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단정한 니트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 회귀자의 제자가 되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단정한니트
작품등록일 :
2024.09.06 12:52
최근연재일 :
2024.09.19 20:2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2,704
추천수 :
93
글자수 :
83,323

작성
24.09.17 07:20
조회
169
추천
6
글자
12쪽

012. 저건 좀 다르다. (3)

DUMMY

< 012. 저건 좀 다르다. (3) >




백여 명에 달하는 인간.

하나의 괴물.

숫자상으로는 비교할 수 없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전투.

1 대 100이 넘는 교환비로 치러지는 괴물과 인간들 간의 전투는 그럼에도 치열했다.


공만식과 한가람은 적당히 떨어진 곳에서 전장을 지켜봤다.

적이 보여주는 모습.

인간들이 보이는 모습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든 걸 담겠다는 의지였다.


그리고 전투가 벌어지는 산 정상에 사람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그 앞에 있는 건 의외로 유미나였다.


“헥헥헥! 미친놈아! 천천히 좀 가라고! 나 안 죽게 지킨다며!”

“왔냐?”

“으이이이이. 이 오빠 새끼······.”


뭐가 불만인지 숨이 턱 끝까지 찬 그녀는 악으로 깡으로 여기까지 온 거였다.

그녀의 뒤를 이어 올라온 이성찬과 김요한은 마주친 전투 장면에 얼굴이 빠르게 굳어갔다.

그리고 다른 루트를 탄 건지는 몰라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도 속속 산 정상에 도착하며 사람 숫자가 불어나고 있었다.

모여든 사람들 역시 하나도 빠짐없이 전장에 눈을 빼앗긴 채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미친! 저게 뭐야? 어? 저 사람들 유한 믿음회 사람들이잖아.”

“유한 믿음회? 알아?”

“유명한 사이비에요. 따로 다큐로 다뤄질 정도로 나쁜 놈들. 자신이 예수의 환생이라고 말하는 이단인데 사람들 돈은 물론이고 가정까지 박살 내는 사회의 기생충이에요.”

“역시 그런 거였나.”


의외로 저들의 정체를 알고 있는 건 유미나였다.


“한중사님. 유한 믿음회는 정말 유명합니다. 과격한 신앙과 그 이상으로 거칠게 나오는 행동으로 말입니다.”


유미나의 말에 꽤 자세한 걸 알고 있다는 듯 끼어든 건 김요한.

김요한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아는 건 한가람이었으니 슬쩍 추가 질문을 얹었다.


“요한이가 좀 아나 봐? 저 사이비에 대해서?”

“저번에 군부대 습격 사건 있지 않았습니까? 총기 탈환 당하고 했던.”

“아아. 들어본 거 같아. 쪽팔리게 군 탄약고가 털렸던가 그거잖아.”

“맞습니다. 그때 범인으로 지목된 곳이 저 유한 믿음회였습니다. 멸망을 막아야 한다면서 탄약고를 습격한 미친놈들. 그때 잡은 범인들이 자살하면서 꼬리가 끊겨 수사 진행이 멈췄었습니다. 그래서 저한테도 주의하라고 공문이 왔었습니다.”

“그래? 근데 난 왜 몰랐지?”

“······아셨을 겁니다. 제가 보고도 했었습니다. 그때 분명 이해하셨다고 했습니다.”

“흐흠. 넘어가자고.”


살짝 민망해하는 한가람이었지만, 어쨌든 덕분에 정보를 얻었다.


‘군대를 덮쳐? 진짜 빠꾸 없는 미친 새끼들이네. 근데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을 못 하네.’


괴물 혐오에서 인간 혐오까지 들게 하는 전장.

피가 튀고 시체가 쌓이는 이곳에서 공만식은 조용히 보스만 바라봤다.

미친놈들이 날뛰고 있지만, 그런 건 사실 그의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

사회를 좀먹든 종교를 세우든 그에게는 그저 피래미로만 보였으니까.

그렇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저 보스는 달랐다.


‘언제까지 장난만 칠 거냐? 이 정도면 관중은 많이 모인 거 같은데.’


