기를 마무리하고 얼른 자러 가야 한다.

난 천천히 신시아의 옆으로 다가가 물었다.


“뭘 그렇게 봐? 저 밤하늘 그래픽을 보는 게 처음이야?”

“······처음이라.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그건 또 뭔 소리래? 아무튼, 난 이제 로그아웃할 건데. 어쩔 거야?”


신시아는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게 질리지도 않은지 여전히 시선을 떼지 않은 상태로 말했다.


“기다려야지.”

“기다린다고? 누구를?”

“너를. 너가 다시 이 세계에 들어오기 전까지 기다리고 있을 거야.”

“엉? 그, 그래? 그럼 지금 굳이 널 지켜주거나 할 이유는 없다는 거지?”


사실, 이 부분이 제일 불안했는데. 설마 했지만, 역시 내 일상을 버려서까지 자길 지켜주길 바라는 건 아닌 거 같다. 그것보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듯한 느낌이다.


“맞아. 어차피, 너가 이 세계를 나가게 된다면 나 또한 다시 잠들 테니까.”

“잠든다고? 이 포가튼 사가에서? 굳이 뭣하러 그런 짓을 해? 잘거면 차라리 그냥 로그아웃하고 침대에서 편히 자는 게 낫지 않아?”

“······난 이 세계에서밖에 잠들 수 없으니까.”


뭔 소리야. 무슨 중2병 틱한 설정도 아니고. 에이, 됐다. 더 신경 쓰지 말자. 날이 오늘만 있는 것도 아니고. 내일도 볼 것 같으니 자세한 건 천천히 알아 가면 되겠지.

여러모로 찝찝한 일이 많았지만, 오늘은 여기까지인 듯하다. 몸 상태도 한계다. 지금 유티니에서 나가면 거의 새벽 4시일 텐데, 고작 3시간 정도 자고 바로 학교에 가야 한다.

오늘도 수업 시간 내내 졸게 생겼구만.


“알았어. 그럼 난 이만 자러 갈 테니까. 내일 보자. 아, 난 보통 밤 11시에서 12시 사이에 들어오니까 그때 맞춰서 다시 들어오면 될 거야. 그럼 간다.”


난 그렇게 내 할 말만 하고 로그아웃 버튼에 손가락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곧 신호음과 함께 반가운 음성이 들려왔다.


[로그아웃을 실행하시겠습니까?]


“네. 얼른. 빨리!”


[예. 알겠습니다. 오늘도 포가튼 사가를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스템 전환-

-로그아웃 요청 시퀸스 전달 (Logout Sequence Requested)-


- 접속 해제 (Disconnact List) :

델 몬링거 (Del Morlinger),

공시각성 (Common Time Limit),

오감지각력 (Perceptual Senses),

시차적응력 (Adapting Time Error) ···


··· 세트 완료 (Set Clear) 이탈 대상 (Secession Locality) ···


포가튼 사가 (Forgotten Saga) -


그렇게 언제나와 같은 기계음에 따라 접속 해제 절차가 진행되고 시야가 점멸되자 겨우 내 머리에 쓰고 있던 유니티 헬맷을 벗을 수 있었다.

캡슐에서 나오자 예상했던 대로, 시스템 과부화 및 민혁이가 만들어 준 프로그램을 가동했기 때문에 큰돈을 써서 캡슐을 불법개조한 부품에서 스파크가 튀고 연기가 치솟고 있었다.

까딱 잘못했으면 내 뇌도 같은 꼴이 됐을 거라 생각하니 절로 몸이 부르르 떨린다.

유니티를 개조해서 포가튼 사가에서 그 덕을 톡톡히 봤다지만, 역시 이건 내가 생각해도 과했다.

조금만 실수했어도 이승에서 하직할 수도 있었으니 이쯤에서 멈춘 걸 오히려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캡슐에서 몸을 일으켜 굳은 관절을 이리저리 꺾으며 푼다. 머리에는 희미하게 두통과 현기증이 남아 있으나 크게 지장 있지는 않다.

