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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이야기

문제유발동화 Parody T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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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6.03.07 21:39
최근연재일 :
2020.05.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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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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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요정과 유리구두: Epilogue. 유리 구두의 주인

DUMMY

Epilogue 4. 유리 구두의 주인


어느 평화로운 나라에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주위로부터 왕자님이라고 불리며 시중 받는 일을 하는 소년이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영광스런 미래가 보장된 소년은 하루 종일 수많은 사람들의 시중을 받고, 아름다운 궁을 거닐면서 부족함 없는 나날을 보냈습니다.

소년은 원한다면 달콤한 과자를 언제든지 먹을 수 있었고, 원한다면 나라 제일의 악사를 불러 연주 시킬 수 있었습니다.

소년에겐 부족한 게 어느 하나 없었습니다.

소년에게 왕성은 모든 것이 아름다운 것으로 채워진 보물창고와도 같았습니다.

소년의 장난감까지도 진귀한 보석과 아름다운 세공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니까요.

소년의 눈에는 모든 것이 황금색으로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이 나라에서 가장 귀하신 존재!’


‘왕국의 현자가 되실 분.’


게다가 모든 사람들이 소년을 사랑하고 받들었습니다.

소년이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축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소년은 도서관에서 어떤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에게 없는 것을 갈구한다. 그것은 온 삶을 바쳐야 얻을 수 있을 수 있다. 혹은 그렇게 모든 것을 바쳐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인 인간이 변하기 위한 에너지를 가져다준다. 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그 갈증이다.’


그것은 소년에게 커다란 충격이었습니다.

그 책을 읽기 전에는 소년의 삶은 그저 행복하고 아름다운 명화 같은 삶이었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면서 박제하고 싶은 그런 부족함 없는 순간이었죠.

소년은 그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소년에게 없는 것은 무엇일까요? 모두가 그를 사랑하고, 부족한 게 없는데 말이죠.

이 삶에 부족함을 느껴 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책을 읽으면서 그는 부족한 게 생겨버렸습니다.

소년에게는 ‘없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 말은 소년에게는 변화할 에너지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소년은 변하고 싶었습니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무언가로 변하고 싶었습니다.

소년은 그 때부터 갈증을 느꼈습니다. 너무나도 허무했습니다.

소년은 생각했습니다.

대체 무엇 때문에 이리도 허무한지, 갈증을 느끼게 하는 건지.

소년은 제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소년을 받들었지만, 소년이 나타나면 제 이야기를 멈추는 시녀들.

자식을 무척 사랑했지만, 소년 앞에서는 찡그리는 표정을 숨기는 왕과 왕비.

소년은 그제야 자신이 알던 세계는 반쪽짜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람은 그저 행복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소년에게는 행복함으로 정제된 세계만이 존재했습니다.


‘다들 나를 속였어! 내가 어리다는 이유로 내게서 ‘없는 것’을 빼앗은 거야.’


하지만 여전히 모든 사람들이 소년을 그저 사랑했습니다.

소년은 이내 그것이 태어날 때부터 받은 능력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소년은 금세 지쳐서 그것이 소년의 완벽한 세상이 되길 바라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소년에게서 ‘불행’을 감춘다면 불행이 없는 세계에서 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오, 이 분이 왕자님이시군요!”


그러다가 만난 것이 유이오페 공작이었습니다.

소년은 늘 그랬듯이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면서 유이오페 공작에게 인사했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아버지의 얼굴에서 미소를 잃어버린 순간이었습니다.

왕자의 앞에서는 절대로 미소를 잃는 법이 없던 사람이었는데, 이상했습니다.


“유이오페 공작, 오랜만이네.”


거기다 유이오페 공작은 소년의 미소에도 금방 관심을 잃고 아버지를 봤습니다.

다들 칭찬 한 마디 잊지 않았는데, 이런 무시는 처음이었습니다.


“하하, 폐하께서 부르셔서 이렇게 달려왔답니다.”


“여기로 저택을 옮겼다고 들었네. 무슨 일인가.”


“무슨 일은 뭔가 있겠나요. 제 레이디께서 사업 확장을 원하셔서 말이죠.”


“아, 그 놀음을 아직도 하고 있군.”


“전 좀 진지해서 말이죠.”


