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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알 님의 서재입니다.

백랑의 불꽃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외로운해
작품등록일 :
2021.02.01 23:01
최근연재일 :
2021.02.24 19:11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793
추천수 :
5
글자수 :
214,918

작성
21.02.2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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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023

DUMMY

아침이 밝았다.


"으."


어제 온종일 굴렀더니 몸이 성한 데가 없었다.

어제의 훈련은 그야말로 맞고, 맞고 또 맞고의 반복이었다.

마테마가 그러기를 투기는 원래 맞으면서 배우는 거라며 크리시스를 목검으로 한없이 구타했다.

때문에 온몸이 멍투성이였고 근육통에 몸이 결렸지만.


'일어나야지.'


매일 반복하던 일과를 거르는 순간부터 게을러지는 거라는 생각에.

크리시스는 고된 몸을 일으켰다.


'내가 투기를 배울 수 있을까···.'


일단 맞고 시작했지만 후에 물어보기는 했다.

넌지시, 마법사도 투기를 일깨울 수 있냐며.


그에 굳이 분야가 달라 효율이 잘 나오는 건 아니지만 안 될 건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효율.'


그녀가 말하는 효율이 어떤 뜻인지는 잘 안다.

한 가지에 집중해도 모자라는데, 전혀 다른 분야까지 손을 대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는 소리다.


'하지만 나는 불 마법 외에는 다른 마법은 못 쓰니까···.'


불을 이리저리 조종하는 게 그 한계였고.

그렇기에 아쉬움에 투기를 배워 검까지 다룰 수 있다면 조금이라도 단점이 매울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처음에는 검만 배우려고 했는데··· 어쩌다 투기를 배우게 됐네.'


그에 앞서 생기는 걱정도 있었다.

자신의 마법은 특이하고, 종처럼 알 수 없는데··· 과연 투기를 멀쩡하게 배울 수나 있을까?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 한들, 존재 자체가 이론에서 벗어난 크리시스는 그게 걱정이었다.

그래도 기회가 생겼기에 막연한 기대를 품고 일단은 해 볼 생각이었다.


간단하게 씻고 나온 크리시스는 아침 식사를 하러 내려갔다.

아침 식사를 하러 온 이들은 평소와 다를 것이 없었지만 그사이에 낀 한 명이 문제였다.


"여, 왔냐?"

"···마테마 경."


그녀는 크리시스가 항상 앉던 자리에 앉아 있었다.

탁탁, 그녀는 자신의 옆자리를 두들기며 앉으라고 손짓했다.


"좋은 아침이에요."

"그래, 좋은 아침. 그런데 몸은 괜찮아?"


마테마는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여 가며 크리시스의 몸을 관찰했지만, 겉옷 때문에 보일 리 만무했다.


"아-"

"어휴, 너도 고생이겠다. 어지간해서는 살이 안 찌지 않아?"

"···네."


멍이 있는 부분을 콕 찌르는 손길에 크리시스는 화들짝 놀라며 몸을 그녀에게서 멀리했다.


"뭐, 너무 억지로는 먹지 마. 차라리 하루 식사 횟수를 늘리는 게 낫지. 배가 조금 꺼지면 또 먹고, 먹고 해서. 그런데 솔직히 그러기 싫지?"

"······."


침묵을 택하는 크리시스를 보며 그녀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싫었어. 싫으면 그냥 하지 마. 안 그래도 투기를 배우는 데에는 문제없을 테니까."


의외의 말이라 크리시스는 입을 열었다 닫았다.


'도대체 어떻게 기사가 된 거지.'


투기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크리시스가 보기에 그녀는 그저 신기한 존재였다.

아가토스가 강조하던 것이 체중 증가였는데, 그의 스승이라 하는 마테마는 그와 반대였다.

가뜩이나 입이 짧은 크리시스에게 그녀가 하는 말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마테마 경, 잠자리는 편하셨는지 모르겠네요."

