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왕고릴라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사람의 심리를 아는 자 삼국지로 가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왕고릴라
작품등록일 :
2023.07.30 13:18
최근연재일 :
2023.10.04 22:16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98,283
추천수 :
1,834
글자수 :
242,978

작성
23.09.21 17:33
조회
1,037
추천
27
글자
12쪽

제41화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저 말고 또 있겠습니까?

DUMMY

제41화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저 말고 또 있겠습니까?


진궁은 며칠간 척후들과 첩보원들의 정보를 취합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가 한숨을 내쉰다.


“후유! 하는 일마다 되는 일이 없구나···.”


여포를 보좌하는 건 원치 않은 상황이다.


모든 일이 꼬이기 시작한 건, 조조


백성 학살자 조조가 잘되어 가는 걸 지켜보는 건 진궁에게 있어 고문과 같은 것이었다.


‘그런 인간이 천하의 패권을 장악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이겠는가!’


진궁은 어떡하든 조조를 몰락시키고 싶었다.


그런데 상황은 정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조조 밑으로 인재가 계속 들어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조진에 대한 이야기는 얼마 전 원술을 칠 때 흥미롭게 여겨져 조금 조사해봤었다.


그때도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안 나왔는데···.


벌써 대국을 움직일 만큼 성장해 버린 모양이었다.


‘조조를 꺾을 수 있는 제후 밑으로 가야 하는가···?’


남은 건 원소와 유표 정도인데, 이제 와서 그들 밑으로 갈 수는 없다.


조조, 장막, 여포의 밑에서 있었는데 또다시 주인을 바꾼다면, 천하 사람들이 자신을 비웃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 글러 버렸어···.’


진궁은 자신이 진창에 빠져들었고, 허우적거리며 서서히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고 느낀다.



##



며칠 후,


진궁이 퇴근해 집 후원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데 하인이 와서 말했다.


“청주의 북해에서 북해 상단의 행수라는 장평이라는 자가 뵙고자 청하고 있습니다.”


“북해 상단의 행수?”


“예. 청주와 서주에서 비단과 보석, 장신구 장사를 크게 하는 상단의 행수라고 합니다.”


진궁은 상단과는 인연이 없어 잠시 생각하다 말한다.


“무슨 일 때문에 만나고자 한다는 것이냐?”


“서찰을 전해드리려고 한답니다.”


“서찰? 무슨 서찰?”


“그건 직접 뵙고 전달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 그 사람을 이리 데려오너라.”


“예.”


진궁은 상단의 행수가 자신을 찾아올 일이 없다는 걸 생각하며 잠시 기다리니 30세 정도로 보이는 자가 하인을 따라온다.


눈 밑에 큰 검은 점이 있고 구레나룻 수염을 하고 있다.

키가 크고 체격이 좋다는 것 말고는,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인다.


걸음걸이도 휘적거리며 걷는 품이 마을 뒷골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걸음걸이다.


“공대 선생께 인사 올립니다.

북해 상단의 행수 장평이라고 합니다.”


북해 상단 둘째 아들 장평으로 변장한 조진이 공손하게 인사한다.


“공대요. 그런데 나에게 서찰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고요?”


“예. 상단주님이 중요한 서찰이니 꼭 선생을 직접 뵙고 드리라고 해서 무례를 범했습니다.”


“...? 일단, 전하고 싶다는 서찰을 읽어보고 싶소만”


“여기 서찰이 있습니다.”


행수가 아주 공손하게 서찰을 올린다.


너무 공손한 태도에 진궁이 약간 고개를 갸웃하며 행수를 찬찬히 뜯어본다.


행수는 서찰을 건네고, 아무 말 없이 진궁이 서찰을 다 읽기를 기다린다.


진궁이 서찰을 받아 들고 펼치려고 하니, 서찰은 밀랍으로 봉인되어 있다.


‘...?’


봉인을 뜯어내고, 서찰을 읽어가는 진궁의 표정이 기괴하게 일그러진다.


“허어! 이게 무슨 말인가?”


“어떤 부분이···?”