그는 확신했다.

변종보다는 보통 마인과 닮아 얼핏 평범해 보이는 괴물.

정체 대신 ‘???’로 표시된 보스가 확실한 놈.

그놈은 지금 즐기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이고 있는 상황.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한 게 확실함에도.

조금의 두려움 없이 늘어나는 장난감에 행복해하고 있는 괴물.


기세가.

투지가.

그리고 풍겨 나오는 마력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즐거워 죽겠다고.


‘씨이이이펄. 저 괴물 새끼는 뭐야아아아? 뭔데 저렇게 잘 버티는 거냐고오오오오! 씨부라아아아알!’


보스 괴물의 장난질은 공만식만 느낀 건 아니었다.

직접 괴물을 상대하고 있는 표은봉.

수백 신도를 자랑하는 유한 믿음회의 주인이자 또한 사기 전과 5범인 사기꾼.

그도 이 전투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분명히 느꼈다.


욕을 한 바가지 쏟아내고 싶었다.

목 끝까지 차오르는 욕을 괴물에 면상에 박고 총이라고 갈기고 싶었다.


그렇지만 참아야 했다.

미친 척 훔친 총은 쓰레기가 됐고, 자신이 가스라이팅한 인간들에게 위엄 없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이를 악물고 겨우 참아내며 사기꾼의 말투로 입을 열었다.


“참으로 고약한 사탄이로구나. 내가 지옥에 가지 않으면 누가 지옥에 가겠는가. 모두 비키십시오. 제가 직접 상대하겠습니다!”

“목사님! 안 되십니다!”

“절대로 안 됩니다, 목사님! 목사님은 새롭게 세워질 하나님의 성전을 이으셔야 할 분입니다!”

“목사님을 지켜! 빨리 저 악마를 처단하라고!”


그가 움직이려 하자 발광하며 막아서는 신도들.

표은봉은 자신이 뭘 원하는지 알기라도 하듯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고 흐뭇하게 웃는다.

이 모습을 볼 때마다 마약이라도 빤 것처럼 힘이 넘쳐났다.


“어쩔 수 없군요. 하나님의 전사인 여러분이 원하시니 어쩔 수 없겠군요.”

“당연합니다, 목사님. 목사님은 그저 저희를 바른길로 인도만 해주시면 됩니다.”

“맞습니다, 목사님. 대신 힘을 내라고 아까와 같은 기도를 올려주십시오.”

“그거면 됩니다! 하나님의 기적을 보여주십시오!”


하나님의 기적.

표은봉은 이들이 뭘 원하는지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렇군요. 비록 지옥이 펼쳐졌지만, 우리에게는 축복이 있지요.”


그의 말에 무섭게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

피식 나오는 웃음을 참은 표은봉이 숨을 크게 들이켰다.


“하나님이 원하는 성전이다아앗! 여기 하나님의 적자가 있으니 날 믿어라아앗! 모두 사탄을 무찔러라아아앗!”


우우우우웅!


냅다 지른 듯한 거대한 목소리.

어차피 비명이 울리는 전장인데 뭐 하는 짓인가 싶지만.

효과는 예상보다 대단했다.


“우와아아아아! 싸워! 싸워라!”

“싸우자! 하나님의 아드님이 우리와 같이한다!”


지쳐가던 이들도.

겁을 내던 이들도.

주춤하던 이들도.

모두가 다시금 힘을 얻어 일어서서 창과 방패과 칼을 들었다.


‘역시 워크라이.’


스킬, 워크라이(Warcry).

전장에서 싸우는 아군의 두려움을 지우고 힘을 나게 도와주는 신의 힘.

표은봉을 스스로 진정한 하늘의 자식이라고 여기게 만든 힘이었다.


그리고 스킬을 사용한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차가워진다.

입술을 한 번 핥은 괴물.

녀석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준비를 마쳤다.




* * *




표은봉이 먹은 스킬석은 당연하게도 그가 얻어낸 건 아니었다.


“모, 목사님. 이런 것이 나왔습니다.”

