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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님의 서재입니다.

초보도사 나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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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작품등록일 :
2023.12.01 13:52
최근연재일 :
2024.06.25 21:10
연재수 :
1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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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4
추천수 :
72
글자수 :
744,060

작성
23.12.2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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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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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23. 사라진 것들 2

DUMMY

3.


다음 날 저녁.


예스 패치 사무실은 변함없이 분주했다.


한쪽에서 갑자기 우당탕하는 소란이 일었다.


자장면을 먹고 있던 기자들이 황급히 그릇을 치우고는 우르르 몰려 나가는 소리였다.


어디선가 특종이 터진 게 틀림없었다.


덕분에 사무실은 금세 조용해졌다.


신 기자는 스나이퍼 박에게 전화를 걸었다.


“원본 스캔도 떠 놨고, 모자이크 작업도 다 끝났어요. 이 사진 없었으면 진짜 큰일 날 뻔했어요.”


한시름 놓은 목소리.


마치 재난 현장에서 구조라도 된 사람 같았다.


- 내가 원래 주도면밀하고 치밀한 사람 아닌가? 허허허!


역시나 스나이퍼 박의 허풍이 또 작렬했다.


하지만 신 기자는 그저 웃어넘겨 버린다.


어찌 되었든 자신의 목숨을 구한 사진이 아닌가?


신 기자는 사무실을 휘 한 번 둘러본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화요일 날 말이죠···.”


목소리를 낮춰 말하는 본새가 밀어를 속삭이는 연인 같다.


신 기자의 속삭임에 스나이퍼 박의 음성도 확 가라앉았다.


- 응? 왜?


신 기자는 수화기 너머 스나이퍼 박의 눈이 슬쩍 가늘어지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좀 드라마틱한 이벤트를 하나 하자고요!”

- 이벤트?

“우리가··· 의원들한테 돈을 못 받을지도 모르잖아요.”

- 그런데?

“줄리 한을 더 바짝 몰아붙여서, 못 받을지도 모를 만큼을 그쪽에서 더 당겨 받아내자고요. 그러려면 좀 더 자극적인 뭔가가 있어야겠죠?

- 그게 뭔데?


얘기를 듣던 스나이퍼 박은 궁금증에 목소리가 커졌다.


“메인 기사 나가기 전에 라이브로 블라인드 인터뷰를 하는 겁니다!”


신 기자는 조용하지만 확신에 찬 음성으로 말했다.


- 엥? 뭐라고?


스나이퍼 박은 도저히 이해 못 하겠다는 반응이었다.


“월요일에 사진 없이 짧은 단문 기사 하나가 먼저 나갈 거예요. 일종의 예고편이죠.”

- 오케이! 그리고···?


신 기자와 스나이퍼 박은 둘 다 진지하게 말하고 들었다.


“그리고 화요일엔, 메인 기사 나가기 전에 한 시간 정도 기자들 앞에서 블라인드 인터뷰를 하는 겁니다.”

- ······!

“사진을 찍게 된 경위 등등 궁금증을 증폭시킬 질문들 위주로 내가 물어볼 거예요. 선생님은 블라인드 뒤에서 편하게 대답만 하시면 돼요.”

- 궁금증을 증폭시킬 질문들이라···.


스나이퍼 박이 걱정되는지 말끝을 흐렸다.


“너무 걱정 마세요. 답변은 제가 미리 다 적어드릴게요.”

- 흐음···!

“자, 그리고 인터뷰 끝나고 몇 시간 후, 모자이크된 사진이 붙은 기사 발사~!!! 그러면 그냥 기사 올리는 것보다 몇 배는 더 난리가 나겠죠! 후훗.”


수화기 너머 스나이퍼 박의 호쾌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제야 의도를 확실히 이해한 모양이었다.



4.


===============

예스패치 단독보도!


「충격! 스타의 은밀한 시간··· 내연의 파트너는 누구?」


한류 스타 OOO이 자택 욕조에서 내연의 파트너와 함께 목욕하는 사진이 입수되었다.


사건을 취재한 신 기자는 사진을 확보한 경위에 대해서 그동안 말을 아끼던 중이었다.


하지만 사진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질문이 많아지자, 그는 의문 해소 차원에서 사진을 제공한 사람과 라이브로 블라인드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인터뷰 진행 장소와 시간은 ‘글로리 컨벤션센터 로즈홀, 화요일, 14:00’.


해당 사건의 사진이 실린 메인 기사는 인터뷰 후에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월요일 아침.


줄리 한의 자택, 비즈니스 룸.


모닝커피를 입에 머금고 아침 뉴스를 검색하던 앙드레는 그대로 입을 벌렸다.


벌어진 입에서 쏟아진 커피가 턱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입고 있던 흰 티셔츠는 금세 엉망이 되어 버렸다.


“어··· 어··· 어··· 이게··· 뭐야???”


앙드레는 한동안 멍한 상태로 모니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그는 벌떡 일어나 비즈니스 룸 밖으로 뛰쳐나갔다.


복도를 달리는 소리,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 또 복도를 뛰는 소리가 이어졌다.


