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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현 님의 서재입니다.

중동정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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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현
작품등록일 :
2012.11.14 09:14
최근연재일 :
2012.09.20 08:4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668,447
추천수 :
3,669
글자수 :
18,172

작성
12.09.17 08:31
조회
24,287
추천
62
글자
8쪽

제1장-그 남자, 한상혁(1)

DUMMY

그 남자는 철저한 아웃사이더였다.

03학번으로 3년 선배이며 이름이 상혁이라는 것이 지난 한 달간 학생들에게 알려진 그 남자에 대한 정보의 전부였다.

여진은 그 남자, 상혁이 두 마디 이상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을 때만 짧게 한 마디로 끝냈다.

누구와 어울리거나 같이 커피를 마시지도 않았다.

점심식사는 항상 학교식당에서 혼자 먹었고 수업이 없거나 강의가 끝나면 도서관에 있었다.

당연히 개강파티나 M/T엔 불참했다.

처음 그의 기행에 많은 학생들이 숙덕거렸지만 한 달이 지나자 이제 누구도 그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 남자는 그렇게 철저히 잊혀진 존재가 되었다.

화요일 첫 수업. 오늘도 그 남자는 오른 쪽 창가 뒤에서 두 번째 자리에 먼저 와서 앉아 있었다.

여진이 그 뒷자리에 앉았다.

4학년은 수업이 별로 없었다.

학점은 3학년 때까지 대부분 땄고 4학년 때는 취업준비를 했다. 수업 역시 화, 수, 목. 삼일간 몰려 있고 전부 전공수업이라 항상 그 강의실 그 자리였다.

해림이 나타난 것은 오전 마지막 수업 때였다.

‘또각 또각 또각.’

이제 모두가 하이힐 소리만 들어도 그녀인줄 줄 알고 있었다.

봄이라고 하지만 아직은 쌀쌀한데도 해림의 패션은 파격 그 자체였다.

푹 파인 나시티에 검정 가죽미니스커트. 옷에 걸맞게 진한 화장을 하고 있었다.

남학생의 시선이 모두 해림의 드러난 맨살로 향한 것은 당연했다. 그런 시선을 즐기며 걸어온 해림이 여진의 옆에 앉았다.

여진은 스니키 진에 티셔츠에 가디건을 걸치고 있었다. 기초화장만 한 게 오히려 시원한 이목구비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해림이 야한 느낌이라면 여진은 차갑고 도도해 보였다.

해림이 책도 펴지 않고 여진에게 물었다.

“교수님도 안들어오셨는데 뭘 그렇게 강단만 쳐다보고 있어?”

“그냥.”

여진은 강단을 쳐다보고 있는 게 아니었다. 상혁의 뒷머리를 보고 있었다.

그는 오늘도 해림의 하이힐 소리에 반응하지 않았다.

“아. 짜증나. 너 말이야. 코 큰 놈이 거기도 크다는 말 절대 믿지 마라.”

언제나 그렇듯 해림은 오늘도 지난 주말에 벌어진 일에 대해 이야기하려 하고 있었다.

“토요일에 클럽에 갔었는데 거기서 한 놈을 만났어. 그 놈 코가 엄청 커서 은근히 기대 했거든. 그런데 부비부비하며 느껴보니까 전혀 느낌이 없어. 그런데도 자식이 엄청 껄떡거려 내가 한마디 했어. ‘넌 코만 참 잘생긴 것 같다.’ 그랬더니 걔가 뭐라 한 줄 아니?”

“.......”

“코 한지 얼마 안됐데.”

‘키키키.’

‘크크크.’

여진은 가만있는데 주위 이곳저곳에서 억지로 참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해림이 원래 남을 의식하지 않는 탓에 목소리를 낮추지도 않았지만 의례 매주 수업의 시작은 해림이 이런 식의 야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알고 다른 학생들이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상혁의 뒷모습은 변함이 없었다.

해림의 이야기를 들었을텐데도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어제 일은 더 대박이었어. 나이트를 가서 부킹했는데.......”

“미안. 나 화장실에.”

여진이 갑자기 일어났다.

그녀가 해림의 야한 농담을 즐기는 것은 아니지만 워낙 떠들기 좋아하는 아이라 언제나 듣는 척 해주었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끝까지 듣기가 거북했다.


수업이 끝나고 도서관에 가자 상혁은 창가 쪽 빈자리를 잡고 먼저 앉아 있었다.

여진은 대각선 맞은 편 빈자리에 앉았다.

잠시 책을 보던 여진은 고개를 들어 상혁을 쳐다봤다.

처음 그 자세 그대로 책을 읽고 있었다.