오늘 하루 진짜 사건 사고가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할지 감이 안 온다.

핸드폰을 보니 진우와 대명이한테서 온 메시지와 전화가 잔뜩이다. 그 사이사이 수아나 민혁이의 것도 있었으나, 수아꺼는 실수로라도 읽지 않도록 조심했다.

어차피 조금만 있으면 학교에서 만나서 또 난리 칠 텐데, 뭐.

대명이와 진우한테는 짧게 메시지를 남겼다. 걱정하고 있었을 테지만, 지금 너무 피곤해서 길게 설명할 수 없었다.

대충 난 괜찮으니 내일 만나서 자세히 설명하겠다는 메시지만 남기고 침대로 몸을 던졌다.

생각할 게 많았지만, 오늘은 더 뭔가를 할 수가 없다. 오늘은 이만 자자.

금방이라도 정신을 잃어버릴 것만 같은 잠의 유혹 속에서도 내 뇌리에는 한 가지 뚜렷한 게 남아 있었다.


그건, 바로 오늘 처음 만난, 신시아라는 여자애와 그녀가 나에게 했던 말.


[응. 난 앞으로 너와 함께 있을 거야. 이 세계에서 너가 어디를 가든, 난 너와 함께 있을 거고, 넌 앞으로 나에게 닥칠 모든 위기에서 날 지켜. 비록, 그 대가가 너의 죽음이라도 반드시 날 지켜야 해.]


그녀의 차갑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얼굴과 사람을 홀리는 신비스러운 푸른 두 눈동자, 귓가를 희롱하듯 부드럽게 감쌌던 음성을 떠올리며 난 살며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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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Chapter 6. 데이트(6) +2 20.06.11 42 2 12쪽
47 Chapter 6. 데이트(5) +3 20.06.10 33 3 14쪽
46 Chapter 6. 데이트(4) +1 20.06.09 32 3 11쪽
45 Chapter 6. 데이트(3) +1 20.06.08 28 2 8쪽
44 Chapter 6. 데이트(2) +3 20.06.05 36 3 8쪽
43 Chapter 6. 데이트 +2 20.06.04 42 3 12쪽
» Chapter 5. 소년은 소녀를 만나다(10) +3 20.06.03 32 3 8쪽
41 Chapter 5. 소년은 소녀를 만나다(9) +3 20.06.02 61 4 8쪽
40 Chapter 5. 소년은 소녀를 만나다(8) +4 20.06.01 33 4 9쪽
39 Chapter 5. 소년은 소녀를 만나다(7) +9 20.05.31 38 6 12쪽
38 Chapter 5. 소년은 소녀를 만나다(6) 20.05.31 38 1 13쪽
37 Chapter 5. 소년은 소녀를 만나다(5) 20.05.30 36 1 13쪽
36 Chapter 5. 소년은 소녀를 만나다(4) 20.05.30 50 1 14쪽
35 Chapter 5. 소년은 소녀를 만나다(3) +2 20.05.29 33 2 12쪽
34 Chapter 5. 소년은 소녀를 만나다(2) 20.05.29 39 2 15쪽
33 Chapter 5. 소년은 소녀를 만나다 +11 20.05.28 36 1 9쪽
32 Chapter 4. 보스 몬스터 공략(11) +1 20.05.28 62 1 14쪽
31 Chapter 4. 보스 몬스터 공략(10) 20.05.26 31 1 10쪽
30 Chapter 4. 보스 몬스터 공략(9) +2 20.05.26 36 2 11쪽
29 Chapter 4. 보스 몬스터 공략(8) +1 20.05.23 39 1 12쪽
28 Chapter 4. 보스 몬스터 공략(7) 20.05.22 34 1 9쪽
27 Chapter 4. 보스 몬스터 공략(6) +1 20.05.22 3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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