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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테일 님의 서재입니다.

사람을 읽는 변호사가 세상을 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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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테일
작품등록일 :
2023.09.0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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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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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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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35. 결정적 증언

DUMMY

“늦으셨네요. 얼른 증인석에 앉으세요.”


재판장의 지시에 따라 변지훈이 증인석으로 가서 앉았다.

‘방부제’의 다른 멤버들은 뭐가 웃긴 건지 키득키득거리며 방청석에 앉았다.

증인석에 선 변지훈이 선서를 마치고 본격적인 증인신문 절차에 돌입했다.

갑작스런 변지훈의 등장에 나와 재혁은 안도의 한숨을, 전 변호사 일행은 깊은 빡침의 신음을 각각 내뱉었다.

먼저 우리가 신문할 차례였다.


“증인은 파이브 보이스의 매니저로 5년 동안 근무했죠?”

“네.”

“매일 식사는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챙겨 먹었나요?”

“그건 아닙니다. 처음에 스케줄이 없을 때는 잘 챙겼는데, 바빠질수록 끼니를 대충 때우거나 거를 때도 많았습니다.”

“식사는 식당에서 했나요? 아님 차 안에서 먹었나요?”

“식당에서 먹을 때도 있는데 거의 제가 포장을 해서 차 안에서 먹는 경우가 많았죠.”

“회식도 자주 했나요?”

“아뇨. 그나마 매니저들은 한 달에 한 번은 한 것 같은데, 애들은 일 년에 두세 번 할까 말까였죠.”

······.


증인신문이 계속될수록 우리 측에 유리한 증언이 쏟아졌다.

전 변호사를 비롯한 피고 측 대리인은 시간이 흐를수록 얼굴이 굳어졌다.

우리 측 증인신문이 끝나자 전 변호사가 신문을 이어받았다.


“증인. 회사를 그만 둔 이유가 뭔가요?”

“솔직히 힘들어서 그만 뒀습니다.”

“JS 엔터테인먼트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사람들은 거의 10년을 일하고 있는데, 증인은 고작 5년밖에 안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따로 있나요?”

“회사에서 오래 일하신 매니저들은 거의 초창기 멤버들이고요. 저랑 비슷하게 입사한 사람들은 힘들어서 거의 다 나왔어요.”

“증인. 그 말 사실인가요? 사실이 아니면 위증죄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전 변호사가 변지훈을 무섭게 노려보며 말하자 변지훈은 흠칫 놀라며 몸을 웅크렸다.

주눅이 든 그의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재판장님. 지금 피고 대리인은 억압적인 말로 증인의 자유로운 진술을 막으려 하고 있습니다. 주의를 주시기 바랍니다.”


재판장이 입을 열어 뭔가를 말하려 할 때 전 변호사가 나를 보며 호통쳤다.


“원고 대리인!! 지금 증인신문을 방해하는 겁니까?”

“피고 대리인. 원고 대리인한테 소리치지 마시고, 증인신문이나 똑바로 하세요. 함부로 위증죄 발언을 하면 증인신문을 못하게 될 수도 있으니 주의하세요!”


자신이 말하려고 했는데 방해 받았다는 것에 화가 난 건지, 재판장이 전 변호사를 노려보며 말했다.

지금까지 한껏 예우를 해 주던 재판장의 태도가 변하자 전 변호사는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재판장의 주의를 무시할 수 없는지 전 변호사의 태도가 부드러워졌다.

위축되었던 변지훈의 표정이 풀어진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변지훈은 거침없이 JS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하이라이트는 전 변호사의 증인신문이 끝난 후 재판장의 질문을 받을 때였다.


“증인. 피고 회사에 대해서 불만이 많은 것 같은데, 지금까지 말한 것 말고 이 사건과 관련해서 할 말이 또 있나요?”

“이걸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피고 회사에서 저를 찾아왔었습니다.”

“회사에서 찾아오다뇨? 뭣 때문에?”

