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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좋은 스킬 잘 받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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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06 13:07
최근연재일 :
2023.02.26 09:52
연재수 :
2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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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18,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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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6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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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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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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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부 3화 : 지옥도 (3)

DUMMY

그리고 지금 현재.


이제 모두 이것이 의도를 가진 공격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동안 괴물체는 다른 것에는 반응하지 않고 사람만 공격했지만 지금 나타나는 중형체는 발전소와 통신 시설 같은 곳에 나타나 시설을 망가트렸다.


지난 번에도 없었던 일이다. 처음 겪는다.


수돗물도 끊기고 전기가 복구되지 않는 아파트는 며칠만에 닭장으로 변했고, 인터넷을 잃은 사람들은 애타는 마음으로 라디오에 귀를 기울였다.


부산과 울산을 제외한 대도시의 실내 공공시설은 전부 피난소로 이용된다. 아파트 대단지의 넓은 편의시설도.


당연히 공무원만으로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할 수 없고 군인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바쁘고 정신없는 얼굴로 돌아다닌다 한다. 천만다행인 건 사람들을 돕는 보통의 헌터들이 많다는 거다. 음식과 의약품을 잔뜩 들고 달리거나 사람들이 몰린 화장실의 위생을 유지하거나.


서울의 수많은 사람과 기관이 세종으로 급하게 옮겨갔다. 수없이 많은 차가 움직였고 몇 번의 사고만으로 모두가 도로에 갇히면 헌터들이 나서서 차를 옮기고 길을 뚫었다. 사고는 멈추지 않았지만.


이런 상황은 겪은 적이 없다. 지난번의 그 끔찍했던 4년 중에도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나마 최소한의 질서가 지금 유지되고 있는 건 수많은 사람이 혼신의 힘을 다 해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그 첫 번째가 신수연 사무관님. 비상사태 대책위원회의 실무를 맡고 있다.


나는 자고 일어나자마자 누군가와 교대하려 했지만 사무관님이 내가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었고, 현재 상황을 전해들었다.


"부산도 어느 정도 진정됐어요. 시신을 수습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목포, 완도, 여수는 상황이 안 좋지만 김근환 팀장이 제주에서 지원 온 인력과 어떻게 하고 있고, 태안과 군산 방면은 아직 심각해요. 기적적으로 제주도는 공격이 드물어요. 거기로 사람들을 옮길 계획이... 이렇게 있고요."


지도로 보니 끔찍하다. 새빨간 점이 찍힌 곳마다 균열이 밀려오는 시작지점.


공격 발생 지점이 좀더 늘었다. 총 331곳.


공격지점 한 곳당 백 명의 사망자가 있다고 해도...


병원의 상황이나 여러가지 묻고 싶은 게 많지만,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시작지점에 있는 균열을 격파하면 공격이 멈추거나 한 사례가 있을까요? 세계적으로."


"아직은 없어요. 대부분은 바다 아래에서 시작되어 펼쳐지다가 뭍에 닿으면 올라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해저에도 괴물체가 있어 잠수함들이 접근하는대로 모두 격파되어 정찰이 중단됐어요."


페레이라.


이걸 원했다는 놈, 여섯째의 대리인.


내가 널 여러 번 죽였다고 했지...? 이번에도 반드시 그렇게 해 주마.


일단 사무관님의 말이 맞다면.


"제가 가서 봐야겠네요."


"예. 우선은 서해 해저를 탐색해주세요. 중국과 협조하게 될 겁니다."


중국 정부에서 직접 움직이는 헌터들하고 같이 움직여서 기분 좋게 끝난 적이 없는데... 하지만 지금 그걸 따질 때가 아니다.


사무관님의 추정이 맞다면 백색균열이다. 가장 끔찍한 균열들이 해저에 있는 거야.


이런 게 가능하려면 각각 균열핵의 출력은 40만이 넘을 거다. 나 혼자서는 어떻게 할 수 없다. 모든 위치를 확인하고 가장 강력한 사람들과 같이 그걸 깨트려야 해.


하지만 누구를 데리고? 이글스피릿으로도 안 돼.


나는 지도를 보며 한참 생각했고, 사무관님이 그러는 날 보고 있다가 말을 걸었다.


"그리고요, 마고."


아무리 둘만 있지만 굳이 그렇게 부르셔야 하나. 이유가 있겠지.


"예."


"사람들이 하늘 색이 옅어진 것에 대해 궁금해하는데 어떻게 발표하는 게 나을 거라 생각하세요?"


