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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 니트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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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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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6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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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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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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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06. Oh-HALA. (3)

DUMMY

< 006. Oh-HALA. (3) >




섬에 납치된 공만식은 가끔 이론적인 걸 배우기도 했다.

처음에는 그저 영어를 따라 배우는 것만 해도 힘겨웠지만, 살기 위해서는 금세 익숙해졌다.

말을 주고받는 것이 편해진 이후에는 몸이 아닌 머리로 배우는 이 시간이 좋기만 한 공만식이었다.

적어도 죽도록 힘들지는 않았으니까.


그리고 그날의 주제는 생존이었다.


생존에서 가장 방해되는 요소는 무엇일까?

사부라는 인간이 던진 화두는 이거였다.


“배고픔인가요? 전 저번 훈련 때 열흘 굶고 정말 죽을 뻔했습니다. 얼굴이 해골만 남았죠.”

“해골은 미친! 그게 해골이면 곰탱이가 형님이라고 하겠다, 멍청아! 당연히 추위입니다! 얼음물에서 하루 버티기 할 때 진짜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봤어요. 진짜예요!”

“고작 그런 것들은 문제가 아니다. 누가 뭐라 해도 한잔의 와인이 없다는 게 문제다. 날 고독하게 만들 수 있는 건 오로지 비어버린 와인병 뿐이니까.”


먹는 거에 미친 에리스토브는 그렇다고 치고 안드레사는 왜 헛소리를 할까?

하지만 공만식은 알베르토의 ‘와인’ 얘기에 다른 이의 헛소리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진정한 미친놈이 뭔지 다들 표정에 황당함이 어렸다.


“전부 틀렸죠? 당연히 그렇겠죠. 답은 뭔가요, 마스터?”


제자들의 헛소리에 익숙한 사부에게 레이첼이 물었다.

사부는 모두를 쓱 둘러보고 답했다.


“동료다.”


의외로 쉽게 나온 대답.

그의 말에 모두의 눈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본 남자가 말을 더했다.


“언제나 내 등을 지켜주는 건 동료다. 내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하는 것도 동료이고. 난 너희가 그런 존재가 되라고 언제나 말해왔다.”


정설이다.

말을 들은 모두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였다.


그런데 왜 갑자기 동료가 짐이라고 말한 걸까?

모두 이어지는 말을 기다렸다.


“그냥 동료가 아니다. 동료라는 이름을 가지고 짐밖에 되지 않는 존재. 그건 그 어떤 것보다 내 생존을 방해하는 장애물이다. 정에 사로잡혀 우물쭈물할 때 그때야말로 생존에서 가장 취약한 순간이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거다.

섬에 갇힌 7명의 사람이 서로의 짐이 되지 않기 위해서 더 죽을 고생을 시작했을 때가.




* * *




“흐으음.”


공만식은 왜 지금 그때의 일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너무도 다른 상황이고, 너무도 다른 시간대인데 말이다.


“흐으윽. 아저씨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보급을 위해 들어선 편의점.

주변에 마인이 있어 물건이 많은 건 좋았으나 설마 사람이 남아 있을 줄이야.

알바도 아니고 손님 같은데 왜 하필 여기에 남았는지.

하긴 어지간한 문은 뚫지 못하는 마인들이니 창고에 숨었다면 생존한 게 이상한 건 아니다.


다만, 이 상황에 짚고 넘어갈 문제가 있었다.

공만식은 꼭 그래야 한다고 절대적으로 판단했다.


“아저씨 아니다.”


누굴 보고 아저씨라고.

대충 보니 공만식은 자신보다 서너 살 어려 보이는 여자이기에 이 문제를 반드시 지적하고 싶었다.

그에게는 꽤 중요한 문제였으니까.


“흐윽······. 네?”

“아저씨 아니라고 스물여섯 밖에 안 먹었어. 오빠라고, 오빠.”

“아·················· 스물······ 여섯? 오, 오빠?”


서럽게 울다가 울음을 그칠 정도로 당황스러울까?

검고 커다란 눈동자가 떨릴 정도라고?

