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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좋은 스킬 잘 받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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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06 13:07
최근연재일 :
2023.02.26 09:52
연재수 :
2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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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03
추천수 :
1,111
글자수 :
1,318,896

작성
22.09.22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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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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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부 9화 : 있었던 일

DUMMY

여러 분주한 과정을 거쳐 효진이의 노트북이 왔고 나는 그 효진이에게 양해를 구하고 노트북을 포맷했다. 그리고 리눅스와 꼭 필요한 드라이버만 설치.


어쨌든 열려는 게 미국 기관의 기밀파일. 무슨 멀웨어로 어떻게 추적될 지 모른다. 언제는 무선인터넷 부품을 빼놨는데 주변의 핸드폰을 찾아내 연결하고 멀웨어를 심은 적도 있었다.


파일 크기를 보니 그렇게 많은 보안이 숨어있는 것 같진 않은데...?


프록시마가 한번 다 훑어본 듯 중요한 부분마다 묶여서 시간순서대로 정리되어 있다. 그럼 크랙이 다 되어 있다고 봐도 되겠는데... 프록시마는 이런 재주가 없을 것 같은 이미지잖아. 이글스피릿이 했나?


어쨌든 읽으라는 순서대로 본다. 코어가 처음 발견된 게 1997년이라고.


'어머니' 가 다른 형제들이 2차 대전을 반복하지 못하게 고정한 것이 아마도 1950년. 97년에 발견되어서... 99년에 연구소를 설립.


기업연구소로 위장했었네. 그렇다면 평범한 연구소와 연구 내용인 척 코어에 관련된 연구를 했을 것 같다. 여러 방면의 다수의 연구자가 필요해서 그랬겠지.


행여나 내가 놓칠까봐 형광펜 기능으로 칠해놓았네? 고마워요 프록시마. 여기 책임연구원 중 한 명 란디프 삽두. 젊은 시절의 구루.


이 때 구루가 초안을 잡은 실험 기계가 있어. 이 기획안을 제출한 게 2001년 7월, 2002년 1월에 구루는 계약이 해지된다. 해지될 만 하긴 했다... 그때 돈으로 17억 달러면 대체 얼마야. 지금 기준으로 4조원 넘겠지? 젊으셨군요, 구루.


구루가 설계했을 때 붙인 이름은 <케플러 망원경>. 천체망원경...


그런데 연구소는 구루를 내보내놓고 그 기계를 정말 만들어냈다... 이야. 끝끝내 6억달러만으로 만들어냈다고요. 에밀레종이 북반구 반대편에도 하나 있었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겠어. 프로젝트 이름이 <영구기관>이잖아. 코어에서 무한한 동력을 꺼내오려고 한 것... 코어가 사람에 반응한다는 건 알았기에 기계에 적용하려 했어.


이 출력은 1만 4천. 사람에게 들어갔다가 나온 기록도 있다. 사람이 쓸 수야 있지만 1만 정도라면 좀 튼튼하고 빠른 초인 정도밖에 안 나오니까. 저격총에 머리 맞으면 죽을 수도 있는... 그보다는 기계에 적응하고 싶었겠지.


3천 번 넘은 실험 중 총 225번 코어의 수동적 에너지 반응 확인, 네 번의 24시간 이상 유지 사례 있음.


이 기계와 이 기록. 알고 싶은데...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대충 넘어가며 보고있지만 당연히 연이은 실패와 재설계의 연속. 사진을 보면 의욕 넘치던 사람들이 점점 피폐해지는게 지하에 숨은 마경 중의 마경이었겠어.


2020년에 드론에 적용 성공. 성공?


2022년 인원 변동 때 라이언 모리스가 연구소에 합류. 이글스피릿이다. 스탠포드 대학 졸업.


2023년 이글스피릿이 구루의 기계를 재설계했지만 큰 성과는 못 봤다. 이 때 이글스피릿이 맹점을 발견. 사람이 조종하는 드론에는 적용되지만 AI로 제어되는 조작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고.


