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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 니트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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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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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6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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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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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07. 미션. (1)

DUMMY

< 007. 미션. (1) >




공만식은 현시점에서 거의 버그에 가까운 존재였다.


인간 한계를 넘어선 육체.

극도로 훈련받아 날이 선 전투 능력과 생존 본능.

그에 더해 구할 사람도, 신경 써야 할 사람도 없는 자유로움.

혼자서 날뛰기에 넘치는 조건을 가진 그였기에 무언가에 얽매이기는 죽도록 싫었다.


“그럼 꺼져. 질질 짜지 말고.”


그러한 공만식이기에 이렇게 쉽게 말할 수 있었다.


“······어, 어떻게 사람이 그런 말을?”

“시끄럽고 꺼지라고.”

“흑. 흐윽.”

“아, 울지 말고 꺼지라고.”

“흐으읍!”


당연하게도 평범보다도 야들야들하게 살아온 윤미나에게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칼날처럼 파고들었다.

차라리 그녀 입장에서는 마인이 등장하자마자 아무것도 모른 채로 죽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공만식은 진실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도 살고 싶겠지.’


그럼에도 윤미나는 살고 싶을 거다.

지금은 죽을 수 있는 적당한 타이밍을 놓치고 살고자 하는 본능이 강렬해진 시간.

공만식은 그럴 거라 확신했다.


인간의 생존 본능.

이건 절대로 무시 못 한다.

정신 질환이나 특별한 사명이 있지 않은 이상, 인간의 최우선 과제는 살아남는 것 그 자체.

그걸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이 공만식이었다.


‘지랄 맞네.’


불현듯 처음 섬에 납치됐을 때가 생각났다.

어쩌면 자신은 눈앞의 윤미나만큼 여렸을지도 모른다고 착각하는 공만식.

그는 혹독함을 넘어 아프도록 시렸던 그 날들이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만 그때는 실패가 가능했던 시간이었고, 지금은 불가능하다.

실패가 곧 죽음이니까.


그렇다면 여기서 윤미나가 일어서지 않는다면?


“정말······ 정말 절 버릴 건가요?”

“뭔 소리야. 꺼지라니까.”

“이, 이이이이 나쁜 새끼야! 사람이 어떻게 그래! 어떻게 그러냐고!”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다.

라고 대답하는 것도 귀찮아 대충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는 공만식이었다.


“하, 하면 되잖아! 하면!”

“할 거면서 지랄은. 시간 없으니까 후딱 해치워.”

“······하아아아. 미친 새끼.”


부들부들 떠는 윤미나는 빠루를 들고 어찌할 줄 몰랐다.

시범이라도 보여달라는 건가 싶은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어 버린 공만식.

그의 모습에 이마에 핏줄이 솟을 정도로 열 받은 윤미나가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당연히 하겠지. 죽는 거 하고는 비교할 수 없는 일이니까.’


진짜 사람을 죽이는 일이다?

그런 경우라면 사회가 만들어 놓은 신념 때문에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인간이 아닌 인간을 잡아먹는 괴물을 죽이는 일.

고작 이런 일에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인간은 없을 거라 확신했다.

물론 그런 병신은 인간 취급을 안 하니 정해져 있는 답이었지만 말이다.


“시간 없다. 빨리해라.”

“한다고 했잖아! 한다고! 재촉 좀 하지 마!”

“딱 5분 준다. 마리당 1분. 개 널널하네. 완전 천사야, 천사.”

“나쁜 새끼!”


윤미나의 날카로운 눈빛을 받은 공만식은 어깨를 으쓱했다.

네가 뭘 어쩔 건데라는 제스처에 한층 더 용기를 낼 수 있게 된 윤미나.

그녀의 바들바들 떠는 손이 빠루를 마인의 머리로 향하게 했다.


푹.


“끄어어어억!”


팔다리 다 박살 나서 땅에 엎드린 마인들.

놈들도 뒤통수에 빠루가 살짝 파고드니 괴성을 질렀다.


“꺄아아악! 싫어! 싫다고!”


땡그랑!


