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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Jason 님의 서재입니다.

예술천재 탑배우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박천상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3.19 17:17
최근연재일 :
2024.04.15 08:05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46,424
추천수 :
1,856
글자수 :
215,706

작성
24.04.05 20:05
조회
1,445
추천
51
글자
16쪽

돌아가기 시작하는

DUMMY


어느 한적한 골목길.


최해문은 자신의 눈앞에 풍경을 바라보며 묘한 기분이 휩싸였다.


“이쪽 분장 카메라 세팅 좀 한 번 더 봐주세요!”

“이거 소품 뭐에요?”

“그거 이쪽으로 가져와 주시면 돼요!”

“분장팀 분장 끝났어?”

“아직 좀 걸려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이거 수차 어떻게 합니까? 바로 쓸 수 있게 준비할까요?”

“좀만 기다려. 나중에 쓸 거야 나중에.”


사방에서 소리치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스태프들.


누군가는 무거운 카메라를 부여잡고 힘들게 낑낑거리고, 어디 둬야 할지 모르는 소품에 방황하기도 하며, 또 누군가는 배우들의 분장을 매만진다.


그야말로 촬영현장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풍경.


최해문이 바라마지않던 시야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은 본격적인 첫 촬영.


정확히는 드라마 포스터 및 티저 촬영이기 때문이었다.


‘좋네.’


사실상 드라마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한꺼번에 촬영하는 날.


그런 만큼 사람들의 바쁨은 이전의 가벼운 대본리딩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제는 연습이 아니다.


드라마라는 거대한 작품을 만드는 첫 번째 초석을 만드는 과정이다.


저 멀찍이 김태윤과 이소희가 카메라를 앞에 두고 이것저것 자세를 잡는 것만 봐도 그 분위기가 확 느껴졌다.


“두 분 왼발 조금만 더 왼쪽으로!”

“이소희 배우님! 팔짱 너무 세게 하지 말고 살짝 풀어주세요!”

“네! 자세는 좋습니다! 이제 입을 좀 굳게 다물어 주세요.”

“흐음. 잠시만요! 이번에는 김태윤 배우님만 약간 더 찡그리는 표정으로 한 번 더 가볼게요!”

“이게 아닌데. 쓰읍. 샷을 조금 더 위에서 찍는 거로 해볼게요!”

“아예 위에서 찍어요?”

“네! 하늘 보는 느낌으로 한 컷만 찍어 볼게요.”


카메라 감독과 배우가 소리치는 소리가 선명하다.


멀찍이서 그 장면을 바라보는 최해문은 그 과정이 참 신기하기만 했다.


‘이게 진짜 촬영이구나.’


사실 그가 이런 과정이나 현장의 모습을 모르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찾아본 영상이 몇 개고 선배 후배에게 들은 거 얼마인데. 알바 겸 경험을 쌓겠다고 몇 번 촬영 스태프 일을 했을 때도 봤었다.


하지만 100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게 낫다고 하듯, 100번 보는 것보다 1번 하는 것 역시 전혀 느낌이 달랐다.


자기가 직접 출연하는 작품의 포스터 촬영.


그저 찍는구나 하고 구경하는 것과는 머릿속에 돌아가는 그림이 전혀 달랐다.


단순히 생생함만은 아니었다. 내 거라는 생각에서 나온 묘한 오지랖이 발동되었다.


‘약간 표정이 아쉬운데. 자세도 그렇고.’


그가 완벽하게 이해한 대본 속의 ‘강현철’을 지금의 모습은 뭔가 어색했다.


분명 ‘강현철’은 작중에서 원래 힘만 세고 본능으로 범인을 잡는 형사이긴 했지만 1화 중반 사고로 뛰어난 추리 능력을 얻는다.


아주 작은 단서에서 연결된 모든 것을 추리하는 능력.


그런 사람이 포스터에 서 있다면 좀 더 이지(理智)적인 눈을 해야 했다.


