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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현 님의 서재입니다.

중동정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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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현
작품등록일 :
2012.11.14 09:14
최근연재일 :
2012.09.20 08:40
연재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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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8,445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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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172

작성
12.09.1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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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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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글자
9쪽

제1장-그 남자, 한상혁(3)

DUMMY

식당에 도착해서 밥을 가져와 마주 앉아 먹으면서도 한마디도 하지 않은 상혁의 행동에 해림이 화난 목소리로 물었다.

“저랑 같이 먹는 게 싫으세요?”

“상관없어.”

“으휴. 제가 선배한테 뭘 더 바라겠어요.”

상혁이 어떤 사람인지 그동안 바로 뒷자리에서 충분히 지켜본 해림이라 더 이상 대화를 나누는 것을 포기하고 밥을 먹었다.

밥을 다 먹고 나와 먼저 걸어가는 상혁을 쫓아가 다시 팔짱을 끼며 해림이 말했다.

“밥값을 제가 냈으면 커피정도는 사주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해림이 상혁의 의사도 묻지 않고 얼른 밥값을 냈었다.

잠시 그녀에게 시선을 두던 상혁이 식당과 붙어있는 커피전문점으로 걸음을 옮겼다.

점심시간이라 빈자리가 없어 두 사람은 잔디밭 벤치에 앉았다.

해림이 커피를 한모금마시고 말했다.

“더워지는 게 벌써 여름인 것 같아요.”

“하고 싶은 말이 뭐야?”

“헤헤. 주상오빠가 선배가 천재라고 칭찬하던데 틀린 말이 아니었네요. 금방 제 마음을 눈치챈 것 보니까.”

“볼 책이 있다.”

상혁은 해림의 애교에도 불구하고 무심하게 말했다.

그에 굴하지 않고 해림이 찰싹 달라붙어 앉으며 물었다.

“주상 오빠랑 선배랑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다면서요? 나 그 오빠랑 잘해보고 싶어요. 선배가 좀 도와주세요.”

“그건 둘의 문제야.”

“알아요. 선배는 그냥 따라와 주시기만 하면 되요. 작업은 제가 알아서 다 할게요. 졸업하기 전에 잡을 자신 있어요. 도와주실거죠?”

“.......”

“아잉. 선배. 이렇게 예쁜 후배가 부탁하는 데 안들어주실거예요. 네?”

“훼방은 놓지 않으마. 먼저 일어난다.”

상체를 통째로 밀착해오는 해림의 행동이 부담스러워진 상혁이 적당히 답하고 일어나 먼저 갔다.

해림은 더 잡지 않고 남은 커피를 마셨다.

오늘은 이정도로 충분했다.

상혁의 마음은 모르겠지만 그날 술집에서도 그렇고 집까지 바래다준 윤주상에게 고맙다며 억지로 들어간 커피전문점에서도 그는 내내 상혁의 이야기만 했다.

윤주상이 상혁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은 것은 확실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오빠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간 상혁을 앞에 두고 멋대로 지껄였던 게 후회되지만 오늘 약속으로 조금은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오후수업은 듣지 않았다.


다음 날 새벽같이 강의실에 도착해 자리에 앉은 여진은 비어있는 맨 뒷자리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몇 번이고 일어나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 참고 있었다.

그 날 일이 걱정이 되어 해림에게 전화를 걸어 술집에서 벌어진 일을 들을 수 있었다.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그녀의 심정과는 달리 해림은 한참동안 윤주상에 대해 떠들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직 하나 그 남자의 얼굴을 어떻게 보나 하는 걱정뿐이었다.

기분 같아서는 휴학이라도 하고 싶지만 집에서 허락하지도 않을뿐더러 자신의 꿈을 위해 그럴 수도 없었다.

그래서 새벽같이 일어나 학교에 온 것이다. 그 남자가 앉아있는 강의실에 들어올 용기가 없어서였다.

시간이 지나 학생들이 하나둘 들어오는 모습에 여진은 얼른 책을 펴 놓았다.

얼마쯤 지나자 규칙적인 발걸음소리가 가까워지더니 옆을 스쳐지나가 앞에 멈췄다. 그 남자였다.

여진의 모든 신경이 곤두섰다.

하지만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았다.

앞쪽에 그늘이 졌다.

그 남자가 말없이 자신의 자리에 앉은 것이다.

여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한편으로 서운함도 느꼈다.

최소한 걱정 말 한마디쯤은 할 줄 알았다.

‘털썩.’

“헉.”

갑작스럽게 누군가 옆에 앉는 소리에 여진이 놀라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터트렸다.

“뭘 그렇게 놀라?”

해림이었다. 그녀가 첫 수업부터 들어오다니 놀랄 일이었다.

옷차림도 바뀌어 있었다. 청바지에 니트차림이었다. 화장도 많이 옅어져 있었다.

“헤헤. 이제 좀 조신하게 생활해 보려고.”

묻지도 않았는데 해림이 먼저 말했다.

