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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이야기

문제유발동화 Parody T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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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6.03.07 21:39
최근연재일 :
2020.05.25 09:00
연재수 :
1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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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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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61,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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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0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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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1-01. 납치범의 사정 (2)

DUMMY

“아버지! 아버지!”


한 소년이 큰소리로 유이오페 공작을 부르면서 달려왔다.


다섯 살짜리 조그만 아이는 응접실에 앉아 있는 유이오페 공작에게 달려오더니 의자 옆에 철썩 달라붙었다.


그 아이는 뭔가 대단한 것을 선언하듯 소리쳤다.


“전 이담에 커서 마왕을 무찌르는 용사가 될 거에요!”


아들의 담대한 선언에 유이오페 공작은 신문을 읽다 말고 아들을 바라봤다.

아이는 제 몸만큼 크고 굵직한 책을 옆에 끼고 한 손에는 장난감 검을 쥔 채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유이오페 공작은 아들에게서 커다란 책을 받아 들었다.


“하하. 하필이면 그 책이라니, 정말 뻔하고 재미없구나.”


“네?”


“어디 보자.”


그 책은 용사 유이오페가 현자 엘리엇과 함께 마왕을 물리치는 내용의 그림책이었다.


아이들을 위해 알록달록한 삽화가 들어간 동화책 속에는 붉은 망토에 은빛 갑주를 입은 용사와 뿔이 달린 검은 마왕이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이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양 손을 제 허리에 올리고 가슴을 펴고 섰다. 그러고 보니 붉은 망토도 가져와서 목에 매고 있었다.

유이오페 공작은 책과 아들을 번갈아 봤다.


“여기에 나오는 용사처럼 괴물도 물리치고, 마왕도 무찌를 거예요!”


“용사가 되고 싶다고?”


“네! 멋있잖아요! 아무도 찾아내지 못했던 마왕을 찾아내서 무찌르고 평화를 가져왔다고요!”


이제 겨우 5살이 된 소년의 눈은 햇살에 반짝이는 푸른 수정처럼 아름답게 빛났다. 부인을 닮아서 무척 아름답고 귀여운 소년이었다.


유이오페 공작은 하마터면 아들을 와락 끌어안을 뻔했다.


“···그렇지만 어찌나 시시한 일인지.”


“아빠?”


공작은 헛기침을 하며 아들을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유아용 동화책에는 유이오페 용사가 먼저 나서서 마왕을 찾아 떠나는 모험을 했다고 각색되어 있었다. 탐욕스러운 왕의 사정 같은 것은 아이들에게 너무 자극적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정말로 뻔한 영웅담으로 각색한 것이다.


그런 뻔하고 시시한 영웅담을 보고 용사가 될 생각을 하다니. 이 작은 소년은 유이오페의 선조들에 비하면 상당히 생각하는 게 고루했다.


“흠, 흠, 그런데 아들아.”


“네?”


“용사는 좀 그렇구나.”


용사의 집안에서 용사가 나오다니 얼마나 시시하고 재미없니.

공작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순진한 푸른 눈을 바라보았다.


“용사가 어때서요?”


“흠, 너무 야만적이고 멍청하잖아.”


“야만적이고 멍청해요?”


“그래, 왕이 명령을 내렸다고 칼을 막 휘두르면서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여행을 가잖니. 그럼 마왕이 죽고 나면 그 용사는 의미가 있니? 목숨을 걸고 마왕을 잡아도, 누가 그걸 알아주겠어? 완전히 손해 보는 일이지.”


아이는 아버지의 말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림책 속의 용사는 매우 강했고, 여러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 무엇이 손해보는 일이라는 것인지 통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요즘 세상에 용사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지.”


아이의 혼란한 얼굴을 보면서 공작은 마음에서부터 즐거움이 피어올랐다. 사람을 휘두르기 좋아하는 공작은 제 아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내 말은 용사보다는 마왕이 낫다, 이거야. 요즘 마왕은 세계정복보다 사회복지에 더 관심이 많거든. 돈도 많고, 영향력도 크지. 그래도 용사가 되고 싶다면 악당이 되어 보는 것도 괜찮겠구나.”


