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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고릴라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사람의 심리를 아는 자 삼국지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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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고릴라
작품등록일 :
2023.07.30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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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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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34화 뛰는 조조, 나는 가후

DUMMY

제34화 뛰는 조조, 나는 가후



남양군 남양성 가후 치소.


가후가 지도를 보며 한숨을 내쉬며 그의 부관 염홍에게 말한다.


“염홍, 자네도 서량 출신이니 잘 알고 있지?

우리 서량 사람들이 관직에 나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말일세.”


가후의 말에 염홍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염홍은 젊은 시절 아무도 가후를 알아주지 않았을 때 가후를 한나라를 세운 두 공신인 장량과 진평의 자질이 있다고 평한 염충의 친척 동생이다.


“그걸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군사님 같은 분도 조정에 출사해 정상적인 관직 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인데요.”


가후는 효렴으로 천거되어 낭이 되었으나, 오랫동안 승진하지 못하고 거의 버려진 상태로 잇다 병을 얻어 고향으로 돌아갔었을 정도로 인정받지 못했다.


“나도 젊었을 땐 내가 량주 출신이어서 명문 세족들에게 차별받고 무시당하는 것에 오랫동안 분개하고 화병이 생긴 적이 있었지.

그런데 세월이 흘러 지금에 이르니, 그런 건 중요한 것이 아니었던 것 같구만.”


“예?! 그럼 뭐가 중요합니까?”


“내가 하위직에서 무시당하고 있을 때 잘 나간 사람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가끔 생각해보곤 하네.

많은 명문 세족 사람들이 동탁, 왕윤, 이각과 곽사가 정권을 잡고 난 후, 여러 번의 정변으로 속절없이 죽었지.”


“...그거야 워낙 시절이 혼란스러웠으니까요.”


“하여간 그들 중에는 내가 부러워했던 사람들도 있지.

그들 중 많은 사람이 이미 세상을 떠났고 나는 남아 있네.

누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가?”


“하하! 당연히 살아남은 사람이 더 낫겠지요.”


“바로 그거네. 살아남은 사람이 더 나은 거지.

지금 같은 난세에는 뭐가 옳고 그름을 떠나 판단해야 할 때가 많거든.

왕윤이 정권을 잡을 때만 해도 난 그가 어느 정도 나라를 정상적으로 운영해 줄 거라고 기대했었네.

그런데 왕윤은 자기도 변방 병주 출신이면서, 앞뒤 안 가리고 서량 출신들을 벌레 취급하면서 무조건 처벌하려고만 했지.”


“......”


“왕윤은 자기 생각과 맞지 않은 행동을 한 사람은 그게 누가 되든 간에 죽여 버렸지.

채옹을 죽인 게 그 대표적인 일이지.”


“채옹을 죽인 건 너무 한 처사였지요.”


“동태사는 채옹의 명성을 이용하여 정권의 정당성을 강화하려고 채옹이 병을 핑계로 입관하지 않자 일족을 몰살시킨다고 협박해서 벼슬을 떠넘겼었는데도, 왕윤은 채옹이 동탁의 죽음을 애도했다는 것만으로 죽였단 말이야.”


“......”


“나는 그 당시 서량 인들을 벌레 취급하는 왕윤에 분개했었네.

그래서 도망가던 이각과 곽사를 설득해 왕윤과 여포를 공격하게 했고 왕윤을 죽였지.”


“왕윤은 이각과 곽사 정도도 이길 힘도 없었으면서, 왜 그리 서량인을 무시했었던 겁니까?”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힘을 과신하거나 과소평가할 수가 있지.

왕윤은 동탁을 경험해놓고도 자신이 가긴 힘을 과대평가한 것이지.

자기가 죽을 수도 있다는 건 아예 생각을 안 한 거야.”


“...서량 병사들이 그 당시 낙양과 인근에 많았지 않습니까?”


“흐흐흐. 왕윤과 그 일당들은 동탁이 죽었으니 벌레 같은 서량 인들이 구심점을 잃고 지리멸렬하여 도망치거나 가만히 앉아서 죽을 것으로 생각했겠지.

죽을 처지에 다다르면 상대가 발악이라도 할 수 있다는 걸 아예 무시하고서 말이야.”


“왕윤은 참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사람입니다.”


“왕윤만 그런가?”


“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왕윤 말고 또 있습니까?”


“있지. 깜도 안되면서 황제를 참칭하다 세력을 거의 잃은 원술도 있고.