"난 잠자리가 어디든 상관없어. 예전에는 노숙도 많이 했었는데 뭐."


크리시스보다 먼저 아침 식사 방에 내려와 있던 이들은 통성명을 마친 건지,

다들 그녀를 어려워하는 분위기였다.


'므네메 공작가가 대단한 걸까, 아니면.'


그녀가 대단한 걸까.


"먹기 싫어?"

"네?"


상념에 잠겨있던 크리시스는 어느새 식기를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나도 그랬어. 아침에는 먹기 싫더라. 강요는 안 하는데, 그래도 아침은 먹는 걸 권장할게. 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이다?"


따뜻한 말을 건네며 미소짓는 마테마.

하지만 크리시스의 눈에는 그녀보다도 어깨너머로 보이는 아그노스의 서슬 퍼런 눈빛이 가장 먼저 들어왔다.

아그노스는 정확히 마테마를 째려보고 있었다.


'왜 저러는 거지? 싸운 건가?'


아그노스의 성격이 종잡을 수 없다지만, 적어도 상대를 기분 나쁘게 만들지는 않는다고 가정하면.

십중팔구, 마테마가 먼저 건드렸을 거라고 크리시스는 유추했다.


"나는 먼저 나갈게. 식사가 끝나면 어제 그곳으로 곧장 와. 아, 카르테스 남작. 좋은 아침 식사였어."

"주방장이 들으면 기뻐할 소리군요. 잘 드셔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테마가 나가고, 크리시스도 얼른 먹고 갈 생각에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그런 그의 옆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향기.

크리시스는 자신의 옆에 앉은 게 누구일지 예상이 됐다.


"왜?"

"······."


아그노스도 식사를 마쳤는지 접시가 깨끗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어째서 자신의 옆에 앉은 건지 이해되지 않았다.

크리시스의 의문에도 그녀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청춘이네, 청춘이야. 분위기 좋은걸?"


카라의 짓궂은 말에도 아그노스는 부끄러워하기는커녕, 더 바짝 몸을 붙였다.

그녀의 눈 너머로 느껴지는 강렬한 욕망에 크리시스는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잘 먹었습니다."

"···장난이었어. 어때?"


뒤늦게 정신을 차린 듯하여 그녀는 그렇게 말을 내뱉었지만.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 그걸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크리시스는 그녀를 피하듯 아무 말 없이 자리를 일어나 문밖으로 향했고.


"쯧."


아그노스는 여태 한 번도 들려준 적 없는 혀 차는 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나가고, 자리에 남아 있는 이들은 적막한 분위기를 깨려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일이 벌어지는 바로 맞은편에 있던 엘라이온은 도저히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뭔데, 어째서···!'


아그노스가 크리시스에게 집착하는 듯한 모습은 그로 하여금 비참함을 불러일으키게 만들었다.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엘라이온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치정극인가."


카라의 말에 나머지 두 사람은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마테마는 곧장 연무실로 오라 했지만.

크리시스는 가기 전에 옷을 편하게 갈아입기 위해 방으로 올라왔다.

대충 편한 옷을 차려입은 크리시스가 다시 문을 열고 나가려던 때.


"아그노스?"

"······."


자신도 모르게 도망친 대상이 문 앞에 있었다.

그녀는 아까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 해도 믿을 만큼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미안. 나 때문에 그렇게 빨리 간 거지?"

"아니야. 어차피 마테마 경이랑 훈련하러··· 가야 했으니까. 왜?"


그녀는 마테마의 이름이 나오던 순간 다시 아까의 기억이 되살아 나는 눈빛을 지었다.

하지만 정말 잠깐이라서, 크리시스는 약간의 이상함 외에 다른 느낌은 받지 못했다.


"그냥, 아까 내가 그랬던 건 마테마 경에게만 아침 인사를 해 준 게 심술이 나서였어."

"어째서?"

