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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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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작품등록일 :
2023.12.01 13:52
최근연재일 :
2024.06.2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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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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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8,873

작성
23.12.1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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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15. 협상 2

DUMMY

4.


이번에는 스나이퍼 박이 도발했다.


언급하는 사진이 어떤 사진인지 줄리와 앙드레는 바로 이해했다.


둘은 동시에 얼굴이 붉어졌다.


줄리는 모욕감을 애써 억누르는 건지 이를 악물었다.


“보자고 한 건,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요.”


앙드레는 바로 본론을 꺼내놓았다.


분위기에서 밀리지 않겠다고 작심이라도 한 듯한 표정이 압권이었다.


그리고 그 효과는 제법 있어 보였다.


이번에는 신 기자와 스나이퍼 박의 얼굴이 동시에 일그러졌다.


“이야! 우리 한류스타 용감하시네. 그렇게 얘기할 줄 알았어요. 근데, 조만간 은퇴하려고 준비 중이신가 봐요?”


신 기자가 당황함을 숨기며 애써 태연한 척 말했다.


이렇게 나오리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너무나 당당한 게 께름칙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드디어 건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건우는 준비해 온 개구리 부적을 품에서 꺼냈다.


종이 개구리 두 마리가 바 스탠드 구멍 앞에 나란히 놓여졌다.


건우는 종이 개구리를 노려보면서 진지하게 수인을 맺었다.


양손의 엄지와 약지를 붙이고 검지와 중지를 서로 엇갈리게 하는 손 모양!


윤 집사는 신기한지 눈을 크게 뜨고서 건우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건우는 이어서 조용한 음성으로 주문을 읊었다.


폴짝~ 폴짝~


마침내 개구리 부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윤 집사는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벌어진 입을 양손으로 틀어막은 윤 집사는 건우와 눈을 마주쳤다.


건우는 씨익 웃기만 할 뿐이었다.


두 마리의 개구리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전진했다.


바닥에 깔린 카펫 위에 올라서면서부터는 점프력이 한층 더 증가했다.


폴짝~ 폴짝~


이들이 노리는 건 바로 신 기자와 스나이퍼 박!


씩씩하게 전진하는 개구리 두 마리를 보며 건우는 입술을 동그랗게 모았다.


작은 휘파람 소리가 새어나왔다.


두 마리의 개구리는 목표물에 빠르게 접근했다.


먼저 첫 번째 개구리가 신 기자의 왼쪽 발목까지 다가가서는 슬쩍 달라붙었다.


휘리리리릭!


순식간에 종아리를 타고 기어오르는 모습이 민첩했다.


이어서 두 번째 개구리가 스나이퍼 박의 오른쪽 신발 속으로 파고들었다.


거칠게 주고받던 네 사람의 대화가 순간 끊어졌다.


커피숍 안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작전 성공!”


건우는 갑자기 큰 소리로 외치더니 몸을 불쑥 일으켰다.


이 모습에 깜짝 놀란 앙드레와 줄리, 그리고 윤 집사는 사색이 된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건우는 바 스탠드에서 뚜벅뚜벅 걸어 나왔다.


그러고는 신 기자와 스나이퍼 박의 앞에 섰다.


“후훗! 미혼술과 망기술이 걸렸어요.”


(* 망기술(忘記術): 짧은 기간 동안 기억을 잊게 하는 도술)


건우는 태연히 신 기자와 스나이퍼 박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이어 손바닥에 힘을 빼더니 둘의 얼굴을 가볍게 쳐댔다.


찰싹!

찰싹!


뭔가에 홀린 듯 신 기자와 스나이퍼 박은 멍한 채로 조금의 움직임도 없었다.


앙드레와 줄리는 경악하는 표정으로 굳어버린다.


건우는 다시 신 기자와 스나이퍼 박에게 명령을 내렸다.


“하핫! 얘들아, 지금 빨리 돌아가서 너희가 찍은 사진 파일 다 지워라. 또 저장장치는 버리고, 촬영 장비도 한강에다 던져버려. 얼른!”


건우의 말을 들은 신 기자와 스나이퍼 박은 휙 하니 몸을 돌리더니 왔던 길을 돌아나갔다.



5.


밤 11시를 넘긴 시각.


예스패치 사무실은 아직도 불이 환하다.


낮에 취재 나갔던 기자들 몇몇이 사무실에 들어와 기사 정리를 하고 있다.


잠복 취재를 나가는 기자들은 끓여 먹은 컵라면 그릇을 치운 후 장비를 챙기고 있다.


웅성대는 소리, 전화벨 소리,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


시장바닥 같은 사무실은 출입문이 열리면서 잠시 조용해진다.


“지금 들어오세요?”


문 옆에서 전화를 받던 신입 유 기자가 신 기자를 보고 꾸벅 인사를 했다.


동시에 사무실은 다시 시끌벅적해진다.


그런데 초점 없는 눈으로 아무 대꾸도 없이 자기 자리로 향하는 신 기자.


평소와는 달리 뻣뻣하고 로봇 같은 신 기자가 이상했던 모양이다.