공만식은 왠지 속이 쓰려 주먹을 꽉 쥐었다.


왜 날 보고 아저씨라고 하는 걸까?

편의점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 공만식은 나름 진지하게 생각했다.


‘나쁘지 않은데?’


옷도 까리하게 입었고.

훈련 덕분에 몸 또한 아주 나이스하게 가꿔진 상태.

머리가 길긴 했지만, 나름 잘 다듬어놔서 봐줄 만했다.


결론은 체지방 없는 개쩌는 몸매의 26살 상남자.

이런 날 보고 어찌 아저씨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편의점 주변 괴물은 다 잡았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진짜요? 정말이죠? 오빠가 그 이상한 사람들 다 죽였다는 거죠?”

“사람 아니고 마인.”

“······마인이요?”

“그래. 마인. 저것들 죽이면 마인이라는 걸 알려주는데······ 뭐, 됐다. 아무튼, 그러니까 안심해도 된다는 말. 난 간다.”


사람도 제대로 볼 줄 모르는 여자와 더 긴 말을 할 필요를 못 느낀 공만식.

굳이 의도한 건 아니지만, 대충 베풀 수 있는 선의의 한도를 채웠으니 할 일을 다 했다 느꼈다.

그러니 편한 마음으로 떠나려 했다.


덥썩.


“살려주세요. 오빠!”


설마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질 줄이야.

아무리 방심했다고 해도 고작 여자 사람 하나의 태클을 못 피하다니.

공만식은 자신의 안일해진 마음을 다잡았다.


“네네. 살려드렸습니다. 가실 길 가시면 됩니다.”

“안 돼요! 이대로 가면 전 백퍼 죽어요!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어차피 혼자 사는 인생이잖아요. 놓으라고! 할 만큼 해줬잖아!”

“아아아아악! 안 돼요! 죽어도 못 놔! 나 살려달라고!”


이거 왜 이렇게 아구 힘이 좋아.


억지로 떼어내려면 불가능 한 건 절대로 아니었다.

인간 병기인 공만식이 불가능하다면 이미 그녀는 마인을 주물러 패고 있을 사람이라는 말.

당연하게도 뿌리치지 못하는 건 강제로 떼어낼 때 다치게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사람 죽이고 패는 법을 배웠다고 해도 죄 없는 사람에게 쓸 수는 없으니 일단 참는 중이었다.


“하아. 이봐요, 아가씨. 나보고 뭘 어떻게 해달라는 건데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오빠님!”

“안 도망가니까 쫌 놔봐! 그러니까 뭘 해달라는 거냐고? 구체적으로 말해.”

“그러니까······ 집. 집까지만 데려다주세요. 흐으윽. 이모님이 일을 대신해서 집에서 쓸쓸히 심심하게 지내시는 엄마하고 혼자서는 밥도 못 먹는 동생하고 강남에 빌딩 한 채밖에 남지 않은 할아버지가 절 기다리고 있어요. 흐으으으윽.”


갑자기 말하다가 울음이 터진 여자.

더럽게 유복하게 자랐다는 말을 하는 그녀의 모습에 황당한 얼굴이 될 수밖에 없는 공만식이었다.

하지만 모두 각자의 사정이 다르니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혼자서 밥 먹기 힘들다는 동생은 몇 살인데? 어디가 아픈 건가?”


엄마와 할아버지에 대한 건 일단 넘어가고.

동생 얘기를 물을 수밖에 없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공만식을 바라보는 여자.

여자는 이내 눈물을 한줄기 주룩 흘리며 절규했다.


“우리 초코! 벌써 12살 됐어요! 이제 노견이라고요! 저 없으면 밥도 안 먹는 불쌍한 아이라고요!”

“아, 쓰벌. 꺼져 이 년아!”


빡!


공만식의 스냅이 화려하게 윤미나의 뒤통수를 타격했다.

22살 대학생 윤미나의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추억은 이때 만들어졌다.




* * *




공만식은 자신의 신념을 두 가지나 깨버렸다.


죄 없는 일반인을 때리지 않겠다는 신념.

아, 이건 맞을 만했으니 패스.


