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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고릴라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사람의 심리를 아는 자 삼국지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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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고릴라
작품등록일 :
2023.07.30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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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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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40화 진궁의 한탄

DUMMY

제40화 진궁의 한탄


진궁의 후원 정자.


진궁이 전에 조조 밑에서 종사 중랑장을 맡고 있다 같이 장막을 옹립해 반란을 일으켰던 왕해, 허사와 함께 술을 마시고 있다.


진궁이 술을 많이 마신 건지, 불콰한 얼굴이 되어 말한다.


“왕해님! 우리 신세가 어찌 이리되었는지 참으로 난감합니다.”


왕해가 전에도 여러 번 들은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한다.


“자꾸 생각하면 뭐하겠습니까? 우리가 원래 추대했던 장막 태수는 비명횡사했고 그의 동생 장초마저 죽었습니다.

우리는 그나마 도망쳐 여포 밑에서 살아 있으니 그것에 만족해야겠지요.”


“그런데 여포가 오래 가겠습니까? 저리 중심을 못 잡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세를 읽지 못하니 말입니다.”


“...후유! 어쩌겠습니까!”


“내가 조조를 도와 원술를 쳐서는 안 된다고 그리 말했는데···.

결국, 원 치는 걸 도와주었고,

우리의 뒤를 받쳐주어야 하는 원술 껍데기만 남아 버렸습니다.

조조는 필요하면 간 쓸개를 다 빼주면서 대우해주지만, 쓸모가 없어진 순간 바로 내치는 인간 아닙니까?

원술이 있으나 마나가 되었으니···.

이제는 여포를 없애려고 할 게 틀림없습니다.”


“......”


왕해가 아무 말 없이, 술잔을 기울인다.


왕해 옆에 앉아 있던 허사가 말한다.


“조조의 성격이야 우리 모두 다 겪어봤는데 모를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는 필요하다면 하루에도 12번이라도 안색을 바꿀 위인이지요.”


허사의 말에, 진궁이 잔뜩 인상을 쓰며 말한다.


“겨우 관직을 높여 주고 허울뿐인 좌 장군에 임명하고, 서주 자사에 임명하는 황제의 조서를 내려 줬다고 앞뒤도 못 가리고 정신줄을 잃는 여포를 보좌해야 한다는 게 분통이 터집니다.

원술이 없어지면 자기 차례라는 걸 삼척동자도 알 텐데, 나름 산전수전 다 겪은 장수가 어찌 그런 걸 모르는지···.

어휴···.”


진궁의 말에 왕해가 주위를 한번 둘러본 후 조심스럽게 말한다.


“공대(진궁의 자)님! 말조심하셔야지요. 마음에 들지는 않으시더라도, 좋으나 싫으나 여포는 지금 당장은 우리의 생명줄이나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조조는 틈만 나면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 일족을 다 죽이려고 할 텐데, 그나마 여포의 그늘에 있어서 목숨줄을 보존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


왕해의 말에 진궁이 아무 말 없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자, 허사가 일그러진 얼굴을 하며 말한다.


“장막, 장초 일족이 멸문되었습니다. 노인과 어린아이들까지 다 죽였다고요. 조조는 그런 자입니다.”


“......”


“...!”


잠시 말없이 술을 들이켜자, 분위기가 암울하게 변한다.


“내가 중모현의 현령으로 있을 때, 조조가 잡혀 왔지요.

나는 그때 조조가 역적 동탁을 암살하려 하는 충의 열사로 착각했었소.

그는 단지 그의 명성을 높이려고 그리 행동한 것이었는데 말입니다.”


“......”


“조조는 충의 열사와는 거리가 많은 인간이지요.

그는 그의 야심을 위해서라면 뭐든 하는 인간인데···.

그런 자가 자신을 희생하면서 뭔가를 할 리가 없습니다.”


해사의 말에 진궁이 침울하게 말한다.


“내가 사람 보는 눈이 부족한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조조는 수십만 명의 무고한 백성을 살육하고도 아무런 가책도 느끼지 못하는 자인데, 뛰어난 결단력과 추진력만 보고 판단을 잘못했지요...”


“......?”


“장막과 여포는 조조를 이길 그릇이 아니었는데···.

앞뒤 안 가리고 그들을 부추겨 조조를 죽이고 선비 같은 장막이 연주를 맡아 잘 다스려주었으면 하면서 막연한 생각만 했었습니다.”


“......”


“그런데 이런 난세에 군재가 없는 장막이 뭔가 할 수 있을 거란 잘못된 생각을 한 것이었지요.”


진궁이 침울하게 탄식하자, 왕해가 말한다.


“진공대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메뚜기 때문에 군량이 부족해 조조를 끝내지 못했으니···.

조조의 운이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강한 것이겠지요.”


“...운도 실력의 일부 아니겠습니까?

저는 조조의 운을 너무 과소평가했습니다.”