이 기계가 뭔지 없나? 다른 파일에... 있다.


있다. 이거다. 구루가 처음 구상했을 때와는 전혀 다르지만 목적은 같은 기계.


그리고, 이글스피릿이 이 기계를 맡아서 운용하다가, 2024년. 6월. 전세계에 대형 괴물체가 나타난 그 시간에 이글스피릿에게 코어가 빨려들어감.


그랬군.


그 후 이글스피릿이 구루를 만났으니까 이 기계에 대한 이야기를 안 했을 리 없고, 둘과 한 팀으로 오래 지낸 프록시마도 알게 된 거구나.


2개월 뒤 2024년 8월 이후로 실험은 중단됐다.


여기서 구루가 처음 기계를 만들 때 붙인 이름을 보자. <케플러 망원경>.


그리고 구루와 같이 연구하고 있던 사람들은 우주과학에 밝은 사람들.


...


지금 시점에서는 이 기계가 중요하지 않아. 하지만 먼저 보라고 한 이유는 알겠다.


여기서부터는 구루가 이글스피릿 팀에 합류한 다음 제안한 연구 활동. 이중에... 있을 텐데... 이거다. 이거.


경계 영역 가설. 코어 안의 에너지가 방사선의 형태로 뻗어나오지 않고 갇혀 있는 에너지 현상에 대한 가설이다. 이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700억 달러 정도 들 우주로 쏘아 올릴 실험 기계가 필요하다고 하셨네.


젊으실 때와 특별히 다르지 않으셨군요.


이 가설에 명확히 언급되어 있다. 예전이라면 봐도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몰랐겠지만 지금은 이해가 돼.


일단 여기 있는 이 개념, 역팽창. 우리가 알고 있고 자연에 적용되는 물리법칙은 팽창하고 있는 우주 안에서 규정된 것. 그러나 그 반대로 끝없이 축소되는 형태라면 시간과 에너지와 중력의 적용이 모두 다를 것이다. 블랙홀 안의 사건과 현상이 우리가 알 수 없는 형태일 것처럼.


우리가,


그 상태에 있다는 걸 검증할...


아.


그래...


그렇구나.


끝없이 펼쳐지고 있는 공간을 상상한다. 빅뱅 이후부터 130억년을 이어진 한없는 멀어짐. 그 과정이 벌어지고 있는 데에 작은 집게를 물린다. 많이 집을 필요도 없어. 광활한 우주에 핀셋으로 지구에서 달까지만큼의 공간을 잡는다.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라는 개념이 있다. 미라가 좋아했던 개념. 경계선 안의 사건이 경계선 바깥에는 아무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상대성 이론의 일부분.


우리가 지금 그 현상 안에 있는 거야. 그리고 구루는 이걸 증명하고 싶어했다. 한 번 성공할 뻔했어.


그것이 구루가 죽은 이유.


그럼 이제 중요한 건 구루가 만들고자 한 것이 뭐였느냐...


탈출장치다.


약 1억 정도의 코어 출력을 기계에 적용해 지평선을 확인 후 깨트릴 장치...!


원래대로라면, 그러니까 원래라면, 1억짜리 단일 코어 같은 건 있을 수 없어. 그리고 5천만짜리 코어 두 개가 있어도 이 기계에는 쓸 수 없다.


그런데.


몸 바깥에 있는 코어도 자기 몸 안의 것처럼 쓸 수 있는 김승철의 <거미줄>,


몸 안의 모든 코어를 하나처럼 취급하는 쿠들락의 <통합>.


정태성 대령님 옆에서 얻은 비행체를 조종하는 <날개> 가 있으면...


못할 거 없지, 않을까?


그렇지 않을까?


기계의 설계 목적을 보자. 1억의 출력 전부를 추진체에 쓰도록 되어있다. 외피는 100% 특수합성 탄소 나노 튜브. 700억 달러 중에 200억이 이거 만드는 데 들어가네.