1층 거실에서 음악을 듣고 있던 줄리는 볼륨을 줄였다.


‘무슨 일이지?’


자기 집에서 누가 이렇게 요란하게 뛰어다니는 건 드문 일이었다.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줄리의 머리가 꼿꼿이 섰다.


“줄리, 큰일 났어!”


거실 문이 열리면서 앙드레의 상기된 얼굴이 불쑥 들어왔다.


줄리는 앙드레의 얼굴을 보자 한쪽 눈썹이 구부러졌다.


앙드레의 얼굴이 이렇게 이마까지 붉게 물든 경우는 드물었다.


기절할 정도로 놀라거나 거품을 물 정도로 화가 치밀 때가 아닌 이상.


가장 최근의 경우라면 하늘에서 떨어진 건우를 봤을 때였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직감한 줄리가 음악을 완전히 꺼버렸다.


“사진이 다 지워지지 않은 모양이야. 기사가 났어.”


줄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며칠간 평화롭던 그녀의 얼굴에서 다시 공포가 번졌다.


줄리는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그러면서 다른 손으로는 옆에 두었던 핸드폰을 들어 인터넷에 접속한다.


앙드레는 다시 거실 밖으로 뛰쳐나가면서 소리를 질렀다.


“야! 도사···! 어딨어?”


앙드레의 격앙된 외침이 복도를 울렸다.


마침 별실 샤워실에서 샤워를 마치고 나오던 건우는 깜짝 놀라 멈춰 섰다.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려던 동작은 이어지지 않았다.


“도사! 빨리 이리 와봐!”


건우의 대답이 들리지 않자 앙드레는 다시 한번 악을 썼다.


별실의 문이 열리면서 윤 집사가 고개를 밀어 넣었다.


그러고는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건우는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가운을 주워 입었다.


거실 안 분위기는 냉랭했다.


건우가 이 집에 처음 떨어졌을 때처럼.


줄리의 망연자실한 표정, 그리고 앙드레의 흥분한 얼굴도 그때와 같았다.


마치 시간이 다시 그때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건우가 들어서자마자 앙드레는 쥐고 있던 핸드폰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건우의 눈에 빽빽한 여러 줄의 기사가 들어왔다.


‘한류 스타 OOO···!’


건우는 그 OOO이 ‘줄리 한’임을 바로 직감했다.


그리고 내연의 파트너라···!


그건 바로 건우 자신일 테다.


건우는 자신이 그런 이미지로 기사에서 언급되는 게 불쾌했다.


아직 성인도 아닌 자신에게 내연의 파트너라니.


그리고 사람들의 은밀한 호기심을 증폭시키기 위해서 블라인드 인터뷰까지 진행한다?


기사를 다 읽고 나자 화가 치밀었다.


동시에 궁금증도 거세게 일었다.


‘사진이 다 지워지지 않은 거였나?’


불편한 얼굴로 인상을 쓰는 건우를 보면서 앙드레가 대뜸 소리를 질렀다.


“야! 어떡할 거야? 이렇게 믿고 있었는데···.”


가늘어지다 못해 감기든 노처녀 같은 목소리가 거칠게 갈라졌다.


보통 때였으면 웃음이 나올 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긴장감이 넘치는 분위기는 감히 그럴 틈조차 주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격앙된 분위기를 다시 누그러뜨리는 건 줄리였다.


“내가··· 끝까지 믿고 있는 거 알지?”


그렁그렁 흔들리는 줄리의 눈이 건우의 눈과 마주쳤다.


간절함, 기대, 그리고 의지를 담고 있는 눈.


건우는 줄리의 눈을 보면서 그걸 느낄 수 있었던 걸까?


침을 한번 꿀꺽 삼킨 건우가 가라앉은 분위기를 깨면서 입을 열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놈들 지난번에는 처음이라 살살 주물러 줬었는데···. 이번에는 안 되겠네요. 단단히 손을 좀 봐줘야겠어요.”



5.


비즈니스 룸.


점심도 거른 건우가 PC 앞에서 끙끙대고 있다.


다다닥거리는 키보드 소리.


딸깍거리는 마우스 소리가 공간을 울린다.


건우의 뒤에는 앙드레, 윤 집사, 그리고 줄리가 나란히 서 있다.


그들의 눈이 건우의 손놀림에 따라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찡그려졌다가 또 펴졌다가···.


난리도 아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가 더 지났을 것이다.


“완성-!”


건우가 두 손을 하늘 위로 번쩍 치켜들면서 소리를 질렀다.


모니터 화면을 보고 있던 세 사람의 입이 쩍 하니 벌어졌다.


화면 안의 두 남자!


그들은 히노끼 욕조 안에서 알몸으로 손을 맞잡은 채 정면을 보고 있었다.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행복한 표정!


서로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충만한 얼굴!


두 사람은 다름 아닌 신 기자와 스나이퍼 박이었다.


눈 부위를 시커먼 막대로 모자이크 처리했지만, 그들이 누군지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어떻게 이렇게 감쪽같이 합성한 걸까?


