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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Jason 님의 서재입니다.

예술천재 탑배우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박천상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3.19 17:17
최근연재일 :
2024.04.15 08:05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46,422
추천수 :
1,856
글자수 :
215,706

작성
24.03.22 20:05
조회
1,846
추천
75
글자
18쪽

퍼스트 테이크 (2)

DUMMY


비트블리스(BeatBliss)는 이제 데뷔한 지 2년 차가 되는 무명 걸그룹이었다.


멤버는 4명. 회사는 이름 없는 중소 엔터.


지금까지 내놓은 앨범 3개도 하나같이 망했다.


그나마 괜찮은 점을 생각하자면 멤버의 비주얼만은 나쁘지 않다는 것 정도.


그마저도 어디 불러주는 곳이 없으니 별로 써먹을 방도가 없는 장점이었다.


이래저래 거의 모든 면에서 암울한 팀이었다.


“하아. 연습 너무 싫다.”


이러니 연습이 즐거울 리가 없었다.


하루에 2시간씩 투자해도 정작 부르는 건 흔해 빠진 망한 노래. 거기에 행사조차 마뜩이 갈 수가 없는 상황이니.


팀 막내인 하은의 투덜거림에 다들 별말 하지 않은 것 역시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너무 그렇게 생각 마. 지금 해둬야 나중에 좋은 잘됐을 때 더 잘되는 거야.”

“치. 그건 맞긴 하지만···.”


그나마 리더인 지원 정도만이 그 말에 간접적인 태클을 거는 것 정도가 다였다.


“근데 지원 언니. 근데 왜 매니저 오빠 안 올라와?”

“그러게. 항상 미리 와 있었잖아.”

“잠시만. 지금 연락해볼게.”


리더인 지원이 연락 전용 휴대폰을 꺼내 허윤승에게 톡을 보냈다.


[오빠. 저희 끝났으니까 준비해주세요.]


하지만 어째서일까.


1분, 2분. 기다렸지만 매니저가 연락을 보지 않았다.


그동안 이런 적이 없었다.


애초에 항상 연습 끝날 무렵 미리 올라와 있는 사람이었다. 그게 아니라도 최소한 연락이라도 재깍 받는 사람이었는데.


지원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동생들을 바라보았다.


“우리끼리 일단 내려가 보자.”


혹시 무슨 일이 생겼나?


하지만 매니저가 걸그룹 챙기는 것보다 중요한 게 뭐가 있지?


온갖 생각을 하면서 4명의 여자아이가 쫄래쫄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자 보이는 밴.


일단 차가 있는 걸 확인한 리더 지원이 선팅된 창문을 통해 차 안을 슬쩍 살펴보았다.


“···안에 계시는데?”


매니저인 허윤승은 운전석에 앉아서 무언가를 바라고 있었다.


“혹시 자나?”


리더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그 말에 멤버 중 한 명인 예린이 벌컥 문을 열었다.

“오빠. 뭐해요!”


팀 내 메인 보컬답게 우렁찬 목소리가 지하 주차장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이런 소음에도 정작 허윤승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이어폰을 낀 채 맹렬하게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오빠, 오빠! 뭐야. 왜 저래.”


결국, 참다못한 예린이 아예 안으로 들어가 허윤승의 어깨를 쳤다.


툭툭.


그제야 그들의 매니저가 멍한 눈으로 뒤를 돌아보고는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어, 어어? 뭐야. 너희 연락도 안 하고 언제 내려왔어.”

“언제 왔긴요. 아무리 연락해도 안 받으셨잖아요.”

“진짜?”


그 말에 허윤승은 개인용 휴대폰을 끄고 옆에 던져둔 업무용 휴대폰을 열어보더니 다시금 놀랐다.


“12통? 어이구 미안하다. 내가 정신이 없었네.”


부재중으로 찍혀있는 전화와 가득 쌓인 톡을 보면서 허윤승이 멋쩍은 듯 머리를 긁었다.


그 모습에 여전히 꿍해 있던 예린이 하이톤의 말로 되물었다.


“대체 뭘 그렇게 집중해서 보고 계셨어요?”

“어, 뭘 보고 있던 건 아니었어.”

“그럼요?”


그 순간 허윤승의 눈이 묘하게 변했다.


