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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 니트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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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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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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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4. Oh-HALA. (1)

DUMMY

< 004. Oh-HALA. (1) >




치직, 치지직.


「반복 전파한다! 현재 이유를 알 수 없는 괴현상으로 모든 총기 사용이 불가하다! 모든 병력은 괴인을 상대하지 말고 신속히 시민들과 함께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 반복 전파한다······.」


“이보세요들. 그게 퍽이나 되겠어요?”


죽은 경찰이 가지고 있던 무전에서 흘러나온 암울한 소식.

공만식은 자신이 발견한 총이 불량일 거라는 작은 희망을 버렸다.

대신 이 지랄 맞은 상황이 길어질 거라는 아주 확실한 미래를 예견했다.


‘일단 몸 좀 숨기자. 일일이 전부 상대하는 건 미친 짓이야.’


원래 계획은 시스템이고 보상이고 뒤로 미루고 최대한 괴물들을 잡는 거였다.

새로운 걸 익히기보다는 가진 무력만으로도 충분하기에 했던 선택.

그 배경에는 군대와 경찰이 진압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렇지만 기대했던 희망이 빠그라졌으니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아무리 공만식이라고 해도 모든 괴물을 상대하는 건 불가능한 얘기.

안전한 은신처를 찾아 떨어진 체력도 보충하고 이 빌어먹을 일과 연관된 시스템도 확인하기로 했다.


파바바박.


계획의 디테일이나 방향은 엉성하다.

그렇지만 그걸 수행하는 공만식의 몸은 망설임 없이 움직이며 주변을 파악했다.


‘저기가 딱이네. 오늘 하루 신세 지기에는 충분해.’


마인과 달리 두 쌍의 팔로 괴력을 자랑하는 변종 마인은 그에게도 위험하다.

그러니 탈출로가 확보되고 안전과 은폐까지 가능한 장소를 찾았다.

그게 바로 저 5층 건물의 탑층이었다.


턱, 타닥!


목표를 정한 공만식이 건물 벽으로 뛰었다.


‘이 정도는 지랄 맞은 섬 절벽에 비하면 엘리베이터지.’


외벽에 인테리어를 위해 달아온 여러 장식과 배관.

손에 잡히는 구조물만 있다면 5층 정도는 뛰듯이 오를 능력이 있는 공만식.

그는 전혀 어려움 없이 창문이 열려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일단 아무도 없고. 주말이라 비어있나 보네. 딱 좋아.”


정확히 뭘 하는 곳인지 몰라도 사무실은 비어있었다.

주말이기에 사람이 없는 공간이니 체력을 회복하기에는 충분했다.

날씨도 그리 춥지도 덥지도 않은 초가을이기에 덮을 것도 필요 없는 공만식이었다.


‘상태창 확인.’


그리고 안전이 확보된 지금에서야 겨우 상태창을 열었다.


띠링!


─── ◆ STATUS ◆ ───

[ 이름 ]

▶[☆]공만식

[ 능력 ]

▶근력 [ ■■■■■ ][☆][+■]

▶민첩 [ ■■■■■ ][☆][+■■]

▶내구 [ ■■■■■ ][☆][+■]

▶감각 [ ■■■■■ ][☆][+■■]

▶마력 [ □□□□□ ]

※▶잔여 [ □□□□□ ]

─────────────


“흐음.”


눈앞에 뜬 상태창은 나름 간결했다.

숫자 하나 없이 게이지와 비슷한 칸으로 이루어진 모습.

거기에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몰라도 능력에 채워진 칸들도 마음에 들었다.


띠링!


그리고 ‘오-할라’라는 시스템은 그리 인심이 팍팍하지 않은지 설명을 덧붙였다.


[‘근력’은 신체의 힘을 향상시키고 근섬유 진화를 가속화합니다.]

[‘민첩’은 신체의 반응과 속도를 향상시키고 유연성 진화를 가속화합니다.]

[‘내구’는 신체의 저항력을 향상시키고 회복력 진화를 가속화합니다.]

[‘감각’은 신체의 모든 감각 능력을 향상시키고 진화를 가속화합니다.]

[‘마력’은 마력량과 마력회복을 향상시키고 스킬 위력을 증가 시킵니다.]

[‘인간’의 보편적인 최대 능력치는 ‘■■■■■’입니다.]


‘나쁘지 않다는 말이네.’


상태창에 적힌 내용과 메시지로 온 내용은 살핀 공만식은 꽤나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스스로의 평가와 동일하게 모든 신체 스펙이 인간을 초월한 상태였으니까.

그리고 특히나 진화라는 저 말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그러면 옆에 적힌 저 별은 무엇일까?

공만식은 신체 능력치와 이름 옆에 박힌 별을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그에 대한 설명은 시스템이 해주지 않았다.

아직 알 필요 없다는 듯이.


그보다는 다른 것에 더 주목해야 했다.

신체 능력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능력치.

마력이 그의 눈에 차게 들어왔다.


