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프롤로그
그 남자가 학교에 나타난 것은 4학년 1학기가 시작 된지도 한참이 지나서였다.
평소와 같이 단짝친구 해림과 수다를 떨다가 강의실에 들어섰을 때 그 남자가 앉아 있었다.
창가 맨 뒷자리.
만 3년 넘게 앉다보니 암묵적으로 둘의 고정석으로 인식되어 있어 아무도 앉지 않았는데 오늘은 낯선 그 남자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저기, 거기 우리자리인데요?”
고개를 들어 잠시 쳐다보던 그 남자가 말없이 가방을 챙겨 바로 앞자리로 옮겼다.
“복학생인가봐.”
해림이 한 마디하고 이내 요즘 만나는 남자에 대해 떠들었지만 차여진은 길게 자란 그 남자의 뒷머리만 쳐다보고 있었다.
방금 전 잠깐 마주친 그 남자의 눈빛은 그녀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접하는 것이었다.
무심, 슬픔, 분노, 어둠.
세상의 모든 고뇌를 모두 담고 있었다.
여진은 사람의 눈빛이 그처럼 슬퍼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그리고 그 눈빛이 지워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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