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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 니트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 회귀자의 제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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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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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6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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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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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008. 미션. (2)

DUMMY

< 008. 미션. (2) >




“응. 잘 가고 있어. 정말이야. ······내가 왜 거짓말을 해. ······응응. 전화는 좀 그래. 나도 신세 지고 있으니까. ······나도 사랑해. 잘 갈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


총이 불량이 된 것과 달리 다른 물건들은 제법 멀쩡했다.

윤미나는 아직 살아있는 통신에 감사하며 엄마와의 통화를 끝냈다.

다행히 엄마도 할아버지도 초코도 모두 무사히 집에 잘 숨어있다는 사실에 하늘에 감사했다.

바들바들 떠는 손을 꼭 쥔 그녀는 반드시 살아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리라 다시금 맹세했다.


“흐아아아암! 그냥 잠깐 들렀다 가면 된다니까 뭘 통화까지 해. 걱정들 하시게.”

“하아, 우리 집 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가기나 하죠.”

“그래. 가자.”


생명의 은인이며.

자신을 집까지 데려다주려는 선함을 가졌고.

또한, 각성이라는 기적까지 선물해준 사람이다.

공만식은 그런 사람이다.


그런데 왜 자꾸 주먹이 쥐어질까?

윤미나는 자신의 마음이 이리도 작은지 살면서 처음으로 알았다.

애써 한숨을 숨긴 그녀는 진정한 후 본론을 꺼낼 수 있었다.


“그런데 꼭 이런 미션을 해야겠어요? 딱 봐도 위험하잖아요.”

“그치. 누가 봐도 위험하지. 그것도 아주 위험해.”“그러니까요. 죽어요. 죽는다고요. 아무리 오빠라도 죽을 수 있다고요.”

“맞아. 나도 사람이니까 죽을 수도 있지. 그런데 그러니까 보상도 좋을 거야. 나도 죽을 수 있을 정도인데 얼마나 좋겠어. 그러니 가야지. 꼭 가야 하는 미션인 거야.”


말이 안 통한다.

히죽히죽 웃는 공만식의 얼굴을 보면 마음을 돌리는 건 불가능한 일.

한숨이 나오는 걸 숨기고 미션창을 다시 살피는 윤미나는 이 안에 해답이 있기를 바랐다.


──── ◆ MISSION ◆ ────

[ 이름 : 모여드는 마인들을 토벌하자 ]

[ 등급 : ★ ]

[ 목표 ]

▶ [ 마인 토벌 ]

→ 마인 처치 (0/∞)

→ 변종 마인 처치 (0/∞)

→ 마인 부화장 파괴 (0/10)

→ [ 추가 ]??? 처치 (0/1)

[ 보상 ]

▶ 달성 목표에 따라 차등 지급

───────────────


‘그냥 마인도 아니고 변종. 부화장은 또 뭔데? 하아아, 어려워. 너무 어려워.’


마인은 이제 무섭지 않았다.

자신이 쓰러트리지는 못하지만, 공만식의 뒤에만 있으면 안전하다는 사실을 몇 번이고 확인했으니까.

그렇지만 실상은 공만식이 괴물일 뿐, 마인은 여전히 두려운 존재였다.


심지어 그런 마인이 아닌 변종 마인?

변종이라는 특수종으로도 모자라서 마인들이 바글 거릴 거 같은 부화장?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저 물음표. 저거 딱 봐도 보스죠?”

“그렇겠지.”

“아아아아. 그냥 가요. 네? 제발 그냥 가요. 가면 딱 죽을 삘이잖아!”

“재수 없으니 그럴지도 모르지. 그래도 걱정 마. 내 옆에만 찰싹 붙어 있으면 넌 안 죽으니까.”


윤미나는 공만식의 여유로운 말에 질린 얼굴이었다.

자신이 죽더라도 그녀를 살리겠다는 말은 로맨틱하기는커녕 그 어떤 협박보다도 무서웠으니까.

입을 꾹 닫는 것만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변종 이상이라. 재밌겠어.’


고양이 눈으로 흘기는 윤미나가 본 것과 달리 공만식은 의외로 긴장했다.

전투에서는 압승이었지만, 변종 마인 또한 만만치 않은 괴물이었다.