"우리가 알고 지낸 지 벌써 꽤 됐는데 한번도 먼저 인사를 해 준 적이 없잖아?"

"그랬나?"


그런 건 별로 신경쓰지 않고 다녔기에 크리시스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였어?'


어쩌면 자신을 기피하게 만들었던 행동이 그녀의 '나, 삐졌어'하는 표현이었을 지도 모른다.


"미안."

"앞으로 나한테 먼저 인사를 건네 줄래?"

"알았어."


그리 어려운 부탁도 아니었다.

크리시스는 대화를 끝마치려 이만 가 보겠다고 말하던 찰나.


"아, 그리고 이 꽃이 예쁘길래 가져왔어. 이번엔 꽃 중에서도 보기 드문 검은색."

"또 떨어진 거?"

"응. 요즘 꽃이 많이 떨어져 있더라."


배시시 웃으면서 "나는 이만 가 볼게!" 인사하며 돌아가는 그녀의 뒷모습.

크리시스는 꽃을 놓고 가려 방으로 들어갔다.


지난번 받았던 꽃은 영문을 모르지만 시들지 않고 고이 남아 있었다.

크리시스는 그 옆에 이번에 받은 검은 꽃을 놓았다.

이번 꽃의 이름은 그도 잘 아는 이름이었다.


'장미.'


그녀가 준 건 검은 장미였다.


*


"투기는 어떻게 해서 생겨났을까."


"옛날부터 싸움은 끊이질 않았지."


"그런데 싸우게 되면 상대를 이기고 싶잖아?"


"패배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니까."

"쿨럭!"

"내가 지금 이 얘기를 뜬금없이 왜 하는 걸까?"


분명 자신도 목검을 들었는데, 한 대도 유효타를 먹이지 못하고 쉴 틈 없이 두들겨 맞는 크리시스는 죽을 맛이었다.

그런 와중에 저런 얘기를 하는 의도를 파악하기는 요원했다.


"쿨럭!"


숨이 차고 아프다 보니 쓸데없이 기침만 계속 나왔다.

엄살이 아니라 이러다 진짜 피를 토하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휴식."

"하아··· 하···."


털썩, 자리에 주저앉은 크리시스는 그마저도 쓰러지려는 몸을 목검으로 받쳐 버텼다.


"투기란 그런 거야. 상대를 이기고 싶은 마음에서 생겼지. 내가 이렇게 훈련을 시키는 것도 계속 맞다 보면 반항심에 한 방이라도 먹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해서인데···."

"하아··· 하···."

"너는 지나치게 그런 게 없네. 억울하지도 않니? 이렇게 당하기만 하는 게?"

"······."


숨이 어느정도 가다듬어진 크리시스는 그녀의 말에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다 안 다는 듯이 말했다.


"너 같은 애들이 있지. 전혀 투쟁심이 없는 부류. 뭐, 나한테 큰 피해를 준 사람이 아니면 싸우기 싫다, 이런 평화주의자야?"

"······."


그냥 그녀에게 대항할 마음이 안 생기는 걸 어쩌겠는가.

크리시스의 천성이 그랬다.


"너는 살면서 죽이고 싶었던 사람 없어?"

"···있어요."

"오, 이건 의외인데?"


순해 보이기만 하던 놈이 예상 밖의 대답을 내놓은 탓인지 그녀의 얼굴에 호기심이 동했다.


"누군데?"

"친구의 무덤을 파헤쳤던··· 사람이요."


그걸 사람이라고 불러야 할까.

짐승만도 못한 것을.


"이 세상에 사연이 없는 사람이 어딨겠어? 그래. 자세히 물으면 늘어질 것 같으니 그 이야기는 나중에 내키면 하고··· 지금 중요한 건 나를 그 죽일 놈이라고 생각하고 맞서라는 거야."

"하지만 본 적도, 얼굴도 아무것도 모르는데요?"