설계상 안에 열 명 정도의 사람이 서로를 보도록 둘러앉는다. 서로와 외부를 <관측> 하기 위해.


다른 형제들이 싫어한다는 '증명'이 이거라면. 사상의 지평선 안과 바깥을 모두 보는 관측자를 만들어내는 것이 형제들이 구루를 일부러 찾아내 죽일 만큼의 일이라면.


아니면 최소한, 이 개념을 이용해서 내가 미라에게 갈 수 있다! 다섯 명을 데리고!


...


...아니지.


한참 흥분했다가 한숨을 길게 쉰다. 그리고 눈 사이를 찌그러트리고 두 손을 꽉 맞잡는다.


원통하네...


4개월로는 지금 즉시 시작해도 여기에 쓰일 탄소 나노 튜브도 못 만든다. 4개월 간 전용 공장을 새로 하나 만들어서 시작하는 게 더 빠를 거야.


1억 만큼의 코어를 모은다는 것도 말이 안 돼. 미국도 못 할걸.


그렇지만...


시간만 충분하다면 1억의 코어는 가능하다. 전세계가 한 목적으로 다 협력한다면.


지난 서른 번의 이 지옥이 반복되는 동안 한 번, 구루가 전세계를 그렇게 움직였고 그때 형제들이 다급히 '얻은 것 없이' 리셋했다고 할머니가 말했지.


감사합니다, 프록시마. 이거 정말 저에게 필요한 자료였어요.


하지만 충분한 시간이 없고, 4개월이 지나버리면 저는 이걸 본 기억을 잃겠죠.


이번의 기억은 다시 사용하지 않기로 모두가 합의했으니까.


하...


정말 원통하네. 필요한 걸 지금 다 알았는데. 할 수 없다니.


남은 자료를 본다. 알아낸 건 확인하고 잘못 짐작한 걸 정정한다. 남은 자료 중에 구루가 제안한 것만큼 결정적인 내용은 없다.


플래시 메모리를 뽑고 고온으로 지져버린다. 컴퓨터는 여러 번 빠른 포맷과 클린포맷을 반복한다. 그리고 휴대폰의 전원도 켜고.


울적하군.


임효석 상무의 차에서 나온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주차장이 칠흑처럼 어둡다.


계단을 걸어올라가 봄의 밤하늘을 본다.


음, 정말 짜증나는군. 일단 이 짜증이 가라앉아야 오늘 알아낸 걸로 앞으로 뭘 할지 생각을 할 수 있겠다.


천천히 걷는다. 니콜로가 내가 뭘 하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봤을 가능성을 생각한다.


형제들은 앞으로 2만 번을 반복할거다. 어머니를 찾아 우리 은하의 중심, 궁수자리 A* 의 내부로 들어갈 방법을 찾으려고. 그 2만 번 중 구루가 원했던 것이 어떻게 실현될 가능성을 생각해본다.


지금 날 '관측' 하고 있을 현미라가 내가 본 것을 같이 봤거나, 뭔가 더 알아냈을 가능성도 생각해본다. 물론 미지의 영역이니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거지 허튼소리다. 그런 게 가능하려면 나와 미라가 상호간에 관측이 가능한 상태여야 한다는 걸 나도 이제는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하하.


답답하군.


답답해, 정말.


발을 멈춘다.


"내가 지금 좀 울적해서."


"그래보이네."


키브엘이다. 언제부터 따라오고 있었을까. 짐작이 안 가네... 머리가 너무 복잡했다.


싸우러 왔나? 지금은 그다지 피하고 싶은 기분이 아닌데.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시간 왜곡>을 가볍게 걸고 마주본다. 안경을 쓰고 오셨군. 평범해보인다. 한국에 놀러 온 평범한 동북아시아인 학생 정도로 보여. 외형만 보면.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만약 먼저 공격하는 게 유리하다면...


"왜 혼자 다니지? 팀이 있잖아."


정말 궁금해서 묻는 눈치다. 뭐지?


