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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이야기

문제유발동화 Parody T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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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S
작품등록일 :
2016.03.07 21:39
최근연재일 :
2020.05.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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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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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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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1부 외전. 그의 이야기 (5)

DUMMY

터덜터덜 걷던 크라셴은 어느새 제 10 기사단 연병장에 도착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발을 움직이다보니 원래 집처럼 가던 기사단에 온 겁니다.

갑자기 변한 환경, 룸메이트들의 텃세에 피곤한 크라셴이었지만 제 집 같은 기사단 연병장에 오자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유이오페?”


멀리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제 10 기사단장, 램버트 마일즈였습니다.


“아니,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냐?”


“잠이 안 와서 왔습니다.”


마일즈는 크라셴의 피곤한 얼굴을 보다가 그의 찬 손을 잡았습니다.

평소에는 그저 엄하고 무서운 단장님이었지만, 그 손은 무척 따뜻했습니다.

크라셴은 가만히 마일즈의 손을 내려 보다가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유이오페?”


“제가 뭘 잘못한 거죠?”


“무슨 일이 있었느냐?”


마일즈의 질문에 크라셴은 눈물을 참으면서 차분하게 오늘 있었던 일을 설명했습니다.

시종장의 무서운 엄포, 왕자의 알 수 없는 행동, 시종들의 텃세.

크라셴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책에서는 규칙과 법을 지켜야 한다고, 그래야 사회가 유지된다고 했습니다.

단장님도 크라셴에게 규칙을 꼭 지켜야 한다고 말했죠.

크라셴은 단지 규칙을 지킨 것뿐인데, 어째서 이런 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무엇을 잘못한 건지 알 수 없어요.”


“넌 가장 중요한 걸 모르는구나. 기사에게 가장 중요한 건 주인의 뜻을 따르는 거다.”


마일즈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조금 씁쓸했습니다.

이제 겨우 10살에게 옳은 것과 대치되는 현실을 가르쳐 줘야 했습니다.


“그러려고 기사단에 들어온 게 아니냐. 정말로 규칙만 따르면서 깨끗하게 살려면 이런 곳에 들어오면 안 된다.”


마일즈의 말투는 단호했지만 퍽 다정했습니다.

크라셴은 얼굴을 잔뜩 찡그렸습니다. 마일즈는 크라셴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앞으로 네가 살아가기 위한 것이란다. 왕자님을 위해 봉사하는 게 말이야.”


“그럼 왜 단장님은 그 때 제게 왕자님의 선물을 받은 걸로 혼을 냈어요?”


“그건···.”


마일즈는 잠시 할 말을 잃었습니다.

마일즈는 왕자가 겨우 그런 걸로 앓아 누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답니다.

그게 규칙이고, 따라야 할 것이라고 한다면 이해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왕자는 생각 이상으로 제멋대로였고, 왕은 생각 이상으로 왕자를 싸고 돌았습니다.

하지만 크라셴에게 차마 그런 생각을 말 할 수 없었습니다.

크라셴이 앞으로 기사로 살아가고 싶다면, 이 벌이 타당하다고 해야 하니까요.


“그건 내가 잘못 생각했다.”


“아니에요!”


크라셴은 크게 소리쳤습니다.


“유이오페?”


“단장님은 말씀하셨잖아요! 규칙은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위험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려고 만든 것이라고요. 전 책에서도 읽었어요. 인간은 보이지 않는 칼을 가지고 있어서 함께 살다보면 서로를 찌르게 된다고요. 그걸 방지하려고 약속을 한다고요. 그게 규칙이잖아요!”


마일즈는 크라셴이 말하는 것에 내심 놀랐습니다.

크라셴이 규칙을 지키는 것은 단순히 마일즈의 명령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크라셴은 나름대로 규칙에 대한 생각이 있었던 겁니다.


“단장님, 제 10 기사단의 기사들은 전쟁터에서 대부분의 일생을 보낸다면서요. 그런 위험한 곳에서는 규칙을 지키는 것이 최대한의 피해를 줄이는 거라고 하셨어요. 군대의 약속을 어기면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마일즈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어린 아이는 한 가지 원리를 가르쳐 주면, 그것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죠.

하지만 세상은 단순하지 않아서 가치가 충돌하기 때문에 혼란했습니다.

왕성은 그런 입바른 삶은 성공할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마일즈는 어린 크라셴이 도덕관념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을 때, 그런 세상을 가르쳐 줘야 하나 했습니다.

이미 크라셴이 그런 세상의 부조리함을 겪었다고 해도 말이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단다.”