"너는 그렇다고 그 본 적 없는 놈의 소식을 만약 듣게 된다면 화 안 나? 그 정도로 대인배야? 응?"

"······."


크리시스의 눈빛이 날카로워지자 그녀는 만족스럽게 중얼거렸다.


"그래도 영 바보는 아닌가 보네."


자기 원수를 용서하는 것만큼 바보스러운 짓이 어딨을까.

그녀는 순간 자신이 새로 들인 제자도 그런 건가 싶어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아니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지?"

"네."


한번 흘러나오기 시작한 그의 날카로운 기세는 곧 목검에도 전해졌다.


*


"요즘 많이 고된 것 같네요."

"아니요. 괜찮아요."


훈련은 자기 계발이고, 글뤼페와 만나 차를 마시는 건 일이었다.

개인적인 일 때문에 일에 지장이 생기면 안 되니 크리시스는 아픈 내색도 비추지 않았다.

오히려 차의 향이 굳은 몸을 풀어주는 듯해서 좋기도 했다.


"방식은 혹독하지만··· 그래도 마테마 경에게 훈련을 받으니 전과는 사뭇 달라진 것 같네요."


말뿐이 아니라 실제로도 그랬다.

살과 근육에서 성장은 없을지 몰라도, 분위기가 더 날카로워진 느낌이었다.


"그렇게 맞았으니까요···."


아직도 그 훈련을 가장한 구타를 잊지 못하는지 크리시스의 눈에 어둠이 엿보였다.


"후후, 그래도 검에 있어서는 이 나라에서 마테마 경보다 나은 이는 없을 겁니다. 그녀는 티테의 유일한 헤스페로스니까요."

"헤스페로스···."


다른 나라까지 통틀어 몇 없다는 경지의 투사.

크리시스는 새삼 그녀의 대단함을 상기했다.


"아, 그리고 내일부터는 티타임을 당분간 갖지 못할 것 같습니다."

"네?"


이게 자신이 하는 유일한 일이나 다름없는데.

갑자기 직업을 잃은 듯한 기분에 크리시스가 눈을 잘게 떨자, 그녀는 손사래 치며 말했다.


"제가 오해의 여지를 남겼나요? 제 말은 당분간은 크리시스님도 피곤하고, 저도 곧 개봉할 작품 감독 때문에 바쁘니 모든 게 끝나고 다시 티타임을 갖자는 말이었습니다."


잘리지 않았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크리시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히려 저는 기대되는군요. 오랫동안 만나지 않다 다시 만난 크리시스님이 어떤 모습일지. 아, 그러고 보니 어차피 식사는 같이해서 매일 보겠네요."


"그래도."


글뤼페는 선물을 기다리는 어린아이 같은 표정을 지었다.


"기대 하겠습니다."


부디 좋은 성취를 얻으시길.


크리시스의 어깨에 부담이 더해지는 말이었다.


*


휴식을 맞아 마법서를 탐독하던 크리시스는 불쑥 방을 쳐들어온 마테마에게 방해받았다.


"나가자고요?"

"그래."


얼떨떨해하면서도 책을 덮자 마테마는 빙그레 웃었다.

첫인상은 무척 엄격해 보였는데, 알고 보니 이렇게 잘 웃는 사람도 드물었다.

현재 저택에는 아무도 없어 조용한 복도를 둘이서 거닐었다.


"그런데 나가려고 하시는 이유가 뭐죠?"


나갈 생각이 없었던 크리시스지만 나름 스승에 대한 도의를 생각해 승낙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녀는 목적지가 어딘지도 알려주지 않은 채 마차까지 탑승했고.

마차에서 그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숲으로 갈 거야. 말하자면 수도 바깥 숲으로."

"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싶은 표정으로 반문했다.


"저택에만 틀어박혀 있으면 안 심심하니?"

"별로···."


해야할 일이 남아 있는 한, 심심할 틈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또 아니었는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심심해."