“뭐든 상관없지. 생기면 저절로 알게 되겠지. 그나저나 상태창 말고 뭐가 있다고 했더라? 스킬창하고 인벤이었나? 아마도 스킬창도 비어있을 거 같으니 보상이 들어왔다는 인벤부터 확인해야지. 인벤토리 확인.”


띠링!


궁금증이 꽤나 남은 상태지만, 남겨둔 채로 다른 시스템을 불러왔다.

이번에는 인벤토리.

제법 게임을 해왔던 가락이 있으니 척척 알아서 살피는 공만식.

그의 음성에 따라서 허공에 무언가가 나타났다.

반투명한 창은 아마도 그의 눈에만 보이는 것이리라.


─── ◆ INVENTORY ◆ ───

[ ■ ] [ □ ] [ □ ] [ □ ] [ □ ]

→ [★★][ 스킬석][1/1]

[ □ ] [ □ ] [ □ ] [ □ ] [ □ ]

───────────────


“재밌네. 진짜 인벤토리야. 거기다 스킬석까지 착실하게 넣어줬네.”


열 칸의 인벤토리.

여는 순간, 어떻게 사용하며 어떤 물건을 얼마나 보관할 수 있는지 머리가 알아서 이해됐다.

그리고 그 인벤토리에 들어있는 업적 보상이 스킬석이었다.


공만식은 가만히 손을 살짝 뻗으니 무언가가 느껴졌다.

분명 허공인데 촉감이 느껴지다니 살짝 눈이 커지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런 그의 손에는 어느새 주먹 크기의 둥근 보석이 쥐어졌다.


“이게 스킬석이라는 건가? 팔면 비싸겠네. 아이템 확인.”


띠링!


물론 팔 생각 따위 조금도 없었다.

겉모양이 꽤 비싼 보석 같기에 해본 농담과 함께 허공에 정보가 나타났다.


──── ◆ ITEM ◆ ────

[ 이름 : 스킬석 ]

[ 등급 : ★★ ]

[ 능력 ]

▶ [ 사용 시, [★★] 등급 스킬을 얻을 수 있다. ]

──────────────


뻔한 아이템 설명이었다.

그리고 만족스러운 설명이었고.


“쓴다.”


스킬이 어떤 것이고, 스킬을 익혀서 뭘 하는지 모른다.

어떤 부작용이 있고, 익히면 어떤 제약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정하면 망설이지 않는 공만식은 냅다 스킬석을 사용했다.


자신의 신체 능력치가 인간을 초월한 건 두 눈으로 시스템 인정을 확인한 공만식.

그런 신체 능력치조차 별이 제대로 박히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니 별이 두 개나 박힌 스킬은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망설이는 게 더 바보 같은 상황이기에 바로 스킬석을 쓴 거였다.


파아아앗!


어둠을 뚫고 빛이 뿜어내는 스킬석.

공만식의 첫 번째 스킬이 영혼에 새겨지는 순간이었다.




* * *




‘여긴 뭐지?’


공만식은 정신을 잃지 않았다.

섬에 납치되고 훈련 초기에 하도 많이 기절하며 의식을 놓는 경우가 많았다.

전혀 즐겁지 않을 일이었지만, 그로 인해서 기절하는 건 명확히 판단이 가능한 그였다.

그렇기에 지금 자신이 기절한 게 아니라는 걸 확신했다.

부유하는 기이한 느낌과 몽환적인 감각은 그렇기에 더욱 이상했다.


아니, 생각해보면 딱히 이상한 건 없었다.


‘이미 세상이 맛이 갔는데 무슨.’


어쩌면 시작은 그가 사부라고 부르는 남자에게 납치됐을 때부터였을지 모른다.

마치 오늘의 일을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훈련, 훈련 또 훈련만 미치도록 시켰던 미친 인간.

그런 남자가 존재하는데 갑자기 ‘의식’만 떨어져 나온 듯한 기분이 그리 이상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물에 잠긴 듯, 하늘에서 떨어지는 듯 기이한 느낌도 잠시.

곧 어딘가에 도착하는 것이 느껴졌다.


‘여긴 뭐지? 그냥 아무것도 없는 방인데?’


육체적인 속박이나 감각에서 벗어난 느낌이 강렬했다.

비이성적인 감각 속에서 마치 영혼만 도착한 듯한 장소는 온통 새하얀색으로 가득한 방.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띠링!


[‘선택의 방’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자격’을 얻어 ‘선택의 방’에 오신 ‘공만식’님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결국은 메시지로 전해지는 방의 정체.


‘스킬석을 쓰면 이러는 건가 보네.’


별이 두 개 박힌 스킬석을 써서 도착한 선택의 방.

아마도 여기에서 스킬을 얻을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는 그였다.

그리고 다시금 메시지가 날아왔다.


[‘공만식’님이 소유한 ‘자격’으로 ‘선택’이 진행됩니다.]

