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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현 님의 서재입니다.

중동정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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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현
작품등록일 :
2012.11.14 09:14
최근연재일 :
2012.09.20 08:4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668,466
추천수 :
3,669
글자수 :
18,172

작성
12.09.20 08:40
조회
20,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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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글자
8쪽

제1장-그 남자, 한상혁(5)

DUMMY

윤주상이 근무하는 두온회계법인은 강남에 있어 세 사람은 전철을 타고 역삼역까지 갔다.

해림이 윤주상과 통화를 한 후 말했다.

“오빠는 회의가 있어 좀 늦겠다네요. 예약해놓았다고 먼저 가서 기다리래요.”

‘하나비’는 고급 일식집으로 분위기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윤주상의 이름을 대자 주인이 직접 나와 안내했다.

일본의 요정을 그대로 옮겨놓은 실내의 장식에 해림이 감탄사를 터트렸다.

“와. 역시 사자들이 다닌 곳은 다르긴 다르네.”

윤주상이 미리 말해놓은 듯 음식이 바로 나왔다.

상혁이 한 쪽을 차지하고 해림과 여진은 맞은편에 나란히 앉았다.

거의 식사가 끝나갈때쯤 윤주상이 들어왔다.

“미안. 미안. 회의가 길어져서.”

상혁은 그대로 앉아 있었지만 여진과 해림은 후배라 일어나 맞았다.

“괜찮아요. 선배랑 이야기 하실테니 이쪽으로 앉으세요.”

해림이 방금 전까지 앉았던 상혁의 맞은 편 자리로 주상을 앉히고 옆에 앉는 바람에 여진은 어쩔 수없이 상혁의 옆에 앉았다.

해림이 물었다.

“식사하셔야지요?”

“술 마시면서 안주 먹으면 되지. 자 한잔씩들 받아. 수업 듣느라 고생했을 텐데.”

윤주상은 호남인데다가 매너도 깔끔하고 성공해서인지 여유롭고 쾌활했다.

한참동안 상혁과 동창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윤주상이 물었다.

“어머님은 좀 어떠시냐?”

“그냥 그러시지.”

“에휴. 빨리 털고 일어나셔야 할텐데.”

상혁이 술을 들어 마시는 게 그 이야기는 더 하고 싶지 않다는 표현 같았다.

주상이 물었다.

“너 언제 휴가나오나 궁금해서 승미에게 물어봤더니 한 번도 안 나왔다며?”

“응. 그냥 군에 계속 있었어.”

“휴가 안 내보내주는 군대도 있어?”

“자이툰 부대원으로 이라크에 파병 나가 있었어.”

“아. 그랬구나.”

얼마간 술을 더 마시다가 해림이 졸라 인근 노래방으로 갔다.

해림이 윤주상에게 꼭 달라붙어 있어서 여진은 자연스럽게 상혁과 함께 있어야 했다.

내내 묵묵히 자리에 앉아 맥주만 마시는 상혁에게 여진이 물었다.

“재미없으시죠?”

“난 괜찮으니까 너도 나가서 놀아.”

“나도 이런 자리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여진도 고개를 저었다.

노래방에서 나왔을 때는 11시가 넘어있었다.

3차를 가자는 해림의 말은 상혁이 가겠다고 하는 바람에 묻혀버렸다.

결국 주상이 상혁과 따로 한잔 더 하자고 끌고 가는 바람에 여진과 해림은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정말 재수 없어. 저 선배. 꼭 이렇게 판을 깨야겠어?”

택시 정류장으로 향하는 내내 투덜거리던 해림이 여진에게 말했다.

“주상선배는 군면제를 받았데.”

“.......”

“내가 상혁 선배가 군대를 간 이유를 이야기 했었니?”

“아니.”

“03학번 사이에서는 아주 유명한 C.C였데. 비서학과 선배였다는데 결국은 헤졌데.”

“.......”

“상혁 선배 아버지가 하시던 공장이 부도가 나 집안이 거덜나자 떠나버렸데. 그래서 급작스럽게 군대에 간 거래. 사랑이 밥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잘 떠난 거지.”

여진은 처음 만났을 때 봤던 상혁의 눈빛이 떠올렸다.

가슴이 아려왔다.

해림이 물었다.

“주상 선배 어때?”

“뭐가?”

“멋지지 않아?”

“응. 괜찮은 선배 같더라.”

“그렇지. 두고 봐 내가 반드시 잡아서 졸업과 동시에 결혼에 골인해 버릴테니까.”

빈택시가 오자 해림을 먼저 태워보냈다.


월요일 아침. 학교 앞에서 상혁을 만난 도서관에 가자 어쩐 일인 지 해림이 먼저 와 있었다.

“내가 자리 잡아 놨지롱.”

혀를 내밀고 말하는 해림의 장난기어린 태도에 여진은 물론 상혁도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쓴웃음이었지만.

셋이 한 테이블에 앉았다.

