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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읽는 변호사가 세상을 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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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테일
작품등록일 :
2023.09.06 15:27
최근연재일 :
2023.11.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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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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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29. 노예 아이돌 (2)

DUMMY

“김예준입니다.”

“김윤수입니다.”

“박주현입니다.”


세 명의 멤버가 차례로 인사했다.

요즘 나오는 아이돌이라 그런지 아주 깍듯하게 예의를 갖췄다.


“반갑습니다. 저는 김일목 변호사고, 여기는 김재혁 변호사입니다.”


나와 재혁도 그들에게 인사했고, 명함을 한 장씩 나눠줬다.


“팬입니다. 실제로 보니 너무 잘 생기셨네.”


재혁이 벌린 입을 한참 동안 다물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TV를 통해서 본 그들의 모습보다 실제 모습이 훨씬 더 멋있었기 때문.

확실히 아이돌은 아이돌이었다.


“아이고. 부끄럽게 왜 그러신데요.”


밝은 갈색으로 염색한 김예준이 웃으며 말했다.

처음의 ‘아’를 ‘하’와 ‘아’의 중간 발음으로, 마지막의 ‘요’를 ‘요’와 ‘유’의 중간 발음으로 하는 게 충청도 사투리 느낌이 났다.


“충청도 사람이에요?”

“그걸 어떻게 아신대요.”


내 질문에 예준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대답했다.


“그걸 왜 몰라? 너 빼고 다 아는데.”


옆에 있던 비주얼 담당 박주현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주현의 말에 사람들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자. 이제 인사는 된 것 같고, 본격적으로 얘기 하시죠”


미연이 나와 재혁을 보며 말했다.


“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주신 계약서는 잘 봤습니다. 저와 김 변호사는 계약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민사소송을 통해 계약 무효와 정산금 청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약서에 대한 시정 조치를 요구할 생각입니다.”


내 말에 멤버들 모두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법적 조치에 들어가기 전 하나 확인을 할 게 있었다.


“일단, 법적 조치를 하게 되면 JS 엔터테인먼트와는 더 이상 같이 갈 수 없습니다.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네.”


세 명이 입을 모아 대답했다.

결코 가벼운 결정이 아닌데도 이러는 이유가 궁금했다.


“JS 엔터테인먼트는 우리나라 연예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회사입니다. 소송을 해서 나가면 크게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어요. 심지어···.”

“잘 알고 있습니다. 잘못하면 저희들 모두 연예 활동 자체를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걸.”


잠자코 있던 김윤수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처음부터 진지했던 그가 결심한 듯 심각한 표정이 되어 말을 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저희가 당했던 걸 생각하면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친구들 생각해서라도 저희가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을 당하셨는데요?”


말하기 껄끄러울 수도 있었기에 나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희가 사장님께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뭔 줄 아십니까?”

“······.”


윤수가 이글이글 불타는 눈으로 내게 물었다.

대답을 할 수 없었고, 대답을 원하는 질문도 아니었기에 나는 가만히 있었다.


“‘쓸모없는 놈을 키워놨더니’입니다. 더 심한 욕을 들을 때도 있지만 이상하게도 저 말을 들으면 힘이 쭉 빠지고 정말 우울해 집니다.”

“맞아요. 저희들 열심히 일해서 음악방송 1등 했을 때도 사장님은 저 얘기를 하셨죠. 이제 정말 지겹습니다.”


윤수의 말에 박주현이 맞장구를 쳤다.


“정말 개처럼 일했습니다. 연습생 때는 아침 9시에 나와서 밤 12시까지 연습했고요. 데뷔 바로 전에는 한 달 동안 한 곡만 연습한 적도 있어요. 박자나 음정이 안 맞다고 하는 건 기본이고 손의 위치, 발의 위치, 심지어는 왜 숨을 똑같이 안 쉬냐고 뭐라 할 때도 있었어요.”


김예준이 울먹울먹하는 목소리로 하소연했다.

다른 건 몰라도 숨소리까지 맞추라니 해도 너무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황당하네요.”