북쪽에서 원소와 조조라는 거대한 세력 두 개가 형성되고 있는데 아무 생각 없이 장수 장군과 우리를 방패로 삼아 놓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갔는지도 모르는 유표도 있지 않은가?”


“...그건 그렇군요.”


“내 말은 우리 모두 왕윤, 원술, 유표와 같은 면을 다 가지고 있다는 말이네.”


“...!”


“그러니 잘, 잘 살아남으려면 힘의 실세를 정확히 잃고 적절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말이지.”


“그렇군요.”


“그래서 나는 지금의 형세가 어떤지 온 힘을 다해 파악하려고 하는 걸세.”


“...조조가 오는데 우리가 막을 수 있을까요?”


“허허! 당연히 막을 수 있지. 우리만으로는 안되지만, 조조의 위에는 원소가 있고 우리를 도와주는 유표가 있기 때문일세.”


“그렇군요.”


“후유! 단 한 번만이라도 판단을 잘못하면 나뿐만 아니라 내 식솔이 모두 목을 잃어버릴 일이니···.

내 목숨만 잃는 건 아무런 상관이 없으나, 내가 책임져야 할 식솔들의 목숨을 잃게 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


“그래서 나도 요즘 바짝 긴장이 되는구먼.”


가후가 긴장된 얼굴로 창밖으로 지나가는 구름을 쳐다보며 말한다.


“아무쪼록 내 대에서 우리 가문의 대가 끊어지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



한 시진 후 장수 치소.


“10만 명이 넘는 조조의 대군이 행군해오고 있습니다.”


보고를 듣고 있던 장수가 말한다.


“즉시 유표 주목께 이를 알려 뒤를 받쳐달라고 하시오.”


“예!”


“성안에만 있으면 포위당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나는 뇌서와 장선을 데리고 적을 맞으러 가겠소.

가 군사께서는 성에 남아 준비해주시오.”


“예!”



#



양쪽 군사가 진을 치고 마주 보고 있다.


장수가 말을 타고 나와 조조를 가리키며 욕한다.


“너는 어질고 의로운 척하지만, 염치라고는 없으니 새나 짐승과 다를 게 무엇이란 말이냐?”


장수의 말에 조조가 크게 노하며 말한다.


“같잖은 놈이 기습으로 한번 이겼다고 눈에 보이는 게 없는 모양이구나.

네 놈이 얼마나 초라한지 곧 알게 될 것이다.

허중강!”


“예!”


“가서 놈에게 현실을 일깨워주게나!”


“예!”


허저가 묵직한 갑옷과 투구를 쓰고 말을 천천히 몰아나가자, 장수가 장선에게 말한다.


“가서 서량의 기백을 보여주게나.”


“예!”


장선이 호기롭게 대도를 휘두르며 나서자, 허저가 호통을 치며 말을 몰아 달려들고,


세 번 어울리자, 장선이 말 아래로 떨어진다.


장선이 패한 걸 보자, 장수가 급히 말한다.


“성안으로 후퇴한다!”


장수가 군사를 뒤로 물리자, 조조가 이를 놓치지 않고 말한다.


“놈들을 모두 도륙 내라!”


“와아아아!”


후퇴하던 장수의 병사들이 서로 밀치며 성안으로 들어가면서 무수히 등을 찍혀 죽기도 하고, 넘어져 다른 병사들의 발에 밟혀 죽는다.


“쯧쯧쯧! 수많은 병사가 덧없이 죽어버리는구나!”


장수와 대다수 병사가 성안으로 들어오자, 가후가 명령한다.


“다 들어오지 못했어도, 성문을 닫아걸고 화살을 퍼부어라.


“예!”


성문이 닫히고 성 아래로 몰려간 조조군 위로 화살이 비 오듯 쏟아지니, 조조 군이 못 견디고 물러난다.


조조가 성을 한 바퀴 돌며 살펴보니 해자가 넓고 물이 깊어 성벽을 넘기 어려워 보인다.


“준비를 철저히 해놨군···.”


조조가 말한다.


“일단 공성준비를 해라.”


조조의 명령에 군사들이 흙을 날라 멀리서부터 해자를 메우고 화살이 닿지 않는 곳에 흙과 나무 풀 등을 이용해 성벽 옆에 산을 쌓기 시작한다.


사흘간 공성준비 하는 걸 지켜보며 성 주위를 돌아보던 조조가 말한다.


“서문과 북쪽 귀퉁이에 흙과 장작을 쌓고, 그곳을 통해 성에 올라간다.”