평소에는 약간 허허하면서 웃는 스타일인 사람의 눈이 무언가로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일단 다들 밴 안으로 들어와 봐.”

“네? 왜요?”

“아 일단 들어와 봐.”


뭐 하고 있었냐고 물었는데 안으로 들어오라니.


하지만 매니저의 눈빛이 너무 강렬한 탓에 일단 4명 모두 밴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그러자 허윤승이 마치 아주 소중한 보물을 다루듯이 개인용 휴대폰을 뒤로 넘겼다. 그리곤 비밀을 속삭일 때처럼 말했다.


“일단 들어봐. 소리 너무 높이지 말고 집중해서.”


아무런 제목도 표시되지 않은 음악 플레이 앱의 화면.


멤버 3명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당황한 사이 그나마 나이가 있는 리더가 그걸 받아서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이내 밴 밖으로는 절대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소리로 노래가 흘러나왔다.


노래의 녹음 상태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후처리 역시 하나도 안 된 말 그대로 쌩라이브 녹음.


심지어 가사도 없었다.


오직 기타와 흥얼거림으로 이루어진 노래가 3분 동안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3분이 지난 뒤.


처음에는 멀찍이서 노래를 듣고 있던 4명의 머리는 휴대폰을 가운데 두고 서로의 정수리가 완전히 합체된 상태가 되었다.


“너희가 듣기에는 어때?”

“···뭐, 뭐에요 오빠. 이 노래.”

“미쳤지? 너희가 들어도?”

“아니 미친 수준이 아니잖아요. 뭔데요 이 멜로디.”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역시나 메인 보컬인 예린이었다.


특유의 하이톤 목소리로 떠는 호들갑이 밴 안을 가득 채웠다.


“나머지가 듣기에는 어때.”

“너무 좋아요.”

“물어볼 필요가 없을 정도인데요. 이 정도면.”


멜로디만으로 이렇게 좋은 노래는 오랜만이었다. 그냥 듣기만 해도 귀에 착착 감기는 게 평범한 노래가 아니었다.


막내인 하은과 둘째인 민서 역시 안 그대로 큰 눈을 왕방울만 하게 뜨고는 되물었다.


오직 리더만이 그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깊은 고민에 빠진 채였다.


“혹시 너넨 이 노래 어디서 들어본 적 있는 거 같아?”

“아니요. 진짜 처음 들어요.”

“그치? 나도 그래. 처음 들어.”


허윤승은 무언가 확신이 들었다는 듯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에 아까까지 조용하던 리더 지원이 조심스럽게 매니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오빠 혹시 이 노래 듣는다고 저희 연락 못 받으신 거예요?”

“음 조금 다르긴 한데. 그 이유도 있긴 했어.”

“그럼 혹시 이거, 우리 신곡이에요?”


신곡.


그 말에 한창 노래가 주는 충격에 잠겨 있던 나머지 3명의 눈이 아까보다 더 커졌다.


설마. 이 좋은 노래가?


“지, 진짜요?! 이거 우리 거에요?”

“그럼 춤은? 아니 그보다 이거 누가 만든 거예요?”

“설마 이번에 그 르미에르 신곡 만든 그 작곡가분이에요?”


음원 사이트를 줄세우기 하는 4세대 대표 걸그룹 이름까지 언급할 정도로 흥분한 멤버들의 모습.


그럴 만도 했다.


듣는 순간 이토록 귀에 감기는 음악은 처음이었으니까.


만약 이대로 내기만 하면 적어도 음원이 구려서 망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아니 신곡은 아닌데···.”

“아.”

“아.”

“아.”


동시에 실망하는 소리가 삼중주로 퍼졌지만 허윤승은 차분하게 손을 뒤로 뻗었다.


휴대폰을 달라는 의미에 리더인 지원이 마치 그 의도를 알겠다는 듯 얼른 넘겼다.


“아까 왜 늦었냐고 물었지?”


휴대폰을 손에 쥔 허윤승은 이미 톡을 수백 개 넘게 보낸 친구의 대화창을 다시 열었다.


100개가 뭔가. 대답하기 전까지 1000개도 넘게 보낼 자신이 있었다.


“신곡으로 쓰려면 이거 만든 사람 찾아야 할 거 아니야.”