그리고 사진은 대체 어떻게 구한 걸까?


줄리가 궁금해서 물어보자 건우는 별거 아니라는 듯 답한다.


“제가 왕년에 뽀샵 좀 했죠. 사생질 하다··· 아니 아니··· 하핫! 학교 숙제로 자주 만지다 보니까.”


머리를 긁적인 건우는 윤 집사가 내미는 주스를 한 모금 마셨다.


입맛을 다신 건우는 계속 말을 이었다.


“인터넷에서 다 구했어요. 히노끼 욕조는 회사 홈페이지에 가면 있고요. 그리고 신 기자 인스타에 들어가 보니까 예전에 스나이퍼 박이랑 같이 찍은 사진이 있더라고요. 후훗! 빙고~!”


그러자 이번에는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앙드레가 물었다.


“그런데 이걸로 뭘 어쩌려고?”


궁금하기는 윤 집사와 줄리도 마찬가지였다.


둘은 고개를 앞으로 쭉 내밀었다.


건우는 글라스에 남아있던 주스를 마저 다 비웠다.


빈 잔을 책상에 내려놓자 윤 집사는 다시 주스를 채워주었다.


“먼저 기자회견장까지 걸리지 말고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야겠죠? 그건 앙드레 아저씨가 도와주세요.”


건우는 마치 작전지역을 급습하는 SWAT팀의 리더처럼 말했다.


세 사람은 리더의 작전 브리핑을 듣는 것처럼 긴장되고 엄숙한 표정들이었다.


“거기서 놈들에게 부적으로 최면을 걸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장소가 넓어서 좀 까다롭네요.”


앙드레는 지난번 블루호텔에서 그들을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 그 종이 개구리로는 안 된다는 건가?”


건우는 네, 라고 대답한 후 주스 잔을 들었다.


“게다가 방송 장비들도 잔뜩 있을 테니까 주변에 방해전파도 많겠죠. 주문도 강하게 들어가야 먹힐 거예요.”


주스 잔에 입을 대고 살짝 한 모금을 삼킨 건우가 계속 말했다.


“이번에는 멀리서 던져야겠어요.”


세 사람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부적으로 종이비행기라도 접으려고?”

“후후··· 그것도 좋은 방법이고요.”


건우는 그 외에 다른 방법도 많다는 듯 자신만만한 얼굴이었다.


“그렇게 최면이 걸리면 저 합성사진을 스크린에 띄우게 할 거예요.”


아무렇지도 않게 히죽대는 건우와는 달리 셋은 불안한 모양이었다.


이번에는 분명 지난번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주변에 사람도 많고, 현장은 방송으로 생중계된다.


자칫 작은 실수라도 한다면 계획이 순식간에 틀어져 버릴 테고.


미처 손 쓸 틈도 없이 원래의 그 사진이 온 세상에 공개되어 버릴 것이다.


건우는 자신이 합성한 신 기자와 스나이퍼 박의 사진을 가리키며 물었다.


“사진을 띄운 후에 어떤 멘트를 하게 하는 게 좋을까요?”


세 사람은 의아한 얼굴로 서로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결국 아무도 답을 내놓지 못하자 건우가 다시 묻는다.


“쇼킹하고, 자극적인 멘트! 오늘 아침에 뿌려진 그 자극적인 단문 기사를 뒤엎을 만한 그런 멘트! 뭐가 좋을까요? 전 어려서 잘 모르겠네요, 하하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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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024. 손님맞이 1 23.12.23 42 1 12쪽
» 023. 사라진 것들 2 23.12.22 42 1 11쪽
22 022. 사라진 것들 1 23.12.21 43 1 11쪽
21 021. 봉인술 2 23.12.20 42 1 12쪽
20 020. 봉인술 1 23.12.19 48 1 11쪽
19 019. 딸기잼, 포도잼 2 23.12.18 40 1 11쪽
18 018. 딸기잼, 포도잼 1 23.12.16 51 1 11쪽
17 017. 살인부적 2 23.12.15 52 1 11쪽
16 016. 살인부적 1 23.12.14 56 1 11쪽
15 015. 협상 2 23.12.13 50 1 11쪽
14 014. 협상 1 23.12.12 53 1 11쪽
13 013. 취중진담 2 23.12.11 56 2 11쪽
12 012. 취중진담 1 23.12.10 64 2 11쪽
11 011. 일거양득 2 23.12.09 62 2 11쪽
10 010. 일거양득 1 23.12.08 74 2 11쪽
9 009. 건우, 드디어 2 23.12.07 79 2 11쪽
8 008. 건우, 드디어 1 23.12.06 83 2 11쪽
7 007. 추적 3 23.12.05 84 2 11쪽
6 006. 추적 2 23.12.04 91 2 12쪽
5 005. 추적 1 23.12.03 100 2 11쪽
4 004. 떨어진 곳이 하필 2 23.12.02 131 3 11쪽
3 003. 떨어진 곳이 하필 1 23.12.02 190 1 11쪽
2 002. 야반도주 2 23.12.01 242 3 11쪽
1 001. 야반도주 1 23.12.01 392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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