그런데 카메라 감독은 계속해서 더 진한 인상을 원하는지 표정이 굳어지는 방향으로 지시를 내렸다.


‘좀 더 이런 느낌? 이런 식으로 표정을 좀 풀고 눈빛 연기만 하는 게 좋을 텐데.’


흐음 하는 소리와 함께 최해문이 자신의 얼굴을 몇 번이나 매만졌을까.


그는 이내 머릿속에 떠오른 ‘강현철’의 표정을 즉석에서 따라 할 수 있었고, 이게 김태윤도 얼마든지 가능한 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번 같은 연기력이면 이걸 못할 리가 없다. 그런데도 저러는 걸 보면 김태윤도 카메라 감독의 말을 따르는 것이리라.


‘아쉽네.’


물론 최해문은 아무리 정답 같아 보이는 생각을 했다고 해도 굳이 그걸 입 밖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내가 보는 것과 카메라가 보는 건 다르니까.’


전문가는 괜히 전문가가 아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달리 카메라에서는 훨씬 인상이 흐리게 나오는 것일지 모르지 않나.


아무것도 모른 채 불쑥 끼어들었다가 틀린 소리를 해서 괜한 욕을 먹고 싶지는 않았다. 설령 판단이 맞았다 해도 카메라 감독이 좋아할 것 같지도 않고.


‘제작진 관련된 인맥도 중요하니까.’


어차피 이 바닥은 좁다.


언젠가 자신을 찍어 줄지도 모르는 카메라 감독의 심기를 이 자리에서 건드려서 좋을 게 없었다.


그럴 시간에 조금 더 지금의 이 촬영장을 즐기고 싶었기에 최해문은 표정을 풀고 촬영장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다들 바쁠 때 어떻게 최해문만 이렇게 돌아다닐 수 있냐고 묻는다면 그야 간단했다.


호현진 피디가 최해문을 포스터에서는 완전히 제외하고 가기로 했으니까.


‘최 배우는 숨기고 갈 거야.’


아무래도 3, 4화 메인의 빌런을 지금 직접 포스터에 출연시키기는 힘든 것이 분명하니 충분히 납득이 가는 결정이었다.


하지만 호현진 피디가 그런 선택을 한 본질적인 이유는 바로 당사자인 최해문에게 있었다.


“어디 보자. 얼마나 올랐으려나.”


최해문은 사람이 거의 없는 촬영장의 구석으로 가서 조용히 휴대폰으로 미튜브를 켰다.


KBC라고 검색하자 뜨는 최근 자 영상.


2일 전에 따끈따끈하게 올라온 최해문의 노래 영상이었다.


“···다시 봐도 부끄럽네.”


섬네일에 당당하게 박혀 있는 노래의 제목하며, 영상 미리 보기를 하면 보이는 몸만 나온 자신의 모습.


어느 것 하나 익숙한 것이 없는 모습이었지만, 최해문은 왜 이 영상이 이렇게 만들어졌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이런 제안을 꺼낸 것이 최해문 본인이었으니까.


선공개 OST 대한 이야기가 나온 시점.


무언가 아이디어가 떠오른 최해문은 호현진 피디에게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얼굴을 가리자고?’

‘네. 어차피 전 아무도 모릅니다. 무명배우죠.’

‘그래서?’

‘무명배우가 얼굴 보이고 노래를 부른다면 어차피 사람들은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니 노래에만 관심을 줄 겁니다.’

‘흠. 그렇지? 어차피 얼굴을 봐도 모르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얼굴까지 가리고 있다면? 자연스럽게 사람까지 궁금해지지 않을까요? 자기들이 거기에 온갖 가수를 집어넣으면서 상상하지 않을까요?’

‘호오. 과연.’


그 이야기를 들은 호현진 피디는 맞는 말이라고 최해문을 치켜세웠다.


영상물은 결국 관심도 싸움이다.


한 명이라도 이쪽을 궁금해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면 그 수단을 안 쓸 이유가 없다.