오늘 허윤승은 친구가 이 노래 작곡가 이름을 뱉기 전까지는 놔줄 생각이 없었다.


**


“아니 하필 그 타이밍에 배터리가 다 되냐.”


집으로 향하는 언덕길.


최해문은 이미 한참 전에 꺼진 휴대폰을 보며 혀를 찼다.


녹음실에 앉아 있는 동안 충전을 하지 않은 것이 천추의 한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좋은 방에 앉아서 한번은 대본을 보고 감탄하고, 또 한번은 들리는 노래에 감탄하고. 그러다가 또 연주할 수 있을 것 같은 음악이 나오면 연주하고.


평생 겪어본 적 없는 즐거운 일을 즐기다 보니 그런 것 따위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래도 이렇게 빨리 0%가 될 줄이야.”


덕분에 최해문은 친구에게 물어본 의견도 아직 듣지 못한 상태였다.


그렇다고 뭔가 엄청 급한 일은 아니라서 돈을 써서 배터리를 충전하기는 아쉬웠다. 어차피 그냥 ‘어 음악 좋네’ 정도의 이야기만 듣고 싶은 거니까.


그게 최해문이 이렇게 털래털래 집으로 향하게 된 이유였다.


“그래도 확실하게 확인한 건 몇 개 있었으니까.”


적어도 3시간을 그러고 있으면서 이 새로운 힘에 대해서 몇 가지 추가적인 사항을 파악했다.


첫째로는 능력에 횟수에는 제한이 없거나, 있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충분한 것 같았다.


쪽대본까지 포함해서 대본 10개를 만져봤지만, 그때마다 빠짐없이 작동했다.


아무리 대단한 배우더라도 하루에 대본 10개를 분석해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테니 실상 사용에 제약은 없다고 봐야 했다.


두 번째는 이 이해가 온전히 능력의 힘이 아니라는 것.


처음에는 순전히 능력이 직접 이해를 시켜준다고 생각했지만, 7번째 대본을 보는 순간 찾아온 탈력감이 그 이론을 부정했다.


‘확실히 쓸 때마다 체력이 줄어드는 게 느껴졌어.’


예전에 몸을 만든답시고 2시간 내내 운동했을 때가 이런 느낌이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탈진.


애초에 사용자의 능력을 측정한다고 했다.


이런 면에서 생각하자면 능력은 사용자의 능력치를 단시간에 100% 발휘하게 해주는 쪽에 가까워 보였다.


대강 지금 체력으로는 하루에 대본 10개 정도가 한계이지 싶었다.


‘뭐 그거야 체력을 늘리면 되겠지.’


안 그래도 요즘 몸이 허한 게 운동도 해야 했는데 잘된 일이었다.


“···아니다. 이게 의미가 있나.”


한창 들떠서 생각하던 최해문은 문득 가슴속 깊은 곳에 계속 숨어있던 어떤 감정을 눈치챘다.


당장 어제까지만 해도 포기할 생각인 연기였다.


분명 정체 모를 힘도 생겼고 이번 오디션이 썩 만족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걸로 뭐가 바뀌나.


12년이나 계속해 온 꿈이다.


이런 비현실적인 힘까지는 아니지만, 평소보다 유독 컨디션이 좋아서 비슷한 느낌으로 오디션을 치렀던 적이 없던 것이 아니었다.


훈훈한 오디션장의 풍경, 기가 막힌 연기, 찰떡같은 배역.


하지만 그럴 때마다 결과는 항상 실패였다.


아예 연락이 안 온 오디션도 있었고 다 붙은 것처럼 이야기하고는 대뜸 너보다 더 나은 놈이 있어서 그쪽으로 간다는 소식도 들어봤다.


“후. 그래. 너무 들뜨지 말자.”


아무리 놀라운 힘이라 해도 12년이나 쌓인 패배감을 한 방에 날리기에는 그 두께가 너무 두꺼웠다.


삐빅.


한창 이것저것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그의 몸이 집에 도착해 있었다.


“에휴. 일단 충전부터 하자.”


방에 들어온 최해문은 얼른 휴대폰을 고속 충전기에 꽂아 놓고는 마른 목을 물로 축였다.


그래. 연기는 그렇다 쳐도 일단 물어본 것에 대해서는 들어야 하지 않나.