“네?”


아들은 알아듣지 못하고 유이오페 공작의 얼굴을 보다 흠칫 떨었다.


그의 순진한 어리석음에 유이오페 공작은 결국 웃음을 숨기지 못한 것이다. 공작의 눈은 소름끼칠 정도로 짓궂은 장난기로 가득 찼다.


공작의 사랑스러움을 참는 표정에는 항상 지독한 장난기가 숨어 있었다.


“아버지.”


자신의 포부를 밝히러 왔던 그 순진한 얼굴에 어느새 긴장감이 깃들었다.


5년.


어린 아들은 비록 5년이라는 삶을 살았지만, 아버지의 이런 얼굴이 얼마나 얄미운지 알았다.


아버지의 광기가 가득한 웃음은 약한 먹잇감을 잡아먹기 전의 맹수의 살기마저 품고 있었다. 어린아이들일수록 본능적으로 위험한 것을 알아차린다고 하던가. 아들은 아버지의 광기를 정면으로 볼 때마다 소름이 끼쳤다.


긴장한 아들의 바보 같은 얼굴에 공작은 기어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뭐가 그렇게 무섭니? 그러다가 오줌이라도 지리겠네!”


공작의 웃음소리에 얼어붙었던 아들은 정신을 차리고 소리쳤다.


“아니에요! 마왕은 나쁘다고요!”


“마왕이 나쁘다니, 누가 그러던?”


“책에서 그랬어요! 아빠가 뭘 알아요!”


아들의 외침에 유이오페 공작은 웃음을 겨우 누를 수 있었다.


눈웃음이 새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자신의 장난이나 미소에 질색하는 아들에게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는데 계속 웃을 수만은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요즘도 마왕이 있단 말이지.”


“정말요?”


“그렇지. 그때는 아무도 마왕이 존재하는지도 몰랐지만, 지금은 아주 대놓고 명패를 걸고 활동한단 말이야.”


공작은 제 턱을 문지르면서 중얼거렸다. 비록 작은 혼잣말이지만, 아이는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마왕이 뭘 하는지 아니?”


“네?”


“요즘 세상에 활동하는 마왕은 돈이 무척 많단다. 사업을 무척 잘 하거든. 혹시 오늘 기사 봤니? 마왕이 글쎄, 1억 골드를 소수 종족 보호 단체에 기부했다는구나?”


유이오페 공작은 친절하게 자기가 읽던 신문 기사를 들어 보였다.


신문 속에는 커다랗게 마왕성의 거액 기부에 대한 기사가 실려 있었다. 그 기사 속에는 한 면을 차지할 정도로 커다란 표가 있었다. 빽빽하게 글자가 적힌 표는 마왕성의 혜택을 받은 단체들의 명단이었다.


멍하니 그 명단을 보는 아들을 보며 공작은 목소리를 고치고 질문했다.


“자, 크라셴, 기부는 착한 일이니? 나쁜 일이니?”


“···착한 일이에요.”


“그럼 마왕은 악당이니?”


“아뇨.”


“그럼 악당이 아닌 사람을 때려죽이는 용사는 정의의 편일까?”


아버지의 말에 아들은 움찔거렸다.


아버지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아들의 대답을 기다렸다.


아들은 마음속의 뭔가가 깨져버린 것을 느끼며 눈에 뜨거운 눈물이 그렁그렁 넘치는 것을 참으려 했다. 공작은 눈웃음을 짓더니 아들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그런데 아들아, 우리는 용사 같은 건 될 수 없어.”


“네?”


“우리는 마왕보다도 더 무서운 괴물이거든. 우리가 인류를 위해 봉사할 수 있을 리가 없지.”


“무슨 말이에요?”


“너는 괴물이야. 절대로 성안의 인간들과 어울리지 못 해. 평생.”


크라셴은 충격을 받은 눈으로 고개를 돌려 아버지를 보았다. 유이오페 공작의 깊고 푸른 눈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누군가를 익사시킬 만큼 깊은 심연이 있었다.


“내기해도 좋아. 넌 나와 똑같은 피를 가지고 있으니까. 차라리 사람들을 진흙탕에 넣고 휘두르는 게 어떨까? 그게 더 재밌어.”


