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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좋은 스킬 잘 받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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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06 13:07
최근연재일 :
2023.02.26 09:52
연재수 :
263 회
조회수 :
52,462
추천수 :
1,111
글자수 :
1,318,896

작성
22.09.17 20:38
조회
145
추천
4
글자
11쪽

2부 4화 : 목표 확인

DUMMY

태안과 안면도의 상황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상민이가 모두를 모아 대피를 시작하는 것까지 본 다음 바다 아래로 뛰어들었다.


<물 분자 진동폭 판별> 로 쉽게 알 수 있다. 서쪽 먼 곳에 그전에는 분명 없었던 균열이 있다. 나는 <해저 2만리>를 사용해 그쪽을 향한다.


주변에 아무도 없게 되자 그러길 기다렸는지 니콜로가 말을 걸어온다.


"무얼 그리 애쓰는 거냐."


어쩌면 상황이 이렇게 된 후로 나와 니콜로의 사이가 더 나아진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화를 낼 수 있게 됐으니까.


"구경이나 하라고요?"


"애쓰는 척만 하면 인간들은 다 넘어갈 거다. 이렇게 네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할 여유는 없다."


"마음에 많이 안 드시나본데 그러나 저러나 다를 건 별로 없지 않습니까."


"안달하지 말라는 뜻이다. 지금 어떤 곳을 향하는지 알면서도 이 속도로 가는 건가?"


"문제될 건 없잖아요. 뭐가 막던, 거기 뭐가 있던 제겐 문제가 아닌데."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의미다. 알아들으면서 말을 돌리지 마라!"


"아아, 마음에 안 드신다고요. 인간인 척 오래 하다보니 정말 인간 비슷해지셨네요. 아니면 원래 그러셨나요?"


"예의를 지켜."


"아이고 제가 그만 실례를 저질렀네요? 몸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니콜로 나으리. 그럼 의미에서 쇤네가 질문 좀 합지요? 지금 이길 생각이 없어진거죠? 몸을 돌려받기로 합의하고 나니까 마음이 편해졌죠? 예전만큼 간절하지도 않고 앞으로 길게 보고 뭐 하고 싶잖아요. 네 형제들이 참 좋은 의미로 그러자고 했겠습니다. 근데 제게 좋은 이야기는 아니니까 이 상황에 대해서는 그 쪽이 닥쳐요!"


"방금 한 말 중에 마지막 부분, 다시 반복해봐라."


"닥치라고요. 꺼져 있던가."


"아니, 그건 이해했다. 그 전의 부분을 말해라."


"...나는 아니라고요."


"그것보다도 전. 너는 네 형제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지?"


...이게 인간이 아니라는 걸 내가 잊은 꼴이다.


나는 멈춰선 후 그동안 생각한 걸 말했다.


"넷째가 저를 보고 갔지요. 나와 미라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관측 가능한 에너지 및 질량끼리는 중력이 적용되죠? 넷째는 그 선을 봤겠죠! 그게 넷째의 주특기니까요. 그 말은 곧 이 다음부터는 제게 유리하지 않게 시작될 수 있다는 말 아닙니까?"


"가능성은 있다."


"그러니 저는 급합니다. 제가 알아서 할 테니..."


"현미라를 보존하면 되는 거냐?"


멈춰있으니 괴물체들이 끝없이 달려든다. 나는 냉기로 여러 개를 얼려서 부순 다음 다시 균열을 향해 움직이며 니콜로에게 물었다.


"그게 가능하신가요?"


"내가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정보란 곧 실체다. 실존이라고. 내가 몸을 되찾으면 인간 하나의 정보를 유지하는 건 연산이 드는 일조차도 아니다."


"그런데도 그쪽은 니콜로에게 몸을 주겠다는 말에 동의한 거죠?"


"그렇다."


"왤까요?"


"일곱째가 그러기로 정했으므로."


"아니 내 말은 왜 다들 시끄럽게 굴지 않고..."


"내가 그들의 방식에 동의하기 때문이지. 이 말을 듣고 싶었나?"


"예, 그리고 설마 제가 이 상황을 마음에 안 들어하는 게 비정상이라 생각하시진 않죠?"


"두고봐라. 기억이 계속 이어지면 너도 다른 대리인과 같게 될 거다. 나는 불가능하지만 여덟째가 협조하면 너에게 지난 기억을 줄 수도 있다. 그러면 네 생각도 달라질거다."


"사양하겠습니다."


"나도 권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이성적으로 생각해. 생리적인 거부감에 휘둘릴 상황이 아니다!"


지긋지긋하다.


저 앞 먼 곳에 에너지가 있다. 질량이 있다. 뭔가 막에 싸인 듯 안에서 요동친다. 에너지도, 질량도 이 바닷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빛은 새어나오기 때문에 광자와 부딪친 물이 희미하게 산란한다...