빠루를 던지고 뒤로 도망치는 윤미나.

다시 울음이 터진 그녀를 보고 한숨이 절로 나오는 공만식이었다.


‘씨바, 진짜 포기해?’


추가 미션이니 그냥 포기해도 되는 일이었다.


‘아니지. 각성하는 과정을 확인할 필요도 있어. 몇 마리를 죽어야 하는지, 어떤 형태로 죽여야만 하는지. 오히려 좋은 기회야.’


윤미나를 걱정하거나 그녀의 심정을 공감하는 건 조금도 없었다.

오로지 자신이 얻을 이익의 방향성만 고려한 처사.

그렇기에 공만식은 다시금 윤미나의 손에 빠루를 쥐어주었다.


“한 번만 더 놓치면 진짜 끝이야.”

“으으으.”

“그냥. 이렇게. 이렇게만 하라고.”


푸우욱!


“끄애액.”


윤미나의 손을 잡고 억지로 빠루의 날카로운 부분으로 괴물의 머리를 찍는 공만식.

괴물의 비명과 함께 눈의 초점이 사라진 윤미나는 털썩 쓰러지며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하지만 그러길 몇 분.

힘겹게 일어난 그녀는 다시금 빠루를 집어 들었다.




* * *




‘으음?’


열 마리였나?

마인의 머리에 빠루를 박아 넣던 윤미나의 무언가가 달라졌다.


“각성했냐?”

“······이게 무슨? 이게 각성이라고요?”

“했나 보네. 맞아. 그게 각성이야.”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사람 잡아먹는 괴물이 돌아다니는 판국에 그게 뭐 대수라고.”


공만식의 말에도 윤미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처음으로 마인을 죽이고 눈앞에 메시지창이 떴을 때는 자신이 미쳤다고 생각했던 그녀다.

그런데 막상 각성까지 정말로 이루고 나자 변한 세상에 적응해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고맙다고 해야 하나?’


조금은 묘한 눈빛으로 공만식을 바라보는 유미나.

툴툴거리지만, 자신을 지켜주고 집까지 데려다준다고 약속한 남자다.

심지어 각성까지 시켜주는 이 남자.


도대체 진심은 뭘까?

툴툴거리면서도 자신을 위해서 움직이는 이 남자의 진짜 마음은 뭘까?


그렇게 윤미나는 스스로 판 함정에 스스로 뛰어들고 있었다.


“눈빛 뭐냐? 싸우자고? 각성 좀 했다고 만만해 보이지?”

“뭔 개소리야!”

“됐고. 각성한 스탯 좀 불러봐.”

“아, 짜증 나.”


물론 그럴 때마다 공만식이 적절히 태클을 걸어주었다.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누구도 모를 일이었다.


‘상태창 확인.’


띠링!


그러니 복잡한 건 치우고 각성한 스탯을 보기 위해 상태창을 여는 윤미나였다.


─── ◆ STATUS ◆ ───

[ 이름 ]

▶윤미나

[ 능력 ]

▶근력 [ ■□□□□ ]

▶민첩 [ ■■■□□ ]

▶내구 [ ■■□□□ ]

▶감각 [ ■■■■□ ]

▶마력 [ □□□□□ ]

※▶잔여 [ □□□□□ ]

─────────────


‘이게 좋은 건가?’


막상 열어 본 스테이터스는 그녀로서 좋은지 나쁜지 판단할 수 없는 상태였다.

추가적으로 날아온 메시지창 덕분에 뭘 하는 능력치인지 알 수 있게 된 게 그나마 나은 정도.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스탯을 고스란히 공만식에게 알려주었다.


“흐음. 대충 그 정도라는 거네.”

“오빠는요? 오빠 스탯은 어떤데?”

“나? 내 스탯은 당연히 비밀이지.”

“······응?”

“그런 중요한 정보를 왜 아무한테나 말해. 바보냐?”

“······뭐, 뭐라고? 야!”


생각해보면 공만식의 말이 맞다는 걸 아는 그녀였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

생사고락을 함께 겪은 동료인데(그녀 생각)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저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것에 더 화가 나는 그녀였다.