최해문 역시 그런 이치를 알았기에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해서 내놓을 수 있는 대답이었고.


“그렇다고 포스터에서 빼시다니.”


일단 숨긴다는 선택지를 확실하게 인지한 호현진 피디는 반전을 위해서 포스터에서까지 최해문을 빼기로 했다.


나중에 범인이 나왔을 때, 그리고 노래의 주인이 누구인지 밝혀졌을 때의 충격을 극대화하기 위해.


“첫 작품 포스터인데. 좀 아깝네.”


기왕 주·조연 된 김에 집에 멋있게 하나 걸어두면 좋으련만.


그래도 기대감을 위해서 티저 영상 메인으로는 해준다고 했으니(물론 이것도 얼굴은 다 가리겠지만) 그걸로 마음을 달래본 최해문은 다시 눈이 자연스럽게 영상으로 옮겼다.


그리고 그제야 생각에 잠겨 보이지 않던 어떤 숫자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어 뭐야. 벌써 29만이야?”


최해문은 휴대폰 속 미튜브 화면이 보여주는 숫자를 보고는 저도 모르게 눈을 비볐다.


“아니 언제 이렇게 올랐대?”


이제 2일째 아니었나?


“피디님이나 다들 노래가 좋다고 하긴 했는데. 이렇게 빠르나. 아니면 이게 KBC의 힘?”


역시 지상파는 뭔가 달라도 다르구나라고 생각한 최해문은 덕분에 작품이 흥할 생각에 기분 좋게 휴대폰을 끄려 했다.


그리고 그 순간 29만이었던 숫자가 30만으로 바뀌고.


영상을 바라보던 최해문의 눈에 어떤 방해물이 갑자기 나타났다.


[당신의 노래가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분야를 해금할 첫 번째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를 뻔한 최해문은 급하게 입을 닫았다.


‘대본도 안 읽었는데 왜-’


갑작스러운 등장에 의문을 가지려는 찰나, 최해문의 눈에 내용이 들어왔다.


“갑자기 해금? 뭔데?”


그동안 뜨던 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 심지어 해금이라니.


거기에 그게 끝이 아니었다.


잠시 뒤 눈앞에 뜬 홀로그램이 변하며 다른 메시지를 띄웠다.


[다음 분야 해금 조건]

[1) 메인 분야의 인지도 상승/ 0단계 클리어]

[2) 해금된 분야 중 택 1의 인지도 상승/1단계 클리어]


명확하게 붉게 빛나고 있는 1단계 클리어라는 글자를 보면 아까 본 그 문장과 자연스럽게 연결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해금된 분야니까 음악. 그게 조회수 덕에 인지도가 1단계만큼 올랐다는 건가.”


하긴 30만이라는 숫자 정도면 음악을 전혀 안 해본 최해문에게는 굉장한 인지도 상승이긴 했다.


“뭔가 음악이나 연기 쪽에 해금 관련된 게 있을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풀리다니.”


혹시나 뭔가 다른 것을 눌러야 하나 싶어서 이것저것 했을 때는 별 반응이 없더라니, 이런 식으로 해금이 하나 풀린 뒤 조건을 말해줄지는 몰랐다.


왜일까.


잠깐 고민해본 최해문은 얼마 있지 않아 나름의 그럴듯한 답을 생각해냈다.


“뭔가 내가 이걸 써먹어야 다음 기회를 줄 생각이었던 거라고 봐야겠지.”


만약에 이 능력을 얻었을 때 이걸 그저 즐기는 용도로만 썼다면 아예 이 메시지 자체를 볼 일이 없었을 것이다.


물론 최해문은 능력을 얻자마자 오디션을 봤으니 그럴 일이 없었지만.


“흠, 스스로 첫 발자국을 뗀 사람에게만 다음 길을 보여주겠다는 건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지금의 이 상황도 충분히 납득이 갔다.


“일단 좀 기록을 해둘까.”