시험기간이라 해림이 먼저 와서 자리를 잡아놓지 않았다면 같이 앉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해림이 한 웅큼의 출력물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이것이 무엇이냐? 그 유명한 족보라는 것이야.”

“어떻게 구했어?.”

“씨. 얼마나 생색을 내면서 안주려고 하는 지. 밥사고 술사주며 겨우 빼내 왔어.”

“고생했다.”

상혁의 말에 잔뜩 찌뿌렸던 해림의 얼굴이 활짝 폈다.

“장학금 나오면 나한테 크게 한 떡 쏴야 해요.”

“그래.”

해림이 가져온 족보덕분에 시험은 무난하게 치를 수 있었다.


마지막 시험을 끝내고 나오면서 해림이 양팔을 크게 벌리며 소리쳤다.

“와. 방학이다. 이제부터 신나게 놀아야지.”

셋이 함께 밖으로 나왔는데 아는 사람이 차를 세워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해림이 얼른 달려가서 팔짱을 끼며 말했다.

“내가 오빠한테 시험 끝나면 드라이브 시켜 달라고 부탁했거든.”

“다들 공부하느라 고생했을텐데 바람이나 쐬러 가자.”

상혁이 말없이 따라가자 여진도 차에 탔다.

해림이 조수석에 앉는 바람에 여진과 상혁은 뒷자리에 앉아야 했다.

“오늘은 좀 멀리 나가 보자.”

윤주상이 힘차게 에쿠스를 출발 시켰다.

서울-홍천간 고속도로가 개통되어 속초까지 2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피서철도 아니고 늦은 시간이라 해수욕장은 한산했다.

백사장을 걸으며 바닷내음을 맡은 일행은 인근의 횟집으로 가서 저녁을 먹었다.

해림이 말했다.

“오빠 너무 고마워요. 괜히 저희 때문에 오늘 일도 못하시고.”

“이런 예쁜 후배와 제일 친한 벗과 함께 하는 자리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너무 멋져요. 오빠.”

한껏 애교를 부리는 해림을 무시하고 주상이 여진에게 물었다.

“너는 원래 그렇게 말이 없니?”

“........”

“잰 숫기가 없어서 그래요. 공부밖에 몰라요.”

해림이 옆에서 대신 답을 해주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주상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오늘도 해림이 더 놀다가자고 졸랐는데 상혁이 아침 일찍 갈 데가 있다고 해서 바로 서울로 출발했다.

주상이 술을 먹는 바람에 상혁이 운전대를 잡아야 했다.

해림이 주상과 붙어 뒷자리로 가는 바람에 이번에는 여진이 조수석에 앉았다.

뒷자리에서 조잘거리는 해림에 반해 말없이 운전만 하는 상혁에게 여진이 물었다.

“선배 방학때 어디서 공부하실거에요?”

“.......”

“전 도서관에 나올건데 같이 회계사 시험 준비해요.”

“난 그거 안 봐. 취업할거야.”

“예?”

여진이 놀란 얼굴을 했다.

그가 회계사 시험을 본다고 한 적은 없지만 당연히 그러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들었는지 주상이 뒤에서 나무랐다.

“인마. 왜 시험을 안 봐. 너라면 바로 붙을 수도 있잖아.”

“내 사정을 알잖아.”

“내가 도와줄게.”

“됐다. 그만 이야기 하자.”

상혁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기에 주상도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헤림을 먼저 내려주고 여진의 집을 거쳐 주상의 집에 도착했다.

들어가자는 주상의 청을 뿌리친 상혁은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후유.”

늦은 시간 도서관을 나서는 여진의 입에서 절로 한숨이 나왔다. 벌써 방학이 절반이나 지나가고 있었다.

지난해에도 휴가도 반납하고 도서관에서 생활했었다.

그때는 이렇게 늦게까지 공부하고 나갈 때는 뿌듯한 충만감을 느꼈었다.

그런데 올해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 남자의 생각때문이었다.

이성적인 감정 때문만은 아니었다.

상혁에 대한 이야기를 해림에게 들었을 때 그녀가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라이벌 의식이었다.

주상이 상혁에 대한 극찬한 이야기를 해림이 할 때 반드시 그를 이기고 말겠다며 속으로 다짐했었다.

1학기 성적이 나왔는데 상혁도 상위권이긴 했지만 과수석은 여진이었다.

거기에 그는 회계사 시험도 보지 않겠다고 했다.

갑자기 목표를 잃어버려서 인지 공부하는 게 예전처럼 즐겁지 않았다.

그 남자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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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제1장-그 남자, 한상혁(4) +18 12.09.19 20,415 63 8쪽
5 제1장-그 남자, 한상혁(3) +10 12.09.18 21,333 60 9쪽
4 제1장-그 남자, 한상혁(2) +11 12.09.17 21,912 59 7쪽
3 제1장-그 남자, 한상혁(1) +15 12.09.17 24,289 62 8쪽
2 프롤로그 +9 12.09.14 24,618 52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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