어린아이 같은 모습에 헛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나이도 많으신 분이···.'


그녀는 자신의 할머니뻘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언행을 일삼았다.

하지만 외모 때문인지 크게 위화감은 없었지만.


"너."


그녀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며 크리시스를 째려봤다.


"나이는 처먹을 대로 먹은 게 나잇값도 못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

"···아니요."


거짓말이 양심에 찔렸지만, 그렇다고 곧이곧대로 말하면 그녀가 상처받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늦은 걸까.


"그거 아니? 나도 나이가 들 만큼 들면 할머니처럼 호호, 거리면서 다닐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역시, 나이는 외모 따라가는 게 맞아."

"······."


본인이 그렇다는데 어찌할 건가.

저러는 걸 보면 자신의 대답이 나쁘지 않았다고 크리시스는 생각했다.


다그닥, 다그닥···.


말이 멈추고, 드디어 도착했나 싶었는데.


"···여긴 성벽 아닌가요?"


그것도 관문이 아닌 사방이 가로막힌 곳이었다.

나갈 틈은 하늘 밖에 일절 보이지 않는.


"어차피 나는 올 때도 이렇게 왔어."


그리 말하며 그녀는 크리시스의 몸을 겨드랑이 사이에 꼈고.

크리시스가 당황할 틈도 없이-


'날았···.'


탁!


"어때? 괜찮았지?"


반동 없이 깔끔하게 착지한 그녀는 크리시스를 놓아주며 물었다.


'뭐, 이런···.'


성벽의 높이도 높이지만.

그걸 단숨에 뛰어넘었다는 것 자체가 정말 그녀가 격이 다른 존재라는 걸 알수 있는 대목이었다.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크리시스는 눈을 감았다가 뜨니 성벽 너머인 셈이었다.


"그래서 여기는 도대체 왜···."

"오늘은 여기서 훈련하자. 따라와."


항명은 듣지 않겠다는 듯이 팔을 거세게 이끌고 데려간 곳은 인적이 드문지 수풀이 많이 우거진 숲속이었다.


그녀는 어디서 구해 왔는지 부러진 나뭇가지를 그에게 건네고 자신도 하나 가졌다.


"이러려고 휴식 시간에···."

"지금쯤이면 원래 훈련하고 있을 시간인걸?"

"······."


맞긴 했지만, 뭐가 됐든 막무가내로 끌려왔다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가르침 받는 입장이니까 그렇다 치고.


"그리고 이건 목검이 아닌데요?"

"뭐 어때? 어차피 조금 덜 아프다 뿐이고, 그리고 너는 날 한 대도 못 때리면서 도구를 다 가리니?"

"······."


자존심을 긁으려고 일부러 도발하는 걸까.

그녀는 나무 몽둥이를 붕붕- 휘두르며 말했다.


"그리고 어차피 너는 아직 검을 배우지도 않았어. 지금 하려는 건 투기를 일깨우기 위한 작업이고. 무기가 막상 없어도 되지만, 그러면 아예 의지가 안 생길까 봐 거리감이 있는 목검을 쥐여준 것뿐이야."


"목검이 곧 너의 투기를 일깨우기 위한 매개체라는 거지. 아, 지금은 그 나뭇가지지만."


그녀는 훈련을 슬슬 시작하려는 것 같았다.


그런데 크리시스는 그녀의 말을 듣고 한 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런데, 그런 이유에서라면 마테마 경도 맨손으로 싸우시면 되지 않나요?"

"난 맨손이 더 센데? 그리고 나는 맨손은 힘을 조절하기 힘들어. 다 널 위해 목검을 쓰는 거지, 절대 널 패고 싶어서 쓰는 게 아니야. 알았지?"

"······."


그런 마음이 없지는 않아 보였지만.

이 이상 반박해서 무얼 할까.

그냥 하나라도 더 배우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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