“그게 뭔데요?”


“그런 규칙보다 더 중요한 게 인간의 정체성을 정하는 가치란다. 개인의 가치지. 내 말은 이해되니?”


마일즈는 크라셴에게 어떤 말을 골라야 이해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평소에 규칙의 중요성을 설파하면서도, 어린 견습생들이 다 이해할 거라고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규칙을 지켜라, 이 하나만 가르쳐 주려고 했던 거죠.

하지만 크라셴은 그것을 이해하고 있었던 겁니다.

크라셴의 그런 영특함에 마일즈는 더욱 고심해야 했습니다.


“인간이 어떤 사람으로 있기 위해 가지는 생각인가요?”


“그래, 그거다. 기사는 주군에 대한 충성심을 잃으면 기사로 있을 수 없단다. 그게 기사가 존재하는 이유니까.”


마일즈의 말에 크라셴은 만족스럽지 않은지 눈썹을 치켜 올렸습니다.

크라셴은 애초에 집에서 나오려고 기사단에 입단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기사는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생각해야 할 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사는 사람들과의 약속보다 주군의 뜻을 더 따라야 해.”


“그 주인이 잘못된 생각을 하면 고쳐주는 것도 기사의 충의가 아닌가요? 전 책에서 그렇게 읽었어요.”


크라셴의 말에 마일즈는 또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기사도 있긴 하지. 하지만 그걸 허락받은 기사만 가능해. 기사는 보통 주인이 휘두르는 검이 되어야 한단다.”


“그럼 기사는 자기 자신으로 있으면 안 되는 거에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도 하면 안 되는 건가요? 자기가 무슨 존재가 될지 고르지도 못하나요? 인간은 누구나 무엇을 할지 스스로 정해야 한다는데, 기사는 인간이 아닌 건가요?”


크라셴의 쏟아지는 질문에 단장은 한숨을 쉬었습니다.

말주변이 없는 그는 어린 아이의 이런 질문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에 의문을 가지는 크라셴의 질문이라면 더더욱이요.


“기사는 인간이 아닐지도 모르지.”


크라셴은 생각에 빠져 입을 다물었습니다.


“···넌 왜 기사가 되려고 하는 거니? 너에게는 어울리지 않은데.”


“전 아빠가 싫었어요. 집을 나오려면 이 방법 밖에 없었어요.”


크라셴의 대답에 마일즈는 다시 당황했습니다.

소문 때문에 크라셴과 유이오페 공작과의 사이에 대해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유이오페 공작이 로비를 해서 제 1 기사단에 넣으려고 한다고만 알아서 귀하게 여기는 아들인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크라셴의 대답에 마일즈는 혼란했습니다.


“가출하기에는 너무 어리지 않니?”


“너무 어리다면 10살을 기사단에 입단시키지 말았어야죠.”


크라셴의 당돌한 말에 마일즈는 다시 할 말이 없었습니다.

제 10 기사단에 들어오는 아이들은 대부분 밥벌이가 좋지 않아 밥을 먹기 위해 들어오는 경우였습니다.

밥 제때 나오지, 단복이라도 옷이 나오지, 잘 데가 있지.

그래서 훈련에 열심히 임하여 합격하려고 했습니다.

크라셴은 그런 부족함도 없어 보이는데 이런 곳에 있으려는 것이 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넌 단지 아버지가 싫어서 이러는 거니?”


“아버지는 저를 무시했어요.”


정말 어린아이다운 유치한 생각이었습니다.

유이오페 공작이 크라셴에게 한 짓을 모르는 마일즈는 크라셴이 오해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고집이 세기 때문에 그런 유치한 생각만으로, 특별 시험에 통과하는 건가 했습니다.


“그저 자존심의 문제라면 우리 기사단은 더더욱 오지 말아야 했다.”


“네?”


“넌 우리 기사단에 들어온 다른 아이들에게 몹쓸 짓을 하는 거야.”


“제가요?”


“그 애들은 필사적이다. 네 배부른 자존심 싸움 때문에 휘말리면 안 된단 말이다.”


갑자기 싸늘해진 마일즈의 태도에 크라셴은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마일즈는 이제라도 쌀쌀맞게 굴어서 돌려보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크라셴은 아무리 봐도 기사가 될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마일즈는 크라셴이 더 쓴 맛을 보기 전에 돌아가게 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속을 모르는 크라셴은 서러움이 울컥 치솟았습니다.