실수 한 번에 목숨을 내어주어야 할 괴물.


그래서 뭐, 어쩌라고.

언제는 안 그런 적이 있었던가.


두려움을 대하는 공만식의 마음은 이러했다.

제대로 싸울 줄도 모르고 힘만 쎈 바보를 무서워하는 건 하늘로 간 사부가 땅을 치고 후회할 일.

그저 변종 너머의 물음표가 궁금할 뿐이었다.

왠지 꽤 짜릿한 경험이 될 거 같았다.


안 죽었다고 이 새끼야!

라는 말이 들리는 듯했지만, 무시한 공만식은 미션이 알려주는 방향으로 걸었다.

다행스럽게도 미션은 가야 할 방향을 본능적으로 알려주어 길을 잃을 일은 없었다.


그리고 공만식이 마인보다 더 귀찮을 거라 확신한 일.

그 일이 벌써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 * *




Oh-HALA 시스템.

이 시스템을 연다는 건 꽤나 놀라운 일이 확실했다.

허공에 괴이한 메시지들과 상태창 같은 웹툰에나 나올 법한 것들이 보인다.

거기에 인벤토리는 또 어떤가?

아이템뿐이라고는 하나 현실이 아닌 시스템이 보관까지 하는 사기성을 보여준다.


‘근데 그래서?’


윤미나는 그러한 오-할라 시스템이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시스템을 각성했는데 강해지지도 않았다.

심지어 레벨조차 없으니 마인들을 죽인다고 해서 파밍한 오염된 마정석 말고는 얻는 것도 없었다.

실망스러움이 이토록 진할 수가 없었다.


‘흐. 자유 능력치를 주겠지? 아니면 스킬이나 아이템? 뭐든지 땡큐지, 땡큐.’


그와 달리 공만식은 오-할라 시스템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일단 평범한 괴물들을 죽인다고 쭉쭉 오르는 레벨 따위가 없는 게 가장 좋았다.

세상에 그렇게 불합리한 구조로 강해지는 게 말이나 되는가.

자신이 고생한 일들을 생각하면 절대로 있으면 안 되는 일.

지난 세월을 생각하면 억울할 법도 하나, 상당히 쪼잔한 공만식이었다.


거기다 그는 이미 어떻게 하면 시스템으로 강해질 수 있는지도 직접 체험했다.

능력치를 올리는 법을 넘어 스킬까지 이미 가지고 있지 않던가.

윤미나 몰래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 열심히 스킬을 훈련하는 중이기도 했다.


우우우웅.


‘마력은 이제 제법 말을 들어.’


이제 두 칸 채워진 마력은 육체와 달리 오로지 의지만으로 작동한다.

일곱 제자 중 독기로는 최고라고 자타가 인정하는 그에게 이건 참으로 반가운 일.

슬슬 자신의 뜻을 받아들이는 마력만 봐도 훈련의 재미가 쏠쏠했다.


스스슷.


마력을 움직이며 스킬을 쓸 뜻을 더하면, 이번에는 손끝에 작게 칼날이 솟아난다.

그림자의 밤이라는 스킬이 발동한 것.

이 또한 쉬지 않고 펼치고 있으니 약간이지만, 감이 잡히는 느낌이기도 했다.

물론 아직도 갈 길이 멀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공만식이 이 시스템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또 있었다.


“사람이에요.”

“맞아. 각성자. 우리처럼 미션 받고 왔나보네.”

“아. 눈빛이.”

“그러게. 싸가지 없네. 저러다 안 처맞아봤나?”


사냥 따위로는 올릴 수 없는 능력치.

얻는다고 사기가 되지 않는 스킬까지.


그러니 다른 각성자들을 조금은 덜 귀찮아해도 됐다.

지금 오는 놈도 미션을 받아서 오는 거겠지만.

대충 봐도 각성’만’ 했을 뿐인 쭉정이니까.


“어우. 반갑습니다. 여기서 생존자분들을 뵙네요.”


일단 넉살은 이쪽이 패배.

웃으며 넙죽 인사하고 들어오는 남자.

보이는 외모와 달리 꽤나 착한 미소로 다가오지만, 그래도 공만식의 눈을 못 피한다.


‘깡패? 잘 봐줘야 양아치네.’