유 기자가 고개를 갸우뚱댄다.


자리에 앉은 신 기자가 PC 전원 버튼을 누를 때였다.


국장실 문이 열리면서 국장이 고개를 내밀었다.


“야! 너 얘기도 없이 어딜 그렇게 쏘다니냐?”


M자형 탈모가 진행되는 국장의 이마 아래로 금테 안경이 반짝였다.


“아까 민국당 정일도 의원한테 전화 왔었다. 너 전화를 계속 안 받았다면서? 전화 빨리해 줘라. 계속 지랄한다. 그리고···.”


할 말이 더 있는데 잠시 까먹은 걸까.


이마에 손가락을 올려 뭔가를 생각하는데 안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국장은 다시 국장실 문을 닫고 들어가 버린다.


국장의 말을 제대로 듣기나 한 건지···.


신 기자는 계속 멍하니 정신을 잃은 표정이었다.


얼굴에 생기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모니터 화면이 밝아지자 신 기자는 ‘Windows 설정 아이콘’을 클릭했다.


딸깍!

딸깍!

딸깍!


커서는 ‘PC 초기화’ 아이콘이 있는 곳까지 빠르게 찾아 들어갔다.


조금도 망설임 없이 ‘시작’을 누른 그는 옵션 선택에서 ‘모든 항목 제거’까지 순식간에 선택한다.


그리고··· 컴퓨터가 스스로 작동을 시작했다.


화면이 어두워졌다가 밝아졌다가를 몇 번 반복했다.


30분 남짓의 시간 동안 꼼짝없이 모니터 화면을 응시하던 신 기자.


가끔 화면에서 물어보는 질문에만 기계적으로 응답하기만 할 뿐이었다.


마침내 초기화가 완료되었다는 창이 뜨면서 화면이 밝아졌다.


전원 버튼을 눌러 다시 전원을 끈 신 기자는 그다음으로 서랍 안에 들어있던 USB 스틱을 꺼냈다.


그렇다! 스나이퍼 박한테서 받은 것이다.


줄리 한의 사진이 들어있는 바로 그 USB 스틱!


스틱을 셔츠 주머니 안에 넣은 신 기자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들어왔을 때처럼 뻣뻣하고 멍한 모습으로 사무실을 걸어 나가는데 누군가의 시선이 그를 따라왔다.


유 기자였다.


유 기자는 목을 쭉 빼서 신 기자의 뒷모습을 끝까지 지켜봤다.


아무래도 이상한지 눈을 가늘게 뜬 채 고개를 계속 갸웃댄다.


“아니, 무슨 일이시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갈 줄 알았던 신 기자는 돌연 직원 화장실 문을 밀고 들어갔다.


좌변기가 있는 두 개의 칸 중 첫 번째 칸.


문을 노크 없이 열고 들어간 신 기자는 셔츠 주머니에서 USB 스틱을 꺼냈다.


그리고는 그걸 변기 안에 던진 후 지체 없이 물을 내려버린다.


촤아아아악!


잠시 후 변기에 물이 다시 차오르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동시에 신 기자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



10.


같은 시각.


성수대교 구름다리 전망대.


하나둘 모여 있던 사람들이 흩어지자 스나이퍼 박이 그 앞으로 다가선다.


한강의 야경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자리.


그곳에 서서 좌우를 훑어보던 스나이퍼 박은 들고 온 가방을 열었다.


그 안에서 뭔가를 꺼내는 그의 모습은 사뭇 진지했다.


또 그 움직임은 능숙하고도 거침이 없었다.


한밤중에 선글라스까지 쓴 채였는데도 말이다.


그건 마치 잘 훈련된 병사가 눈을 감고 소총을 분해했다가 조립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기까지 했다.


스나이퍼 박의 손에 들린 건 드론이었다.


줄리 한의 사진을 찍었던 바로 그 문제의 드론!


본체에 전원이 켜지자 ‘웅-!’하는 소리가 울렸다.


그와 동시에 꼬리 부분에는 작고 빨간 불이 들어왔다.


리모컨 스위치에도 ‘ON’ 사인이 깜빡였다.


스나이퍼 박은 드론을 바라보면서 리모컨 조종간을 천천히 움직였다.


부우우웅-!


가벼운 소음과 함께 드론이 하늘로 치솟았다.


그의 머리 위 한 10m 상공.


그 자리에서 한동안 선회하던 드론은 잠시 후 방향을 틀었다.


깜빡~ 깜빡~


꼬리에 달린 미등의 움직임이 드론의 이동 방향을 말해주었다.


드론은 한강의 한가운데로 향하고 있었다.


“우와! 드론이다!”


구름다리 근처를 지나던 때였다.


한 꼬마 아이가 드론이 날아가는 걸 봤는지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그 소리에 놀란 한강 관리직원이 손전등을 비추면서 다가왔다.


“아저씨, 여기서 드론 날리는 거 불법입니다. 얼른 내리세요.”


하지만 스나이퍼 박은 대답이 없었다.


“이봐요, 안 들려요? 드론 날리지 말라고요. 신고할 겁니다.”