‘아니지. 그래, 이게 맞아. 이런 식으로 나한테 알려주는 거구나.’


잘못을 말로 설명하기보다 겪게 하며 이해시키는 스타일?

그냥 자기 마음대로 좋게 해석하는 그녀였다.


“무슨 엄청난 비밀도 아니고 됐어요. 별로 알고 싶지도 않고.”

“오케이. 그럼 됐네. 시간 없으니 속도 좀 올린다. 잘 따라붙어.”

“······흥.”


아무리 특수 상황이고 툴툴거리는 츤데레 스타일이라고 해도 너무 무심했다.


콧방귀로 자신의 서운함을 알리는 윤미나.

살짝 토라진 얼굴을 돌리며 작게 내뱉은 숨.

이건 언제나 먹혀온 그녀의 필살기였다.

어지간한 아니, 모든 남자가 그녀의 이 한 방에 대부분 표정이 풀렸었다.


‘각성은 했고. 팀은 또 뭐냐?’


물론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아니, 쳐다보고 있지도 않은 공만식이었다.

윤미나의 얼굴에 살짝 금이 갔지만, 그는 지금 다른 걸 생각하느라 바빴다.


어떤 상황이든지 최우선으로 진행해야 할 것은 임무의 완벽한 수행.

세뇌처럼 박힌 생각은 그를 이끄는 원동력이었다.

그렇기에 각성과 달리 한 번도 해보지 못한 팀을 결성하는 걸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고민한다고 뾰족한 답이 나오는 문제는 아니었다.

이런 문제를 끌어안고 있느니 그냥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맞다는 걸 알기에 걸음만 재촉했다.




* * *




“하악! 하악! 하악!”

“······싸운 건 나 혼잔데 왜 네가 힘들어하냐?”

“나, 나도 할 만큼 했어요!”

“뭐래.”


윤미나의 집으로 가는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마인들은 어디서 번식이라도 하는지 그 숫자가 공만식의 예상을 가볍게 넘어섰다.

다행이라면 변종 마인은 어디 숨었는지 첫 대면 이후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 괴물들은 잡아도 아무것도 안 주네요. 게임 같은 거 보면 막 경험치도 주고 돈도 주고 아이템도 주고 하던데.”

“이게 게임이냐? 그리고 경험치 줘서 강해지면 힘들게 훈련한 사람들 억울해서 죽는다. 세상 그렇게 만만한 거 아니다.”

“그래도 막 상태창 보면 스탯들도 있고 하잖아요. 그런 거 보면 이걸 올릴 방법이 있다는 건데. 그걸 찾아야죠.”

“뭐, 틀린 말은 아니지.”


윤미나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사실을 두 사람 모두 알고 있다.

그리고 공만식은 그녀의 의문에 대한 답 또한 일부는 알고 있었다.


‘업적하고 미션. 또 다른 게 있으려나.’


82 지역이 뭔지 모르지만, 그 구역에서 처음으로 2성 스킬을 얻고 마력을 두 칸 채울 수 있었다.

그 이후 윤미나를 데리고 가라며 자유 능력치 한 개를 얻을 수 있는 미션도 주어졌다.

그러니 능력치를 올릴 방법 두 가지는 찾은 셈.


“보니까 스킬이란 걸 익히면 마력은 얻을 수 있을 거 같아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기본적으로 마력이라는 건 스킬에 쓰는 거잖아요. 스킬 위력 증가라는 설명만 봐도 그렇고요. 그러니 스킬을 얻으면 자동으로 마력을 열 수 있을지도 몰라요. 뭐, 아닐지도 모르고요.”


뭐냐, 이 여자?


설마 자신이 모르는 다른 루트로 정보를?

그건 아닌 거 같은 눈치였고, 그냥 열심히 뇌피셜만 뱉는 건데 놀랍도록 정확했다.

짐짝 취급하던 생각이 조금 달라지는 공만식이었다.

짐짝에서 생각 좀 하는 짐짝으로.


툭툭.


생각하는 짐짝은 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마인들의 시체로 다가갔다.