[‘공만식’님이 소유한 ‘자격’은 [★★] 등급의 ‘스킬 획득’입니다.]

[[★★] 등급의 ‘스킬 획득’을 진행하겠습니다.]


당연한 예상대로 메시지가 이어졌다.

스킬을 획득할 거라는 말에 침착한 공만식도 마른침을 삼키며 긴장했다.

아무리 그라고 해도 이런 낯선 일들은 어쩔 수 없었다.


텅! 드드드드득!


긴장 속에서 메시지가 사라지고 방이 흔들렸다.

흔들린 이유는 바닥이 갈라지며 커다란 테이블이 솟구쳤기에 그러했다.

솟아난 테이블 위에는 다양한 그림이 그려진 카드들이 놓여 있었다.


‘고르라는 건가?’


띠링!


[‘공만식’님에게 허용된 [★★] 등급의 ‘스킬’ 중 임의의 ‘10종’이 선택의 테이블에 놓여있습니다.]

[‘공만식’님은 ‘하나’의 카드를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 주의 : 한 번 손대는 카드는 선택된 것으로 간주되니 주의 바랍니다.]


역시나 내키는 걸 고르면 되는 간단한 방법이었다.

문제라면 손만 스쳐도 선택한 것이 되니 그저 눈으로만 살피고 골라야 한다는 점.

공만식의 눈이 신중하게 카드들을 살폈다.


‘불, 물, 칼······ 저건 아예 뭔지도 모르겠네.’


카드들 위에는 선택에 도움이 되는 그림이 있었다.

불이나 물, 바람처럼 자연적인 그림이 그려진 카드도 있고.

칼이나 주먹 그도 아니면 신발 같은 게 새겨진 카드도 있었다.

물론 전혀 알아먹을 수 없는 것도 몇 장이 당당히 자리했다.


뭘 고르는 게 유리할까?

공만식은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다년간의 훈련으로 꽤 잘 안다고 생각했다.


‘피지컬, 판단력, 침착함, 임기응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만능이지.’


뜬금없는 개 같은 자화자찬으로 볼 수 있지만, 상당히 검증된 사실이었다.

사부에게 끌려간 일곱 명의 제자들은 모두 기이할 정도로 재능이 넘쳤다.

그중 일부는 실제로 프로 운동선수나 격투기 선수로 활약하기도 했으니까.


육체적인 파워나 단단함에서 압도적인 러시아에서 온 에리스토브.

어떤 무기든 들려만 주면 귀신같이 쓰던 자오 홍.

그도 아니면 모든 상황에서 반전을 만드는 레이첼처럼 말도 안 되는 인재들이 모인 자리였다.

그러니 3년 만에 모두 괴물이 된 거였다.


그리고 그들 중 한 분야에서 탑을 찍지 못한 건 공만식이 유일했다.

어쩌면 가장 뒤처진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그의 모든 평가에서 2등.

다만, 점수로 평가할 수 없는 끈기와 독기만은 그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종합적으로 봤을 때는 그가 모든 제자 중 가장 강했다.

물론 그걸 인정하지 않은 사람이 몇 명 있었지만 말이다.


그러니 오히려 지금은 선택이 애매했다.


‘굳이 뽑자면 의외성인가?’


하나의 특출난 면이 없다는 건 다른 의미로 적에게 의외성을 주기 힘들다는 의미였다.


함정을 파거나.

힘으로 찍어 누르거나.

시야를 속일 정도로 빠르거나.


적을 당황시킬 의외성이 부족하기에 전투에서 늘 아쉬워했던 공만식.

자연스럽게 그의 눈은 자신에게 의외성을 줄 스킬을 찾았다.


그리고 망설이던 손이 결국 한 장의 카드로 향했다.


띠링!


[‘공만식’님은 [★★] 등급의 ‘스킬’ 선택을 완료했습니다.]

[‘스킬’을 획득하여 ‘마력’을 깨우쳤습니다.]

[‘마력’ 능력치가 증가합니다.]

[□□□□□ → ■□□□□]


‘아.’


탄성이 나왔다.

그가 스킬 카드를 고르자 영혼으로 파고드는 힘.

스스로 굳건하다고 믿고 있던 공만식의 정신을 뒤흔드는 충격적인 짜릿함.

이건 영혼이 한 단계 성장하는 기분이었다.


띠링!


그리고 이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82’ 지역 최초로 [★★]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업적을 인정하여 보상이 지급됩니다.]

[업적 보상으로 ‘마력’ 능력치가 증가합니다.]

[■□□□□ → ■■□□□]


뭔지도 모르는 마력 능력치가 다시금 업적이 인정되어 늘어났다.

공만식의 영혼은 끝없이 흔들리며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윽고 그의 의식이 현실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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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005. Oh-HALA. (2) 24.09.10 179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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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003. 돌아오다. (3) 24.09.08 203 10 13쪽
2 002. 돌아오다. (2) 24.09.07 240 7 13쪽
1 001. 돌아오다. (1) 24.09.06 276 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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