공작의 말에 아버지는 금방 굳은 얼굴로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강할 거라고 생각했던 아버지의 굳은 얼굴에 소년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럼, 인사도 드렸으니, 저는 이만.”


공작은 소년에게 다시 눈길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소년은 놀란 눈으로 공작을 봤습니다.

여태까지 금칠을 했던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아버지와 소년에게 가차 없이 긴장과 굴욕, 공포와 불행을 선사하는 괴물이었습니다.

소년의 마음 속에 꺼져 있던 불꽃이 확 일어났습니다.

그 사람이야 말로 소년에게 ‘없던 것’을 만들어낸 사람이었습니다.


***

소년은 공작에게 자기보다 세 살이 어린 아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소년은 어머니에게 그 아들이랑 친구가 되고 싶다고 졸랐습니다.


“많이 외로운 모양이구나. 마침 유이오페 가에 들릴 예정인데, 같이 가겠느냐?”


어머니의 말씀은 소년의 마음속에 여태까지 없던 불꽃이 튀었습니다.

소년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성 밖을 떠나는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고, 게다가 자기 또래니 더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그 괴물의 아들은 어떤 녀석일지 궁금했습니다.


‘그 괴물에 대해 잘 모르니깐 무서운 거야.’


소년보다 훨씬 작은 아이라면, 아버지처럼 긴장하지 않아도 될지 모릅니다.

친구가 될지도 모르죠. 소년은 그 다음날 어머니를 따라 그 귀족의 저택으로 향했습니다.

엄청난 경제력을 쥐고 있다는 유이오페의 저택은 생각보다 소박한 성이었습니다.

부인은 아름답고 고요한 인상이었습니다.

소년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아들이 나타나길 기다렸습니다.

곧 5살 정도의 소년이 어머니를 부르며 나왔습니다.


“어머, 크라셴이 많이도 컸군요.”


“걱정해 주신 덕분입니다.”


“저 아이가 크라셴 유이오페, 이쪽은···.”


“어머니, 제가 소개하겠습니다.”


왕자라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았던 소년은 어머니의 말을 막고는, 그 작은 소년의 손을 잡고 나가보겠다고 했습니다.

이 아이에게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어떻게 대하는지 보고 싶었습니다.

부인도, 어머니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크라셴이 의아해 하자, 소년은 숨을 겨우 돌리고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은 ‘존’이라고 속여 말했습니다.


“나랑 놀래?”


“네?”


소년은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자기가 먼저 청하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크라셴은 생각에 빠지다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소년은 크라셴을 관찰하면서 하루 종일 놀았습니다.

평범한 소년으로서 누군가와 노는 것은 정말로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괴물에 대한 시찰을 하겠다는 계획은 잊어버릴 정도였습니다.

크라셴은 공작과 달리 괴물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크라셴은 소년에게 겁을 주지 않으면서 ‘없는 것’을 채워줄 것 같았습니다.

소년은 크라셴과 오래 있고 싶어졌습니다.

한 눈에 반해 버린 것이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친구로든 무엇으로든 갖고 싶었습니다.


“크라셴,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용사?”


“용사라. 어째서? 용사는 집에도 있지 못하고 돌아다녀야 하잖아?”


“집에만 있으면 세상을 볼 수 없잖아요? 전 세상의 모든 것을 보고 싶어요!”


세상의 모든 것. 그것은 소년의 마음도 두드렸습니다.

아마 크라셴은 소년이 모르는 불행한 세계도 알게 되겠죠.

소년이 행복한 세계에서 박제되는 동안, 크라셴은 괴물처럼 자라겠죠.

그건 견딜 수 없었습니다.

기껏 처음으로 가지고 싶은 상대가 생겼는데 이렇게 도망치려 하다니.


“그거 말고, 기사가 될 생각은 없니? 왕자를 지키는 기사 말이야.”


“글쎄요. 전 용사 하고 싶은데요. 기사도 성에만 있는 거죠?”


꿋꿋이 자기주장을 펴는 크라셴의 말에 소년은 조바심이 났습니다.

전에 읽었던 어떤 재투성이 소녀도 생각났습니다.

왕자님이 그렇게 좋아하면서 같이 춤을 췄는데도 매정하게 뿌리치고 도망친 소녀 말입니다.

그래도 소년은 행운아였습니다. 소년은 아이의 이름을 알고 있으니까요.

