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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이야기

문제유발동화 Parody T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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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6.03.07 21:39
최근연재일 :
2020.05.25 09:00
연재수 :
137 회
조회수 :
104,098
추천수 :
4,112
글자수 :
761,861

작성
18.12.01 00:02
조회
448
추천
8
글자
11쪽

1-01. 납치범의 사정 (1)

DUMMY

1. 기사의 사정

“정체불명의 사내, ‘마왕’ 아셀 드웰의 정체를 밝혀 본인을 잡아 오도록 하라.”


프로미스 왕국의 제 12 기사단장인 크라셴 유이오페 경은 이번에도 순순히 왕의 명령을 받았다.

왕성을 떠나서 수행하는 임무는 수도 없이 받았다.


‘또 어디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 건지.’


정체도 알 수 없는 것을 찾아오라는 명령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기사단장 집무실에서 짐을 빼라고 하고, 내쫓아버리듯 성 밖으로 나온 것도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왕이 이렇게 지랄한 게 처음인가.’


유이오페 경은 왕의 명령이 터무니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왕이 그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면서 눈앞에서 쫓아내려고 하는 건 성안의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알고 있었다.


안 그래도 왕이 언제 다시 이상한 빌미를 들어 쫓아내려고 할지 기다리던 차였다. 최근에 제 12 기사단에서 왕의 심기를 거스를 만한 일을 저질렀기 때문이었다.



며칠 전, 제 12 기사단에 왕국의 단 하나뿐인 후계자 엘리엇 왕자가 방문했다.


엘리엇 왕조는 몇 대째 후계 다툼없이 어릴 적부터 왕세자를 정하고, 왕위를 계승해왔다.


이번 왕세자도 마찬가지로 어린 나이 5살에 왕세자가 되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왕세자로서 온갖 사랑을 받고 총애를 받으면서 자라왔다는 소리이다.


이게 가능한 것은 프로미스 왕국이 오랫동안 큰 갈등 없이 평화를 유지했기 때문이었다.


그 덕에 프로미스 왕국의 사랑스러운 왕자님은 동화 속 왕자처럼 꽃밭 속에 사는 것 같았다. 아름다운 성, 온화한 사람들 속에서 모든 것이 그가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세계. 그곳의 왕자님은 단조로운 일상에 사건을 던져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불행하게도, 너무나도 심심했던 왕자님의 눈에 유이오페 경은 너무나도 흥미로운 기사였다는 것이었다.


괴팍한 유이오페 공작의 장남인 크라셴은 10살에 제 10 기사단에 입단할 때부터 맑은 호수 같았던 왕성을 진흙탕으로 만들었다.


모두가 왕자의 어리광을 사랑스럽게 여길 때, 어린 공자는 삐딱하기 짝이 없었다. 왕자가 만들어낸 맑고 아름다운 호수 같은 세계에서 마구 분탕질을 하는 미꾸라지 같은 녀석이었던 것이다.


엘리엇 왕자는 그 점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고, 그때부터 크라셴 유이오페와 친구가 되려고 무진장 애를 썼다. 그것은 성인이 되어서도 다를 게 없어서, 크라셴이 제 12 기사단장이 되어서 국경의 마을로 좌천되고 나서도 결국 불러내고 말았다.


[크라셴! 우린 친구지? 난 자네가 여기에 있어서 너무나도 좋네.]


이 기사의 입장에서, 왕자의 이런 호의는 보통 민폐가 아니었다.


왕세자라면서 할 일도 없는지, 시도 때도 없이 집무실로 찾아와서 자리를 차지한 것이었다.


수도의 치안과 온갖 잡무로 바쁜 유이오페 경은 일을 핑계로 늘 왕자를 내쳤다. 아무리 힘이 센 공작의 아들이라고 하지만, 왕족을 함부로 내치는 것은 경을 칠 일이었다.


하지만 착한 엘리엇 왕자는 이에 대해 화를 내는 대신 앓기만 했다고 한다.


이를 가만히 두고 볼 왕이 아니었다. 왕자의 눈에 눈물이 나는 것에 화가 난 왕은 유이오페 경에게 벌을 내렸다.


그래도 요 몇 년간, 왕자의 발길이 뜸했건만, 며칠 전 또 일이 터진 것이다.


정말 어이없는 일이었다. 왕자가 여러 명의 기사를 데리고 와서 자랑한 것을 내친 것뿐이었다.


다른 ‘친구’를 데려와 자랑하는데도 눈 깜짝하지 않는 유이오페 경에게 왕자는 무척 충격을 받았고, 결국 화를 내며 돌아갔다.


‘언젠가 이 일로 부를 줄 알았지.’


