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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힘 님의 서재입니다.

두근두근 괴물의 하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빛나는힘
작품등록일 :
2020.02.06 14:17
최근연재일 :
2020.09.18 23:55
연재수 :
125 회
조회수 :
10,754
추천수 :
208
글자수 :
375,493

작성
20.03.08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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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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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계속 미뤄진다

DUMMY

퍼스트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하자 영웅은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모기만한 목소리로 말했답니다.

"내가 과민반응한 건가? 어째서 만화책에는 이런 장면이 자세하게 그려지지 않은 거야? 판단하기가 곤란하잖아."

영웅이 고민하고 있자 잠에서 깨어난 반쪽의 목소리가 들리는군요.

"으아아악아아."

'잘 잤어?'

"조금 피곤하지만 괜찮아. 내가 자고 있는 동안 별일 없었어?"

'특별한 일은 없었어. 애벌레도 무사히 쓰러뜨렸고. 굳이 말하자면 이유는 모르겠지만 영웅의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아.'

"그래? 뭔가 짐작 가는 거 없어?"

'... 내가 영웅에게 붙어 다녔어. 귀찮았을 지도 모르겠네.'

"왜 그랬어?"

'그냥. 그런 기분이었어.'

사실을 말하는 게 부끄러웠던 퍼스트가 적당히 둘러대자 반쪽은 고민하고 있는 영웅의 모습을 살펴보더니 차분하지만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답니다.

"위험하네. 지금 당장 멈춰."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영웅이 폭주하는 조건은 기억하고 있지?"

'응, 괴로운 기억을 지우기 위해서잖아.'

"괴로운 기억의 기준은 괴물마다 다르겠지만 영웅은 생각 이상으로 귀찮거든. 특정 상황에서 폭주하는 건 알기 쉬워서 괜찮지만 쌓여서 폭주하는 건 막기 힘들어. 재빨리 눈치를 채서 막아야 하니까."

'어... 그러니까... 간단하게 설명해 줬으면 좋겠는데.'

"우리가 처음 영웅을 만났을 때를 생각해봐. 처음에는 괜찮았지만 어느 순간 폭주했잖아. 아마 우리랑 같이 생활하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힘들었던 일이 서서히 쌓인 거야. 그때도 쌓였던 게 터져서 폭주한 거겠지."

퍼스트가 멍하니 듣고 있자 반쪽은 잠깐 동안 고민하더니 입을 여는군요.

"일단 급한 일부터 처리할까. 빨리 영웅에게 말을 걸어. 고민할 여유를 빼앗는 거야."

'아, 알았어.'

다급하게 영웅에게 접근한 퍼스트는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그런데 무슨 말을 해야 하지?'

"저기, 영웅..."

영웅은 깊은 생각에 잠겼는지 퍼스트의 말을 못 들은 것 같네요.

그러자 반쪽이 답답하다는 듯이 소리를 지르는군요.

"뭐 하는 거야? 왜 이렇게 자신감이 없어."

'그, 그렇지만... 말을 걸라고 해도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거야? 할 이야기가 없는데.'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해도 되잖아. 정 할 얘기가 없으면 너랑 영웅이 좋아하는 히어로 얘기라도 나누는 게 어때?"

'오, 그거 좋은 생각이네.'

할 얘기가 정해지자 망설임이 사라진 퍼스트는 영웅의 어깨를 흔들었답니다.

"영웅, 같이 놀자. 히어로 놀이할래?"

"좋아. 주인공은 나야."

히어로라는 단어에 눈이 반짝반짝 빛난 영웅은 방금 전의 고민은 까먹은 것처럼 퍼스트와 함께 즐겁게 놀았어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놀다 지친 영웅이 낮잠을 자자 반쪽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군요.

"이제 괜찮을 것 같네."

'일단 하라고 해서 하긴 했는데... 무슨 상황인 거야?'

"고민이 많으면 스트레스를 받기 쉬우니까. 약간의 스트레스는 괜찮지만 그게 쌓이면 갑자기 폭주할 가능성이 있잖아."

'아아, 그렇구나.'

"고민이 나쁜 건 아니지만... 지금은 아니야. 폭주해서 기억을 지워버리면 전부 소용없으니까. 하지만 내가 잠깐 잠든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우리에게 받는 영향이 생각 이상으로 강한 건가? 이건 나도 예상 밖인데."

'이제 어쩌지?'

"평소대로 하면 돼. 괴롭고 힘든 일로부터 눈을 돌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헤롱헤롱하게 만드는 거야. 괴로운 기억을 지우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 정도로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 주는 거지."