남자의 첫인상은 상당히 불량했다.

노란색으로 염색한 머리와 귀에 박힌 피어싱.

검은색 츄리닝에 잘 어울리는 다부진 몸은 묘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손에 든 야구 배트에는 마인의 검은 피가 잔뜩 묻어 살벌하기도 했다.


상당히 거친 남자라는 걸 알 수 있는 외견.

공만식은 각성자와의 전투를 피할 수 없다고 느꼈다.

그런데 이건 공만식이 자신을 제대로 못 봐서 그랬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큼은 그도 누구에게 밀리지 않았다.


‘미치겠네. 존나 인자강이잖아. 개 같이 깔자.’


공만식과 마주친 남자, 이성찬.

그는 멀리서 공만식을 마주친 순간 전율이 온몸을 스쳤다.

다년간 운동해온 지식으로도 공만식의 몸이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 짐작도 안 갔다.

그저 저 몸이 어떤 힘을 보일지 어렴풋이라도 느껴지며 두려움이 자라났다.

그의 넉살 넘치는 인사는 공포 속에서 겨우 쥐어짠 생존 방식이었다.


“아, 네. 뭐, 반갑네요.”

“반가울 거까지는 없고. 그쪽도 미션?”


살짝 띠꺼운 윤미나의 반응에 울컥.

그렇지만 공만식의 직접적인 말에 자신과 같은 용무라는 걸 안 이성찬은 얼굴에 웃음을 더욱 진하게 지었다.


“그렇죠. 역시 제가 제대로 봤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하.”


이성찬은 본능적으로 이들과 한 편이 되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건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그냥 그래야지 자신이 안전하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내면의 소리.

그를 위해서 억지웃음을 남발하는 중이었다.


“뭘 기분 나쁘게 계속 쪼개? 시비 거는 건가?”

“······네?”


그렇지만 자신을 파악하지 못하는 건 공만식이나 이성찬이나 마찬가지.

자신의 웃음이 상당히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걸 모르는 이성찬은 당황했다.


“들어와. 경쟁자는 정리하면서 갈 생각 같은데. 피차일반이야. 후딱 정리하자고.”

“······네에에?”

“네는 염병. 들어와. 들어오라고.”


손가락을 까딱이는 공만식을 멍하니 바라보는 이성찬.

지난 세월 동안 착하게 요리사로 살아온 남자는 지금 울고 싶었다.




* * *




“무슨 남자가 그런 일로 울고 그래요. 괜찮으니까 뚝.”

“지, 진짜 무서웠다고요. 전 싸울 생각이 하나도 없었는데.”

“에헤이. 알죠. 근데 저 양반이 원래 좀 이상해요. 그러려니 하세요.”


저 망할 것들이.


공만식은 분명 명확한 투지를 느꼈다.

이성찬이라고 소개한 남자의 외견에 선입견을 갖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에게서 흘러나온 투지는 분명 명확했다.


인간을 죽여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살기를 키운 공만식.

그의 말과 행동에 급격히 무너져 내린 남자는.


‘살려주세요.’


라고 글썽이며 무릎까지 꿇으며 말했다.

공만식이 느낀 투지는 거짓말인 것처럼 사라지며.


그러고 나서는 공만식만 이상한 놈이 됐다.

자신에 대해서 뭘 안다고 마치 중재자처럼 나선 윤미나가 상황을 정리했다.

귀찮고 재미없어진 공만식은 한 걸음 물러난 상태였다.


“아무튼, 이것도 인연이니까 잘 지내요. 전 윤미나고 슴둘살. 대학생이에요.”

“아, 네. 전 스물여덟이고요. 저쪽 하바스라는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쉐프에요.”

“어머. 하바스요? 거기 프렌치 레스토랑이잖아요. 지난주에도 갔는데. 제가 먹은 것도 그럼 성찬 오빠가 해준 거예요?”

“아시는구나. 그런데 일한 지는 이제 1년 차라서 그냥 배우는 중이에요.”

“그렇구나. 아, 그리고 저기 저 사람은 공만식. 나이는 오빠보다 두 살 어린 여섯이에요.”

“네에에에? 저보다 어리다고요?”

“그러게요. 히히히힛.”


뭐가 좋은지 이야기꽃을 피우는 두 사람.