크라셴은 혀를 차면서 자료를 책상 위에 늘어놓았다. 왕이 심술을 부리든, 무리한 명령을 내리든, 시킨 것을 수행해서 대령하면 될 일이었다.


[너는 절대로 왕성에 속할 수 없을 거다. 너도 나와 똑같은 괴물이니까.]


크라셴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끼며 이마를 짚었다. 이 나라에는 왕자만 골치 아픈 것이 아니었다.


‘왕자 새끼, 자꾸 친구라고 하면서 나한테 엿을 먹인다니까. 아버지랑 손을 잡고 골탕 먹이려 하는 거야.’


크라셴에게는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 두 사람이나 있었다.


엘리엇 왕자뿐만 아니라, 아버지인 유이오페 공작도 상당히 골 때리는 사람이었다.


친가인 유이오페 공작 가문은 이 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공작 가문이다. 건국 신화에서 나라를 세웠다는 용사의 후예답게 특출난 기질이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그 특출난 기질이었다.


지독한 장난기와 상식을 무시하는 행동.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명예든 권위든 상관없이 뛰어들었다.


문제는 재미로 시작한 일이 늘 규모가 커져서 왕국의 사람들에게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었다. 조각에 관심이 많았던 할아버지는 왕국의 모든 조각가들을 꼬여내어 수도에 괴상한 금 조각상을 세운 전적이 있다.


엄청나게 거대한 조각상으로, 악마와 천사가 부둥켜안고 있는 모습이었다. 당시에는 엄청나게 민망한 모습 때문에 시민들은 물론, 교회에서 크게 항의를 했다. 성스러운 수도에 망측한 것을 세웠다고 말이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금 동상의 금을 떼어내어 교회와 왕성에 주어 입막음을 했다. 할아버지 말로는 ‘이것 또한 예술’이란다.


문제는 현 가주이자 크라셴의 아버지인 유이오페 공작이었다.


할아버지는 그저 예술에만 집중했다면, 안타깝게도 공작은 사람을 가지고 노는 취미에 눈을 뜨고 말았다.

세계적으로 가장 큰 무역 회사, 키보 드 네임을 세우고, 용병들의 길드를 세워 용병들의 세계를 사 버린 것은 온전히 그의 장난이었다.


그는 역대 최고의 ‘또라이’라고 불리며, 왕성의 귀족들을 불행에 빠뜨리고는 허우적대는 모습을 보면서 깔깔거렸다.


다행히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를 닯아 나름 상식적이고 고지식한 크라셴은 유이오페 공작의 그런 기질을 견딜 수 없었다.


공작은 아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몹쓸 장난을 치면서 아들이 울음을 터뜨리는 것을 좋아했던 것이다.


결국 그는 10살 때 집을 나와 기사단에 입단하고 10년이 넘도록 집에 한 번도 돌아가지 않았다. 그러자 공작은 크라셴이 있는 왕성을 겨누어 온갖 해괴한 소문을 퍼뜨리거나 장난을 쳐서 방해했다. 미치도록 심심했던 왕자는 공작의 간악한 계략에 넘어가 손을 잡고 크라셴을 괴롭히는 형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라셴은 이 망할 직장을 그만둘 생각이 없었다.


이건 아버지를 향한 오기이자 자존심의 싸움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 그에게 ‘괴물의 피는 절대로 사람들과 어울릴 수 없다’며 괴롭힌 아버지에게는 지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왕이 자기를 싫어한다고 한들, 크라셴은 이 경쟁자가 없는 내기에서 질 생각이 없었다.


‘이번에도 같아. 마왕을 잡아 오랬으니 마왕을 잡아가면 될 일이잖아.’


문제는 정보였다.


왕이 잡아 오라고 말한 사내, 아셀 드웰의 정보가 너무 없었다. 제 12 기사단을 나오기 전에 기사들에게 물어보아도 결정적인 단서조차 없었다.


[아셀 드웰이라니, 그 용사 프로젝트의 마왕성의 회장을 말하는 거죠?]


그나마 안다고 한 사람은 열 살 짜리 아들을 키우는 기사였다.


[거기, 유명한 사교육 회사잖아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여행이래요. 전문가를 붙여서 한 달 여행하고 성적표를 받아온대요. 나중에 그 성적표가 있으면 취직할 때 증명서로 쓰기도 좋대요.]



사교육 주식회사 마왕성.


특별목적관광 프로그램인 용사 프로젝트를 내세워, 귀족이든 평민이든 아이들에게 리더십을 발휘할 관광코스를 제공해주는 교육 및 여행 회사.



[문제는 그 회장이라는 사람 말인데요.]