어느새 아버지의 낯이 그림자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그저 보이는 것은 불길하게 빛나는 한 쌍의 눈빛과 새하얀 이빨뿐이었다.

저 눈, 저 이빨. 크라셴의 세계를 탐욕스럽게 훑어보며 게걸스럽게 물어뜯던 괴물의 눈과 이빨이었다.


“크라셴. 넌 알게 될 거야. 그 개목걸이로는 네 천성을 누를 수 없다는 걸.”



***



“젠장.”


간만에 꾸는 악몽이었다. 크라셴은 눈을 부릅뜨고 천장을 노려보았다. 천장에는 짙은 반점이 퍼져 있었다.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빛 덕에 조금 흐려 보일 뿐이었다.


크라셴은 지끈지끈 옭아매는 두통을 느끼면서 몸을 일으켰다. 기사단을 떠나기 전에 말렸던 부하들이 떠올랐다.


[혼자서 모든 걸 떠안지 마세요! 단장님 아버지 공작이잖아요. 도와달라고 해요!]


[유이오페 공작님의 정보통은 굉장하잖아요? 분명히 공식적으로는 못 찾는 것도 찾아낼 걸요? 그냥 아버지한테 숙이고 들어가면 안 돼요?]


[아니, 왕실이 유이오페 공작에게 쩔쩔 매는 건 다들 아는 사실이잖아요. 공작님이 왕성에 와서 그 명령 취소하라고 압박하면 폐하도 어쩔 수 없이 굽힐 텐데.]


그들의 말에 크라셴은 인상을 찌푸렸다.


기사들은 그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용기를 짜내어 충고했다. 평소에 이런 말을 했다가는 정말 단장에게 맞아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최연소 기사단장이었던 크라셴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집안 좋은 낙하산 인사라고 부르지만, 가까이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실상을 알았다.


유이오페 공작은 아들을 무척 사랑하고 아꼈다. 하지만 아들의 세계인 성안을 휘젓고 논란을 일으키는 데에도 진심이었다.


그 소동에 아들이 휘말려서 피해를 입거나 욕을 먹어도 늘 즐겁게 웃음을 터뜨리는 것이었다. 아니, 오히려 아들이 피해를 입는 것을 즐기는 것 같기도 했다.


그들의 말대로 공작은 왕의 억지 명령을 철회시키거나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빌미로 어떤 소동이 왕성에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었다.


크라셴은 왕성에서 최대한 조용히 살고 싶었다. 왕자의 편애도 안 받고, 공작의 못된 장난도 받지 않고 그저 성실한 공무원으로 살다가 죽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내 힘으로는 아셀 드웰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야.’


왕성을 나오고 나서 정보 길드에 의뢰를 넣었지만 그 누구도 마왕성의 정보를 캐내지 못했다.


[마왕성은 그냥 평범한 사교육 주식회사에요. 저번에 왜 왕성에서도 마왕성과 손을 잡고 공립 아카데미를 세웠잖아요. 걸릴 게 없을 정도로 무척 깨끗하던걸요?]


[음, 마왕성은 루칸 제국에도 영향력이 커서요. 이 이상의 정보를 캐려면 제국과도 협조를 좀 받아야 할 걸요. 합법적인 루트로는 이 정도가 다에요.]


그들이 알아낸 정보는 너무나도 시시했다. 그저 마왕성이 세계적인 규모의 회사이며, 여태까지 문제가 될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정 답답하면 ‘빅파더’에게 부탁하는 게 어때요?]


빅파더. 용병 길드나 정보 길드에서 유이오페 공작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유이오페 공작이 막대한 자금으로 사설 길드의 정보망을 구축하고 설립했기 때문이었다. 사실상 공작이 용병들의 관리를 다 한다고 볼 정도로 이들의 관계는 긴밀했다.


크라셴이 뾰족한 정보를 구하지 못한 것은 이탓이기도 했다. 왕성의 밖을 나가면, 중상-평민 구역은 공작의 세계였다.


‘믿을 만한 곳은 여기밖에 없어.’


시작의 여관.