“말도 안 되는 요구해도 꾹 참으면서 지내 왔는데, 막말하고 개무시하는 건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정산도 제대로 되지 않았구요. 그래서 이렇게 변호사님을 찾아온 겁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멤버들의 상황이나 대표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하지만, 다른 곳도 아니고 우리를 찾아오게 된 것인지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더 유명한 법인이 많은데 우리 사무실로 오게 된 이유가 있어요?”

“저희 대표가 김앤전, 퍼시픽하고 뭐 대형 법인들 다 알고 있다고 하도 떠벌리고 다녀서 유명 법인들은 생각도 안 했습니다.”


박주현이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제가 배틀 오브 미들 유저인데, 김일목 변호사님이 승소하신 뉴스도 봤고요. 얼마 전에 엄진상 사건도 하신 거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마침 여기 차 실장님이 추천하셔서···.”


김윤수가 옆에 앉아 있는 차미연을 가리켰다.

미연이 수줍게 웃으며 말을 받았다.


“맞아요. 엄진석 대표 형 사건을 잘 처리했기 때문에 저희들 사건도 잘 해 주실 것 같아서 왔습니다.”

“네. 그렇게 믿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럼 계약 하실까요?”


내가 물어보자 멤버들과 차미연이 시선을 교환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미리 준비해 둔 계약서를 미연에게 건넸다.

미연이 계약서를 넘기면서 확인한 후 멤버들에게 내밀었다.

멤버들은 계약서를 확인하지 않고, 차례로 서명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우리 애들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잘 될 겁니다. 앞으로 힘든 일이 많을 텐데 서로 의지하면서 어려움 이겨 내세요.”


내가 일어나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전부 일어섰다.

나와 재혁은 멤버들과 악수를 나누었고, 사무실을 떠나는 그들을 주차장까지 배웅해 주었다.

멤버들이 차를 타려고 할 때, 주차장 한 구석에서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 시선이 느껴졌다.

멤버들의 사생팬 몇몇이었다.


***


계약을 체결한 후 본격적으로 증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멤버들과 대표가 나눈 통화나 대화의 녹취, 문자 메시지 내역.

연습생 시절부터 멤버들에게 지출된 강의료, 수술비, 의상비, 식비 등의 지출 내역.

멤버들이 첫 음반을 출시하고 음반으로 벌어들인 수입과 광고, 행사, 기타 방송 출연 등으로 벌어들인 수입 내역 등을 챙겼다.

대략 계산을 해보니 적어도 4년째부터는 파이브 보이스 활동으로 수익이 발생한 것 같았다.

그러나, 파이브 보이스 멤버들이 정산을 받은 건 고작 10억에 불과했다.

3년을 비용 정산을 위해 제외한다고 해도 4년 동안 국내 정상에 있었던 아이돌 그룹이라면 못해도 200억은 벌었을 것이고, 그럼 회사와 반반 수익을 배분해도 100억에 멤버 1인당 20억씩은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멤버들 전부에게 정산된 금액은 10억.

90억은 과연 어디로 간 것이란 말인가.


“국장님. 이게 전부 맞는 금액일까요?”

“대략 계산한 것이기 때문에 오차는 있을 수 있겠죠.”


정 국장이 계산 내역표를 보면서 신중하게 대답했다.


“이거 보수적으로 계산하신 거죠?”

“당연하죠. 파이브 보이스 수입은 이것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을 겁니다.”

“국장님은 정산액을 얼마로 보고 계시는데요?”

“저는 적어도 두 배는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 국장의 예상이 맞다면 멤버 1인당 정산액은 40억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받은 1인당 정산액은 2억.

회사는 의뢰인들에게 각각 38억씩 추가로 정산금을 지금해야 한다.


“국장님 예상이 맞다면 대표는 정말 나쁜 놈이네요. 멤버들한테 갈 돈을···.”

“사정이 있을 수도 있죠. 다른 그룹들이 안 돼서 거기에 돈을 썼다던지. 물론 그래서도 안 되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이 사건은 정리되는 대로 소장을 접수해야겠습니다.”

“네. 금액 정리되면 재혁 변호사님한테 드리겠습니다.”


정 국장이 인사를 하고 내 방을 나갔다.

인터넷 검색창에 ‘파이브 보이스’를 쳤다.