그러곤 징그러워서 울 때가 언제였는지 잊은 사람처럼 시체를 툭툭 건드린다.

어이없는 공만식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뭐하냐?”

“아, 혹시 파밍이라도······ 어? 된다. 진짜 돼요!”

“뭐?”


파앗.


빛이 터졌다.

눈부신 수준은 아니지만, 뭔가 일어난다는 걸 보여주는 옅은 빛.

그리고 빠르게 사그라든 빛과 함께 윤미나의 손에 무언가가 쥐어졌다.


띠링!


[‘오염된 최하급 마정석’을 채취하였습니다.]


──── ◆ ITEM ◆ ────

[ 이름 : 오염된 최하급 마정석 ]

[ 등급 : ☆ ]

[ 능력 ]

▶ [ 최하급 마정석이 오염되었다. ]

──────────────


윤미나의 앞에 뜬 메시지와 아이템창.

그건 이 오염된 마정석이 아이템이라는 걸 알려주는 거였다.

비록 별은 비어있더라도 말이다.


“대박! 대애애애박! 진짜 대박이죠? 이히히힛.”

“웃지 마라. 뭐 대단한 거 알아냈다고.”

“대단한 거죠! 무려 아이템이라고요. 뭐에 쓰는지는 몰라도 아.이.템.”


그녀는 오염된 마정석을 쏙 하고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역시 제 예상대로 아이템만 인벤토리에 보관되네요. 마정석은 잘 들어가요. 전 그럼 다른 놈들도 파밍해 볼게요!”

“······그래라.”


신나서 뛰어가는 윤미나를 보고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는 공만식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잘 맞추는 거지? 나도 마인 시체는 몇 번 건드려 봤는데 아무 일 없었는데.’


윤미나의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예측력이 의아스럽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게임 좀 해본 사람이면 못 할 건 없다고 보이기도 했다.

파밍 역시 전부가 아니라 낮은 확률로 일부의 시체에서만 가능한 거로 보였다.

지금 달려간 윤미나의 손에 추가적으로 마정석이 안 생기는 걸 보면.


‘아, 씁. 변종은 최소 하급이나 중급일 텐데. 개 아깝네.’


다른 건 몰라도 변종 마인.

일반 마인과 비교할 수 없는 놈에게서는 마력이 느껴졌었다.

즉, 분명 마정석을 품었을 거란 얘기.

자신이 병신같이 그걸 놓고 왔다는 사실에 살짝 빡침이 올라오는 공만식이었다.


띠링!


그렇지만 기회는 또 주어지는 법.

시스템은 실망할 필요 없다는 듯 그에게 기회를 선물했다.


“어? 어어? 오빠······.”

“그래. 나도 왔다. 흐, 재밌네.”


즐겁다는 듯 웃는 공만식.

그런 그와 달리 창백하게 얼굴이 굳은 윤미나.


[새로운 ‘MISSION’ 도착했습니다.]


아마도 윤미나가 집에 가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거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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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014. 나쁘지 않은 기분. (2) NEW 6시간 전 68 4 14쪽
13 013. 나쁘지 않은 기분. (1) 24.09.18 147 5 14쪽
12 012. 저건 좀 다르다. (3) 24.09.17 169 6 12쪽
11 011. 저건 좀 다르다. (2) 24.09.16 180 8 13쪽
10 010. 저건 좀 다르다. (1) 24.09.15 176 6 13쪽
9 009. 미션. (3) 24.09.14 176 5 13쪽
8 008. 미션. (2) 24.09.13 178 5 13쪽
» 007. 미션. (1) +1 24.09.12 186 5 13쪽
6 006. Oh-HALA. (3) 24.09.11 189 5 13쪽
5 005. Oh-HALA. (2) 24.09.10 201 6 13쪽
4 004. Oh-HALA. (1) 24.09.09 219 8 12쪽
3 003. 돌아오다. (3) 24.09.08 229 11 13쪽
2 002. 돌아오다. (2) 24.09.07 273 8 13쪽
1 001. 돌아오다. (1) 24.09.06 313 1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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