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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현 님의 서재입니다.

중동정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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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현
작품등록일 :
2012.11.14 09:14
최근연재일 :
2012.09.20 08:4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668,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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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172

작성
12.09.19 12:04
조회
2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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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제1장-그 남자, 한상혁(4)

DUMMY

해림이 다시 도서관에 나타난 것은 금요일 저녁때쯤이었다.

여진에게 말했다.

“다음 주 내내 지겹도록 해야할텐데 오늘까지 꼭 이렇게 해야겠니?”

“시험공부는 원래 평소에 해두는 거야. 벼락치기로는 한계가 있어.”

“어련하시려고. 공부를 하더라도 밥은 먹고 해야지. 밥 먹으러 가자.”

“그래.”

“선배 데려올게.”

지갑을 챙기는 여진에게 말한 해림이 상혁에게 다가갔다.

책에 집중하고 있어 누가 옆에 다가온 지도 몰랐다.

“잠깐 쉬었다가 해요.”

해림이 얼른 펼쳐진 책 위로 손을 짚으며 말했다.

그냥 말만 했으면 잠깐 쳐다보고 무시할 것이 뻔해서 한 행동이었다.

역시나 예상대로 상혁이 길게 쳐다보고 말했다.

“생각 없다. 손 치워.”

“밥은 먹고 해야 할 거 아니에요?”

상혁이 한쪽 기둥에 걸려 있는 시계를 쳐다봤다.

그는 시간이 이렇게 되어 있는 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상혁의 시선이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자 해림이 얼른 말했다.

“밥 먹고 나면 더 이상 귀찮게 안할테니 같이 가요. 네?”

보통 남자 같으면 자신의 애교스런 행동에 웃음을 지어보일만도 한데 상혁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효과는 있었는지 상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으로 나온 상혁은 거침없이 팔짱을 낀 해림의 코맹맹이 소리를 다시 들어야 했다.

“밖에 나가 먹으면 안돼요? 학교식당밥은 너무 맛없단 말이에요.”

“.......”

“아잉. 다음 주부터 공부하기 시작하면 계속 거기서 먹어야 하잖아요. 오늘 하루만요. 네?”

버티던 상혁의 걸음이 해림이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뒤따라오다가 해림이 고개를 돌려 하는 윙크를 보면서 여진은 그녀가 부러웠다.

자신도 상혁과 가까워지고 싶었지만 마음뿐이었다.

후문을 나온 해림이 상혁을 끌고 간 곳은 돼지갈비 집이었다.

“열심히 공부하려면 체력을 비축해야지요. 오늘은 제가 쏠께요.”

금요일 저녁답게 안은 학생들로 꽉 차 있어 시끌벅적 했다.

해림은 주문을 하면서 당연하다는 듯이 술을 시켰다.

주문한 술과 고기가 나오자 해림이 술잔을 따라주며 말했다.

“같이 공부하기로 했으니 오늘이 단합대회라고 생각하고 한잔씩 해요.”

자신의 잔까지 따른 해림이 술병을 놓고 잔을 들며 외쳤다.

“우리 세 사람의 열공을 위하여.”

여진은 잔을 들었지만 상혁은 그냥 마셨다.

그러건 말건 해림은 여진이 든 잔만 부딪치고 술잔을 비웠다. 여진은 잔에 입만 대고 내려놓았다. 지난번 실수한 후유증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밥을 시켜 익은 고기와 먹으면서 해림은 끊임없이 여진과 상혁을 상대로 말을 걸어 지루하지 않게 해주었다.

상혁은 대부분의 질문을 무시하고 답을 하진 않았지만 술은 피하지 않았다.

밥을 거의 다 먹을 때쯤 문이 열리며 건강한 체격의 남학생 넷이 들어왔다.

그중 한명이 해림을 보고 아는 체 했다.

“보보스의 죽순이 해림이 금요일 이 시간에 클럽이 아닌 곳에 있다니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는데?”

“시끄러워. 쪽팔리니까. 조용히 술이나 처먹고 가.”

“하루지만 서방님 친구한테 너무 하네.”

“아. 씨.”

해림은 정말 쪽팔려서 고개까지 숙였다.

하필 잘보여야 하는 상혁이 있는 데서 예전 술김에 불장난을 질렀던 놈의 친구를 만나고 말았다.

