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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배우, 천만배우로 거듭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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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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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5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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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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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S#3-10

DUMMY

회식장에서는 어진우 감독, 황성규, 신은아, 그리고, 심구 선생님과 같은 테이블에 있었다.

감독, 주연배우, 원로배우와 함께 앉는다는 것이 부담스러워 다른 테이블로 옮기려 했다.

그런데, 사람들 모두 가지 말라는 눈치를 줬고, 심구 선생이 결정적인 한 마디를 날렸다.


“왜 그래? 내가 싫은겨?”


그 말을 듣고도 다른 테이블로 갈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자리에 눌러앉으며 대답했다.


“아뇨. 선생님. 그냥 있을게요.”


앉자마자 사람들에게 수저를 돌리고 물컵에 물을 따랐다.

회식 장소는 한정식집이어서 여러 요리들이 나왔는데, 그 중 특히 이목을 끄는 건 ‘굴’이었다.

어 감독이 서빙을 하던 주인 아줌마에게 물었다.


“굴이 벌써 나와요?”

“바람 선선해졌잖아요. 이제 슬슬 나올 때가 됐죠. 귀하신 분들 오신다고 특별히 준비했습니다.”

“그렇군요. 잘 먹겠습니다.”


굴이 중간에 깔리고 훌륭한 안주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우자 본격적으로 회식이 시작됐다.


“짧은 기간이지만 힘들게 촬영하느라 스탭들, 신구 선생님을 비롯한 배우님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영화가 잘 나올 것 같습니다. 그동안 노고 감사드리고, 오늘 하루 즐겁게 노시기 바랍니다.”


어 감독이 짧게 인사를 하고, 사람들이 잔을 비웠다.

각자 옆에 있는 사람들과 잔을 부딪히고 얘기를 나누느라 식당 안이 시끌시끌했다.


“연후야! 그때 촬영장에 못 가서 미안!”


신은아가 내게 잔을 내밀며 말했다.

나는 건배를 하고 잔을 비운 뒤 대답했다.


“괜찮아. 그때 바빴나 봐?”


그날 일은 서운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신은아는 내 표정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래. 다행이다. 그날 갑자기 집안에 일이 생기는 바람에 못 갔어.”

“두 사람 뭐야? 은아 너 연후 촬영하는데 가기로 약속했던 거야?”


옆에서 듣고 있던 황성규가 물었고, 어 감독과 심구 선생도 관심을 보였다.

갑작스런 반응에 신은아가 수줍게 웃으며 대답했다.


“저번에 자기 촬영도 아닌데 와서 도와주길래 나도 한번 가 볼까 해서 그랬죠.”

“연후야 본인이 촬영 돕겠다고 그런 건데, 은아는 촬영을 도와주러 오는 것도 아니잖아. 연후한테 관심 있어서 그런 거 아니야?”


듣고 있던 어 감독이 신은아를 의심 가득한 눈으로 흘겨봤다.

신은아는 바로 손사래를 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감독님.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무슨 연후한테 관심이 있다고?”

“관심이 있는 게 맞아. 나한테는 말 놓으라는 소리도 없이 한참을 지냈는데, 연후한테는 바로 말을 까더라고.”


황성규도 신은아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어 감독에 이어 황성규까지 그러자 신은아의 뺨이 붉게 물들었다.

그녀는 억울해서 죽겠는지 목이 메인 소리를 냈다.


“맘대로들 생각하세요. 저는 그냥 동갑이고 반가워서 그런 건데. 정말 너무들 하시네.”

“그만들 좀 해!”


심구 선생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 감독과 황성규가 심구 선생의 눈치를 살폈다.

심구 선생이 나와 신은아를 번갈아 보며 말을 이었다.


“은아가 연후를 좋아하면 좋아하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지 뭔 그렇게 관심들이 많아? 젊은 처녀하고 총각이 서로 관심 갖는 게 그렇게 놀릴 거린가? 내가 보기엔 잘 어울리는구만. 하하하!!!”

“아휴! 선생님까지 왜 이러세요!!”


심구가 장난스럽게 웃어대자 신은아가 심구의 팔을 잡으며 응석을 부렸다.

잠깐 긴장했던 어 감독과 황성규도 심구를 따라 웃었고, 나도 적당히 분위기를 맞췄다.

신은아가 저렇게 나에게 관심이 없다고 정색을 하니 살짝 기분이 상했다.

그녀가 촬영장에 오겠다는 말을 했을 때 가졌던 설렜던 감정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 얘기는 그만하고 술이나 한 잔씩 하시죠.”