꺼지기 직전에 친구인 허윤승에게 온 톡을 발견했으니 지금쯤 평가가 도착했을 것이다.


오래된 휴대폰이 켜지자 최해문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300+를 가리키는 톡과 예상 밖으로 가득 온 전화였다.


“아니 뭔 전화까지 줬어. 그냥 톡으로 보내주면 되지.”


그래도 기왕 전화로 준 김에 통화로 할까.


그렇게 생각하면 최해문은 부재중 전화를 눌렀다.


과연 예상대로 온 전화의 대부분은 친구가 보낸 것이었다.


다만 그중 가장 최근에 온 3통의 전화는 처음 보는 곳에서 온 번호였다. 그것도 마치 급한 일이 있다는 듯 연달아서 온 전화였다.


“응? 이건 누구지?”


이 나이 먹도록 연기에만 매진해온 최해문은 딱히 전화가 올 만한 사람이 없었다.


있다고 해봤자 아직도 연락하는 소수의 친구 정도?


나머지는 거의 스팸이었다.


“근데 스팸이 3통이나 주나···.”


보통 1번 하고 안 받으면 다음날쯤 하는 게 스팸의 기본적인 특징이지 않나.


연달아서 3통이나 주는 것을 보면 뭔가 그런 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일단 걸어볼까.”


뭔가 있다고 한다면 물어보면 그만이지. 최해문은 별생각 없이 모르는 전화를 걸었다.


천천히 가는 통화음이 한번 울리고. 직후에 바로 통화를 받는소리가 들렸다.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받은 상대방.


[여보세요. 혹시 최해문씨 휴대폰 맞습니까?]


거기에 바로 상대편에서 말을 걸어왔다.


안 그래도 많이 지친 상황에서 예상 밖의 타이밍에 당황한 최해문은 한 3초 정도 말이 없었다.


[여보세요? 최해문씨 아니십니까?]

“네. 맞습니다. 누구십니까?”

[전 KBC 호현진 PD라고 합니다.]


KBC? PD? 느닷없이 들린 단어에 다시 한번 정적.


지쳐서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 최해문에게 그 말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오늘 오디션 보신 [탐정 형사 강현철]의 피디입니다.]


당연히 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왜 직접 연락을 주는가.


당황한 최해문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


다만 평소의 당황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그에게 긴장감이 사라지는 능력이 있었다는 점이었다.


능력으로 인해서 평소보다도 훨씬 태평한 목소리가 통화 너머로 전해졌다.


“무슨 일로 전화 주셨죠?”

[이번 1차 오디션 합격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직접 연락드렸습니다.]


합격.


그의 심장이 뛰었다. 당장이라고 터질 것처럼 빠른 속도로.


하지만 여전히 그의 입은 긴장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채였다.


“네. 알겠습니다.”

[···그다지 놀라지 않으시네요.]


이 사람 지금 뭐라는 거야.


속으로는 한껏 놀란 최해문은 솔직하게 자신의 심정을 표현했다. 어디까지나 침착하게.


“아니요. 충분히 놀라고 있습니다. 피디님이 직접 연락을 주셨으니까요.”

[···그렇습니까. 흐음. 알겠습니다. 그럼 길게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원래는 차수 구분 없이 바로 뽑기로 한 오디션입니다만, 아무래도 후보군이 좁혀지지 않아 추가로 2차 오디션을 보기로 했습니다.]


2차 오디션. 그 말인즉슨 최해문이 최소한 그 후보군 안에 들어갔다는 뜻이었다.


대체 몇 명이지? 혹시 10명? 아니면 5명? 그 정도로 좁혀진 상황에서 오디션을 본 적 없는 최해문은 걱정과 기대가 동시에 들었다.


일단 거기까지 인정받았다는 기대와 그 정도로 좁아졌다면 보통이 아닌 사람들로 가득할 텐데 하는 걱정이.


“그럼 총 몇 명이나 마지막에 남았습니까.”

[2명입니다. 최해문씨까지 포함해서.]

“2명이라. 좀 예상 밖이네요.”


2명. 미친. 10명이라고 해도 환호했을 텐데.


그럼 자기가 최소 2등이라는 거 아닌가.