여기까지 왔습니다. 구루. 이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어떻게 하면 저 존재들이 우리를 두려워하게 할 수 있을까요.


니콜로가 조금 진정했는지 다시 말을 건다.


"들어라. 다시 선언하겠으니. 내가 승리하는 날 너는 현미라를 찾아가도록 내가 도울 것이다. 그 사이 그 현미라가 다른 요인으로 소멸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가 그렇게 소멸되면 너 역시 기억을 잃는다. 그럼에도 다시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이해하겠나?"


"무슨 말인지 알았어요. 선언한 것만 지킨다. 선언한 내용만 지키면 되는 거겠죠?"


"빈정거리지 마라."


니콜로가 무언가를 한다...? 내 몸이 굳었다.


하.


백색 균열에서도 느껴본 적 없는 에너지가 나를 싸고 돈다. 이 정도의 에너지는 단 한번 겪어봤어. 필리핀의 바쿠난와... 그것보다도 높다.


"너는 날파리 하나가 너를 조롱하고 모욕하면 죽이지 않을 것이냐?"


"저는 안 합니다."


"과연 그렇겠느냐? 다시 생각해보고 말해 봐라."


"꼭 안한다고야 못하지만 의사소통이 되는 존재라면 안 내키겠네요. 제가 가끔 헷갈리지만 니콜로도 지성이 있는 거 맞지요?"


"꼬박꼬박 말꼬리를... 됐다! 내가 무엇인지 네가 잊는 것 같으니 알려주는 거다. 나중에 후회할 말과 행동을 삼가라."


짓눌려 죽을 것 같던 에너지가 사라졌다.


마음만 먹으면 이 정도는 한단 말이지... 이걸 어디에 어떻게 활용할 방법 같은 건 없나.


"너를 존중한다. 하지만 네가 내게 중요한 것에 집중하지 않으면 나도 조치를 취할 것이다."


"예~예."


"유념해라.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한 상황이 아니다."


가버렸다. 말도 제대로 마치지 않고.


역시 실체를 잠깐이라도 드러내는 건 쉽지 않은가보지.


<물 분자 진동폭 판별>로 분명히 감지했다. 지금 찾아가는 균열이 단단한 막 안에서 요동치는 것처럼 내 주변에 분리막이 생기고 니콜로가 자신의 약간을 내비쳤다. 거울에 손가락 끝만 드러내듯이.


이 격리... 균열 안에서만 모습을 드러내는 다른 형제들.


알 것 같은데.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예전 그 어딘가의 구루, 어디까지 알아내고 남들에겐 어떻게 설명하셨나요.


방금 니콜로가 한 말이 생각난다.


'여덟째가 협조하면 너에게 지난 기억을 줄 수도 있다.'


사라지는 정보를 되찾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마지막 형제.


그걸 통해서 알아낼 방법 같은 건 없을까.


혼탁한 바닷물 너머 희미한 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역시나 백색. 준비가 안 된 국가 하나 정도는 며칠 안으로 주저앉힐 수 있는 것이 지금 저기 있다. 전 세계 바다 곳곳에 있겠지.


나도 혼자서는 접근 못 한다. 물 속에서 <망원>을 사용하는 건 어렵지만 위치를 분명히 본 다음 그 바로 위를 향해 올라간다.


한참 만에 맡는 바다 바깥 공기. 보자.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지 않아도 GPS는 작동하니까...


35.85 에 124.11... 백색균열이 이 좌표 안에 있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없어. 이 상황을 해결하려면 모두를 예전과 같은 수준으로 만들어 하나씩 파괴해야 해. 분명 쉽지는 않겠지.


나는 동쪽을 향해 날았다.









신수연 사무관님은 퀭한 눈을 하고 내가 알려준 좌표를 입력했고, 화면 안의 지구본에 그 좌표를 중심으로 원이 그려진다. 그리고 몇 개의 값을 조정하자 균열에서의 거리와 공격 강도에 분명한 연관성이 있는 것이 나타난다.


"보세요. 칭다오와 웨이하이가 지금 맹렬히 공격받고 있는데... 목포나 군산과 비교해 약간 더 가깝죠. 그리고 이제, 공격이 확인된 지점, 공격의 강도를 5단계로 나눈 기준을 적용하면요..."


둥그런 지구의 모형 위에 백색 균열의 위치가 표시된다. 어딘가에 소금을 튕겨 뿌린 것처럼 흰 점이 수없이 발생한다. 몸이 파르르 떨린다. 숨이 막히는 기분이다.


"여기 이 지점. 미국에서 여길 정찰하려다 결국 포기했어요. 노스 캐롤라이나 해안이 이 곳하고... 그 아래 여기의 범위 안에 같이 들어가나보네요. 가장 심하게 공격받고 있는데. 이러면 계산이 맞아떨어져요."


