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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우리 님의 서재입니다.

그 녀석의 던전모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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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안그림
작품등록일 :
2020.05.15 18:28
최근연재일 :
2020.06.20 18:00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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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6
추천수 :
126
글자수 :
20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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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5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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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 벨른 숲의 이방인(3)

DUMMY

키리리릭


안개 속에서 형체만 보이던 거미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하수구의 바퀴벌레처럼 수십 마리가 우글우글 안개 속에서 쏟아져 나왔는데, 어린 유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연한 갈색을 띠거나 덩치가 커진 준성체까지 각양각색의 거미들이 데른을 향해 달려들었다.


“미친, 이게 몇 마리야?”


거미 떼가 안개 속에서 튀어나오자 데른은 정글도를 황급히 뽑아 들었다. 튀어나오길 바라긴 했지만, 수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데른은 정글도를 곧장 앞으로 휘둘렀는데 새끼거미들이 가만히 있던 게 언제냐는 것처럼 달려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폭열석에 적잖이 놀란 모양이었다.


아직 어린 유체들은 몸이 그리 단단하지 않았기에 데른이 검을 찍어 누르자 그대로 몸이 갈라져 나갔다.


그러나 거의 성체에 다다른 거대한 녀석들은 제법 딱딱한 갑각질을 가졌는지 정글도 한방에 등이 갈라지진 않았다.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대는 녀석을 바라보며 데른이 두 이빨 사이로 검을 찔러넣었다.


추왁


다행히 거미의 내부 속살까지 단단하지는 않은 모양인지 입이 꿰인 거미는 녹색 체액을 튀기며 절명했다.


데른은 죽은 거미를 검 끝에서 털어내곤 계속해서 달려드는 거미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새끼거미들이 그렇게 강하진 않았지만, 수가 많다 보니 데른도 전혀 상처 없이 싸울 수는 없었다.


게다가 유체와 달리 다 자란 거미들은 이빨에 독이 있는 모양이었다.


달려드는 거미 사이에 준성체 거미도 심심찮게 있던지라 데른은 가능한 한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놈들을 상대했다.


물론 새끼거미들도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죽일 때마다 사방으로 튀는 체액이 자꾸만 신경 쓰였다.


데른은 두꺼운 외투 안쪽으로 가죽으로 된 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체액이 계속해서 튀자 외투는 물론이고 속에 입은 갑옷에서도 치익 하고 희미한 연기가 올라오는 게 보였다.


아무래도 가죽을 연결하는 버클과 고리 등 금속을 사용한 부분이 부식되어 연기가 올라오는 모양이었다.


당장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지만, 나중에 제대로 손질하지 않으면 분명 수리비가 만만치 않으리라.


튀어 오른 거미 체액에 방어구가 망가져 가는 마당에 거미 속을 휘젓고 있는 정글도는 말할 것도 없었다.


여러모로 바쁜 와중 상태창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실시간으로 날이 부식되는지 거뭇하게 변하는 것이 눈으로 보일 정도였다.


“망할, 손해가 막심한데.”


데른이 인상을 찡그리며 눈으로 검을 훑고 있을 때였다.


스스슥


데른에게 달라붙으려 하던 새끼거미들이 갑자기 산개하며 주변으로 흩어졌다.


거미들은 데른의 뒤쪽을 둘러싸고 일정 거리에서 멈춰 섰는데, 그 모습이 마치 먹이가 도망가지 못하게 포위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데른이 고개를 돌려 안개 너머를 바라보니 누가 횃불이라도 켠 듯 일렁이고 있는 새빨간 불빛 여섯 개가 보였다.


쿵 쿵


지축을 울리는 소리가 가깝게 들려오면서 어두운 형체가 안개 사이로 아른거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변종 타이런트 타란툴라가 거대한 몸을 드러냈다.


하얀 안개와 대비되는 새까만 몸은 날카롭게 솟은 털이 수북이 나 있었는데, 어찌나 큰지 얼핏 보이는 몸길이가 다 큰 성인 남성 셋, 넷은 합쳐놓은 크기였다.


체고만 해도 성인 키를 훌쩍 넘어 보였으니 데른도 작지는 않았는데 그 앞에 서자 너무 초라해 보였다.


“아무리 변종이라지만 너무 큰 것 아니야?”


모험가 협회에 보고된 정보엔 분명히 몸길이가 성인 한 명 키를 좀 넘는다고 되어있었다.


이 변종 거미를 상대한 모험가들의 하나같이 눈이 삔 것이 아니라면 그사이 더 커졌다는 말인데.


쉬이이이이익


데른 앞에 선 변종 타란툴라의 거친 숨소리가 서늘한 공기를 타고 데른의 귓가에 들려왔다.


그 숨소리에 담긴 살의가 이제 곧 벌어질 살육의 기쁨인지, 자신의 새끼를 죽인 침입자에 대한 분노인지 알 길은 없지만 데른은 칼을 쥔 손에 땀이 나는 것을 느꼈다.


‘이건 도망쳐야 한다.’