지난번에는 바쿠난와를 죽이고 나서는... 점점 이전과 같은 색이 되었다.


"제 생각이 맞다면 하늘 색이 원래대로 돌아오면 작년 6월부터 시작된 게... 점차 잦아들 거예요."


"역시 그렇겠죠. 분명 하늘의 색은 하루 단위로 달라지고 있으니... 그래요. 잘 발표할게요."


"태안과 군산 지원한 다음 바다 아래로 들어갈게요."











심각하다, 라는 말을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끔찍할 거라곤 생각 못 했다.


긴 복도를 따라 모두 고통을 참는 얼굴로 자기 몸 어딘가를 잡고 있다. 다행인 건 다들 어딘가를 잃지는 않았다는 것.


복도 끝에 그 다행의 원인인 반가운 얼굴이 하나 있다. 그가 기진맥진한 채로 있다가 날 보고는 마음을 놓는다.


효진이의 친오빠 임효석 상무. 기절하지 않은 게 용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사람을 복원하는 건 물건을 원래대로 돌리는 것과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난다. 본드로 망가진 물건을 붙이는 것과 사람의 신체를 다시 이어붙이는 것이 같을 수가 없으니까.


"보아하니 고생 많으셨네요."


"하하, 하하하. 하하. 안면도 다리부터 좀 가요. 거기서 또 다친 사람이 막 몰려올거라 난 쉬고 있어야하고. 하, 아니 사서. 사서,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모르겠습니다."


"그렇죠. 그래요. 일단 남쪽에 그 다리부터. 빨리."


"예."


태안에서 보령까지 이어지는 도로상의 다리를 말하는 거겠지. 거기서 싸우고 있다는 건 안면도와 원산도에 아직 섬을 나가지 못한 사람이 있다는 말이다.


도로는 텅 비었다. 나는 최대한의 속도로 달려나가며 어슬렁거리는 괴물체를 모두 쓸어담는다. 코어가 아무렇게나 굴러 떨어지지만 출력 3천 정도의 물건들. 챙길 시간 같은 건 없다.


저기 멀리 보인다. 왜 애를 먹고 있는지 알 것 같다. 저 커다란 사람은 분명 상민일텐데 어떻게 하지 못하고 맨 앞에서 주춤거리고 있다. 그 앞에 있는 건 슬라임 타입 중형 괴물체... 상민이같은 물리계는 저걸 어떻게 할 수 없다. 슬라임형은 느려서 물리계를 못 따라가지만. 그래서 다른 헌터들이 불이나 전기를 쏘아대며 다리로 가는 걸 막고 있다.


지금 중형체들은 분명한 목적을 갖고 움직인다. 저놈은 다리를 무너트릴 생각인거지. 아니면 그렇게 보여서 사람들을 유인한 거거나...


"상민! 노상민! 뒤로 물러나!"


상민이가 날 확인하고 뒤를 보며 소리친다.


"뒤돌아 달려요! 흩어져요!"


1월 말에 삼촌이 내게 보여준 것을 쓴다. 스킬명은 <라이트 로그라이크 Light Rogue-like>. 한번 할 때마다 주어지는 랜덤 요소로 풀어가는 게임이라나?


우선 <통합>으로 두 코어를 묶은 다음 그걸 사용한다.


우선 냉기, 화염, 번개 중 한 가지가 설정되고, 그 다음은 나의 속도, 강도, 출력 중 하나가 증대된다. 내 경우에는 출력이 늘어나는 것이 가장 좋고... 냉기와 출력이 걸렸다. 그 다음은 몸에 두르는지 쏘아내는지 같은 잡다한 것이 걸리지만 내게는 무엇이 걸려도 다 비슷하게 쓸 수 있으니 거기서부터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땅으로 떨어지자마자 두 손을 뻗어 냉기를 쏟아낸다. 슬라임 타입은 잘 얼어붙지 않지만 내가 두 개 코어를 통합해 쏟아붓는 공격이다. 아무리 에너지를 일으켜 저항해도 한 컵의 물로 모닥불을 끄려는 격이다.


괴물체의 표면이 점점 굳다가 갑자기 확 얼어붙었고, 나는 그대로 달려가 발로 차 부숴버린다. 괴물체의 중앙에 있던 코어가 땅에 떨어져 달그닥거리며 요동치고, 나는 그걸 붙잡아 안정시킨 다음 상민이에게 던진다.


"이거 뭐 누구 적당한 사람 줘라!"