“...누가 운을 짐작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마시지요.”


“자책하지 않으려고 하다가도 지난 일들을 생각하면 저절로 한숨이 나옵니다.”


“.....”


“조조를 제거하려다, 장맹탁(장막의 자)과 일족이 죽고 도망쳐 의탁하게 된 게 여포가 되었으니 앞날이 암담합니다.”


“......”


“그래도 학맹을 부추겨 반란을 일으키는 일 같은 건 앞으로 하시면 안 됩니다.

학맹은 여포만도 못한 자인데 그를 앞세워 여포를 제거하려 한 건 너무 경솔한 일이었습니다.”


“...오죽 갑갑하면 그리했겠습니까?”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지요.”


“...알겠소이다. 앞으로는 좀 더 진중하게 한 번 더, 아니 세 번 더 생각하고 움직이겠소.”



##


다음날,


서주성 여포 치소.


유비가 병사를 모집하고, 성벽을 높일 뿐만 아니라 해자까지 깊게 판다는 보고가 올라와 회의가 소집되어 여포의 신하들이 모였다.


여포가 노기 띤 목소리를 말한다.


“유비가 있는 소패성으로 최근에 조조 군사 5천 명과 많은 치중이 들어왔고, 성을 보수하고 있다고 합니다.”


“......”


“이건 뭘 의미하는 것이겠소?”


“유비가 조조의 도움을 받아 서주를 찾으려는 것 같습니다.”


해서가 조심스럽게 말하자, 여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한다.


“유비가···? 유비는 이런 성격이 아닌 것 같은데···?”


“.....”


“유비는 나한테 서주를 넘겨주고 내가 자기를 원술로부터 보호해줘 고마워하고 있었거든.

나한테 여러 번 고맙다고 직접 말했었단 말이야.”


여포의 한심스러운 말을 들으며 진궁은 회의에 참여한 사람들의 면면을 본다.



정원의 휘하로 있을 때부터 같이 해온 병주 출신 장수들,


장막과 함께 조조가 서주에서 학살을 자행하고 있을 때 반기를 들었던 왕해, 허사를 포함한 호족들,


유비에 반기를 들며 여포를 추대한 조표를 포함한 단양 출신의 죽은 도겸의 수하 인사들,


그리고 원래는 유비를 지지했던 진규, 진등 부자들을 포함한 기존 서주 토호들이 있다.



‘참으로 잡탕이로구만···.’


진궁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지만, 겉으로는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하며 중요한 인물들의 표정을 자세히 살펴본다.


“...!”


여포의 말을 듣고 있던 진규와 진규의 아들 진등의 표정이 썩어가고 있다.


진궁은 진규는 공과 사가 분명하고 나름 세상의 흐름을 읽는 시야가 좋다는 걸 알고 있다.


진규는 어려서부터 명문 집안 출신이있던 관계로 낙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원술과 친했다.


원술은 같이 천하를 도모하자고 청했지만, 원술에게 자질이 없다고 판단하고 선을 그으며 조조에게 민심이 모이고 있다는 충고했었다고 한다.


원술이 여포와 혼인동맹을 맺으려고 한윤을 사자로 보냈을 때, 원술과 혼인을 맺으면 천하의 비난을 뒤집어쓴다며 여포를 설득해 한윤을 조조에게 보내 저잣거리에서 효수되게 만든 사람이 진규였다.


정략결혼이 파기 당하고 사자로 보낸 한윤이 효수되자, 화가 난 원술이 한섬, 양봉 등과 세력을 연계해 대장 장훈을 앞세워 여포를 공격했을 때,


한섬과 양봉을 배신하게 만들어 원술군의 뒤통수를 치게 만든 사람도 진규였다.


한마디로 세상을 보는 시야가 뛰어나고 모략에도 능한 자라고 할 수 있다.


진궁은 진규가 자신을 보자, 얼른 시선을 돌리며 생각한다.


‘저자라면 내가 여포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는 걸 알고 있겠지···.

왠지 내 속을 다 들여다보는 시선으로 가끔 쳐다봐서···.

은근히 사람 불안하게 만들어···.’


단일 대오를 형성해도 세력을 유지하기 힘든 난세인데, 여포의 밑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있고, 서로 생각을 하고 있으니 여포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순식간이라고 생각하는 진궁이다.


‘모래 위에 쌓은 성이 지금 여포의 상황이 아니겠는가···!’


진궁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는데, 여포가 갑자기 진궁에게 물어본다.


“진공대께서는 어찌 생각하시오?”


“예?! 아. 네.”


“뭘 그리 한참이나 심각하게 생각하시오. 유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계산이 안 서는 것이오?”


“아···. 아, 네.”


“선생의 생각을 듣고 싶소이다.”


‘말을 하면 알아먹기나 하면서 물어보냐···?’