여진의 시선이 돌아가려고 하자 해림이 얼른 얼굴을 가까이 하며 물었다.

“그날 선배 집에서 잘 때 아무 일 없었지?”

여진의 시선이 무의식중에 움찔하는 상혁의 등에 꽃혔다. 설마 말한 걸까?

상혁의 고개가 돌려지려는 찰라 해림이 얼른 말했다.

“농담이었어. 선배는 아무 말 안했어.”

“너?”

“아. 날씨 좋다.”

꼭 입으로 확인받아야만 되는 것은 아니었다. 여진의 놀란 모습이 자신의 짐작이 맞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시끄러울 정도로 떠들던 평소와 달리 해림은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닫았다.

오전수업이 두 시간밖에 없어 일찍 끝났다.

도서관으로 가려는 여진을 해림이 잡으며 말했다.

“어제 내가 하루 종일 뭐 했는 줄 알아?”

“.......”

“상혁 선배 뒷조사를 좀 했지. 듣고 싶지 않아?”

“관심 없어.”

여진은 속마음과 달리 차갑게 말하고 돌아서려 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해림의 말이 그녀의 동작을 막았다.

“학부수석으로 입학해 전액장학금을 받으면서도 군대 가기 전까지 3년 내내 한 번도 수석을 놓치지 않았데.”

“.......”

“주상오빠는 우리학년에서 졸업 전 회계사가 나오면 그건 무조건 상혁 선배일거라고 했어. 이래도 흥미 없어?”

“응. 흥미 없어.”

이번에도 여진은 자신을 속이고 억지로 몸을 돌려 도서관으로 향했다.

“치. 안넘어오네.”

혼자 남은 해림이 입술을 깨물었다.


역시나 상혁은 도서관에 있었다.

여진은 그가 보이는 자리에 앉아 해림의 말을 떠올렸다.

비록 입학할 때 학부수석은 하지 못했지만 지난 학기까지의 수석은 여진이 차지했다.

중위권 대학인 한국대학의 학부수석으로 입학할 정도면 상위권대학도 충분히 합격이 가능했다는 말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상혁을 바라보던 여진은 머리를 흔들어 생각을 떨쳐버렸다. 지금 남자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책을 펴서 억지로 읽어내려갔다.


“점심시간이야.”

옆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자 해림이 와있었다.

여진은 무의식중에 상혁의 자리를 쳐다봤다. 비어있었다.

해림이 말했다.

“나가는 것 귀찮다. 오늘은 학교식당에서 먹자.”

“그래.”

해림은 학교식당은 맛이 없다며 밖에서 먹는 걸 더 좋아했었다.

함께 학교식당으로 가서 식권을 사서 줄을 서면서 여진은 식당 안을 재빨리 둘러보았다.

예상대로 상혁은 햇빛이 비추는 창가테이블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있었다.

차례가 돌아와 밥을 타자 해림이 말했다.

“저쪽으로 가서 앉자.”

무심코 따라가던 여진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해림이 데려간 곳은 상혁의 테이블이었다.

“선배 앉아도 되죠? 뭐해 빨리 와.”

상혁의 허락은 필요 없다는 듯이 앞에 앉은 해림이 부르는 소리에 여진은 입술을 깨물고 그녀의 옆에 앉았다.

잠시 시선을 들어 쳐다보던 상혁은 이내 시선을 내리고 밥을 먹었다.

해림이 여진에게 물었다.

“너 다다음주면 1학기 수업이 끝나고 바로 시험인 거 알지?”

“응.”

“같이 공부하자.”

“네가 공부를?”

놀란 여진이 무심코 물었다가 상혁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얼른 입을 닫았지만 이미 늦었다.

해림이 상관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

“나도 이제 슬슬 학점관리해야지. 요즘은 마누라 될 사람 학적부도 떼어본다잖아. 치사하게.”

“잘생각했어. 같이 공부하자.”

“족보는 내가 구해올게. 선배도 같이 하실 거죠?”

상혁의 시선이 다시 올라왔다 내려갔다.

대답할 필요도 없이 싫다는 표현이었다.

그런 그를 보고 해림이 말을 이었다.

“예전에는 선배가 내내 수석이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여진이가 수석이거든요.”

“야.”

“수석끼리 부딪혀 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겠어요? 저도 덕분에 도움 좀 받고.”

식사를 마친 상혁이 식판을 들고 일어났다.

해림이 그의 뒤통수에 대고 통보하듯이 말했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같이 시험 공부하는 것으로 알겠어요.”

“넌 싫다는 사람한테 왜 그래?”

“바보야. 너 저 선배 겪어보고도 몰라. 싫으면 죽어도 안할 사람이야. 저렇게 아무 말 안하면 최소한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말이지.”

“그렇다고 허락한 것도 아니잖아?”

“그건 걱정마. 내가 어떻게든 허락하게 만들테니까.”

그 어느 때보다 확실한 목표를 설정한 해림이었다. 이 정도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 애초부터 시작도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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