이제는 머리가 버틸 수가 없었다. 최해문은 그저 나오는 대로 입을 놀렸다.


“그럼 2차 과제는 어떻게 됩니까.”

[대본을 드릴 겁니다. 그리고 2치 오디션은 저희 일정상 2일 뒤에 바로 진행해야 합니다. 가능하실까요.]


원래라면 상당히 짧은 시간이었다.


대본을 받으면 장면뿐만 아니라 작품 전체를 파악해야 한다.


주인공부터 오디션 배역이 상대할 역까지 전부.


그런 면에서 2일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시간이었지만···.


당장 1시간 전까지 5분마다 대본 하나를 갈아치운 최해문에게는 순간 너무나 넉넉한 시간으로 느껴졌다.


“2일. 충분하네요.”


그러니 평소라면 상상도 못 할 생각이 그대로 최해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알겠습니다. 그럼 장소나 시간 같은 자세한 사항은 문자로 넣어드리겠습니다. 오디션 때 보죠.]


그 말을 끝으로 통화가 종료되었다.


순식간에 폭풍이 지나간 방.


최해문은 입을 헤벌리고 가만히 대본이 쌓인 자신의 방을 둘러보았다.


“···진짜로 됐다.”


어제까지만 해도 포기했던 그의 꿈이.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


한편.


터질 듯한 심장의 고동과 함께 고양감에 잠겨 있는 최해문과는 달리, 전화를 건 반대편의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어때요 피디님.”

“응? 뭐가.”

“오디션 본데요?”

“당연하지. 안 본다고 하겠어.”

“그런데 왜 그러세요. 뭐 문제라도 있다는 듯이.”


호현진 피디는 전화가 꺼진 휴대폰을 보며 손가락으로 탁탁 책상을 쳤다.


“문제는 아니고. 그냥 태도가 좀 신기하네.”

“신기요?”

“어. 말하는 폼이 한 10년 넘게 현역으로 구른 배우 같았는데.”

“에이. 설마요. 그냥 당황해서 그런 거겠죠.”


하지만 호 피디는 여전히 의문이 있다는 듯 심각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야. 느낌이 달라.”

“엑스트라도 제대로 해본 적 없는 무명배우가요? 눈 뒤집혀서 제발 좀 하게 해주세요 하고 비는 게 아니라요?”


지상파 조연이라는 천금 같은 기회인데 누가 안 그럴까.


심지어 피디가 직접 연락까지 했는데 말이다.


“그치. 그게 맞는데. 이 친구는 좀 다른 것 같단 말이야.”

“그 정도였어요?”

“내가 배우 한두 명 보냐. 자신이 될 거라고 확신하는 듯이 긴장감 없는 목소리였다고.”


아니었다.


그냥 평소 비즈니스적으로 쓰던 말투와 능력으로 줄어든 긴장 때문이었다.


“특히 2명이라고 알려줬을 때 태도가 마치···.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더 있는 걸 믿지 못하는 것처럼 들렸거든.”

“설마 본인이 당연히 오디션에 돼야 하는데 2차를 보는 게 짜증 난다, 뭐 이런 태도였다는 건가요?”

“굳이 표현하자면.”


이 또한 아니었다.


최소 2등이라는 사실에 환호하려는 게 억지로 능력에 막혔을 뿐이었다.


“그리고 제일 마지막 2일로 충분하다는 말. 그거 무슨 자신감이지?”

“2일로 충분하다고요? 아무리 그래도 대본을 받는데 2일로요?”


가장 말도 안 되는 일에 조연출의 미간이 좁아졌다.


사실상 대본 받으면 하루 연습하고 끝인데 그게 가능하다고?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기에 갑질 비슷하게 제시한 거였는데 이걸 그냥 덥석 가능하다고 한다라.


“그건, 자신감이 아니라 그냥 포기한 거 아니에요?”

“너 연기 봤잖아. 그 연기를 한 사람이?”

“그건···.”

“포기면 다른 제작진 말처럼 그냥 1차 때 인생 연기 터진 거고. 그게 아니라면 단단히 미친놈인 건데.”


당장 오늘 있었던 연기를 떠올린 호 피디가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흐음. 재밌겠네. 2일 뒤면 알게 되겠지. 미친놈인지 포기한 놈인지는 직접 보고 판단하자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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