“여기 이 부분 말일세. 사람이 일을 도모하고 추진할 수 있지만, 일의 성사는 하늘에 달려있소.

그러니 일이 성공하지 않더라도 하늘을 원망하지 마시고, 그게 하늘의 뜻이겠거니 하고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한다.

마음을 비우고 현실을 받아들이시라.

종종, 인간은 하늘의 뜻을 알 수 없을 때가 있는데 이럴 때는 자중하고 시간을 두고 하늘의 뜻을 헤아려야 한다.”


“......”


“허허! 하긴 자네가 뭘 알겠나.”


“......”


“도대체 누가 나에게 이런 서찰을 보낸 것인가?”


“......”


“빨리 말하지 못하겠는가?”


행수가 답을 하지 않자, 진궁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묻는다.


“저는 단지 누군가 상단에 의뢰비를 내고 그 서찰을 선생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누가 보낸 건지는 저는 알지 못합니다.”


“뭐라고?”


“그리고 제게 두 번째 서찰이 있는데 하루 간격을 두고 전해달라는 해서 오늘은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


“첫 번째 서찰을 전해드렸으니 내일 다시 서찰을 가지고 오겠습니다.”


“...?”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


상단의 행수란 자가 사라지자, 진궁이 미간을 좁히며 다시 서찰을 읽어본다.


노기 띤 표정이 당황스럽게 변했다,

다시 평상시의 표정으로 돌아오며 생각한다.


‘과연 누가 이렇게 내 뱃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처럼 서찰을 썼을까?

내용은 생각대로 잘 안 되어 가고, 앞날이 예측되지 않을 때는 시간을 가지고 물러나 하늘의 뜻이 어디 있는지 확인하고 행동하라는 것인데···?’


진궁은 이런 편지를 쓸 수 있는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순욱이나 곽가?’


‘정욱?’


‘아니지.’


조조의 모사들이 뛰어나지만 이런 서찰까지 보낼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진궁이다.


‘그들이 책략을 내기는 하지만, 내 심리를 아주 자세히 알아야 이런 서찰을 쓸 수 있지.’


아마도 조조라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조는 이런 은밀한 일을 하는 성격이 아니다.


조조라면 ‘이제 앞이 없는 여포의 곁을 떠나 나에게 와라.’라고 직접 말할 것이다.


그럼 누구일까?



##



다음날,


하루 꼬박 고민하고 있던 진궁에게 북해 상단의 장평 행수가 찾아왔다.


두 번째 서찰을 읽은 진궁이 상단 행수에게 말한다.


“이 서찰에 나온 것처럼 내가 이곳을 떠나고 싶다고 하면, 나를 안전하게 수춘성으로 데려갈 자신은 있는가?”


“예.”


“어떻게?”


“이곳에 선생의 대역을 할 사람을 남겨놓고 갈 겁니다.

그 사람이 최소 며칠은 선생이 서주성에 있다고 사람들이 믿게 할 겁니다.”


“내 대역을 남긴다고?”


“예. 선생께서 몸이 아프고 생각할 게 있으니 선생의 처소에 사람들이 방문하는 걸 금지하고 밥도 방문 앞에 놓고 가라고 하인들에게 명하십시오.

하루는 선생께서 그리하시면, 대역이 방안에 누워 며칠 그 역을 하면 됩니다.”


“호오! 대단히 준비를 많이 했구먼.”


‘흐흐. 드라마나 소설에서 흔히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대단한 준비랄 것도 없지요. 그냥 흔히들 생각할 수 있는 계책이지요.”


“허허!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은 아니지. 나는 누군가 이런 계책을 실행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네.”


“그래서 선생께서는 마음을 정하셨습니까?”


“......”


“여포는 선생께서 보필할 온전한 주군이 될 수 없는 자 아니지 않습니까?

그는 그저 무예가 출중한 도적에 불과한 인물입니다.

자신에게 은혜를 베풀어준 유비의 뒤를 쳐 서주를 먹은 것도 도적이 하는 일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지요.”


“...?”


“결단을 내릴 시기를 놓치면 천추의 한이 될 수 있습니다.