“제가 증언을 한다고 하니까 그거 하지 말아달라고요. 협박도 하고 달래기도 하고 말이죠. 그래서 오늘 안 나오려고 했는데···.”


사색이 된 전 변호사가 변지훈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증거 있습니까? 이렇게 막 말해도 되는 거예요?!”


재판장이 전 변호사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찰나 변지훈이 휴대폰을 꺼내 녹취파일을 실행했다.

녹취파일은 증인석의 마이크를 타고 법정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녹취는 윤 본부장이 변지훈에게 앨범을 내주겠다고 제안하는 내용과 천만 원을 건네는 정황이 모두 담겨 있었다.

녹취파일 실행이 끝나자 피고 측 변호인은 고개를 숙였고, 재판장이 나직히 말했다.


“증인 수고했습니다. 돌아가시고요. 이것으로 변론을 전부 마치고 판결 선고기일을 잡겠습니다. 양측 이의 없으시죠?”


피고 측은 너무 당황한 나머지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고 있었다.

나와 재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재판장은 얼른 판결 선고기일을 고지했다.

그렇게 재판은 마무리되었고, 피고 측 변호사들은 황급히 자리를 떴다.


“변호사님. 죄송합니다. 괜히 걱정하게 해 드려서···.”


변지훈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죄송은요. 나와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나는 변지훈의 손을 꼭 잡으며 감사를 전했다.

옆에 있던 금발 머리의 보컬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지훈이 이 새끼. 저희들이 나가라고 해서 나온 거예요. 얼마 되지도 않는 돈 받고 그냥 뭉개려고··· 이런 하찮은 새끼!”


보컬이 지훈을 때리려는 시늉을 하자 지훈이 움찔하며 피했다.

같이 있던 사람들 모두 그 모습을 보며 깔깔 웃었다.


“하여간 변지훈씨 때문에 큰 부담을 덜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도움이 됐다니 잘 됐네요. 더 도울 일 있으면 말씀하세요.”


변지훈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이제 판결 선고만 남았으니 더 할 일은 없어요. 그리고, 이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는데···.”

“무슨 말씀인데요?”


그래도 전해 달라고 한 말인데, 안 하는 것도 그렇고 해서 지훈에게 클럽 사장의 말을 전했다.


“클럽 사장님이 그러는데 변지훈씨 빨리 그만 두시라고.”

“네? 정말요? 아! 씨바 쪽팔리게!!”


멤버들은 변지훈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지훈은 씩씩대다 자리를 떴고, 멤버들은 미친 사람들처럼 웃으며 그를 따라갔다.

이제 결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


[파이브 보이스 해외 진출.


파이브 보이스 멤버 예준, 윤수, 주현과 법적 분쟁을 겪고 있는 JS 엔터테인먼트는 전격적으로 세 명의 멤버를 제외한 나머지 두 명으로만 해외 진출을 선언했다···]


“개새끼들. 우리 회사 떠나서 얼마나 잘 되는지 두고 보자.”


신문에 난 기사를 보며 엄진석 대표가 거칠게 말을 내뱉었다.


“세 명 없이 잘 되겠습니까?”


맞은편에 앉아 있던 김형모 대표가 물었다.


“안 되도 그냥 가는 거죠. 어차피 이 소송에서 우리가 이겨도 안 데려갈 놈들이었으니까. 배신자들은 본때를 보여야죠.”

“그거야 맞는데. 그래도 아까우니까.”

“그 얘기는 그만 합시다.”


불편한 기색이 가득한 말에 김 대표가 입을 꾹 다물었다.

엄진석이 들고 있던 신문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그러니까 변지훈 그놈이 나와서 재판을 다 망쳤다. 그런 겁니까?”

“그런 셈이죠. 우리한테 불리한 얘기는 다 했으니까.”

“대표님. 김앤전이 이것 밖에 안 돼요? 우리가 지금까지 김앤전에 드린 돈이 얼만데 지금 그런 말이 나오십니까?”


엄진석이 언짢은 기분을 얼굴에 그대로 드러내며 따졌다.