왕성의 수도에 위치한 ‘시작의 여관’은 가장 큰 규모의 여관이었다. 드나드는 용병들이나 여행객도 많은 만큼, 정보도 활발히 오고 가는 곳이다.


사람이 많이 오고가니 사건 사고도 많은 곳이다. 제 12 기사단에게 자주 신세를 지는 곳인 것이다.


제 12 기사단의 일은 주로 작고 잡다한 일을 처리하는 것이었다. 그 일에는 실력은 좋지만 술에 약한 용병들이 날 뛸 때 제압하는 일이 많았다.


약한 취객이 소란을 피우는 것이야 주변 경비대의 일이지만, 수도이니 만큼 실력자들도 많았다.


그런 실력자의 뒤처리를 기사들이 맡고 있었다.


원래는 수도의 치안을 맡는 제 11 기사단의 일이었지만, 늘 바빠 제 12 기사단에게 맡기는 것이다.


그런 탓에 기사단장인 크라셴은 종종 시작의 여관에 얼굴을 보이기도 했다.


늘 서류작업으로 바쁘긴 했지만, 일손이 모자라면 직접 나서야 했던 것이다.


그런 덕에 여관 주인은 그나마 아버지의 입김없이 크라셴을 진심으로 도와주는 사람이 되었다.


“단장님, 잘 주무셨어요?”


크라셴이 나타나자 여관 주인은 큰 소리로 인사를 했다. 평소에 목소리가 작은 것을 생각하면 일부러 낸 소리였다. 크라셴의 존재만으로도 용병들의 기를 누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바 앞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용병들은 놀라 긴장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


“단장님,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한 덩치가 큰 용병이 지레 겁을 먹으며 제 옆에 앉는 크라셴을 보았다.


크라셴도 장신에 덩치가 있는 편이었다.


청소년기를 대부분 전쟁터에서 지내고, 스트레스로 가득한 왕성 생활을 보내다 보니 인상도 무척 사나운 편이었다.


이 왕국의 기사들은 오랜 평화에 찌들어 그렇게 위압감이 없다고들 한다.


하지만 크라셴의 경우, 험악한 인상과 다부진 체격에 용병들도 긴장할 정도였다.


“걱정 마, 나도 오늘은 손님으로 온 거야.”


“단장님이요? 세상에,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아니다, 벌써 저녁이니깐 동쪽으로 지겠어!”


“쓸데없는 소리를 할 거면 닥쳐. 남의 일에 관심 끄지 그래?”


크라셴의 으르렁거리는 목소리에 주변 사람들은 눈치를 보면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주인 양반, 부탁한 건 알아봤어?”


크라셴의 질문에 여관 주인은 어깨를 으쓱였다. 크라셴에게 술이 담긴 잔만 내밀었다. 크라셴은 잔 밑에서 슬쩍 쪽지를 빼서 품에 넣었다.


“글쎄요. 마음에 드실지는 모르겠네요.”


별로 기대하지 말라는 은근한 말에 크라셴은 한숨을 참았다. 시작의 여관 주인이 아무리 특출난 정보통이라고 해도 한계가 있는 모양이었다.


“참, 단장님, 그 소식 들었어요?”


“무슨 소식?”


“요즘 수도에 구이드가 왔다고 떠들썩해요.”


“구이드?”


크라셴의 반문에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가 말하자 옆에서 얌전히 술을 마시던 용병들도 신이 나서 떠들기 시작했다.


“단장님은 역시 세상에 관심이 없다니까요. 그저 일, 일 하니깐 이런 재밌는 것도 모르지.”


“그게 뭔데? 구이드라고 하면 그냥 마왕성에서 파견되는 상담사라며?”


“마왕성의 구이드라고 하면 인기인이에요.”


용병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반응에 크라셴은 더욱 알 수 없었다.


워낙 일 외에는 관심이 없어서 몰랐다고 했지만, 그를 제외하고는 많은 사람이 아는 분위기였다.


“이 시대의 최고의 현자라고 불린다고요. 온 세상 여기저기를 다녀서 모든 것을 아는 만물박사에요. 수도의 학자들도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하잖아요.”