"형님, 남쪽! 남쪽 다리! 해저터널 진입로!"


"알았다! 너는 사람들 대피시키고!"


몰려오는 균열은 대부분 푸른색 이하. 괴물체도 수가 많고 끝이 없을 뿐 출력 6천 미만, 엡실론급 이하.


하지만 방어선이 밀려날수록 해결 못 한 균열이 노란색으로, 녹색으로, 보라색으로 자꾸 올라갈거다.


터널 쪽은 상황이 더 안 좋았다. 터널 양쪽에서 괴물체가 끝없이 밀려나오며 안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려고 했다.


출력을 숨기고 다닐 여유 같은 건 없고, 이제 그럴 이유도 사실 없지 싶다.


이런 경우에는 세 개 코어로 같은 스킬을 쏟아내는 것이 좋으니 오랜만에 <이그니션>을 사용한다.


10만 미만의 출력으로는 사용할 이유가 별로 없는 스킬이지만 지금은 다르다.


불길이 끝없이 번져나가며 괴물체를 태워 없앤다. 항상 궁금했던 게 이 놈들은 어째서 타는 냄새가 안 나는 걸까. 재가 되어 흩어지긴 하는데.


터널 중앙쯤 오니 생존자들이 보인다.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이 안에서 몇 시간을 버텨냈다. 터널 반대쪽 입구까지 한번 더 이그니션을 쏟아버린 다음...


머리가 핑 돈다. 숨이 차. 출력이 모자라는 게 아니라... 몸이 지금 예전만큼의 체력을 갖고 있지 않네.


운동을 좀 해야겠다...


아무튼.


"이 뒤로 나가셔도 되지만, 앞도 계속 뚫을 거니까 그쪽이 나은 분은 따라오시고, 뒤로 나가면 타이탄하고 여럿이 있을 거니 거기 합류하셔도 되고요."


"사서죠? 사서 맞죠? 저는 마진호라고 해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예. 얼마나 갇혀 계셨죠?"


"모르겠네요? 응? 아, 일곱 시간이라네요. 예. 천천히 가까이만 못 오게 했어요."


"잘하셨네요."


"많이 오긴 하는데 약한 놈들이라... 아무튼, 예. 따라가겠습니다!"


초조하다. 이럴 때 서두르면 안 되지만 마음이 급해진다.


급한 불을 다 끌 때까지만 무리하자.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할지 알아내야 한다. 그걸 섣불리 판단하지 않으려면 최대한 알아두어야 한다. 중요한 것을 하나도 놓치지 않아야한다.


나는 항상 그렇게 했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해낼 거다.


나는 <이그니션>을 펼치며 터널을 메운 괴물들을 태우며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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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2부 7화 : 중요한 것 +2 22.09.20 145 4 10쪽
136 2부 6화 : 오랜만의 모임 22.09.19 149 4 11쪽
135 2부 5화 : 공중 임무 22.09.18 151 4 12쪽
134 2부 4화 : 목표 확인 22.09.17 146 4 11쪽
» 2부 3화 : 지옥도 (3) 22.09.16 147 4 10쪽
132 2부 2화 : 지옥도 (2) 22.09.15 144 4 11쪽
131 2부 1화 : 지옥도 (1) +2 22.09.14 151 4 13쪽
130 130. 믿는다는 것 (1부 완) 22.09.08 153 4 16쪽
129 129. 황금 같은 금요일 +2 22.09.06 153 4 10쪽
128 128. 새해 인사 22.09.05 146 4 11쪽
127 127. 불편한 재회 (12) 22.09.04 137 4 13쪽
126 126. 불편한 재회 (11) 22.09.03 145 4 13쪽
125 125. 긍지 22.09.02 143 4 16쪽
124 124. 궁지 22.09.01 150 4 16쪽
123 123. 불편한 재회 (10) 22.08.31 165 4 14쪽
122 122. 불편한 재회 (9) 22.08.30 146 4 12쪽
121 121. 불편한 재회 (8) 22.08.29 161 4 10쪽
120 120. 불편한 재회 (7) 22.08.28 154 3 14쪽
119 119. 불편한 재회 (6) 22.08.27 168 4 12쪽
118 118. 불편한 재회 (5) 22.08.26 154 4 10쪽
117 117. 불편한 재회 (4) 22.08.25 164 4 11쪽
116 116. 불편한 재회 (3) +2 22.08.23 170 4 13쪽
115 115. 불편한 재회 (2) 22.08.22 158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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