단장님이라면 조금은 이해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크라셴은 저도 모르게 눈을 깜빡였습니다. 그 눈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겨우 그런 이유로 여기에 오는 건 도피야. 그 상태로 여기에서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구나. 시종이 되는 법도 모르면 여기에 올 생각하지 마라.”


“단장님! 제게 왜 이러세요?”


“폐하 말씀이 맞았구나. 공작의 아들이 이런 곳에 있다니,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단장님! 제가 뭔가 잘못한 거에요?”


크라셴은 눈물을 터뜨렸습니다. 그나마 자리 잡은 곳에서 내심 의지했던 사람이었습니다.

크라셴의 그렁그렁한 눈물에 단장은 순간 말문이 막혔지만 이내 무서운 표정을 짓고 크라셴을 노려봤습니다.

그의 무서운 표정에도 크라셴은 이내 분노로 가득 찬 얼굴로 마주 보았습니다.

신뢰가 무너지자 크라셴은 모든 것이 화가 났습니다.

크라셴은 여태 화난 게 모두 생각났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부조리한 벌이 화났습니다.

여태 집에 가지 않으려고 버틴 것이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시간낭비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뭘 잘못했어요? 제가 뭘 그렇게 잘못해서 훈련도 못 받는 거죠? 왜 단장님에게 그런 소리까지 들어야 해요? 규칙을 지키는 건 옳은 것이잖아요?”


“유이오페, 아직 반성을 못했구나.”


마일즈가 으르렁댔지만 여전히 크라셴은 인상을 펼 줄 몰랐습니다.


“잘못된 건 왕자님이잖아요! 그 시종들이잖아요!”


“그런 말을 하면 기사가 되어도 금방 잘릴 거야. 차라리 돌아가서 기사를 부리는 입장이 되어라. 그게 더 어울려.”


“단장님!”


“내 말을 못 알아 듣는 거냐!”


마일즈는 크게 소리쳤습니다.

크라셴은 지지 않고 매섭게 노려보았습니다.


“너 같이 말도 못 알아듣는 놈은 이 곳에 있을 자격도 없다는 것이다. 조금 불편한 것 가지고 징징대다니!”


마일즈는 크라셴의 멱살을 잡아 든 다음 연병장 밖까지 끌고 가서 던졌습니다.


“얼른 돌아가라! 집으로 가버리던가! 그 정도 징벌도 못 견디면 제 10 기사단에도 있을 필요 없어!”


크라셴은 땅바닥에 주저앉아 멍하니 마일즈를 봤습니다.

마일즈는 차가운 눈으로 보더니 뒤돌아 사라졌습니다.

크라셴은 주먹으로 땅을 치고는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돌아올 거에요! 그럼 단장님도 어쩔 수 없을 걸요!”


크라셴은 손을 털고는 달려가 버렸습니다.

마일즈는 크라셴의 그런 뒷모습을 보다가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크라셴을 속상하게 할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단장님.”


제 10 기사단의 기사들 몇 명이 조심스럽게 다가왔습니다.

간밤에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다가 지켜본 모양이었습니다.


“유이오페에 말이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돌아왔나.”


“유이오페 그 녀석, 단순히 그런 이유로 여기에 있는 게 아닐 거에요.”


“그만 하고 돌아가라.”


마일즈의 명령에 그들은 머뭇거리다가 돌아갔습니다.


***


크라셴은 결코 이 짓을 그만둬서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왕자의 눈치 없는 짓도, 룸메이트들의 텃세도, 매몰찬 기사단장의 반응도 집에 돌아가면 마주할 아버지의 또라이 같은 웃음보단 나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또 자기를 귀여워하며 ‘어이구, 꼬마 기사님 돌아오셨어요?’ 하면서 온갖 방법으로 장난칠 걸 생각하니 피가 식었습니다.

그랬기에 제대로 밤에 잠도 못 잤지만 크라셴은 비틀거리면서 뜨는 해를 보며 왕자의 처소로 갔습니다.

왕자는 밤새 초췌해진 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크라셴, 괜찮은가?”


“괜찮습니다.”


왕자는 안절부절 못하며 크라셴을 붙잡고 살폈습니다.

크라셴은 왕자를 확 때리고 싶었지만 꾹 참기로 했습니다.

왕자는 울상을 지으며 의사를 부르려고 했습니다. 크라셴은 왕자를 뜯어 말렸습니다.


“왕자님, 전 괜찮습니다.”


“정말인가?”


“네.”