하지만, 김 대표는 엄진석의 기세에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이봐요. 엄 대표. 우리 김앤전이 대리해서 안 되면 다른 데도 안 되는 거예요. 자꾸 그렇게 불만 가지지 말아요.”

“매달 3억씩 몇 달을 받아 간 결과가 이겁니까? 그 돈이 얼만데 내가 이런 말도 못 해요?”

“엄 대표. 예의를 지켜요. 안 그럼 나도 화냅니다.”


지금까지 부드럽게 말하던 김 대표의 음성이 근엄하게 바뀌었다.

엄진석은 김 대표의 목소리 변화에 움찔하면서도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대표님. 어떻게라도 책임을 지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아직 결론이 난 건 아니니까 전 대법관이나 권 부장더러 아는 인맥 총동원해서 압력을 넣으라고 하고 있어요. 일단 선고까지 보고 연락합시다.”

“네. 전 실망하기 싫습니다. 최선을 다해 주세요.”


엄진석이 시선을 피하며 흘리듯 말하자 김 대표가 불쾌한 듯 쏘아붙였다.


“우리 회사는 항상 최선을 다합니다. 엄 대표의 부탁은 잊지 않겠습니다.”

“제발 그러시길 바랍니다.”


엄진석은 인사도 하지 않고 일어나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김 대표는 그런 엄진석을 한참 바라보다 천천히 대표실을 빠져 나갔다.

김 대표가 나가자 엄진석은 수화기를 들고 윤 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 윤 본부장. 우리 일 봐줄 변호사 좀 구해 봐!

- 김앤전 말고 다른 데로 바꾸시게요?

- 안 되겠어. 일 처리하는 게 영 맘에 안 든다.

- 알겠습니다. 알아보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엄진석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쉴 새 없이 뿜어대는 담배 연기로 잠깐 사이 뿌옇게 시야가 흐려졌다.

담배 연기 때문인가 엄진석의 눈이 뻘겋게 충혈되었다.


***


드디어 멤버들의 판결 선고일.

어느 정도 윤곽은 잡혔어도 떨리는 마음을 진정하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오늘은 이전의 변론기일과 달리 멤버들과 차미연도 법정에 출석했다.

법원 입구는 멤버들을 응원하기 위해 모인 팬들로 시끌벅적했다.

모여 있는 팬들을 보며 나는 옆에 있던 미연에게 물었다.


“그런데, 갑자기 웬 기자회견을 잡으시고?”

“제가 잡은 게 아니고요. 친한 기자한테 오늘 멤버들 법정 나간다고 하니까 아예 기자회견을 하는 게 어떠냐고 그래서 하게 된 거예요.”

“멤버들도 알아요?”

“당연히 멤버들 동의를 받았죠? 제가 엄진석인 줄 아세요?”


차미연이 악의 없이 눈을 흘겼다.

나는 헛기침을 하면서 그녀의 시선을 외면했다.


“오늘 재판 잘 되겠죠? 만에 하나라도 판결이 이상하게 나면 기자회견이고 뭐고 정말 끝장인데.”

“좋은 결론이 나올 거예요. 재판하면서 저희한테 불리한 게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재판장의 마음은 분명 우리를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재판장의 마음은 문서제출명령을 채택한 것으로 이미 확인까지 한 바 있었다.

두려운 것은 마지막 변론기일 후에 전범구 변호사나 권재수 변호사가 인맥을 동원해 재판부를 얼마나 압박했을까 정도.

만에 하나라도 그게 효과를 발휘한다면······.

정말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멤버 셋이 다가와 나와 재혁에게 인사했다.

멤버들이 나타나자 팬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울렸다.

법원이 아니라 콘서트장에 있는 것 같았다.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죠?”

“네. 스케줄이 없으니까 너무 편안하고 좋습니다.”


예준은 밝게 웃으려 했지만 사건으로 인한 그늘을 전부 숨길 수는 없었다.

나는 최대한 밝게 웃으며 그들을 대하려고 노력했다.