최해문은 얼른 휴대폰을 다시 켜서 예전에 작성해둔 문서를 꺼냈다.


‘어떻게 다음 분야를 여는지 계속 확인하기.’


그리곤 그 아래에 이렇게 적었다.


‘노래 영상으로 미튜브 30만 달성하자 첫 번째 해금’


이제 남은 두 번째 조건은 메인 분야의 인지도 상승.


“이건 무조건 연기야. 드라마나 영화 이쪽 이야기겠지.”


그리고 남은 음악에도 그냥 클리어가 아니라 1단계 클리어라고 적혀있었다. 2단계가 있다는 소리.


다행히도 그 두 가지 모두 최해문이 지금 가장 열심히 하는 것들이었으니 달성 자체를 위해 방향타를 수정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그냥 지금 하는 것을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게 바로 기묘한 능력이 요구하는 조건이자 동시에 최해문이 하고자 하는 일이었다.


“그나저나 다음 분야는 대체 뭘까.”


단순히 음악 하나 가지고는 다음을 예측하기는 힘들었지만 확실한 것은 하나 있었다.


지금까지 이 능력이 보여 준 전환의 힘을 생각한다면, 어떤 분야가 나와도 범상찮은 것은 아니리라는 것.


“잘 상상이 안 가네. 연기하는데 도움이 되는 거면 좋을 것 같은데. 액션씬 잘하게 무용 같은 거 없나.”


그리고 마침 때에 맞춰서 저 멀리 스태프의 목소리가 들렸다.


“티저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최해문 배우님, 김태윤 배우님 와주세요! ”


멀리서 들리는 제작진의 목소리.


“벌써 포스터 촬영이 끝났나.”


그 소리에 최해문은 구석에서 발걸음을 떼고 촬영장 중심으로 향했다.


**


드라마 티저 촬영을 위해 모여있는 배우들 속.


“오빠. 오빠.”


포스터 촬영이 마친 뒤에 몸을 추스르던 이소희가 팔꿈치로 툭툭 김태윤을 쳤다.


그 부름에 휴대폰에서 고개를 땐 김태윤은 이소희의 눈빛을 따라가다 촬영장 구석에 이르렀다.


조명조차 제대로 들지 않는 어두운 공간.


최해문이 그것에 서서 혼자 무언가를 중얼중얼하고 있었다.


때로는 손을 들었다 올렸다 하다가 이내 다시 무언가를 이야기하더니 급기야 희미하게 웃는 소리까지 들렸다.


아무런 연이 없는 사람이 보자면 그냥 정신병 걸린 사람 같은 모습이었지만···.


“저거 감정 잡는 중인 거겠지?”


이소희가 보기에 그 모습은 조금 다르게 보였다.


중얼거리는 대사를 외우는 거고 움직이는 손은 자세를 연습하는 듯, 웃음은 지독한 감정연기로 인한 부작용처럼 보였다.


마치 위대한 연기의 거장.


그러니까 쉽게 말해 콩깍지가 씐 반응이었다.


그리고 그 콩깍지는 한 명에게만 쓰인 게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더 심하면 심했지.


“아까 했던 걸 생각하면 확실히 지금 감정을 다시 잡아야 하겠지.”

“아까 했던 거? 그건 무슨 소리야?”

“너 못 봤냐? 최해문씨가 우리 촬영하는데 뒤에 서서 나 가리킨 거.”

“난 내 자세 잡느라 못 봤는데.”

“되게 못마땅한 자세로 쳐다보더니 표정을 싹 바꾸더라고. 근데 그게 ‘윤현우’의 표정이 아니었어.”


그 말에 이소희가 당황스러운 얼굴로 돌아봤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윤현우’의 표정이 아니라 ‘강현철’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고. 내가 보기에는 말이야.”

“···지금 다른 최해문씨가 오빠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거야? 왜?”


이소희는 옆에 있는 김태윤을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촬영장에서 자기 배역도 아닌 배역을 연기할 게 뭐가 있던 말인가.