“그런 걸 너희들은 어떻게 알아?”


크라셴의 질문에 용병들은 웃었다.


“구이드는 뛰어난 여행자라서 가끔 필요한 곳의 소식을 들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어쩔 때에는 재밌는 이야기도 해줘요. 여기서 보기 어려운 괴물을 해치우는 방법도 알려주고.”


그들의 말을 듣자 하니 모두에게서 환영을 받는 현자라는 것이었다.


크라셴은 제 턱을 문지르면서 생각에 빠졌다.


구태여 마왕성을 조사하고 싶다면 그 현자부터 잡아보라는 의미였다.


“그래? 나도 한 번 보고 싶네.”


“어떻게 한 번도 본 적이 없대요?”


“몰라.”


“하긴, 초대장이 있어야 만날 수 있다니까요.”


“초대장?”


“구이드의 초대장이요. 그것도 요즘 매물이 안 풀려서 원.”


주인이 여상하게 흘리는 말에 용병들도 따라 떠들어댔다. 그 현자가 얼마나 유능한지 이야기를 하다가 금세 다른 이야기로 흘러 들어갔다.


‘초대장? 혹시 그 편지?’


크라셴은 가방 속에 넣은 초대장을 떠올렸다. 집무실의 방을 비우면서 짐을 챙길 때 서랍에서 우연히 발견한 편지였다.


봉투에는 마왕성이 적혀 있었고 그 안에는 계약서처럼 생긴 종이가 들어 있었다. 어쩌다 그것을 구하게 되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서랍 속에 마구잡이로 들어있던 서류 사이에 끼워져 있었다.


마왕성의 실마리를 조금이라도 잡기 위해 챙겨나온 것인데 어쩌면 도움이 될 지도.


크라셴은 먹는 둥 마는 둥 식사를 급하게 끝내고 방 위로 올라가 쪽지와 편지를 보았다.


[현재 마왕성의 정보를 조사하는 방법은 없음. 그나마 가장 확실한 방법은 용사의 계약을 진행하는 것. 참고로 초대장은 3년 전부터 매물이 없음. 프리기아의 회장, 미다스에게 초대장이 몇 장 있다는 소문이 있음.]



‘이게 아마 알아낼 수 있는 최선의 정보라는 거겠지.’


크라셴은 쪽지를 구겨 가방에 쑤셔 넣었다. 주인의 말대로 만족할 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그런데 초대장이 없다니. 그럼 이건 뭐야?’


크라셴은 가방에서 편지봉투를 꺼내 보았다. 종이에는 떡하니 ‘계약을 위한 초대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거기에다 초대장에는 계약을 진행할 계약자를 부르는 방법이 적혀 있었다.


‘이거 초대장 맞지? 일단 믿어보는 수밖에.’


여전히 이 초대장을 어디서 구했는지 짐작도 가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 구이드라는 사람을 직접 만나지는 못해도, 만약 계약자를 만나면 접촉할 방법이 생길 것이다.


계약자를 부른다고 해도 너무 눈에 띄는 곳에 부를 수는 없다.


‘좋아, 막연히 정보 길드만 쑤실 수 없지. 아버지 손에서 놀아나는 것 뿐이야. 직접 찾는 수밖에.’


크라셴은 머릿속으로 모종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누가 사라져도 모를 그런 곳이 좋겠지.’


그것은 마왕성의 구이드 납치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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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3. 빨간 꿈의 소녀 (5) 18.12.06 141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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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1-03. 빨간 꿈의 소녀 (3) 18.12.04 138 4 9쪽
7 1-03. 빨간 꿈의 소녀 (2) 18.12.03 141 5 12쪽
6 1-03. 빨간 꿈의 소녀 (1) 18.12.03 175 6 13쪽
5 1-02. 용사를 위한 여행안내서 18.12.02 211 5 15쪽
4 1-01. 납치범의 사정 (3) 18.12.01 244 5 13쪽
» 1-01. 납치범의 사정 (2) 18.12.01 334 4 17쪽
2 1-01. 납치범의 사정 (1) 18.12.01 449 8 11쪽
1 Prologue. 어느 왕국의 이야기 18.11.29 747 14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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