계속 여포와 함께 있다가는 선생은 여포의 무리 중 한 명으로 역사에 남게 될 겁니다.”


“...그, 그런데 자네는 누군가?”


잠자코 듣고 있던 진궁이 눈을 부릅뜨며 묻는다.


“지금 자네가 한 말은, 상단의 행수가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지 않은가?”


진궁이 사생결단할 기세로 묻자, 조진이 눈 밑의 점을 손으로 지우고 구레나룻 수염을 뜯어낸다.


“허어!”


조진의 앳된 얼굴을 보며 진궁의 눈이 찢어질 듯 커진다.


“인사드리겠습니다. 하후연 장군의 치중 종사로 있는 조진이라고 합니다.”


“자, 자네가 어찌 이곳에 올 수 있는가?”


“하하! 조금만 변장하면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데 못 갈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점하나 붙이고 수염 바꾸면 아무도 모르는 게 삼국지 세상인데요.”


조진이 별거 아니라는 듯 말하며 웃자, 진궁이 잠시 말없이 조진의 위아래를 훑어보고는 말한다.


“나를 회유해서 여포 장군의 곁에서 제거하려는 건 누구의 계책인가?”


“하하하!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저 말고 또 있겠습니까?”


“...?”


“모든 걸 제가 다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서주 북쪽에서 독자 군벌로 있는 장패와 그의 아우들을 회유했습니다.

조만간 그들이 군대를 일으켜 남쪽으로 쳐내려올 겁니다.”


“...? 그게 정말인가? 장패와 그의 아우들이 우리를 공격한다고?”


“그렇습니다. 소패성의 유현덕 자사에게 군대와 치중을 지원하고 공격을 유도한 것도 제가 꾸민 일이지요.”


“...허허! 대단하구먼. 대단해!”


“유비, 장패, 진공대 선생 말고도 몇 가지 계획을 진행 중입니다.

여포는 절대 제 계책에서 살아남지 못할 겁니다.”


“......!”


“그러니 공대 선생은 이만 미련을 버리시고, 이곳을 벗어나 훗날을 기약하시지요.

양주나 형주로 가셔서 후학을 양성하는 일에 힘을 쏟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지 않습니까?”


“......”


“한나라의 운명과 이 세상의 운명은 능력과 운이 따라주는 사람들의 손에 의해 결정될 것입니다.

그러니 약간의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는 선생 같은 분들은 그만 미련을 접으시는 게 옳은 일이 아닐까 합니다.”


조진의 광오한 말에, 진궁의 미간이 좁아지며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약간의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는···.”


“조용한 곳으로 가셔서 노모에게 효도하고 처자식에게 남편으로 그리고 아비로 할 바를 하시면서 사는 게 사람의 도리에 맞게 사는 게 아닐까 생각되는데 선생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뭐, 뭐라고? 지금 나한테 사람의 도리에 맞지 않게 산다고 말하는 건가?”


“하하! 그럼 도리에 맞게 사시는 겁니까? 여포 같은 도적을 도와가면서 노모는 돌보지도 않고 처와 자식들은 돌보지도 않으면서 말입니다.

뭐, 대단한 정의나 대의를 위해 일하면서 효도하지 않고 있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지만,

설마하니, 갈 데가 없어 유비 자사를 찾아와 빌붙어 있다, 주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뒤통수를 쳐 주인 자리를 차지한 자를 보좌하는 일을 하면서 대의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말씀하시지는 않으시겠지요?”


조진이 겉으로는 조심스럽게 말하지만, 실제로는 잔뜩 비아냥거리는 말을 들으며 진궁은 할 말을 잃는다.


“......”


잠시 말없이 있던 진궁이 말한다.


“자네의 말이 하나도 틀린 게 없네. 나는 지금 어쩌지 못해 여포의 밑에 있는 것이네.”


진궁의 말에 조진이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과연 공대 선생이십니다. 자신의 잘못을 금방 깨닫고 인정하시는군요.

오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훌륭한 사람을 만나는 보게 되었군요.”


“...?”


“하하! 잘못된 것을 인정하고 고치는 사람은 참으로 만나기 힘들지 않습니까?”