문제는 마왕성의 마왕이라고 불리는 아셀 드웰은 현재 부재중이라는 것이다. 아니, 부재중이라는 말보다는 실종되었다는 말이 더 적절하다고 한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요, 그 아셀 드웰이라는 사람, 실제로 존재하는지도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몇 년, 아니 몇 십 년은 모습을 보인 적이 없어서 원래부터 그런 사람은 없었다고 해요.]


그 지독하다는 신문사의 기자들도 추적했지만, 아셀 드웰의 흔적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 아셀 드웰이 어떻게 생겼는지, 몇 살인지, 성별이 남자인지도 분명하지 않았다. 게다가 드웰이라는 가문이 어느 나라의 귀족인지도 알 수 없다.


이쯤 되니, 사람들은 아셀 드웰은 허구의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마왕성에서도 아셀 드웰은 그저 회장이라고 할 뿐 아무말도 없다. 실질적인 경영은 각 부서의 부장들이 하기 때문이었다. 그저 서명만 ‘아셀 드웰’이라는 이름으로 쓴다는 것이다.



[단장님, 아무래도 폐하께서 단장님 해고하려고 일을 주신 것 같은데요?]


부하들의 걱정 어린 말에 크라셴은 그리 놀라지도 않았다. 그들이 눈치챈 것을 크라셴이 몰랐을 리 없다.


왕이 무리한 임무를 빌미로 해고하려고 한다는 것쯤은 아셀 드웰에 대한 조사를 하면서 금방 눈치챘다.


하지만 미뤄두었던 확신이 의식의 수면 위로 떠오르자, 크라셴은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다.


분노와 오기, 반항 정신만이 크라셴의 머릿속을 괴롭혔다.


[아직 폐하는 해고라고 하지 않았다.]


[네?]


[명령대로 해야지. 여태까지 잘 해 왔잖아. 그 회장이라는 작자만 잡아서 대령하면 될 거 아니야?]


크라셴은 주먹을 꽉 쥐면서 이를 갈았다.


‘그놈의 마왕을 잡아서 다시 돌아오고 만다.’


***

[최고의 리더십 양성 프로그램!


꿈과 희망을 품은 당신,

용사가 될 수 있다!


혹시 마왕이 어디 있는지 몰라서 고민하시나요?


아니면 당신의 허무맹랑한 꿈에 동참할 모험가가 없어서 고민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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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용사로 만들기 마왕성에서 초대합니다.


이 여행의 끝엔 뭐가 있을까요? 또 다른 꿈? 새로운 경험?


모두를 이끌 카리스마! 리더십! 보장된 밝은 미래!


모든 게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마왕성 대표 아셀 드웰


교육상담 문의주소: GUIDE’S INVITATION


※상담 문의는 문의주소를 쓴 봉투에 편지를 넣어 가까운 시청으로 접수해주세요! 상담사가 직접 방문합니다.]


아셀 드웰.


인기리에 성황 중인 리더십 장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스타 이벤트 기획자.


“용사 이벤트”라는 획기적인 기획과 엄청난 자본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사람이었다.


이런 이벤트의 성공과 더불어, 그의 별명은 바로 ‘마왕’이다.


때는, 마왕이 평화를 사랑하여 용사를 키우는 시대. 누구나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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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04. 개구리 연인 (3) 18.12.13 99 2 15쪽
17 1-04. 개구리 연인 (2) 18.12.12 110 3 13쪽
16 1-04. 개구리 연인 (1) 18.12.11 106 3 14쪽
15 1-03. Intermission. 마왕성의 정체 +1 18.12.10 119 4 10쪽
14 1-03. 빨간 꿈의 소녀 (9) +2 18.12.09 112 2 12쪽
13 1-03. 빨간 꿈의 소녀 (8) 18.12.09 100 4 12쪽
12 1-03. 빨간 꿈의 소녀 (7) 18.12.08 114 2 13쪽
11 1-03. 빨간 꿈의 소녀 (6) 18.12.07 123 4 9쪽
10 1-03. 빨간 꿈의 소녀 (5) 18.12.06 141 3 11쪽
9 1-03. 빨간 꿈의 소녀 (4) 18.12.05 132 4 12쪽
8 1-03. 빨간 꿈의 소녀 (3) 18.12.04 138 4 9쪽
7 1-03. 빨간 꿈의 소녀 (2) 18.12.03 141 5 12쪽
6 1-03. 빨간 꿈의 소녀 (1) 18.12.03 174 6 13쪽
5 1-02. 용사를 위한 여행안내서 18.12.02 211 5 15쪽
4 1-01. 납치범의 사정 (3) 18.12.01 244 5 13쪽
3 1-01. 납치범의 사정 (2) 18.12.01 333 4 17쪽
» 1-01. 납치범의 사정 (1) 18.12.01 449 8 11쪽
1 Prologue. 어느 왕국의 이야기 18.11.29 747 14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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