‘더럽게 평화롭네.’


누가 보면 소개팅이라도 나온 줄 착각할 분위기가 공만식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름 잘 어울리는 두 사람에게 질투 따위 느끼는 건 절대 아니었고.

이 위험한 세상에서 생각 없이 평온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에게 저런 낭만적인 대화들은 사치스럽게만 보였다.


‘그런데 이상하네. 분명 느꼈는데. 타고난 건가?’


투지라는 건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오랜 훈련으로 드러날 수도 있지만, 본능적으로 타고나기도 하는 부분.

공만식은 이성찬에게서 분명히 느꼈던 투지가 후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생각이 맞다면 나름 재미있는 놈이라는 뜻이었다.


‘하긴 그러니 지금까지 살아남아서 각성도 하고 여기도 온 거겠지.’


변종은 처음 이후에 본 적 없는 공만식이었다.

그러니 괴물의 대부분은 일반 마인이라는 말.

이성찬은 그러한 마인들을 직접 때려죽이고 각성하고 미션까지 참여한 거다.

평화 속에 찌들어 살던 인간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 분명했으니 마냥 말랑말랑하지만은 않을 거다.


왜 자신을 보고 그렁그렁 눈물까지 보이면 무릎을 꿇었는지는 몰라도.


“그럼 운동을 꽤 오랜 한 거네요?”

“그래 봐야 프로도 못 간 거죠. 덕분에 빠따는 좀 휘둘러서 지금까지 살아있는 거죠.”

“와, 그래도 멋지다. 나 야구하는 사람 실제로 처음 봐요.”

“지금은 요리사에요, 요리사.”


감각 스탯이 인간을 뛰어넘어 플러스 두 칸인 공만식.

제법 앞서서 걷고 있어도 두 사람의 대화는 옆에서 떠드는 것처럼 들렸다.


‘운동은 했던 거네.’


이성찬에 대한 정보가 뜻하지 않게 들어왔다.

아마도 야구를 하는 과정에서 승부에 대한 태도가 정립되고 투지가 쌓였을 거다.

그것이 대인을 한 것이라고 보기는 애매했기에 통제가 안 돼서 공만식도 오해한 거였고.


어쨌든 뜻하지 않게 이성찬까지 합류한 일행은 미션이 기다리는 장소로 향했다.

그러며 속속 모여드는 사람들.

그들은 이성찬과 달리 바짝 날이 선 채로 서로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당장 누구라도 시비를 걸면 싸움이 터질 상황이었다.


‘그래. 이거지.’


팽팽한 긴장감이 그물처럼 퍼진 공간.

그 속에서 오히려 안도감을 느끼는 공만식이었다.


그리고 그의 주변 모두가 공만식이 이 주변의 최상위 포식자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다.

공만식을 중심으로 거리를 유지하며 슬금슬금 움직이는 묘한 그림.

덕분에 십여 분간 이어진 어색한 동행 중에도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저기네.”


그리고 도착한 곳.

산에서 기이한 마력이 흘러나오며 눈길을 모았다.

소름 끼치는 마력에 모두가 저곳이 미션이 기다리는 곳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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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014. 나쁘지 않은 기분. (2) NEW 6시간 전 68 4 14쪽
13 013. 나쁘지 않은 기분. (1) 24.09.18 147 5 14쪽
12 012. 저건 좀 다르다. (3) 24.09.17 170 6 12쪽
11 011. 저건 좀 다르다. (2) 24.09.16 181 8 13쪽
10 010. 저건 좀 다르다. (1) 24.09.15 176 6 13쪽
9 009. 미션. (3) 24.09.14 176 5 13쪽
» 008. 미션. (2) 24.09.13 179 5 13쪽
7 007. 미션. (1) +1 24.09.12 186 5 13쪽
6 006. Oh-HALA. (3) 24.09.11 189 5 13쪽
5 005. Oh-HALA. (2) 24.09.10 202 6 13쪽
4 004. Oh-HALA. (1) 24.09.09 219 9 12쪽
3 003. 돌아오다. (3) 24.09.08 229 11 13쪽
2 002. 돌아오다. (2) 24.09.07 273 8 13쪽
1 001. 돌아오다. (1) 24.09.06 313 1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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