왕자는 걱정스레 크라셴을 바라보다가 거듭 괜찮다는 크라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전혀 괜찮진 않았지만 특별 시험과 같다고 자기 자신을 달래면서 말이었죠.



한편, 제 10 기사단 집무실. 마일즈는 매우 심란한 얼굴로 서류를 보고 있었습니다.

어젯밤에 크라셴을 연병장에서 본 탓이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자기가 크라셴의 일에 끼어들 수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미 한번 왕의 처분에 정정을 요구했기도 했고, 크라셴에겐 알아서 해라고 한 것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그렇게 말하지 말아야 했다.’


마일즈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으면서 한숨을 쉬었습니다.

하지만 안절부절 못하는 것을 기사들도 알 만큼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단장님! 큰일 났어요!”


갑자기 문을 열고 기사가 들어왔습니다.


“유이오페가 쓰러졌대요!”


“···뭐?”


“지금 왕자님이랑 같이 있대요. 의사가 다녀간 거 같아요.”


마일즈는 벌떡 일어났다가 다시 앉았습니다.


‘설마 그 후로 잠도 못 잔 게 아니겠지? 아직 열 살짜리 애인데 잠도 안 재우고 일을 시키는 건가? 애를 죽일 생각인가?’


마일즈는 온갖 생각이 들어서 불안해졌습니다.

그 소식을 알리러 온 기사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투덜거렸습니다.


“그 녀석 특별 시험 때도 그랬잖아요. 아니, 우리 때보다 더 힘들어 하다니 대체 얼마나 굴리는 거에요?”


“잠깐 가만히 있어 봐라.”


“단장님, 그 애 좀 말려 봐요. 분명히 여기에 돌아오려고 무리해서 버티는 건데 그러다 죽는다구요. 내년에 다시 들어오라고 하고 집에 돌려보내요.”


“가만히 좀 있으라니까.”


“아니 걔네 집에선 아무 말도 없대요? 제일 잘나가는 부자라면서요?”


기사의 말에 마일즈는 눈을 번쩍 떴습니다.

크라셴이 오해를 해서 고집을 부리는 것이라면 직접 그 오해를 풀게 해주는 나을 것 같았습니다.

유이오페 가문은 크라셴이 이렇게 부조리한 처벌을 받는 것을 모릅니다.

사정을 이야기 하고, 다시 돌려보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기사들은 갑자기 말없이 일어나는 단장의 모습에 입을 다물었습니다.


“잠깐 나갔다 오마.”


기사단장은 서둘러 유이오페 가의 저택으로 향했습니다.

예전부터 크라셴이 자기 집 이야기 나올 때마다 이를 가는 게 무척 신경 쓰였습니다.

분명 저렇게 꽉 막힌 성격이 된 것엔 가정환경도 문제가 있는 거겠죠.

사교육의 1등을 달리는 마왕성에서도 잘 팔리는 프로그램 중 하나도 가정교육 컨설턴트였으니까요.

자기도 그만큼 할 수 있을 진 모르지만 하다못해 크라셴을 데리고 가라고 할 참이었습니다.


말을 바삐 달려 유이오페 저택을 가자 집사는 놀란 눈으로 맞이했습니다.

유이오페 가에는 크라셴의 아버지도 어머니도 있었습니다.

기사단장의 방문에 둘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마일즈는 둘에게 지금 크라셴이 어떤 상태인지 알려주었습니다.

유이오페 부인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짓다가 한숨을 쉬었습니다.


“대체 그 아이가 집에 돌아가기 싫어하는 이유가 뭡니까?”


“그 아이가 그러는 건 이해가 됩니다. 다 아버지가 잘못한 거죠.”


“네?”


공작 부인은 유이오페 공작을 샐쭉 바라봤습니다.

하지만 유이오페 공작은 살살 웃고 있었습니다.


“우리 꼬맹이가 많이 사랑받는 것 같아서 좋네요. 근데 우리 꼬마애가 워낙 고집이 세서 말이에요. 그건 저도 그렇고 우리 할아버지도 그렇고 조상님들도 그런 거라서 우리가 뭐라고 말한다고 해서 돌아오지 않을 걸요?”


“저러다 죽어도 되는 겁니까?”


“그건 아니죠.”


유이오페 공작은 생긋 웃었습니다.


“전 제 아들을 믿습니다. 그렇지만 만약에 제 아들이 버거우시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셔도 됩니다. 그땐 억지로라도 끌고 가겠습니다.”


그의 말에 마일즈는 답답해졌습니다.

공작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유이오페 부인은 싸늘하게 그를 보았습니다.