'잘 할 수 있을까?'

"몇 번이나 말했잖아. 지금은 설탕보다 달고 무른 상태야. 충분히 할 수 있어. 왕의 위엄을 보여주는 거다."

'... 쉽지 않네. 내 생각 이상으로 힘들 것 같아.'

"자신감을 가져. 우리라면 할 수 있다."

퍼스트가 고민하고 있자 옆에서 비서의 목소리가 들렸답니다.

"실례합니다."

"우왁! ... 비서였구나. 어서 와."

"죄송합니다.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신경 쓰지 마. 무슨 일로 찾아왔어?"

"그냥 한가해서 찾아왔어요. 요즘은 특별한 일이 없거든요."

"밖은 평화로워?"

"평소랑 똑같아요. 괴물이 탈출하고 괴물 관리소가 폭파하고 도시가 사라지고 대량의 시체가 생기고. 그나마 다른 점이 있다면 괴물 관리 본부 정도겠죠. 보잘것없는 것들이 모든 괴물을 격리할 수 있는 완벽한 시설을 거의 다 만들었다고 난리니까요. 실력도 없는 주제에 꿈은 크더라고요."

"괴물 관리 본부? 헤에, 그런 시설이 만들어지고 있었구나."

"원래라면 한참 전에 완성됐어야 하지만 운도 실력도 형편없어서 그런지 아직도 미완성이더라고요."

"운이 형편없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괴물 관리 본부에서 계속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유 모를 고장이나 운반 중이던 건축자재가 부서져서 완성이 미뤄지고 있거든요. 일부 사람들은 저주라고 믿고 있는 것 같아요."

"계속 불행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건설하다니. 의지가 대단하네."

"포기하지 않는 게 아니라 포기할 수 없는 거예요. 다른 방법도 없고 괴물 관리 본부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으니까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까지 가는 수밖에 없겠죠."

"그렇구나. 비서는 괴물 관리 본부가 성공할 것 같아?"

"아무래도 좋아요. 괴물도 인간도 저에게는 가치 없는 것들이니까요."

"그런 것치고는 자세하게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아는 게 있어야 옆에서 보조할 수 있으니까요. 언제 올지 모를 그날을 기다리며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에요. 방해가 되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비서의 말을 듣고 있던 퍼스트는 문득 우울한 기분이 들어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하는군요.

"방해가 아니야. 이렇게나 열심히 노력하고 있잖아."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하네요."

"좀 쉬면서 해. 너무 노력하면 병들어."

비서는 대답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웃는 얼굴로 퍼스트를 쳐다봤답니다.

"... 감사합니다. 이만 가볼게요."

비서가 사라지자 퍼스트는 막막한 마음이 들어 한숨을 내쉬는군요.

'어째서지? 오늘따라 비서를 보고 있으니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비서가 어딘지 모르게 힘들어 보여서 그런 거겠지. 무언가의 방해 때문에 운명의 날이 미뤄지고 있으니까. 원래대로라면 비서가 기다리던 그날은 벌써 왔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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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이것은... +1 20.03.23 45 1 7쪽
33 익숙한 괴물 20.03.15 55 1 7쪽
32 부탁해 20.03.13 49 1 7쪽
31 의견 차이 20.03.12 51 1 7쪽
30 진전하다 20.03.11 55 1 7쪽
29 터진다 20.03.09 59 0 7쪽
» 계속 미뤄진다 20.03.08 56 0 7쪽
27 반쪽이 잠들다 20.03.06 67 1 7쪽
26 조금씩 조금씩 20.03.05 60 2 7쪽
25 생각과 현실의 차이 20.03.04 63 0 7쪽
24 본격적인 시작 20.03.01 71 1 7쪽
23 예전으로 돌아가다 20.02.28 77 0 7쪽
22 신경 쓰는 이유 20.02.27 71 0 7쪽
21 위험한 폭주 20.02.26 75 1 7쪽
20 변화를 느끼다 20.02.25 83 2 7쪽
19 괴물의 싸움 20.02.24 119 2 7쪽
18 위기가 다가온다 20.02.23 106 2 7쪽
17 사랑해줘라 20.02.22 127 1 7쪽
16 새로운 감정 20.02.21 100 1 7쪽
15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20.02.20 141 2 7쪽
14 예전과는 다르다 +1 20.02.19 145 2 7쪽
13 폭주 +1 20.02.18 146 4 7쪽
12 괴물의 생각 +2 20.02.17 171 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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