그 모습에 사내가 앞자리에 있는 상혁을 보고 말했다.

“아하. 새로운 바지씨 작업하는데 내가 방해 했나보군. 미안.”

“알았으면 꺼져.”

“그래 잘해보고. 나중에 나하고도 뜨거운 밤을 가져보자고.”

사내들이 앉은 자리가 하필이면 바로 옆 여진의 뒷자리였다.

한동안 자기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사내들이 술이 한두 잔 들어가자 본격적으로 음담패설을 하기 시작했다.

해림은 자신이 더 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기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했고 상혁은 원래부터 남의 일에는 무관심한 사람이라 상관없었지만 여진은 아니었다.

바로 뒤에서 들리는 노골적이고 민망한 대화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일어났다.

“저 먼저 가볼게요.”

“앉아.”

“.......”

“앉으라고.”

상혁의 차가운 목소리에 여진은 놀라 그대로 다시 앉았다.

그녀가 앉자 상혁이 여진의 뒤에다 소리쳤다.

“야, 이 새끼들아, 조용히 못해!”

크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낮게 깔린 음성에 식당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학생들은 숨을 죽이고 상혁을 바라봤는데 네 명의 남학생도 마찬가지였다.

자리에서 일어난 상혁이 옆테이블로 가 섰다.

“일어나는 놈 있으면 죽인다. 먼저 말을 하는 놈은 그 놈부터 죽인다.”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꼭 튀어나오는 놈이 있다.

안쪽에 앉아 있던 눈이 가늘게 찢어진 놈이 벌컥 의자를 제키며 일어났다.

그 순간 상혁의 몸이 튕기듯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발이 날아가 사내의 턱을 차올렸다. 그리고는 떨어져 내리면서 옆에서 몸을 세우는 놈의 뒤통수를 주먹으로 내려쳤다. 한손으로 테이블을 짚은 상혁의 몸이 다시 제자리에 바로 섰을 때 턱을 채인 놈은 의자와 함께 땅바닥에 누워 있었고 뒤통수를 찍힌 놈은 테이블에 코를 박고 엎어져서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이면 죽어.”

남은 두 명의 학생을 손가락 끝으로 가리키며 상혁이 낮게 말했다. 식당 안은 기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상혁이 여진과 해림을 보고 말했다.

“그만 가자.”

상혁은 놀란 얼굴을 하고 있는 주인에게 넉넉하게 계산해 주고 나왔다.

“후아. 선배 짱이다.”

따라 나온 해림이 팔짱을 끼려는 것을 이번에는 상혁이 거부하며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걸레는 아무리 깨끗이 빨아도 행주로 쓸 수 없어.”

“.......”

“그래도 네가 행주행세를 하겠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최소한 썩은 냄새를 풍겨 파리가 꼬이게는 하지마.”

가차 없이 몸을 돌려 걸어가는 상혁의 등을 노려보며 해림이 이를 갈았다.

“개자식.”

해림에게는 태어나서 처음 듣는 치욕스러운 말이었다. 얼마나 분했는지 그녀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앙.”

기어이 울음을 터트린 해림을 안아주는 여진의 시선은 상혁이 사라진 방향을 향해 있었다.

그가 오늘 처음으로 길게 말을 했다.

서럽게 우는 해림을 달래주고 헤어져 도서관으로 돌아왔을 때는 상혁은 없었다.

여진도 책을 챙겨 나왔다.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 같았다.

주말이 지나고 화요일에 다행히 해림은 수업에 들어왔는데 복장이 바뀌어 있었다.

여전히 타이트해 볼륨을 그대로 드러내보이고 있었지만 바지에 긴 팔 티셔츠차림의 노출은 거의 없었다.

화장도 많이 옅어졌다.

그녀는 마치 지난 금요일 상혁에게 당한 굴욕을 기억못하기라도 한 듯 여전히 살갑게 굴었다.

드디어 목요일에 지겨운 1학기 수업이 끝났다.

해림이 여진에게 물었다.

“오늘 종강파티 한다는데 안갈거지?”

“응. 나 그런데 관심 없다는 거 알잖아.”

“그래서 이 언니가 따로 파티를 준비했단다.”

“난 싫어. 너 혼자 해.”