"다들 바빠서."


"정체를 숨기려고 그러는건가? 너무 조심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말하는 의도를 모르겠는데."


"팀원들하고 좀 친하게 지냈으면 해서. 그게 좀 보고 싶어, 내가."


"말하는 의도를 모르겠다고 했다."


"오늘 정말 기분 안 좋은가보네... 섭섭하게."


"싸우러 왔나?"


"그럴 리가."


키브엘은 휘파람을 한 번 불고, 숨을 한 번 들이쉰다음 한국어로 "살려줘요!" 라고 외치고, 주변에 아무 움직임이 없는 걸 기다렸다가 말한다.


"서로 작당하지 말자는 말이 없었잖아?"


"그랬지."


"나는 잉그리드와 페레이라가 너부터 먼저 제거하고 싶어할 거라 생각하고."


"그럴 수 있겠지."


"잉그리드는 그럴 만큼 합리적이고, 페레이라는 그럴 만큼 너를 미워하지."


"그래서. 우리도 임시 동맹을 하자고?"


"내가 원하는 건 잉그리드와 페레이라가 먼저 이탈하고 너와 내 팀이 한번 부닥치는 거거든."


"왜지?"


"재미있을 것 같아서. 진심으로."


"헛소리는. 더 할 말 없으면 가라."


공격해올 것 같진 않고 별로 신경쓰고 싶지 않은 존재다. 특히 지금은...


"나는 가장 처음 이게 시작했을 때의 기억이 있어, 대장."


...


뭔가 끓어오르는 중에도 아까부터 느껴지는 게 있다.


이 사람, 나를 친숙해하고 있어. 나를 가까운 사람으로 대한다.


화가 나면서도... 묻게 된다.


"그때 나와 아는 사이였나본데."


"아는 사이 정도는 아니지. 네가 누굴 죽이는 게 괴롭고 그러면 내가 죽여주고 그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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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2부 10화 : 키브엘 +2 22.09.24 143 4 10쪽
» 2부 9화 : 있었던 일 +2 22.09.22 155 4 12쪽
138 2부 8화 : 반가운 사람과 달갑지 않은 소식 22.09.21 138 4 10쪽
137 2부 7화 : 중요한 것 +2 22.09.20 145 4 10쪽
136 2부 6화 : 오랜만의 모임 22.09.19 149 4 11쪽
135 2부 5화 : 공중 임무 22.09.18 151 4 12쪽
134 2부 4화 : 목표 확인 22.09.17 146 4 11쪽
133 2부 3화 : 지옥도 (3) 22.09.16 147 4 10쪽
132 2부 2화 : 지옥도 (2) 22.09.15 144 4 11쪽
131 2부 1화 : 지옥도 (1) +2 22.09.14 151 4 13쪽
130 130. 믿는다는 것 (1부 완) 22.09.08 153 4 16쪽
129 129. 황금 같은 금요일 +2 22.09.06 153 4 10쪽
128 128. 새해 인사 22.09.05 146 4 11쪽
127 127. 불편한 재회 (12) 22.09.04 137 4 13쪽
126 126. 불편한 재회 (11) 22.09.03 145 4 13쪽
125 125. 긍지 22.09.02 144 4 16쪽
124 124. 궁지 22.09.01 150 4 16쪽
123 123. 불편한 재회 (10) 22.08.31 165 4 14쪽
122 122. 불편한 재회 (9) 22.08.30 146 4 12쪽
121 121. 불편한 재회 (8) 22.08.29 161 4 10쪽
120 120. 불편한 재회 (7) 22.08.28 154 3 14쪽
119 119. 불편한 재회 (6) 22.08.27 168 4 12쪽
118 118. 불편한 재회 (5) 22.08.26 154 4 10쪽
117 117. 불편한 재회 (4) 22.08.25 164 4 11쪽
116 116. 불편한 재회 (3) +2 22.08.23 170 4 13쪽
115 115. 불편한 재회 (2) 22.08.22 158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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