사람들에게 술을 권했고, 신은아는 나에게 고맙다는 눈짓을 보냈다.

사람들과 건배를 한 후 다른 주제로 넘어갔고, 그렇게 회식은 무르익어갔다.

거의 두 시간쯤 지났을 때, 회식장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 거나하게 취해 있었다.

어 감독이 조감독을 불러 그만 정리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자. 1차는 여기서 정리하고요. 2차 가실 분은 동사무소 쪽에 있는 전집으로 가시면 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일 연장자이신 심구 선생님 말씀을 듣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조감독의 말이 끝나자 심구 선생이 조감독을 악의 없이 흘겨봤다.

심구 선생의 시선에 조감독이 몸 둘 바를 몰라 하자 그걸 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얼굴에 미소를 띤 심구 선생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러분들 고생 많았습니다. 오랜만에 영화 촬영을 하러 현장에 나오니 젊어진 느낌이 들어서 좋습니다. 앞으로도 현장에 자주 나와 젊어져서 오랫동안 함께 하고 싶네요. 자! 다들 잔을 들어 주세요.”


심구 선생이 잔을 들자 사람들 모두 앞에 있던 잔을 들었다.


“오늘 회식에 나온 음식이 참 맛있었습니다. 특히 이 굴이 너무 맛있었어요. 그래서 한마디 하겠습니다.”


갑자기 심구 선생이 왜 ‘굴’ 얘기를 하나 궁금했다.

그런 의문은 나만 가진 게 아니었는지 사람들 모두 의아한 눈으로 심구를 주목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그에게 쏠렸을 때 심구 선생이 잔을 높이 들고 크게 외쳤다.


“니들이 굴맛을 알어?”


CF에서 들었던 그 멘트, 그 톤과 정확히 일치하는 한마디.

잠시 정적이 흐른 후 사람들이 깔깔대기 시작했다.

한 번 번져나간 웃음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갔고 어느새 식당 안은 웃음소리로 뒤덮였다.




심구 선생의 마지막 멘트로 흥겨웠던 1차와 달리 2차는 상당히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만든 당사자는 아이러니하게도 1차의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었던 심구 선생이었다.

고령의 나이에도 후배들이 권하는 술을 마다하지 않던 선생은 2차로 자리를 옮기자마자 술이 확 올랐다.

선생은 전집에 들어가자마자 술집 주인을 보며 외쳤다.


“사장님! 여기 굴전 좀 깔아 줘!”


선생의 멘트에 사람들은 환호했지만, 그 환호는 오래가지 못했다.

굴전이 깔리고 본격적인 2차 술자리가 시작되자 심구 선생은 거의 1분에 한 번씩 똑같은 말을 내뱉었다.


“니들이 굴맛을 알어?”


선생의 멘트에 환호하던 사람들도 곧 지쳐갔고, 10번쯤 되었을 때 머리를 감쌌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고통의 시간이 지나고, 선생이 완전히 취해 테이블에 엎드리자 조감독은 얼른 매니저를 불러 선생을 귀가시켰다.

어수선한 자리가 정리되고, 술에 취한 사람들이 빠지자 그제야 2차 회식다운 모습을 갖췄다.

나는 이번에도 어 감독, 황성규와 한 테이블에 앉았다.

신은아는 1차 후에 매니저와 함께 서울로 올라간 후였다.


“심구 선생님이 많이 취하셨나?”


어 감독이 굴전을 씹으며 황성규에게 물었다.

황성규가 뭘 그런 걸 물어보냐는 듯한 얼굴로 대답했다.


“취하셨으니까 자꾸 그 말을 하셨죠. 난 선생님이 그러는 거 처음 보네.”

“그래도 재미는 있었어. 하하!!”


어 감독이 키득거리자 황성규와 나도 그를 따라 웃었다.

한참 웃다가 황성규가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근데, 연후 너는 은아하고 어떤 관계냐?”

“관계는 무슨 관계요?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관계도 없는데, 은아가 너 촬영할 때 오겠다고 그래? 은아가 그럴 애가 아닌데.”


황성규가 의미심장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아직 의문이 다 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는지 어 감독도 아주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건 성규 말이 맞아. 은아가 절대 그럴 애가 아니거든. 근데, 연후 촬영은 왜 보겠다고 한 걸까? 너 정말 아무 관계가 아니야?”

“아니라니까요. 정말로!!”