“잘 하셨습니다. 모두 하나님의 뜻이겠지요. 제가 아버님에게 감사 기도를 올리며 전사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하늘에 좋은 자리가 배석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목사님!”

“앞으로도 힘내 주십시오.”


팔이 두 개가 아닌 네 개였던 괴물.

수십 명의 사람이 괴물을 잡기 위해 죽어 갔다.

그렇게 얻어낸 스킬석 ‘[★]워크라이’.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해주는 진정한 기적이라 할 수 있는 스킬.

워크라이는 표은봉을 누구보다도 빠르게 이 세계의 주인이 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런데 지금 그 믿음이 무참히 깨어지고 있었다.


“컥!”

“크아아아악! 내 팔! 내 파아아알!”

“죽여! 사탄을 죽이······ 끄르르륵.”


워크라이 한 방이면 어떤 괴물들도 자신의 앞을 막을 수 없었다.

무섭게 생겼어도 결국은 고작 피조물인 괴물은 자신의 군대를 막을 수 없는 한낱 장애물이었으니까.

그런데 왜.


“이이이이이 씨팔. 저 괴물 새끼는 왜? 왜애애!”


죽지 않는다.

상처 입지도 않는다.

지치지도 않는다.


오로지 신도들을 죽이고 또 죽이며 다시 죽인다.

표은봉이 만든 군대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었다.


‘빠르네.’


괴물 보스는 공만식의 평가대로였다.

특별한 깨달음이나 신묘한 움직임 없이 그저 상식을 뛰어넘는 빠름이 있었다.

다만, 그걸 겉으로 드러나게 보여주지 않고 장난치듯 이용할 뿐이었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그런 괴물의 움직임을 인지하고 있는 건 공만식과 한가람 뿐이었다.


“만식아, 저 괴물 뭐야? 저런 움직임이 가능해?”

“가능하니까 보여주는 거지. 누나, 괴물이잖아. 상식으로 판단하지 마.”

“아무리 그래도 순간적으로 저런 움직임. 저건 반칙이야.”

“그래. 반칙이지.”


그래, 반칙이야.

저건 진짜 반칙.

그는 보스가 어째서 저렇게 빠른지 답을 알 거 같았다.


‘저 괴물 새끼. 저거 민첩 능력치가 격이 달라. 완전히 다른 세계에 혼자 있어.’


공만식의 민첩 능력치는 비어있는 별에 플러스 두 칸이다.

인간 한계를 가볍게 뛰어넘고도 두 단계나 나아간 상태.

그런 공만식도 저런 속도를 내는 건 절대로 불가능하다.


믿기 힘든 괴물의 속도를 설명할 수 있는 건 오로지 한계를 넘어선 진화.

결국, 비어있는 별을 채운 괴물이라는 말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괴물의 움직임이 이상하다고 여길 때쯤, 상황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다다랐다.

백여 명에 달하던 유한 믿음회 신도는 모두 하나님의 곁으로 떠난 상태.

그 장면을 멍하니 지켜보던 표은봉은 다가오는 괴물을 보고 주저앉았다.


“히이이이이익! 사, 살려줘! 으아아아악!”

“크힛.”

“저리 가! 꺼져! 꺼지라고오오오오! 내가 누군 줄 알고! 내가 바로 하나님의 적ㅈ······ 컥! 씨, 씨부랄 괴물 새끼.”


전투기 측정기?

아니, 표은봉과 유한 믿음회는 그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허물어져 버렸다.

평범한 인간들의 쓰나미는 괴물의 진심을 끄집어내기에도 한없이 부족했던 거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여과 없이 바라본 사람들.


“도, 도망쳐! 모두 죽어! 도망치라고!”

“으아아악! 비켜! 비키라고!”


패닉이었다.

호기롭게 올라온 이들은 전투가 아닌 학살을 목격하고 정신을 못 차리고 도망치기 바빴다.

서로 뒤엉키며 산을 구르며 내려가는 모습은 조금 우습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모두가 도망친 건 아니었다.