어쨌든 또 다른 신념은.

여자는 웬만해서는 내가 때리지 말자는 생각이었다.

아무리 팰 상황이 오더라도 내 손은 피하자는 생각.

아련한 엄마의 마지막 말이 깊게 박혀 공만식에게 남겨졌기 때문이었다.


‘근데 이건 여자라고 보기도 그렇고 죄가 없는 것도 아니잖아. 맞을 만했어.’


죄가 있고, 내가 여자 취급을 안 했다.

그러니 패도 된다.

그것이 공만식의 결론이었다.


그럼 이제 공만식은 보급도 챙겼으니 그 자리를 떠났냐?

그건 또 아니었다.


“다 챙겼어?”

“네네. 이것까지만 챙기고요!”

“가방 터지겠다. 그만 집어넣어!”

“어차피 썩어 문드러질 거 다 챙겨가야죠!”

“그래. 네 짐인데 네가 알아서 하겠지. 암튼 난 이제 출발한다.”

“같이 가요!”


공만식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내가 왜 이 짓거리를 해야 하나 싶어 하늘을 괜히 쳐다봤다.


‘사부 거기서는 행복하죠? 난 사부가 가르친 거 이런 일에 씁니다.’


나 안 죽었어 미친놈아!

라는 말이 들리는 듯했지만, 무시한 공만식.

그는 발걸음을 옮기며 물었다.


“집이 얼마나 걸린다고?”

“걸어간 적 없어서 몰라요. 대충 서너 시간은 걸릴 거 같은데.”

“지랄 났네. 이 지랄 난 상황에 그 지랄로 먼 곳까지 꼭 가야겠냐?”

“자꾸 지랄지랄 하지 말아요. ······가족이 있는 데 가야죠.”


가족.

그게 뭐더라.

피식 웃은 공만식은 괜히 쇠파이프를 툭툭 쳤다.


“아무튼, 내가 수칙 알려줬지? 다시 읊어봐.”

“아, 지겹게.”

“지겹? 싫으면 난 그만두고.”

“알았어요. 하면 되잖아요. 첫 번째. 오빠 말을 잘 듣는다.”

“그렇지. 두 번째는?”

“오빠 말을 잘 듣는다. 세 번째도 오빠 말을 자아아아알 듣는다! 됐어요?”

“오케이. 명심해라. 그래야 살아서 가족 만난다.”

“······알겠어요.”


윤미나를 입을 삐죽 내밀었다.

딱밤 한 대 날리고 싶은 여자가 확실한 윤미나.

공만식은 차오르는 분노를 겨우 삼켰다.

그리고 이 환장할 사태를 불러온 오-할라 시스템을 확인했다.


‘쓰벌. 다시 보여줘. 미션창.’


띠링!


그의 짜증 섞인 말에도 시스템은 군말 없이 움직였다.

곧바로 공만식의 앞에 미션창이 떠올랐다.


──── ◆ MISSION ◆ ────

[ 이름 : 편의점 그녀를 집에 보내주자 ]

[ 등급 : ★ ]

[ 목표 ]

▶ [ 윤미나의 무사 복귀 ]

→ 윤미나의 생존 (0/1)

→ 윤미나의 복귀 (0/1)

→ [ 추가 ]윤미나의 각성 (0/1)

→ [ 추가 ]윤미나와 팀 결성 (0/1)

[ 보상 ]

▶ [★]등급 아이템 뽑기권

▶ 자유 능력치 획득 : [■]

───────────────


‘짜증 나는 건 짜증 나는 거고. 흐흐, 이건 못 참지.’


윤미나의 행동들은 어떻게든 참아도 이건 못 참는다.

보상이 무려 아이템과 자유 능력치.

얼마나 강해질 수 있을지 설레서 공만식은 올라가는 입꼬리를 겨우 잡았다.


다만, 몇 가지 걸리는 게 있었다.


‘설마······ 저 추가 미션을 실패하면 안 주는 건 아니겠지? 추가잖아, 추가. 설마 그 정도로 양아치는 아니겠지.’


보통 추가라고 하면 정해진 결과에 뭔가를 더하는 걸 의미한다.