그녀가 내 촬영을 보러 오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나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촬영장에 그녀가 나타나지 않았을 때 그런 상상은 지워 버렸고, 오늘 1차에서 그녀의 정색한 얼굴로 다시 한 번 은아의 마음을 확인했다.

나한테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1차만 끝내고 올라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정색을 하니까 더 의심스러운데?”


어 감독은 의심의 눈을 풀지 않았다.

멜로 영화 찍는다는 감독이 사람 마음을 이렇게 못 읽다니.

감독의 억측에 울화가 확 치밀었다.


“그만 하세요!! 정말 아닙니다!! 신은아 같은 탑스타가 왜 저 같은 신인배우한테 관심이 있겠습니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답이 나오잖아요.”

“어? 그래. 그렇겠지. 내가 너무 했나?”


내가 정색하며 나오자 어 감독은 슬쩍 발을 뺐다.

잠깐 정적이 흐르고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신은아에 대한 원망이 들었다.

괜히 촬영장에 오지도 않을 거면서 그런 말은 해서 사람을 이렇게 만들고.

다 끝난 일을 오늘 다시 끄집어내서 사람을 난처하게 하고.


“그 얘기는 이제 그만!”


황성규가 혀 꼬인 발음으로 외쳤다.

그의 말에 어 감독은 어색하게 웃으며 나에게 술을 권했다.


“연후야. 기분 풀어. 내가 모르고 그런 거니까.”

“아닙니다. 제가 괜히 예민해져서. 죄송합니다.”


어 감독과 내가 건배를 하고 잔을 비우자 황성규가 얼른 화제를 돌렸다.


“감독님. 다음 작품은 언제 들어가시는 거예요?”

“아직 기약 없어. 시나리오 작업하는 건 있는데 그게 언제 될는지 알 수 없지. 너는?”

“저는 곧 ‘쥐리’ 촬영 들어가요.”

“아! 맞다. 경재구 감독님 작품! 그거 요즘에 얘기가 많이 돌던데. 망하면 정말 대차게 망하겠다고.”


쉬리의 제작비는 당시에 상상조차 하기 힘든 30억 원에 육박했다.

영화가 흥행해서 다행이지 망했다면 어 감독의 말처럼 정말 대차게 망할 판이었다.

어 감독의 농담에 황성규가 웃으며 말을 받았다.


“망하면 나 러닝 개런티 못 받아! 러닝 받으면 감독님한테 한 잔 사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요.”

“아니다. 내가 말을 잘못했다. 쥐리 대박 난다. 대박 나!”


어 감독이 소리치자 황성규가 껄껄 웃었다.

쥐리 얘기가 나오니 내 오디션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했다.

경재구 감독과의 대화나 앞에서 보인 연기는 전혀 흠 잡을 데가 없었으나 마지막에 들은 ‘임청재’라는 이름은 너무나 강력하게 다가왔다.

그가 김창길 역에 캐스팅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엘리트 국정원 요원 역에 적합한 외모를 갖고 있기도 했고, 인지도도 나보다 훨씬 높았다.

물론 그 시절의 임청재는 연기력이 부족하긴 했다.

하지만, 부족한 연기력을 감안하더라도 임청재가 나를 앞서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얼굴이 조금씩 경직되어 갔다.


“너 무슨 일 있어? 얼굴이 왜 그래?”

“아뇨. 선배님이 ‘쥐리’ 얘기를 하셔서 그 생각 좀 하느라.”

“아! 맞다. 너 오디션 결과 아직 모른다고 했지? 감독님은 왜 그런 걸 좀 빨리빨리 알려 주지···.”


그때, 황성규의 휴대폰에서 진동음이 울렸다.

휴대폰을 본 황성규가 나와 어 감독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경 감독님도 양반은 아닌가 보네.”


경 감독에게서 온 전화를 받은 황성규는 웃는 얼굴로 통화를 시작했다.

잠시 후 황성규는 나를 보면서 휴대폰에 대고 ‘연후는요?’라고 물었다.

말을 한 후 황성규는 휴대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집중했다.

그의 얼굴이 점점 굳어가고, 통화를 종료할 때쯤 그의 얼굴에서 절망이 보이기까지 했다.

그가 어떤 말을 할 것인지 대충 감이 왔다.

담담하게 결과를 받아들이자 속으로 다짐하며 그의 입을 주시했다.

황성규는 연민이 가득 담긴 눈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너! 캐스팅됐단다. 작품 준비 잘해!”


황성규의 연기에 나는 물론 어 감독도 완전히 속아 넘어갔다.

역시 황성규는 연기를 잘하는 배우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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