데른이 판단을 내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사전에 알고 있던 내용은 이미 오래된 정보였던 모양이다. 맞붙어 싸워보기엔 체급이 너무 달랐다.


어디선가 듣기로 거미가 탈피하면 몸이 두 배는 커진다던데, 그새 탈피라도 했는지 모르겠다. 확인할 길은 없지만, 타란툴라의 몸이 깨끗해 보이는 것이 탈피한 지 별로 안된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아무튼, 곧 부러질락 말락 한 정글도 한 자루 들고 이 거대한 괴물 거미와 싸우기에 그렇게 데른의 목숨이 싸구려는 아니었다.


데른이 천천히 뒷걸음질 치면서 주변을 살폈다. 데른에게서 떨어져 나간 새끼거미들이 몸을 세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냥 이곳을 벗어나는 것은 글렀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 안개가 끼자마자 뒤도 안 보고 도망가는 거였는데.’


잠시 고민하던 데른은 들고 있던 정글도를 내려놓고 등 뒤의 석궁을 다시 꺼내 들었다. 그리고 신속하게 화살을 장전하고는 변종 타란툴라를 향해 날렸다.


피슉




그러자 변종 타란툴라는 가소롭다는 듯 긴 앞다리를 앞으로 움직여 오는 화살을 막아냈는데, 털이 두툼하게 나 있는 타란툴라의 다리 사이로 화살이 파고들다가 그대로 튕겨 나갔다.


아무래도 두툼한 털 안쪽에 있는 외피가 굉장히 단단한 모양인데, 저 붉은 눈알이나 가슴과 배 사이 부드러운 관절 정도가 아니면 화살이 들어가지도 않을 것 같았다.


일반적으로 거대하게 진화한 마물 들의 외피는 굉장히 단단했는데 크고 무거운 몸을 유지하려면 부드러운 외피로는 턱도 없기 때문이었다.


혹시나 해 화살로 외피의 강도를 시험해본 데른이었는데, 화살을 가볍게 튕기는 걸 보면 저 타란툴라도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 듯싶었다.


아마 새끼거미의 등을 가를 때처럼 정글도를 휘둘렀다간 그대로 검이 튕겨 나가거나 부러질 듯싶었다.


데른은 다시 석궁을 등에 메고 내려 두었던 정글도를 들었다.


쉬이이이이이익


데른이 정글도를 세우자 변종 타란툴라가 바닥을 찍으며 달려왔다. 거친 몸짓으로 바닥을 몇 번 찍자 타란툴라는 순식간에 데른의 바로 앞으로 다가왔다.


변종 타란툴라는 긴 앞다리를 들어 데른을 찍어 누르듯 찍었는데 데른이 피하자 땅이 패며 거대한 진동음이 울렸다.


“큭.”


변종 타란툴라는 계속해서 앞다리를 움직여 데른을 공격했다.


후웅


가볍게 움직이는 듯 보여도 체구가 있어서 공기가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데른은 거미의 다리를 빗겨 쳐내면서 뒤로 물러섰다.


거미 체액이 잔뜩 들러붙은 칼은 무뎠지만, 아직 눈앞의 거미 다리를 쳐내기엔 충분했다. 거미가 무게로 짓누르려는 듯 찍어누르는 것만 피하면 싸우는 것이 마냥 불가능하지만은 않았다.


문제는 정글도의 내구도였다.


이미 새끼거미를 엄청나게 죽인 뒤였다. 검게 변한 정글도가 언제 부러질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거미의 공격을 막다가 한순간 검이 부러지기라도 하면 그대로 데른은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될 것이었다.


“흐음.”


이 상황이 오래갈 수 없음을 인지한 데른은 정글도를 신경 쓰면서 주변을 살폈다. 놈을 쓰러뜨리는 것은 고사하고 도망이라도 가려면 무언가 변수가 필요했다.


데른은 거미의 공격을 피하는 한편 뒤쪽에 자욱한 안개를 바라봤다.


정확히는 안개 너머 보이는 우거진 수풀의 그림자를 바라봤다. 커다란 놈이니까 나무가 우거진 대로 갈수록 움직임이 방해받을 거란 생각이 든 것이었다.


뒤쪽에서 포위하고 있는 새끼거미들이 신경 쓰이긴 했다. 다만 조금 무리하면 떨쳐내지 못한 이유는 없겠지.


다행히 변종 타란툴라가 도착하기 전에 새끼거미를 엄청 죽여 놓은 터라 그 수가 그리 많아 보이진 않았다.


어느새 공터 끝쪽에 다다른 데른이 공터 변두리의 나무를 끼고 뒤쪽으로 물러났다. 그러자 변종 타란툴라가 앞에 있던 나무를 기둥째 부러뜨리며 거친 숨을 뱉었다.


쉬이이이익


그게 신호였었던 듯 흩어져 있던 새끼거미들이 데른의 주변에서 달려들었다. 데른이 더 도망가지 못하게 막으려는 시도였다.