그것이 상식이고 룰이지만, 어디 세상이 어디 그렇게 멀쩡하게만 돌아가든가.

공만식은 불안했다.


“일단 각성은 시키자.”

“네? 뭐요?”

“뭐? 왜?”

“뭐래? 자기가 뭐라고 했으면서.”

“아무 말 안 했다. 빨리 걷기나 해.”


어이없어하는 윤미나에게서 눈을 뗀 공만식.

그는 그녀를 각성시키기로 마음먹었다.

그런 그에게 마침 적당한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이거 들어.”

“······네?”

“들라고. 그리고 내가 말하면 괴물을 찔러. 정확히 대가리를.”

“············네?”


당황하는 윤미나.

20년 넘는 인생을 살았지만, 폭력이라고는 강아지 훈육할 때 신문지로 코 때려 본 게 전부인 여자.

그런 그녀에게 빠루를 쥐여주고 한다는 말이 뭐?

여기서 담담히 받아들이면 그게 더 미친년이었다.


“시키는 대로 하기로 했지?”

“아니 그래도!”

“그래도가 아니야. 내가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줄 거야. 넌 그때 그냥 하기만 하면 돼.”

“아······.”

“그럼 알겠는 걸로 안다.”


오-할라 시스템이 왜 윤미나를 각성시키라는 건지 공만식은 모른다.

솔직한 심정은 딱히 알고 싶지도 않은 상태였다.

그저 시키는 일을 하고 정해진 보수를 받는다.

상당히 용병적인 마인드로 지금 상황을 대처할 뿐이었다.


‘나쁜 새끼! 어떻게 여자한테 이런 걸 시켜!’


당연하게도 윤미나는 속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나쁜 말을 하며 공만식을 헐뜯었다.

물론 소리 지르며 외친다고 해도 그에게 털끝만치 상처가 되지는 않겠지만.


“오, 손님이다. 여기서 움직이지 말고 기다려.”

“······아.”


팍.


마치 한 마리 표범처럼 달려나가는 공만식.

쇠파이프를 무슨 나뭇가지처럼 휘두르는 남자를 멍하니 바라보는 윤미나였다.

그리고 다섯 마리의 마인은 몇 분 만에 바닥에 모두 드러누웠다.


“자, 찔러.”

“······못 해요.”

“지랄 말고 찌르라고.”

“······못 해요.”

“같이 가는 원칙 잊었어? 찌르라고!”

“······못 한다고 나쁜 새끼야! 못하겠다고! 내가 이런 걸 어떻게 해! 흐으윽.”


결국, 울며 주저앉아버리는 윤미나.

그냥 일상 사진만 올려도 팔로워 수십만을 자랑하는 미녀가 주저앉아 울어버렸다.

그런 아름다운 미녀를 공만식은 싸늘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떤 감정도 없는 말을 뱉어냈다.


“그럼 꺼져. 질질 짜지 말고.”


공만식이 머물던 섬.

혹한의 추위를 자랑하던 그 섬.

그곳의 냉기보다 더 차가운 말이 두 사람 사이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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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013. 나쁘지 않은 기분. (1) NEW 15시간 전 116 4 14쪽
12 012. 저건 좀 다르다. (3) 24.09.17 152 6 12쪽
11 011. 저건 좀 다르다. (2) 24.09.16 165 8 13쪽
10 010. 저건 좀 다르다. (1) 24.09.15 161 6 13쪽
9 009. 미션. (3) 24.09.14 161 5 13쪽
8 008. 미션. (2) 24.09.13 162 5 13쪽
7 007. 미션. (1) +1 24.09.12 169 5 13쪽
» 006. Oh-HALA. (3) 24.09.11 171 5 13쪽
5 005. Oh-HALA. (2) 24.09.10 180 6 13쪽
4 004. Oh-HALA. (1) 24.09.09 193 8 12쪽
3 003. 돌아오다. (3) 24.09.08 205 10 13쪽
2 002. 돌아오다. (2) 24.09.07 240 7 13쪽
1 001. 돌아오다. (1) 24.09.06 278 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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