“글쎄. 나도 모르지. 그런 미친 노래를 그냥 연기였다고 치는 사람 마음을 내가 어떻게 알겠냐.”


비꼬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드는 김태윤.


“일단 티저 촬영을 위해서 상대 배역을 분석하기 위한 건 맞는 것 같은데.”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실제로 상대 배역의 연기를 분석하는 경우는 왕왕 있으니까.


그래도 상대 앞에서 그걸 직접 보여 주는 것은 무슨 저의인 걸까.


김태윤은 나름대로 내놓은 답을 조심스럽게 꺼내놓았다.


“아마 포스터 촬영이 길어진 게 짜증이 났던 게 아닐까.”

“아, 하긴.”


오늘따라 유독 그림이 안 나온다고 몇 번이고 다시 찍었으니 마냥 기다리기만 하는 사람에게는 힘들 수 있는 일이었다.


거기에 김태윤과 이소희가 생각하는 최해문은, 오직 제대로 된 연기 하나를 위해 십여 년을 무명으로 지내며 살아왔던 사람.


자신이 참여하지도 않는 포스터 촬영으로 연기가 미뤄진다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은 자명해 보였다.


한창 오해를 하는 두 사람에게는.


“그래서 아마 나한테 힌트를 줄 겸 표정을 지어 보인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 중이긴 한데.”


사실 촬영 중 김태윤은 철저하게 카메라 감독의 의견에 따르는 편이었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였고.


그런 상황에서 최해문이 보여 준 표정은 김태윤으로 하여금 원래의 캐릭터를 떠올리게 했다. 최해문이 했던 이야기와 함께.


‘그래. 이것도 연기의 연장이지.’


그 덕에 정신을 차려서 바로 표정을 바뀌자 감독이 오케이를 날렸다.


“그게 그거 때문이었구나.”


어쩐지 한동안 멈춰졌던 촬영이 한꺼번에 풀린다 했더니.


이소희는 이제야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온갖 오해로 점철된 결론이었지만.


그리고 보통 모든 오해가 그렇듯, 오해는 점점 퍼져나가기 마련이었다.


“근데 오빠는 아까부터 계속 뭐 하고 있었어?”

“응? 아 별거 아니야. 그냥 문자 좀 하고 있었어.”

“누구한테?”


이소희는 촬영 전부터 계속해서 휴대폰을 켰다 컸다 하는 김태윤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오빠 연애면 조심해줘. 걸려서 작품 엎어지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내가 미쳤냐. 연애는 무슨. 저번에 말한 분이 온다고 해서 어디쯤 오셨나 계속 물어보는 중이었어.”

“응? 저번에 말한 분?”

“송영준 감독님.”


이소희는 확실히 저번 대본리딩 날 때 김태윤에게 그 이름을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대한민국에 20명이 채 되지 않는 상업적 성과를 이룬 천만 감독. 동시에 다음 작품을 말아먹고 지금은 잠시 잊힌 감독.


송영준 감독의 이름에 당황한 이소희가 어버버 거리는 동안 작게 알람음이 김태윤의 휴대폰에서 울렸다.


“어. 도착하셨다는데.”


그리곤 그는 얼른 발을 움직여 주차장으로 향했다.


과연 김태윤이 가는 방향 저 멀리서 이소희에게도 익숙한 인영이 보였다.


깡마른 몸. 더벅머리. 홀쭉하게 들어간 볼.


히스테리가 형상화한 것 같은 남자, 송영준은 과연 그 모습이 거짓이 아니라는 듯 김태윤을 보자마자 나지막이 말했다.


“태윤아.”

“네. 감독님.”

“네가 말한 대로 왔다. 자 이제 보여줘.”


흉흉한 눈빛을 빛내면서.


“1년 넘게 못 찾은 다음 시나리오 주인공. 정말 여기 있는 거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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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버지의 이름으로 +3 24.03.19 2,922 9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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