여포가 웬일로 정중하게 진궁에게 청하자, 진궁은 딱히 말 안 할 이유가 없어 생각한 대로 말한다.


“여러 가지 생각할 것 없이, 유비가 조조의 지시를 받아 서주를 도모하려는 게 아니겠습니까?”



“조조, 이 씹어먹어도 시원찮은 환관 놈의 손자새끼!

내가 원술을 칠 때 저를 도와준 게 얼만데, 내 뒤통수를 치려고 들어?!”


여포가 소리를 치며 분에 못 이겨 주먹을 움켜쥐고 허공을 마구 내려친다.


“제가 전에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원술이 없으면 다음은 좌 장군이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진궁이 여포의 눈치를 보며 말한다.


“...아니, 지금 또 그 얘기를 하는 거요?

이미 지난 얘기는 자꾸 하지 맙시다.”


여포가 쫄리는 주제가 나오자, 주제를 바꾼다.


“그런데 유비가 겨우 2만 명도 안 되는 병사를 가지고 날 도모하려 한다는 게 말이 되는 거요?”


“적당한 시기에 조조가 대군을 이끌고 뒤를 받치겠지요.”


“......”


“일단, 즉시 유비를 쳐서 서주 밖으로 몰아내야 합니다.

유비의 소패성을 치면서, 조조의 움직임에 예의주시하고 준비를 해야겠지요.

서주의 북쪽에 있는 장패와 손관, 오돈, 윤례, 창희와도 연락해 만약의 사태에 도움을 달라고 말해놓는 게 좋겠습니다.”


“알겠소이다. 유비 정도야 내가 나설 것도 없이 고순을 보내면 공략할 수 있을 거요.

조조의 움직임은···.

선생께서 잘 살펴봐 주시오.

장패와 그의 아우들에게는 내가 따로 서신을 보내겠소.”


“예. 좌 장군께서는 함부로 서주성을 비우시면 안 되니 고순 장군을 보내는 게 맞겠지요.

조조 군의 움직임은 제가 살펴보겠습니다.”




##



진궁의 치소.


진궁이 날랜 친병들을 호출해 소집하고는 말한다.


“항상 해왔던 첩보 활동을 오늘부터 대폭 강화한다.

조조 쪽에 선이 닿는 인사들과도 접촉해보고, 경계에 있는 염탐꾼들을 최대한 가동해 조조 군의 움직임을 보고해라.”


“예!”


“그, 그런데 말입니다.”


진궁이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두건을 쓴 부하를 쳐다보며 말한다.


“무슨 일인데, 그리 자신 없이 말하는 것이냐?”


“예. 확인은 못 한 정보인데···.

이 모든 걸 기획하고 추진하는 사람이 17살 소년 장수라는 말이 있습니다.”


“응? 17살 소년 장수?”


“예. 하후돈의 치중 종사로 있는 조진이라는 소년 장수인데, 그가 이번 일을 기획한 장본인이라고 합니다.”


“...나도 조진은 알고 있다. 그 소년 장수가 수춘성을 지키고 있던 4명의 장수를 찾아가 항복을 권했었지.

그런데 항복을 받아내지는 못해, 결국 총공격해서 성을 함락시켰었지.”


“그래도 그자의 부하가 성문을 열어, 수춘성 함락에 큰 공을 세웠다고 합니다.”


“그건 나도 들었네···.”


진궁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알았네. 그럼 각자 맡은 구역으로 가 순찰을 강화하게나!”


“예!”



병사들이 다 떠나고 난 후, 진궁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린다.


“조조의 운은 어디까지인가?”


“후유! 조조는 순욱과 순유, 곽가, 정욱도 모자라, 이제는 조진 같은 청년장수도 가지게 된 건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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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0화 진궁의 한탄 +5 23.09.19 1,214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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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제38화 태산의 장패와 인근 군벌들을 회유해서 +4 23.09.15 1,259 28 12쪽
37 제37화 유비를 미끼로 여포를 잡아 봅시다 +6 23.09.14 1,264 27 12쪽
36 제36화 늙은 유표의 현실 인식 +12 23.09.11 1,344 31 12쪽
35 제35화 조조와 원치 않는 전쟁을 해야 하는 가후의 근심 +6 23.09.10 1,448 30 12쪽
34 제34화 뛰는 조조, 나는 가후 +8 23.09.08 1,511 31 12쪽
33 제33화 마키아벨리스트 조조 +4 23.09.06 1,554 36 12쪽
32 제32화 권토중래를 외치는 중증 나르시시스트 환자 +2 23.09.05 1,551 36 12쪽
31 제31화 반간계, 후방교란, 뇌물로 흔들다 +8 23.09.04 1,567 35 12쪽
30 제30화 원 역사를 바꾸기로 마음먹다 +1 23.09.03 1,651 3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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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제25화 색깔이 다른 악인 - 조조와 원술 +4 23.08.27 1,849 3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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