“...그, 그런 것 같굼나.”


“여길 떠나기로 결정하셨으니, 제가 계획한 대로 내일은 환자가 되시어 칩거하시면서 처소에 하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의 출입을 금하고, 식사도 문 앞에 놓고 가라고 하십시오.

그 후, 대역이 상황을 봐가며 선생 행세를 하다 사라질 것입니다.”


“알, 알겠네.”


“선생께서는 3일 후에 상단 사람으로 변장하고 이곳을 벗어나 수춘성으로 간 후, 거기에서 양주로 가는 배를 타십시오.”


“...!”


“정착하시는 곳으로 노모와 자식들도 그곳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한 3년 정도 지난 후에 제가 찾아뵙겠습니다.”


“...후우! 그, 그렇게 함세.”


마지못해 대답하는 진궁을 보며, 조진이 말한다.


“나중에 틀림없이 저에게 고맙다고 하실 겁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삼국지 사람의 심리를 아는 자 삼국지로 가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를 중단하려고 합니다 +3 23.10.05 503 0 -
공지 연제주기는 주 3회 이상입니다 23.08.02 2,218 0 -
46 제46화 토끼몰이 당하는 여포 +6 23.10.04 670 20 13쪽
45 제45화 꼭 먹어봐야만 아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3 23.10.02 756 22 12쪽
44 제44화 협박을 이리 자주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2 23.09.27 892 20 13쪽
43 제43화 통수치는 자에게 고마워하는 모지리 +4 23.09.25 953 28 12쪽
42 제42화 통수를 노리는 진규 +6 23.09.23 992 29 12쪽
» 제41화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저 말고 또 있겠습니까? +1 23.09.21 1,038 27 12쪽
40 제40화 진궁의 한탄 +5 23.09.19 1,213 19 12쪽
39 제39화 나, 나도 좀 끼워주면 안 되겠소? +4 23.09.17 1,243 32 12쪽
38 제38화 태산의 장패와 인근 군벌들을 회유해서 +4 23.09.15 1,259 28 12쪽
37 제37화 유비를 미끼로 여포를 잡아 봅시다 +6 23.09.14 1,264 27 12쪽
36 제36화 늙은 유표의 현실 인식 +12 23.09.11 1,344 31 12쪽
35 제35화 조조와 원치 않는 전쟁을 해야 하는 가후의 근심 +6 23.09.10 1,448 30 12쪽
34 제34화 뛰는 조조, 나는 가후 +8 23.09.08 1,510 31 12쪽
33 제33화 마키아벨리스트 조조 +4 23.09.06 1,554 36 12쪽
32 제32화 권토중래를 외치는 중증 나르시시스트 환자 +2 23.09.05 1,551 36 12쪽
31 제31화 반간계, 후방교란, 뇌물로 흔들다 +8 23.09.04 1,567 35 12쪽
30 제30화 원 역사를 바꾸기로 마음먹다 +1 23.09.03 1,651 37 12쪽
29 제29화 중증 나르시시스트 환자 +7 23.09.01 1,683 28 13쪽
28 제28화 도성 안 5천 만들기 첫발을 떼다 +1 23.08.31 1,693 35 12쪽
27 제27화 너무나 익숙한 곳에 가다 +4 23.08.31 1,721 37 13쪽
26 제26화 뛰어난 사이코패스 나르시시스트 +11 23.08.29 1,722 35 12쪽
25 제25화 색깔이 다른 악인 - 조조와 원술 +4 23.08.27 1,848 35 12쪽
24 제24화 조진의 뇌피셜 +3 23.08.24 1,998 37 12쪽
23 제23화 감히 황제가 된 원술 +8 23.08.24 2,123 36 10쪽
22 제22화 조조 +5 23.08.22 2,157 38 11쪽
21 제21화 조조가 아니라 조비의 눈치를 보면서 지내야 한다 +10 23.08.21 2,168 40 11쪽
20 제20화 하후연의 치중 종사(보좌관)가 되다 +5 23.08.20 2,204 38 10쪽
19 제19화 추씨가 달기, 포사 정도는 아니지만... +12 23.08.18 2,380 38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