“정말 귀찮게 하네, 좀 꺼져! 거미 새끼들아!”


데른이 소리치면서 칼로 달려드는 새끼거미를 베어내곤 걷어찼다.


그리곤 아까 전 써먹었던 폭열석을 꺼내려 품속을 뒤졌다. 이걸로 나머지 달려드는 새끼거미들을 털어내고 도망갈 참이었다.


다만 새끼거미들이 시간을 끄는 사이 변종 타란툴라도 가만있지는 않아서 쓰러진 나무를 넘어 데른에게 다가와 발을 굴렀다. 그러자 쿵 소리가 일면서 순간 땅이 꺼진다.


“앗···. 아니!?”


지반이 약했는지 데른이 발을 딛고 있던 땅 움푹 꺼지자 데른은 자세를 유지할 수 없었다.


데른은 품속을 뒤지던 자세로 황급히 몸을 돌렸는데 코앞으로 다가온 변종 타란툴라가 큼직한 독이빨을 들이미는 모습이 보였다.




데른이 황급히 정글도를 들어 독이빨 사이를 가로막았지만, 그 힘이 어찌나 센지 땅에 기대있는 데른의 몸이 질질 뒤로 밀렸다.


쉬이이이익


흥분한 듯 변종 타란툴라가 숨소리를 거칠게 내뱉으며 고개를 들었다. 다시 한번 독이빨로 찍어 내려서 바로 눈앞의 데른을 찢어발기려는 듯했다.


데른의 눈에 변종 타란툴라의 여섯 개 눈이 요요하게 빛나는 모습이 보였다.


“좋아하긴 아직 일러, 왕거미 자식아!”


콰과광


데른이 외침과 동시에 손을 앞으로 뻗자 눈앞으로 폭발이 일었다.


데른이 정글도 손잡이와 칼등을 양손으로 붙들어 독이빨 공격을 막아내면서도 아까 넘어질 때 품속에서 꺼낸 폭열석 꾸러미를 들고 있었는데 그걸 통째로 변종 타란툴라에게 던진 것이었다.


키이이이익


데른을 누르며 독이빨을 들어내던 변종 타란툴라가 그 거대한 몸을 뒤로 빼면서 괴성을 질렀다. 정신을 못 차리는 듯 몸을 뒤트는 것이 보였다.


내심 덩치가 커서 효과가 없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이었다.


아무리 화력이 약한 폭열석이라지만 눈알 바로 앞에서 터져나갔으니, 모르긴 몰라도 자극성 있는 고춧가루 따위를 눈에 비빈 것보다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쿵 쿵


변종 타란툴라가 몸을 뒤틀며 바닥을 내려치자 바닥이 울렸지만 데른은 개의치 않았다.


재빨리 검을 내려놓고 등 뒤의 석궁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이건 덤이다. 자식아!”


그리곤 데른이 화살을 한 발 발사했다.


콰직


그렇게 앞으로 나아간 화살은 변종 타란툴라 정면을 파고들어 눈알에 박혔다. 눈알이 깨져나가자 주홍색의 진득한 액체가 터져 나왔다.


크웨에에에에에엑


좀 전에 폭열석이 터질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거대한 괴성이 타란툴라에게서 터져 나왔다.


몸부림을 치던 변종 타란툴라는 잠시 몸을 말더니 몸체를 뒤로 물렀다.


거친 몸짓에 주변에 있던 새끼거미들이 휘말려서 터져나갔지만, 겁을 먹었는지 개의치 않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사이 데른은 바닥에 내려놓았던 정글도를 챙기고는 뒤편 안개 속으로 몸을 날렸다.


지금이야 변종 타란툴라가 혼란스러운지 몸을 뺐지만 한순간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나면 분명히 자신의 눈알을 으깬 괘씸한 사냥감을 찾으려 들것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데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안개 속을 달렸다.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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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5. 고블린 성채(4) +1 20.06.17 25 2 11쪽
30 5. 고블린 성채(3) +1 20.06.15 29 2 13쪽
29 5. 고블린 성채(2) +1 20.06.12 36 4 15쪽
28 5. 고블린 성채(1) +1 20.06.10 3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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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3. 마왕의 요람(5) +2 20.05.25 58 3 14쪽
14 3. 마왕의 요람(4) +3 20.05.22 61 4 17쪽
13 3. 마왕의 요람(3) +2 20.05.22 70 4 16쪽
12 3. 마왕의 요람(2) +2 20.05.21 63 3 13쪽
11 3. 마왕의 요람(1) +2 20.05.21 83 3 15쪽
10 2. 루체른 캠프(3) +2 20.05.20 83 4 13쪽
9 2. 루체른 캠프(2) 20.05.20 67 2 15쪽
8 2. 루체른 캠프(1) +3 20.05.18 98 4 15쪽
7 1. 벨른 숲의 이방인(6) +1 20.05.18 89 4 15쪽
6 1. 벨른 숲의 이방인(5) 20.05.15 91 2 13쪽
5 1. 벨른 숲의 이방인(4) +1 20.05.15 100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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