사무관님은 화면을 돌려 영어로 메일을 쓴다. 내용은 추정한 모델 중 14번과 일치한다는 내용. 역시 뭔가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게 빤히 보면 어떻게 하나요. 기밀인데."


"제가 말씀드린 기밀이잖아요?"


"하, 하, 하..."


힘없는 웃음. 나는 사무관님이 일을 마치길 기다린 다음 묻는다.


"어디를 지원하면 될까요."


"각 대피소로 물자를 옮겨주세요. 지금은 그게 나아요."


"상황이 어느정도 진정됐나요?"


사무관님이 굳은 얼굴로 한숨을 쉰다.


"진정된 곳만 남았다고 보는 게 맞아요."


...


전쟁도 멈추지 않고 매일 전투를 벌이며 싸우지 않는다.


어떤 사회도 이런 상황에 대한 준비는 되어 있지 않다.


"무엇부터 할까요?"


"군포 물류창고 아시죠? 사람들이 물건을 옮기고 있을 거예요. 최대한 많이 지고 가까운 곳부터 빠르게."







괴롭다.


내가 괴물체를 막는 것보다 이미 피난을 완료한 사람들에게 물자를 공급하는 게 더 나은 상황이라니.


하지만 나처럼 많은 양의 물건을 한꺼번에 실어 나를 사람도 몇 없겠지. 비행기를 모는 정태성 대령님 정도.


이곳저곳 돌아다니니 여러 이야기가 들려온다.


아무리 절망적이고 공포스러운 상황이어도, 혹은 그렇기에 더 빨리 퍼지는 이야기들.


지금 가장 각광받는 사람은 당연하게도 효진이다. 그리고 그 오빠 임효석.


그동안 코어가 소위 말해 높으신 분들, 많이 가진 양반들에게 슬쩍 갔다는 건 딱히 비밀도 아니었다.


그런 사람들 중 누구도 보이지 않는 중에 그 둘이 쏟아져오는 괴물체를 막고 선 모습은 사람들이 끓어오를 만큼 감격시키기에 모자라지 않았다.


나는 사람들이 현명하고 선한 세습 왕족, 착하고 지혜로운 재벌가, 유능하고 대쪽같은 장군 집단 같은 망상을 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사람들이 효진이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하는 건 반가운 일이다. 그러면 최소한 지금 숨어있는 자들이 잠깐이나마 부끄럽기는 하겠지.


모두 괜찮을까. 아무리 이런 상황이라도 그 급의 괴물체에게 죽을 일은 없지만... 다른 것이 걱정된다.


이럴 때 고개를 들어올리는 놈들이 반드시 있기 때문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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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2부 9화 : 있었던 일 +2 22.09.22 154 4 12쪽
138 2부 8화 : 반가운 사람과 달갑지 않은 소식 22.09.21 138 4 10쪽
137 2부 7화 : 중요한 것 +2 22.09.20 145 4 10쪽
136 2부 6화 : 오랜만의 모임 22.09.19 149 4 11쪽
135 2부 5화 : 공중 임무 22.09.18 151 4 12쪽
» 2부 4화 : 목표 확인 22.09.17 146 4 11쪽
133 2부 3화 : 지옥도 (3) 22.09.16 146 4 10쪽
132 2부 2화 : 지옥도 (2) 22.09.15 144 4 11쪽
131 2부 1화 : 지옥도 (1) +2 22.09.14 151 4 13쪽
130 130. 믿는다는 것 (1부 완) 22.09.08 153 4 16쪽
129 129. 황금 같은 금요일 +2 22.09.06 153 4 10쪽
128 128. 새해 인사 22.09.05 146 4 11쪽
127 127. 불편한 재회 (12) 22.09.04 137 4 13쪽
126 126. 불편한 재회 (11) 22.09.03 145 4 13쪽
125 125. 긍지 22.09.02 143 4 16쪽
124 124. 궁지 22.09.01 150 4 16쪽
123 123. 불편한 재회 (10) 22.08.31 165 4 14쪽
122 122. 불편한 재회 (9) 22.08.30 146 4 12쪽
121 121. 불편한 재회 (8) 22.08.29 161 4 10쪽
120 120. 불편한 재회 (7) 22.08.28 154 3 14쪽
119 119. 불편한 재회 (6) 22.08.27 168 4 12쪽
118 118. 불편한 재회 (5) 22.08.26 154 4 10쪽
117 117. 불편한 재회 (4) 22.08.25 164 4 11쪽
116 116. 불편한 재회 (3) +2 22.08.23 170 4 13쪽
115 115. 불편한 재회 (2) 22.08.22 158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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