당연하게도 남은 건 공만식과 그를 따라온 사람들 그리고 숨어서 지켜보려는 몇 명.

일행은 공만식 때문에 남았지만, 그들 역시 무서운 건 마찬가지였다.


“누나도 내려가도 돼. 너희도 내려가.”

“후우우. 진짜 쫄리네. 만식이 너 아니었으면 이미 튀었어. 그런데 넌 안 갈 거잖아. 아니야?”

“가긴 어딜 가. 저기 떡 하니 보상 준다고 괴물 새끼가 꼬리 치고 있는데.”

“키키킥. 그치? 어차피 네가 이길 건데 왜 내려가. 그냥 여기 있으면 되지.”

“그냥 나 못 믿은 거 같아서 얘기해봤지.”


한가람은 공만식의 말에 피식 웃었다.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지 도무지 알 수 없지만, 왠지 저 남자가 질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이 현상에 그냥 본능대로 따라 보기로 했다.

끽해야 죽기밖에 더하겠는가.


“마, 만식아. 그럼 난 내려가서 저녁 준비라도 하고 있을까?”

“가만있어요! 저 언니도 안 가는데 우리가 왜 가요!”

“그, 그렇지? 조금 이상하지? 난 그냥 만식이 배고플까 봐.”

“오빠! 조용! 우리도 갈 생각 없거든!”


한가람의 말에 질 수 없다는 듯 유미나가 외치며 버텼다.

부들부들 떨면서 왜 굳이 여기에 있겠다는 건지 모를 일.


하지만 곧 공만식은 관심을 껐다.

저쪽 손님이 더는 기다려 줄지 않을 거 같았으니까.


“다들 알아서 해. 혹시라도 내가 진다 싶으면 죽어라 뛰어서 도망쳐. 그런다고 딱히 살 거 같지는 않지만.”


홀딱 벗은 몸은 다부진 근육으로 가득 찼다.

상어를 닮은 입과 피부색을 제외하면 그냥 야생의 인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


‘흐음. 이거 사부하고 싸운다고 생각해야겠네.’


단순한 육체적 스펙은 이미 공만식이 지고 들어간다.

인간이면 모를까, 저 괴물은 인간을 초월한 진정한 괴물.

고작 겉에 보이는 위엄이 작다고 해서 긴장을 풀면 죽는다.

최소 사부를 상정하고 싸움에 임해야 한다.


“왠지 그러니까 힘이 나네. 사부를 팬다니. 안 그래?”

“크힛.”


괴물은 알아듣기라도 했는지 상어 이빨을 내보이며 웃는다.

정겹게까지 느껴지는 모습에 피식 웃은 공만식.


팍.


그가 먼저 뛰어들었다.


“흐으읍!”


투, 콰───앙!


쇠파이프와 괴물의 손.

금속과 생명체가 부딪쳤다고 생각할 수 없는 소리가 울렸다.

전투의 시작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포칼립스 회귀자의 제자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4 014. 나쁘지 않은 기분. (2) NEW 6시간 전 68 4 14쪽
13 013. 나쁘지 않은 기분. (1) 24.09.18 147 5 14쪽
» 012. 저건 좀 다르다. (3) 24.09.17 170 6 12쪽
11 011. 저건 좀 다르다. (2) 24.09.16 180 8 13쪽
10 010. 저건 좀 다르다. (1) 24.09.15 176 6 13쪽
9 009. 미션. (3) 24.09.14 176 5 13쪽
8 008. 미션. (2) 24.09.13 178 5 13쪽
7 007. 미션. (1) +1 24.09.12 186 5 13쪽
6 006. Oh-HALA. (3) 24.09.11 189 5 13쪽
5 005. Oh-HALA. (2) 24.09.10 201 6 13쪽
4 004. Oh-HALA. (1) 24.09.09 219 8 12쪽
3 003. 돌아오다. (3) 24.09.08 229 11 13쪽
2 002. 돌아오다. (2) 24.09.07 273 8 13쪽
1 001. 돌아오다. (1) 24.09.06 313 11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