소년은 웃으면서 크라셴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내가 왕자님이라도 싫니?”


“전 용사가 되고 싶어요.”


“내가 싫어서?”


“아니요.”


크라셴은 놀라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소년은 순수하게 놀라는 크라셴의 반응에 즐거워졌습니다.

다행이었습니다. 크라셴은 그 괴물과 달리 소년에게 관심이 있었습니다.


“형이 왕자면, 왕자가 걱정하지 않게, 제가 마왕을 잡으러 다닐 게요. 그럼 형이 왕이 되면 걱정 안하게 되잖아요? 아니면 저랑 같이 여행 다니면 되잖아요?”


“그렇구나. 그럼 같이 여행 다녀도 되니?”


“그럼요. 친구잖아요?”


“그래. 친구구나······.”


소년은 기뻐서 크라셴을 끌어안았습니다. 크라셴은 놀랐지만 잠자코 있었습니다.

소년은 크라셴을 꽉 끌어안고 속삭였습니다.


“그래, 우린 친구야.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 친구다?”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우리, 친구니까······.”


“···응?”


크라셴은 꾸물거리며 제 목에서 뭔가를 풀어 건넸습니다.


“친구란 뜻에서 주는 거예요.”


“난 줄 게 없는데.”


“나중에 주면 되잖아요.”


소년은 목걸이를 받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래, 다음에 오면 줄게.

네가 용사가 되길 포기하고 기사가 된다면, 네게 뭔가를 줄게. 약속할게.

그렇게 소년은 크라셴이 기사단에 들어올 때까지, 소년을 만날 일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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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2-02. 그 손이 놓친 것 (4) 19.06.07 40 0 12쪽
107 2-02. 그 손이 놓친 것 (3) 19.06.04 32 0 9쪽
106 2-02. 그 손이 놓친 것 (2) 19.06.03 35 0 12쪽
105 2-02. 그 손이 놓친 것 (1) 19.06.02 42 0 16쪽
104 2-01. 공주의 사정 (3) 19.06.01 34 0 11쪽
103 2-01. 공주의 사정 (2) 19.05.31 44 0 9쪽
102 2-01. 공주의 사정 (1) 19.05.30 40 0 12쪽
101 2-Prologue. 마왕성의 사정 19.05.29 40 0 11쪽
100 1부 외전. 그의 이야기 (完) +1 19.05.11 48 1 12쪽
99 1부 외전. 그의 이야기 (17) 19.05.10 34 0 14쪽
98 1부 외전. 그의 이야기 (16) 19.05.09 31 0 12쪽
97 1부 외전. 그의 이야기 (15) 19.05.08 47 0 13쪽
96 1부 외전. 그의 이야기 (14) 19.05.07 32 0 14쪽
95 1부 외전. 그의 이야기 (13) 19.05.06 36 0 12쪽
94 1부 외전. 그의 이야기 (12) 19.05.05 42 1 15쪽
93 1부 외전. 그의 이야기 (11) 19.05.04 35 1 16쪽
92 1부 외전 그의 이야기 (10) 19.05.03 47 1 13쪽
91 1부 외전. 그의 이야기 (9) 19.05.02 41 0 19쪽
90 1부 외전. 그의 이야기 (8) 19.05.01 43 0 15쪽
89 1부 외전. 그의 이야기 (7) 19.04.30 50 0 15쪽
88 1부 외전. 그의 이야기 (6) 19.04.29 42 1 14쪽
87 1부 외전. 그의 이야기 (5) 19.04.26 46 0 18쪽
86 1부 외전. 그의 이야기 (4) 19.04.25 43 0 16쪽
85 1부 외전. 그의 이야기 (3) 19.04.24 34 0 15쪽
84 1부 외전. 그의 이야기 (2) 19.04.23 27 0 19쪽
83 1부 외전. 그의 이야기 (1) 19.04.22 35 0 12쪽
» 1-07. 요정과 유리구두: Epilogue. 유리 구두의 주인 19.04.21 36 0 10쪽
81 1-07. 요정과 유리구두 (30) +1 19.04.20 34 0 12쪽
80 1-07. 요정과 유리구두 (29) 19.04.20 33 0 13쪽
79 1-07. 요정과 유리구두 (28) 19.04.19 28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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