“오늘 판결 선고되면 앞으로는 홀가분하게 활동할 수 있을 거예요. 너무 긴장하지 마시고.”

“변호사님이 더 긴장하신 거 같은데요.”


윤수가 입술을 씰룩거리며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가요? 하하!!”


윤수의 행동에 머리끝까지 차오른 긴장감이 순식간에 해소되었다.


“시간 다 됐네요. 법정으로 가시죠.”


재혁의 말에 우리들은 법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라졌던 긴장감은 법정으로 다가갈수록 다시 스멀스멀 올라왔다.

법정 앞에 다다랐을 때는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든 상태였다.

그건 재혁이나 멤버들, 차미연 모두 마찬가지였다.

나는 한숨을 길게 내뱉은 후 법정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법정 방청석에 노트북을 치고 있는 기자들이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피고석 바로 뒤에 전범구 변호사 일행이 앉아 있었다.


< 너무 쉽게 생각했어. 그렇게 볼 만한 상대가 아니었는데 말이야. >


뒤를 힐끗 돌아보는 전 변호사의 얼굴에서 그의 마음이 들려왔다.

어느 정도 결과를 받아들이는 듯한 그의 마음에 기쁨보다는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재판장님 입장하십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주십시오.”


경위에 말에 따라 방청석에 앉아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일어섰다.

재판장과 배석판사들이 들어와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재판장은 방청석을 한 번 둘러본 뒤 판결 선고의 시작을 알렸다.


“JS 엔터테인먼트 사건 당사자들 앞으로 나오세요. 판결 선고를 시작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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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043. 궁예의 후손 (1) +3 23.10.21 1,168 27 12쪽
42 042. 변론 재개 +5 23.10.20 1,197 21 12쪽
41 041. 재판장은 친일파 +3 23.10.19 1,179 23 12쪽
40 040. 서석사 불상 도난 사건 (4) +3 23.10.18 1,141 24 12쪽
39 039. 서석사 불상 도난 사건 (3) +4 23.10.17 1,190 20 12쪽
38 038. 서석사 불상 도난 사건 (2) +3 23.10.16 1,243 23 12쪽
37 037. 서석사 불상 도난 사건 (1) +3 23.10.15 1,446 27 11쪽
36 036. 승소. 그러나, 험난한 미래 +3 23.10.14 1,435 27 12쪽
» 035. 결정적 증언 +4 23.10.13 1,430 28 12쪽
34 034. 증인을 잡아라 (2) +4 23.10.12 1,410 27 12쪽
33 033. 증인을 잡아라 (1) +5 23.10.11 1,449 26 12쪽
32 032. 거짓 증거를 깨라 +4 23.10.10 1,490 29 12쪽
31 031. 전관 변호사가 비호감 +3 23.10.09 1,515 28 12쪽
30 030. 노예 아이돌 (3) +4 23.10.08 1,540 26 11쪽
29 029. 노예 아이돌 (2) +6 23.10.07 1,515 24 12쪽
28 028. 노예 아이돌 (1) +4 23.10.06 1,621 27 11쪽
27 027. 좋은 생각 +2 23.10.05 1,748 29 12쪽
26 026. 갑질의 끝 (2) +4 23.10.04 1,782 30 12쪽
25 025. 갑질의 끝 (1) +6 23.10.03 1,775 25 12쪽
24 024. 강남서 강력반 강호 (2) +1 23.10.02 1,768 28 12쪽
23 023. 강남서 강력반 강호 (1) +2 23.10.01 1,865 27 12쪽
22 022. 사장은 또라이 (2) +2 23.09.30 2,014 24 12쪽
21 021. 사장은 또라이 (1) +2 23.09.29 2,105 27 12쪽
20 020. 꼬리 자르기 +3 23.09.28 2,125 30 12쪽
19 019. 내부자 +3 23.09.27 2,154 29 12쪽
18 018. 드러나는 사건의 실체 (2) +3 23.09.26 2,170 2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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