병사들이 서문과 북쪽 귀퉁이를 집중적으로 공략할 준비를 하는 걸 지켜보던 가후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장수에게 말한다.


“조조가 뭘 의도하는지 알겠습니다.

조조의 계책을 역이용하면, 승리할 수 있습니다.”


“조조의 의도가 뭐란 말이요?”


장수는 짐작이 안 가는지 고개를 갸웃하며 물어보자 가후가 말한다.


“제가 성 위에서 조조가 사흘 동안 성을 돌며 살피는 걸 지켜봤습니다.

그는 성 동남쪽의 벽돌 빛깔이 달라 새것과 낡은 것들이 섞여 있고, 녹각의 태반이 망가진 것을 한동안 관찰했거든요.

동남쪽의 허실을 파악해놓고 안 한척하며 몇 번을 지나치더니 서북쪽에 공성준비를 지시했습니다.”


“그 말은, 조조의 주력은 동남쪽을 공략할 것이라는 말이군요.”


“예. 성의 약한 부분을 허물어뜨리고 들어오려고 할 겁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겠소?”


“적들의 의도를 역으로 이용하면 됩니다. 내일 군사들을 배불리 먹이고 가벼운 차림을 하여 모조리 동남쪽의 집 안에 숨기고, 백성들을 군사로 위장시켜 서북쪽을 지키게 하는 겁니다.

그리고 밤에 적들이 동남쪽 귀퉁이 성을 허물게 내버려 둡니다.

그들이 귀퉁이를 허물고 몰려 들어오면 효시를 날려 신호로 삼아 매복한 군사가 일제히 공격하면 조조를 사로잡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거 좋은 계책이요. 내 이번에는 조조 그놈을 반드시 죽이거나 사로잡을 것이요.”


장수가 흡족한 표정으로 지도를 내려다보며 미소를 짓는다.



다음날.


낮에 조조는 군사들을 독려하여 서북쪽 성문과 성벽에 맹공을 가한 후,


밤에 명령을 내렸다.


“삽과 괭이 등 성벽을 허물 기구들을 비밀리에 숨겨 소지하고 동남쪽 성벽을 허물어라.”


조조의 정예 군사가 신속히 동남쪽 귀퉁이의 해자를 건너 성의 귀퉁이를 허물어낸다.


그런데 성안에서는 별 반응이 없는 걸 보며, 조조가 말한다.


“이놈들이 내 계책에 걸렸구나. 서북쪽으로 병사들을 옮겨 놓아, 이쪽은 방비가 허술하나!”


허물어진 성벽 귀퉁이로 조조의 군사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 간다.


그때, 갑자기 기분 나쁜 효시의 소리가 울려 퍼진다.


“휘뤼뤼뤼뤼!”

“휘뤼뤼뤼뤼!”

“휘뤼뤼뤼뤼!”


효시의 소리를 듣자마자, 조조가 급히 물러나는데, 성안에서 장수가 친히 정예 군사들을 몰아 달려 나온다.


깜짝 놀란 조조의 군사들이 달아나는 조조의 뒤를 쫓아 도망치는데 좁은 성벽 귀퉁이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무수히 넘어져 짓밟혀 죽는다.


시체가 쌓여 해자가 메워지고, 그 위로 도망하는 자들과 뒤를 공격하는 자들의 행렬이 밤새도록 이어진다.


조조의 군사는 수십 리를 달아났고 장수의 군사는 날이 밝을 때까지 쫓다 너무 멀리 쫓아왔다는 생각에 성으로 돌아간다.



조조의 군막.



“5만 명의 손실을 보았고 많은 군수품이 적들의 손에 넘어갔습니다.

장수 중에서는 여건과 우금이 상처를 입었습니다.”


보고를 들은 조조는 가후를 떠올리며 말한다.


“적들에 뛰어난 모사가 있었군. 내 불찰이오.

가후라는 자는 식견만 뛰어난 게 아니라, 군사 전략에도 뛰어나다는 걸 알지 못했기 때문이요.”


“군사의 일에 승패는 병가지상사입니다.

흩어진 군사들을 수습하면 실제로 죽은 자는 1만이 되지 않습니다.

일단 신속히 후퇴해 군세를 다시 정비하면 됩니다.”


곽가의 말에, 조조가 말한다.


“맞는 말이요. 내가 패 한 게 한두 번도 아니었지 않소이까!

잠깐의 패배는 있을 수 있지만, 마지막 승리는 언제나 내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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