이번에도 스나이퍼 박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순간이었다.


그가 돌연 리모컨의 전원 스위치를 꺼버리는 게 아닌가.


한강을 가로지르던 드론엔 전원공급이 끊어졌고, 미등도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드론은 그렇게 급히 추락하고 만다.


관리직원은 황당한 표정을 지우지 못한다.


손전등은 계속해서 스나이퍼 박의 상반신을 비추고 있었다.


아마도 웬 취객이 술김에 황당한 짓을 벌이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스나이퍼 박이 리모컨을 한 손에 움켜쥐더니 그걸 한강을 향해 힘껏 던져버린다.


“어-! 아니···.”


놀란 관리직원의 손이 떨리면서 손전등의 불빛도 춤을 췄다.



11.


같은 시각.


블루 호텔 쓰레기 분리수거장.


김 지배인이 폐기용 의자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


출입문에 붙은 소형백열전구 몇 개에 의지해서 길을 더듬는 건 참 답답했다.


그는 연신 욕설을 내뱉는다.


“이런 씨발··· 뭐가 이리 어두워··· 좆같네 진짜!”


곧 문을 닫을 호텔이어서인지 분리수거장에는 버려지는 집기 비품이 꽤 많았다.


김 지배인은 혹시라도 뭔가에 걸려 넘어질까 봐 조심스러웠다.


발끝에 온 신경을 집중해 걷던 그는 급기야는 손전등 앱을 실행시킨다.


“어휴, 지긋지긋해! 얼른 여길 떠나야지!”


폐기용 의자를 가구 품목이 모여 있는 곳에 밀어 넣은 후 주머니에서 담배를 하나 빼 물었다.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는 손이 거친 게 짜증이 그대로 느껴졌다.


담배에 불이 붙고 몇 모금 빨리는 소리가 났다.


호흡이 거칠어서일까.


담배는 평소보다 더 빨리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김 지배인은 중간중간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담배 하나를 최대한 아껴서 피웠다.


꽁초를 바닥에 비벼서 끄려던 때였다.


유리 품목이 쌓인 곳 구석에서 낯선 사과박스 세 개가 보였다.


그러자 그의 입에서 또 욕이 터져 나왔다.


“아니 씨발, 어떤 새끼가 여기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려? 호텔 문 닫는다고 여기가 무슨 쓰레기장인 줄 아나?”


식식거리는 그의 말투에서 화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주변이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의 얼굴은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어떤 새낀지 모르겠는데 내일 당장 원위치 안 시키면 경찰에 신고한다, 진짜···.”


김 지배인의 발이 사과박스 하나를 강타했다.


안에 든 게 뭔지 제법 묵직했다.


저만치 날아가 뒤집어질 줄 알았던 사과박스는 그냥 살짝 밀려날 뿐이었다.


김 지배인은 이상한 호기심이 생겼다.


“아니, 무슨 쓰레기를 이렇게 사과박스에 고이 담아서 테이프로 칭칭 감아 버리지?”


지배인의 손이 바지 주머니 안으로 들어갔다.


소믈리에 나이프가 그의 손에 걸려 나왔다.


지배인은 다시 손전등 앱을 실행시키면서 허리를 굽혔다.


칼날을 세워 한 박스의 윗면을 수직으로 긋자 매끄럽게 찢기는 소리가 났다.


박스의 양 날개가 젖혀지면서 내용물이 드러났다.


김 지배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오우! 씨발 이게 뭐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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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023. 사라진 것들 2 23.12.22 39 1 11쪽
22 022. 사라진 것들 1 23.12.21 41 1 11쪽
21 021. 봉인술 2 23.12.20 41 1 12쪽
20 020. 봉인술 1 23.12.19 47 1 11쪽
19 019. 딸기잼, 포도잼 2 23.12.18 38 1 11쪽
18 018. 딸기잼, 포도잼 1 23.12.16 49 1 11쪽
17 017. 살인부적 2 23.12.15 51 1 11쪽
16 016. 살인부적 1 23.12.14 53 1 11쪽
» 015. 협상 2 23.12.13 49 1 11쪽
14 014. 협상 1 23.12.12 51 1 11쪽
13 013. 취중진담 2 23.12.11 55 2 11쪽
12 012. 취중진담 1 23.12.10 63 2 11쪽
11 011. 일거양득 2 23.12.09 61 2 11쪽
10 010. 일거양득 1 23.12.08 71 2 11쪽
9 009. 건우, 드디어 2 23.12.07 76 2 11쪽
8 008. 건우, 드디어 1 23.12.06 82 2 11쪽
7 007. 추적 3 23.12.05 83 2 11쪽
6 006. 추적 2 23.12.04 90 2 12쪽
5 005. 추적 1 23.12.03 98 2 11쪽
4 004. 떨어진 곳이 하필 2 23.12.02 130 3 11쪽
3 003. 떨어진 곳이 하필 1 23.12.02 187 1 11쪽
2 002. 야반도주 2 23.12.01 238 3 11쪽
1 001. 야반도주 1 23.12.01 388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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