“여보, 당장 나가.”


“어, 어. 부인?”


“지금 당장 꺼지라고. 난 손님과 이야기 할테니까.”


부인이 이렇게 말할 때에는 엄청 화가 났다는 뜻이었습니다.

공작은 깜짝 놀라 자리를 피해주었습니다.

유이오페 부인은 이마를 짚더니 한숨을 쉬었습니다.


“단장님, 우리 아들이 이러는 건 다 저 이 때문이에요.”


유이오페 부인은 여태까지의 일들을 설명했습니다.

아이가 어린 시절부터 공작은 지나치게 장난기가 지나쳤고, 그것 때문에 아이가 목숨을 잃을 뻔 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라고요.

하지만 공작은 무척 아이를 사랑했고, 그 아이에 대한 사랑의 표현으로 그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개구리 왕자 이야기를 하고 나서, 4살인 크라셴이 개구리 왕자를 보고 싶어 하길래, 침대 맡에 커다란 황소개구리를 열두 마리 놓은 장난.

그래서 지금도 크라셴은 개구리만 보면 경기를 일으키며 발작한답니다.

움직이는 모빌이 가지고 싶다고 하니, 대왕메뚜기를 산 채로 꿰어서 문간에 매달아 놓은 일.

뱃놀이 하러 가서 크라셴에게 물 속을 보여주겠다고 다리를 붙잡아 물에 처박은 일.

5살 어느 날, 용사가 되고 싶다고 하니 정원 속에 미궁을 만들어서 하루 종일 헤매게 하고 괴물로 변장해서 놀라게 한 일.


“그, 그럼 부인께서는 왜 양육을 공작님께 맡기신 겁니까?”


“양육 담당 보모가 따로 있습니다. 그리고 전 회사 일로 바쁘고요. 남편이 좀 더 양육에 적극적이라 맡겼던 겁니다. 장난이 심해서 그렇지 아이를 사랑하고요.”


“아이에게서 아버지를 떼어낼 생각은 안하셨습니까? 크라셴이 보통이 아니라 그렇지, 원래라면 기사단이 아니라 교회 병원으로 가야 할 겁니다.”


“유이오페의 피를 너무 믿었던 것 같네요. 크라셴도 가끔 징징대기만 하지, 건강하게 잘 자라서 괜찮은 줄 알았어요.”


마일즈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크라셴이 학을 떼고 도망쳐 온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래선 크라셴을 집에 보내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우리 애 고집이 너무 힘드시면 제게 말씀해주세요. 저도 아이를 설득해 볼게요.”


“아닙니다. 유이오페의 일은 제가 수습하겠습니다.”


마일즈는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을 느끼며 터덜터덜 기사단으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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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2-01. 공주의 사정 (2) 19.05.31 44 0 9쪽
102 2-01. 공주의 사정 (1) 19.05.30 40 0 12쪽
101 2-Prologue. 마왕성의 사정 19.05.29 40 0 11쪽
100 1부 외전. 그의 이야기 (完) +1 19.05.11 48 1 12쪽
99 1부 외전. 그의 이야기 (17) 19.05.10 34 0 14쪽
98 1부 외전. 그의 이야기 (16) 19.05.09 31 0 12쪽
97 1부 외전. 그의 이야기 (15) 19.05.08 47 0 13쪽
96 1부 외전. 그의 이야기 (14) 19.05.07 32 0 14쪽
95 1부 외전. 그의 이야기 (13) 19.05.06 36 0 12쪽
94 1부 외전. 그의 이야기 (12) 19.05.05 43 1 15쪽
93 1부 외전. 그의 이야기 (11) 19.05.04 36 1 16쪽
92 1부 외전 그의 이야기 (10) 19.05.03 47 1 13쪽
91 1부 외전. 그의 이야기 (9) 19.05.02 41 0 19쪽
90 1부 외전. 그의 이야기 (8) 19.05.01 43 0 15쪽
89 1부 외전. 그의 이야기 (7) 19.04.30 50 0 15쪽
88 1부 외전. 그의 이야기 (6) 19.04.29 42 1 14쪽
» 1부 외전. 그의 이야기 (5) 19.04.26 47 0 18쪽
86 1부 외전. 그의 이야기 (4) 19.04.25 43 0 16쪽
85 1부 외전. 그의 이야기 (3) 19.04.24 34 0 15쪽
84 1부 외전. 그의 이야기 (2) 19.04.23 27 0 19쪽
83 1부 외전. 그의 이야기 (1) 19.04.22 3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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