“상혁 선배도 갈건데?”

얼른 말한 해림이 책을 가방에 넣고 나가려는 상혁을 재빨리 붙잡고 말했다.

“선배 종강파티해요.”

“너희끼리 해라.”

“아잉. 주상 오빠가 선배 꼭 데려오라고 했단 말이에요.”

“주상이가?”

“예. 오늘 주상 오빠가 한 턱 쏜다고 했어요. 같이 가요. 네? 다음 주부터 시험공부 열심히 할테니까 오늘 하루만 놀아요.”

“그래 가자.”

해림이 환하게 웃으며 기다리는 여진에게 물었다.

“너도 갈거지?”

“어. 응.”

여진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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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8

  • 작성자
    Lv.81 땅꾼
    작성일
    12.09.19 12:11
    No. 1

    잘 보고 갑니다.
    건필 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바다의별님
    작성일
    12.09.20 09:21
    No. 2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하날나래
    작성일
    12.09.25 10:43
    No. 3

    해림.. 끈기하나는.. 참..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1 선율
    작성일
    12.09.25 11:33
    No. 4

    잘 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3 패왕권
    작성일
    12.10.05 01:26
    No. 5

    해림이의 작전인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musado01..
    작성일
    12.10.06 08:43
    No. 6

    잘 보고 갑니다.

    건 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1 나라연2
    작성일
    12.10.18 03:11
    No. 7

    간만에 보는 표현이군요. 걸레 빨아도 행주로 못쓴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1 키온
    작성일
    12.10.21 13:47
    No. 8
  • 작성자
    Lv.24 Stellar별
    작성일
    12.10.23 03:53
    No. 9

    걸레 빨아도 행주로도 못 쓰는 건 남자도 마찬가지겠죠....문제는 그 표현을 남자한테는 안 쓴다는 거. 성차별의 한 조각이라 씁쓸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3 휴머노이드
    작성일
    12.10.23 14:34
    No. 10

    별마녀님 댓글에 공감...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 혈기린외전
    작성일
    12.10.27 14:03
    No. 11

    작가님 글 잘 읽고있습니다..꾸벅
    코리안 네트워크도 잘 읽었고, 화이트스톤은 완결을 ???

    그런데 이번회에서 장면이 영화에서 오마주??? 글쎄요..
    제가 이원호 작가님의 글을 대부분 읽어서... "영웅의 도시" 라는 글 1권에서 술집에서 주인공이 했던 대사와 같아보여 순간적으로 서재현 작가님이 혹 필명만 바꾸신 이원호 선생님이신가 했네요...

    좋은글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언짢으시지 않았으면 합니다. ^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2 허무무상검
    작성일
    12.11.02 17:56
    No. 12

    걸레 비유는 여자들한테 많이 하곤 하는데 성차별보다는 글쎄요. 여성들이 남자들한테 저런 표현을 잘 안한다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1 의지사나이
    작성일
    12.11.10 19:59
    No. 13

    여자니까 걸레라고 했죠 남자엿으면
    망나니나 개잡종이라고 했겠죠
    여자한테는 망나니나 개잡종이라고 안하잖아요
    성차별아아니라 남자를 놈 여자를 년이라고 표현하는것과같은 거아닌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2 namtar
    작성일
    12.11.13 19:51
    No. 14

    내키지 않으면 아양을 떨어도 말을 들어주질 말든지.... 꼬박꼬박 하자는 대로 다 하면서 뚱하게 구는 건 뭐하는 짓일까요?
    해림의 행동이야 캐릭터가 그런가 보다 싶지만, 주인공의 행동은 작가님이 의도한 어떤 장면이나 스토리를 연출하기 억지로 짜맞춘 것처럼 부자연스럽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8 BeKaeRo
    작성일
    12.11.15 01:49
    No. 15

    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8 디노사랑
    작성일
    12.11.27 03:22
    No. 16

    남자도 망나니는 망나니죠 남녀 상관없는 표현인듯

    한번망나니가 개심했다고 사회에서 알아주지 않죠

    특히나 한국에선 빨간줄 끄이면 걍 나락으로 떨어지는듯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5 무협환담
    작성일
    12.12.13 13:26
    No. 17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2 천지
    작성일
    13.09.06 10:20
    No. 18

    잘 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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