여진은 오늘 자신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해림과는 고등학교 동창으로 별로 친하지 않았는데 같은 학교 같은 과를 다니다 보니 단짝처럼 붙어다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속을 터놓고 지낼 정도로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상혁이 나타나기 전에 둘은 한국대학 회계과의 아웃사이더들이었다.

둘 다 남에게 뒤지지 않는 미모와 개성 때문에 1학년 때는 많은 남학생들로부터 구애에 시달려야 했다. 회계학과는 물론 타과, 심지어 다른 학교의 동기나 선배들까지.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성공하지는 못했다.

해림은 모든 여자의 로망인 ‘사’자 남편을 만나 풍족하게 사는 게 꿈이라고 당당히 말하고 다녔다.

그건 아직 학부생인 너희 같은 애들은 양에 안찬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반대로 여진은 스스로가 ‘사’자가 될 생각이었다. 회계사가 목표인 그녀에게 남자는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그런데 그런 자신의 생활에 오늘 변화가 생겼다.

언제부터인가 상혁을 의식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느끼고 있었다. 그냥 하도 특이한 사람이라 그러나 보다 가볍게 넘겼는데.

해림의 말을 끊고 자리를 피한 것도 상혁때문이었다.

왠지 그에게 그런 이야기나 즐기는 여자로 비춰지는 게 싫었다.

화장실 거울에 대고 스스로 물었다.

“내가 그 남자를 왜 자꾸 의식 하지?”

그 답은 아직도 찾아내지 못했다.


점심을 먹고 먼저 돌아와 있던 여진에게 해림이 들어오며 호들갑을 떨며 이야기 했다.

“너 그 이야기 들었니?”

“?”

“오늘 수업 끝나고 학사주점에서 졸업한 선배들과 술자리가 있데.”

“나 그런 자리 안가는 거 알잖아.”

“이 바보야. 삼일회계법인의 수석회계로 있는 노준복 선배가 온데. 그리고 지난 해 시험에서 전체 1등을 한 윤주상 선배도 참석하고. 가서 이야기 해보면 도움이 될 거야.”

“그래?”

“가자. 으응.”

“알았어.”

여진의 승낙에 해림이 기뻐하며 듣기 지겨운 자신의 꿈 이야기를 하며 이번에 한 명 꼭 잡고 말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선배와의 만남은 후문의 학사주점에서 열렸다.

‘선후배 섞여 앉기’에 따라 여진은 노준복 옆에, 해림은 윤주상 옆에 앉았다. 그렇게 딱 맞게 앉은 것은 해림이 미리 과대표를 매수했기 때문이었다.

‘자자. 오랜만에 후배들을 만나니 반갑다.’

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선배들 대표로 노준복이 술잔을 들고 일어나 건배를 청할 때 문을 열고 그 남자가 들어왔다.

동기들은 물론 현역들 모두가 상혁이 어떤 사람인 줄 알기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이 자리에 올 사람이 아니었다.

해림 역시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 때 옆에 앉은 윤주상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한상혁. 너 이 자식!”

“오랜만이다.”

상혁이 웃는 얼굴로 인사하며 맞은편에 앉자 윤주상도 따라 앉으며 급하게 물었다.

“너 대체 어떻게 된 놈이야? 작년에 복학했어야 하잖아?”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다.”

“인마. 그럼 연락이라도 주지. 걱정했잖아.”

“저기 선배.”

두 사람의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질 것 같아 해림이 조심스럽게 말하며 눈짓을 줬다.

건배 제의를 위해 일어났던 노준복이 아직도 술잔을 든 채 그대로 서있었다.

윤주상이 그를 보고 말했다.

“미안합니다. 계속하십시오.”

노준복이 큰 소리로 건배를 외쳤지만 이미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은 후였다.

자리에 앉은 노준복의 얼굴에 불쾌감이 역력했다.

“야. 술부터 한잔 받아라.”

상혁이 빈 잔을 들어 윤주상의 술을 받고 그에게도 따라줬다.

윤주상이 물었다.

“대체 지난 1년 동안 뭐했던 거야?”

“일했어.”

“무슨 일?”

“그런 거 있어.”

“선화씨 소식은 들었지?”

상혁은 답을 하지 않는 대신 술잔을 비웠다.

윤주상이 그의 잔을 다시 채우고 말했다.

“아무튼 다시 만나서 반갑다.”

“너도 축하한다.”

“뭘 그 까짓 걸로.”

그 어렵다는 회계사가 됐으니 목이 뻗뻗해질만도 한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하는 윤주상의 모습에 해림은 반드시 이 선배를 잡아야겠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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