그들이 발표한 신곡 ‘미라클’은 여전히 대단한 위세를 떨치고 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들의 기사가 올라왔고, 기사마다 댓글이 넘쳐났다.

하지만, 법적 절차가 진행되면 그들의 미래는 지금과는 180도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그것이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정말 가늠이 되지 않았다.


***


“차 실장. 이게 뭐냐?”


엄진석 대표가 손에 든 서류를 흔들어 보이며 차미연을 향해 소리쳤다.

눌러쓴 모자챙 아래로 엄 대표의 눈이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그게 뭔데요?”

“법원에서 온 소장인데, 파이브 애들이 계약 해지하고 정산금 청구한다네.”


기가 막힌 지 엄 대표는 콧방귀를 뀌었다.

엄 대표와 달리 미연은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


“드디어 올 게 왔네요.”

“올 게 왔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 올 게 온 거죠. 그럼, 이런 일이 안 일어날 줄 아셨어요?”

“아니 얘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방금 들은 말이 믿겨지지 않는지 엄 대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미연을 쳐다봤다.

엄 대표의 반응에도 미연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파이브 애들 그렇게 부려 먹고 탈이 안 날 줄 아셨어요?”

“야! 이 쌰··· 썅년아! 너 미쳤냐!!”


미연을 향해 쌍욕을 날린 엄 대표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욕하지 마세요. 내가 무슨 대표님 욕받이인 줄 알아요?”

“얘가 완전히 돌았네. 이거 알고 있었던 거야?”


엄 대표가 테이블에 있던 소장을 들어 보이며 물었다.

미연은 얼굴에 살짝 미소까지 띠며 당당하게 대답했다.


“당연히 알죠. 그거 애들하고 제가 같이 한 거예요.”

“아···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제가 그동안 대표님한테 계속 말씀드렸잖아요. 욕심 좀 그만 부리시고 애들한테 해 줄 건 해 주시라고. 왜 제 말을 안 들어주셨어요?”

“야! 이년아! 내가 뭘 안 줬다고 그래? 쓸모없는 놈들을 데려다가 키워놨더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엄 대표는 있는 힘을 다해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미연은 눈도 깜짝하지 않고 엄 대표를 향해 큰소리로 말했다.


“대표님. 걔들이 왜 쓸모없는 놈들이에요? 지금 제일 잘 나가는 아이돌이 왜 쓸모가 없어요?”

“그 새끼들 그렇게 된 게 지들이 잘나서 그런 거야? 다 내가 잘해서 그런 거지.”

“대표님이 그런 식으로 애들을 무시하니까 이렇게 된 거예요. 반성 좀 하세···.”


짜악!


미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 엄 대표가 따귀를 올려붙였다.


“반성이라고? 어디서 버르장머리 없이.”


엄 대표의 말에 미연이 고개를 돌려 엄 대표를 쳐다봤다.

미연의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당신 같은 사람이랑 같이 일했다는 게 너무 부끄러워. 이제 끝이야!”


말을 마친 미연이 몸을 돌려 대표실을 빠져 나갔다.

엄 대표는 굳이 미연을 잡으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놓인 전화의 수화기를 천천히 집어 들었다.


“윤 실장 좀 들어오라고 해!”


엄 대표가 수화기를 내려놓은 지 30초 만에 노크 소리가 들렸다.

곧 양복을 차려 입고 단정하게 이대팔 가르마를 한 남자가 뛰어 들어왔다.


“윤 실장. 파이브 예준, 윤수, 주현이 곧 나갈 거니까 기자하고 방송국 피디들한테 확실하게 말해 놔라.”

“무슨 말을 말씀입니까?”

“앞으로 절대 관심 주지 말라고. 조금이라도 관심 주면 우리 애들 볼 생각하지 말라고.”

“네에. 네. 알겠습니다.”


윤 실장은 다이어리에 엄 대표의 말을 받아 적었다.

펜을 잡은 윤 실장의 손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엄 대표가 테이블에 있던 소장을 윤 실장 쪽으로 밀며 말했다.


“그리고, 변호사 사무실이랑 미팅 잡어.”

“어디로 할까요?”

“어디긴 어디야? 김앤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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